'한국영화, 새로운 작가 전략' 기획전에 맞춰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이번에 상영하는 데뷔작들을 만든 감독들을 한 자리에 모아 이야기를 나눠보는 두 차례의 포럼을 마련했다. 그 첫 번째 자리가 지난 3월 26일 저녁 7시부터 2시간 여에 걸쳐 ‘한국영화, 새로운 작가 전략의 돌파구를 찾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김동주, 김종관, 민용근, 이응일, 정호현 감독이 패널로 참여하고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의 진행으로 펼쳐진 이색적이며 특별했던 포럼 현장의 일부를 담아본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최근 2009~2011년 사이에 새로운 영화들이 많이 나왔고, 이 다양한 영화를 만든 분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 편의 영화가 시장 안에서 나오면서도, 자신의 예술적 표현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 나갈 때 하게 되는 고민들이 말하자면 하나의 작가 전략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고민들과 앞으로 어떤 영화들을 만들어나갈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같이 나누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우선 <빗자루, 금붕어 되다>의 경우 영화의 소재가 갖는 현실성과 영화를 만들 때의 스타일 적인 면이 굳건하게 공존한다.
김동주(영화감독): 기존의 일반적인 영화의 특징인 이야기, 즉 내러티브를 위주로 한 영화보다는 이미지 중심으로 영화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스타일 면을 더 고민하고 생각했다. 내가 이 영화를 만들기로 한 결정적인 것은 고시원이라는 공간을 보고 난 후였기 때문이다. 고시원에 대한 이미지를 한 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떠오르는 영감을 담고 싶었다. 벌집 같이 정형화된 구조라든지 하는 것들. 한국 사회에 매우 많이 있는 고시원이라는 곳에서 너무나 많은 젊은이들과 소외받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년이나 십년 후에 다시 봤을 때 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타협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고 구사하고 싶은 스타일대로, 없는 제작비를 쪼개서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김성욱: 이 자리가 동시대성 안에서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인데, 이응일 감독의 경우, 비디오 세대의 역습이랄까, 비디오적인 소비나 디시갤러리에 대한 언급 등 세대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영화에 접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응일(영화감독): 개봉을 염두에 두거나 영화제에 내려고 한 것이 아니고, 입시용 포트폴리오로 단편을 만들려고 하다가 점점 불어나서 <불청객>이 되었다. 우린 비디오 세대의 끝물이고 DVD로 막 넘어가기 시작하는 끼인 세대라고 할 수 있다. 90년대 디지털 캠코더가 등장하면서 학생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그 중에는 골방 영화가 많았다. 어떡하면 간단하게 집에서 찍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신림동에서 반 지하 자취방에서 같이 살던 형들을 배우로 써서 만든 영화다. 예산의 제약으로 조명도 삼파장 스탠드에 비닐봉지 씌워서 하고, 깜빡거리는 효과는 조연출이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었다. 사람들이 많이 보진 않았지만, 언론에서 생각보다 많이 다뤄줘서 스스로도 놀랐다. 국내에 이런 B급 SF가 드물다 보니까, 이슈화시키기가 좋았다는 생각도 든다.

김성욱: 김종관 감독의 경우, 특정 장르, 즉 멜로 영화를 염두에 둔 부분이 있다. 
김종관(영화감독): 이렇게 모여 있는 자리에 어떤 유대가 있는 것 같다. 모두들 상업적인 영화 시스템 안에서 만들지 않은 영화들을 가지고 개봉을 했고. <혜화,동>을 보면서도 들었던 생각이 동시대에 지나왔던 시간들의 상처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고, 이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 또한 창작자 입장에서 영화들을 서로 많이 보고 생긴 그런 유대가 느껴졌고, 그런 동료들이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영화를 단순화해서 작은 작업으로 하려다보니 처음엔 멜로적인 구성이 편했다. <조금만 더 가까이>는 배우들이 조금 더 유명한 사람들이 되고 시스템이 조금 커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기존의 작업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그렇지만 개봉을 하게 되면서 그 전하고는 다른 책임감이 생기더라.

김성욱: <혜화,동>의 제작비는 얼마였나? 그리고 찍을 때 고심한 점이 있다면?
민용근(영화감독): 제작비는 2억 정도다. 시나리오를 쓸 때 어떤 규모의 영화로 만들어지고 어떤 배우로 하자고 정해놓은 게 전혀 없었다. 스텝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으면서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만 있었다. 그래서 여배우를 이름이 있는 사람을 캐스팅해서 투자를 더 많이 받아보자는 생각도 했다. 어떤 상황이 되면 그 상황에 맞춰 하자는 주의인 것 같다. 운 좋게 영진위와 스튜디오 느림보에서 지원을 받으면서 촬영에 들어갔다. 그 전의 더 열악한 환경의 작업에 비하면 비교적 풍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참여했던 스태프들의 경우 다른 영화들에 비하면 빈곤했던 거다. 한겨울에 촬영해서 고생이 많았는데, 보상이 제대로 안 이뤄지니 미안함이 컸다.

김성욱: 네 분의 영화가 닫힌 세계에서 빠져나오는 느낌이었는데, 정호현 감독은 완전히 다른 세계를 다룬다. 쿠바에서 찍었고 다큐멘터리이며, 개인 작업에서 시작해서 극장에 걸리는 작품이 됐고, TV에서도 소개되면서 연관성들을 만들어냈다.
정호현(영화감독): 처음부터 극장 상영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고 공동체 상영 정도를 생각했다. 그러다가 첫 극장 개봉을 하게 됐는데, 사실 극장 시스템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영화라는 게 이런 식으로 개봉되고 관객들과 이런 식으로 소통 되는구나 싶었다. 다큐멘터리의 경우 정치적 이슈나 사회적 성격이 강한 것은 이슈화하기 쉬운데 반해, 사랑이야기나 사적 이야기들은 극장에서 상영된 경우가 매우 적은 것 같다. 앞으로도 물론 상업 다큐멘터리를 만들진 않을 거지만, 그렇다 해도 이번 극장 상영을 계기로 어떤 관객들이 보겠구나 하고 미리 좀 생각해 두고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욱: 어떤 영화를 만들 때 마이너리티 성향의 특정 관객을 염두에 두는지, 아니면 일반적인 관객들이 이정도면 즐길 수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김동주: 어떤 영화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한 사람이라도 생기게 된다고 생각한다.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영화를 만들었을 때 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조금 씩은 더 생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든다.
김성욱: 극장 개봉에 대해 듣고 싶다. 현실적인 문제들을 경험했을 텐데.
김동주: 어느 정도의 틀이 갖춰진 영화라면 지속적으로 국가에서 상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한국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은 거기서 출발해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김성욱: 민용근 감독의 경우 '찾아가는 관객과의 대화'라고 해서 적극적으로 관객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고, 이응일 감독은 퍼포먼스들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종관 감독은 관조적으로 점잖게 보냈던 것 같은데(웃음).
김종관: 영화는 기본적으로 혼자 보려고 찍진 않고 친구를 찾는 건데, 약간 더 은밀한 방식으로 만들어서 약간 더 은밀한 친구를 사귄다는 느낌이 있다. 주어진 예산에 맞춰서 영화를 찍는 방식들에 지금은 익숙해져 있다. 꾸준하게 보는 사람들의 범위들이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 매우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민용근: <혜화,동> 같은 경우 GV를 하면 관객들이 조금 많이 오시는 편이지만, 극장 측에 양해도 구해야 하니 번거롭기도 하고 쉽진 않다. 그래서 생각한 게 찾아가는 관객과의 대화라고 해서 10명 이상 신청을 하면, 끝나고 같이 차라도 마신다든가, 극장 로비에서 커피라도 마시든가 하는 거다. 남들이 볼 때 극성을 떤 다고 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해야 좀 티가 나는 것 같다. 독립영화의 경우 2~3주 정도 극장에 걸려있어야 관객들에게 회자되고 인지되는 것 같다. 그런 리듬에 맞는 독립영화만의 마케팅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많이 배웠다.
이응일: 열악한 상황에 뭐라도 하자 싶어서 생각한 게, 우주쇼라든가, 캐릭터의 옷을 입고 나가거나, 만담처럼 이야기를 하거나 하는 거였다. 원천적인 한계가 있는 게 인구가 너무 적은 것 같다. 결국 통일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웃음) 영진위에서도 저예산 영화는 무료로 DCP를 해주는 상설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는 영진위의 제작지원이나 홍보마케팅 지원제도도 사라진 상황 아닌가.

김성욱: 다큐멘터리 같은 경우는 어떤가? TV에서 상영될 수도 있지만, 극영화와는 다른 어려움이 많을 텐데.
정호현: 작품의 성격이 극장 상영에 적합한지, 아니면 시민단체라든지 하는 곳들에 가서 하는 것이 맞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극장 상영이 의미 있는 이유는, 국내에서는 극영화적인 미장센이 없거나 TV 다큐멘터리적인 클리셰가 없으면 작품의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편견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그 편견을 깰 수 있다는 의미와 함께, 여전히 극장에서 이런 영화들이 상영될 수 있고 관객들은 그것을 볼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의미가 있다.

김성욱: 최근 1~2년 사이에 저예산 영화의 성과가 놀라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이 갖는 의미나 미학적인 측면들에서. 좀 더 자신감을 낸다면 영화 전체적인 활력을 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작가 고유의 개성도 있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공동성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연합적인 흐름이 큰 힘을 발휘하게 되지 않나.
김종관: 우리가 어떤 면의 내용적으로 공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고, 그런 게 아니더라도 사실은 사슬처럼 묶여있는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트위터를 좀 하는데 여기에서 영화를 통해 만난 관객들이 있다. 어떤 영화를 본 사람들이 다른 영화들로 전파되어가는 것들을 본다. 그런 게 긍정적인 기운이라 본다. 아쉬운 건, 우리가 만든 영화들의 스태프나 배우들 다 사실은 노개런티로 찍은 거다. 그런데 계속 이렇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좋은 영화들이 많아져서 관객들을 조금씩 늘리는 것도 중요하고, 감독과 마찬가지로 극장들도 투자사도 각자의 분야에서 꾸준히 하면서 브랜드로서 키워지면 작은 영화들의 네트워크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좋아질 수 있으리라 본다.
민용근: 영화를 하면서 조금씩 다른 감독님들도 알게 된다. 적극적인 행동이 아니더라도 같은 시대를 살면서 영화를 만든다는 연대가 영화를 만드는 큰 동력이 되는 것 같다. 인디 밴드의 경우 합동 공연 같은 것을 하기에 보다 용이한데, 영화도 이런 연합이 필요하다. 또한 영화만이 아니라, 음악, 문학 미술 등 다른 예술과의 공감대의 지평을 넓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동주: 감독들의 성향은 다들 개인적이다. 사실은 그것들을 존중해 줘야 된다. 하지만, 감독들도 결국에는 어느 정도의 프로듀서 마인드를 가져야 된다. 감독들이 스스로 서로 공유하려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면서, 나중에는 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되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나중에는 자연스러운 하나의 단체나 흐름이 나올 수 있지 않겠나 싶다.

김성욱: 극장을 하는 입장에서도 시대적인 트렌드, 젊은이들의 어떤 특정한 것들에 대해 관객들과의 접점을 만들어나가는 방식의 전략을 짜게 되지만, 동시에 또 흥행 강박이 되진 말자는 생각을 한다. 키아로스타미는 문화 활동이나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영화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마인드가 없기 때문에 영화계가 어려움에 빠져있다고 말했었다. 그러므로 영화의 진가를 아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립을 해야 한다. 자립에 대한 것이나 지속적인 영화 만들기에 대한 고민이나 모델들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듣고 싶다.
정호현: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고 선택한 매체가 영화다.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만나는 사람들과 발생하는 완전한 현실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것에 대한 재미를 느낀다.
이응일: 영화를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재미있고 훌륭한 이야기가 뭘까,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는 어디에 쓸모가 있는가, 늘 고민한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자신의 삶에 대한 느낌을 얻어 가게 하는 것. 그게 영화의 기능이고 영화인의 사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거기에 각자의 전략을 만들어내야 한다.
민용근: 생계적인 전략도 중요하다. 그게 곧 작가적인 전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 영화라는 매체가 있을 뿐이지 자기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무언가를 만드는 건 다 비슷한 것 같다. 꼭 영화에서만 국한 짓지 않고 생활도 놓치지 않는 환경들을 꾸준히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종관: 이야기를 할 때, 항상 나만 보면서 이야기를 하면 주제는 쉽게 메마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랑 타자의 관계 속에서 나를 찾거나, 다른 세계 안에서 내 안의 것들을 끄집어내서 그 관계들에서 주제를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영화를 하면서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항상 있다.
김동주: 창작을 할 때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영화를 만들수록 대중성이나 흥행성이랑 멀어지기 때문에, 먹고사는 문제랑 연관이 늘 된다. 창작의 고통을 알지만,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알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만들 것이다. 다음 작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만든다는 생각이다. 흥행이나 생계를 위해 영화를 선택하지 않고 오로지 하고 싶은 대상으로만 영화를 대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리: 박영석 시네마테크 관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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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토크] 정호현 감독의 ‘쿠바의 연인’

최근 한국영화계에 감지되고 있는 새로운 기운을 살펴보고자 마련한 ‘한국영화, 새로운 작가 전략’ 기획전이 시작된 지 이틀째인 지난 23일 저녁, 다큐멘터리 <쿠바의 연인>이 상영되고, 상영 후에는 이 영화를 연출한 정호현 감독, 그리고 영화에도 동반 출연한 그의 남편 오리엘비스가 극장을 찾아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다. 처음 의도와 달리 유쾌, 상쾌한 연애담이 담긴 의외적인 다큐멘터리 <쿠바의 연인>에 대하여 실제 주인공이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려줬던 그 시간의 일부를 전한다.


허남웅(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방금 보신 영화를 만드신 정호현 감독님을 모셨다. 먼저 영화 작업 이후 최근의 근황은 어떠신지?
정호현(영화감독): 쿠바에 다시 가서 작업하려고 준비 중이다. 일 하면서 남는 시간에 작업하려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추구하는 바는 올해 쿠바로 가서 쿠바의 사랑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여자들 중심으로 풀 것 같다. 어린 친구들부터 나이 드신 분들까지 어떻게 연애하고 헤어지는지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생각을 한다. 옆에 있는 오리엘비스는 최근 스페인어와 살사를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일 주일 전엔 KBS 『러브 인 아시아』에 출연했었는데 너무 연출된 모습들을 원해서 다투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좋지 않았던 것 같다.

허남웅: KBS에서 있었던 그런 과정들은 <쿠바의 연인>을 만들 때도 동일한 지점이 있나?
정호현: 많이 다르다. 영화에선 5년 정도 시간을 두고 찍은 것 이라 연출한 건 없다. 그러나 KBS는 연출된 그림이 일주일안에 나와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촬영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예를 들자면 파티를 하는데 쿠바에서 가장 매력적인 파티 시간은 새벽1~2시다. 그러나 KBS는 8시에 와서 10시에 갔다. 파티를 시간을 앞당겨서 해달라는 거였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파티장면을 찍겠다고 하면 1~2시에 찍는 게 맞는데 TV는 시간에 쪼들리는 사람들이라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허남웅: 영화는 2008년에서 끝이 나는데 개봉은 늦게 이루어 졌다. 그 사이엔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정호현: 쿠바를 처음 들어간 건 2004년이고 영화는 2005년부터 찍었다. 그리고 2007년에 결혼식을 했다. 아이 출산이 2008년이다. 영화 속 장면은 2008년 초기까지 담겨져 있다. 그 다음에 출산하고 나서 편집하고 2009년에 겨울에 영화를 완성, 첫 선을 보인 후 지난해 개봉하게 된 것이다.

허남웅: 쿠바의 춤과 사회가 궁금해서 이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쿠바엔 카메라만 가지고 아무 계획 없이 갔다고 들었는데, 소재를 찾을 생각이셨는지 아니면 단순히 직업적으로 찍겠다는 생각이셨는지 의도가 궁금하다.
정호현: 처음엔 캐나다에서 갔을 땐 쿠바로 배낭여행을 갔었다. 그때 쿠바를 못 잊어서 2005년에 정부에서 했던 프로젝트에 참여, 그 기회로 또 갔다. 그때는 쿠바가 좋아 보여서 그냥 찍으려고 감만 잡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2005년 끝부분에 이 사람(오리엘비스)을 만났다. 스페인어 배우면서 조금씩 그 사회가 들리고 보였다. 그 때 느낀 게 ‘내가 생각한걸 보여주면 안되겠다’라는 거다. 그건 관광객 입장에서 본 쿠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쿠바에 사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쿠바를 보여주자고 개념을 바꾸었다. 처음엔 낭만을 생각했는데 현실을 받아 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쿠바가 가진 매력과 어려운 모습들을 어떻게 다 잡을까 다시 고민하다 사랑이야기 넣는 게 쿠바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어 저희 사랑을 담게 된 것이다.

허남웅:
자신의 사랑을 다큐멘터리로 드러낸다는 게 힘든 결정 인 거 같다. 사랑을 담기로 했을 때 감독의 의도도 있었을 테지만, 당사자인 오리엘비스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정호현: 오리엘비스는 자신을 영화에 집어 넣는 게 불편하지 않았다고 했다. 왜냐면 애니메이션 작업을 했고 자신이 주인공을 했던 적도 있어서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벗은 장면은 제가 힘들었을 거 같다는 말을 했다. 쿠바에선 필요하다면 벗은 모습을 보여주는걸 익숙하게 생각한다. 상업적 영화로 억지로 그런 장면을 하려면 힘들었겠지만 우리끼리 노는 장면을 넣은 거라 힘들지는 않았다.

허남웅: <엄마를 찾아서>라는 작품을 찍고 감독님은 스스로 ‘나를 드러내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다신 이런 류의 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쿠바의 연인> 역시 자신을 전면에 드러낸 영화다. 어찌 보면 더 많이 나온다고도 볼 수 있는데, 오리엘비스를 만나서 관점을 달리하게 된 것인가?
정호현: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한 거긴 하나 제 생각엔 별로 안 드러난 것 같다. <엄마를 찾아서>는 다 드러났다고 보는데 <쿠바의 연인>은 나를 개인적인 나로 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오리엘비스를 우리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서 초점을 맞춰서 그렇다. 옷 벗고 이런 것은 힘들지 않다. 오히려 집안의 치부나 폭력을 드러내는 게 힘들다. <쿠바의 연인>은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전작보다 수월했다. 허나 역시 가족에게 보여줘야 된다는 점은 힘든 지점이었다. 그래서 역시 다신 이런 작업은 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관객1:
쿠바의 매력에 빠져서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매력적이라 생각하는지? 그리고 현재 어머니의 반응도 궁금하다.
정호현: 개인적으로 가장 높이 사는 쿠바의 매력은 사랑이다. 쿠바에서 15세 여자아이에게 인터뷰를 했는데 남자친구 사귈 때 뭐가 가장 중요하냐고 물어보니 ‘외모, 돈 다 필요 없고 중요한 건 날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가?’라고 했다. 잘생기고 못생기고 개념은 없다. 연애가 편한 나라다.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도 없고 찌들어서 사는 느낌도 없다. 전체적으로 다 가난하니까 못산다는 개념이 아니고 여유롭게 산다는 걸 느낀다. 그 여유로움이 사랑으로 뻗어 내리니 사회가 부드러운 거 같다. 그리고 환대한다는 느낌도 좋다. 몽골에서 와서 6년 정도 쿠바에 머물다 간 친구에게 넌 쿠바의 어떤 점이 좋으냐고 물으니 제일 먼저 말한 것이 환대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상황에서 만나도 즐겁게 받아 준다. 그런 게 쿠바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두 번째 질문인 어머니의 반응은 글쎄? 출산을 한국에서 했는데 지금은 별로 걱정 안 하시는 것같다. 아이가 가진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도 사위를 좋아하진 않는다. 다만 받아들이고 잘 살길 바라신다. 아이는 예뻐하신다.

허남웅: 영화에서 처음엔 한국 후손들을 찾다 급격하게 사랑이야기로 변화한다. 아마 그런 것이 다큐가 가지는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호현: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극 영화는 완벽하게 짜인 허구 속에서 완벽하게 연기를 했을 때 효과가 극에 달한다. 다큐는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환경 속에서 자기가 생각했던 가정이 끊임없이 바뀌는 과정을 그대로 담을 수 있다. 처음에 쿠바에 갔을 때는 아무런 연고도 없이 가서 한인후손을 소개받았다. 그래서 그분들을 찍다가 아이디어가 생기고 그런 와중에 애인을 만나서 삼천포로 빠지는 이런 과정들을 다 드러낸 거다. 어떻게 보면 플롯도 없고 엉성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댜큐 과정에서 충분히 드러날 수 있는 것이다. 여러 내용을 일단 다 넣어서 전체적으로 톤만 맞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허남웅: 물론 성공한 작품도 있겠지만 한국에선 다큐 만드는 것도, 개봉도 힘들다. 작업하시는 작품의 제작비를 스스로 모아 작업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것도 수월치 않다. 이번 영화제는 ‘한국영화, 새로운 작가 전략’인데 특별히 감독님이 가지고 있는 전략이 있다면?
정호현: 일단 자금 부분이 어렵다. 다큐를 극장에 틀어서 먹고 살수 있는 구조는 안 된다고 본다. <워낭소리> 같은 것은 그럴만한 소재와 정서가 맞았기 때문인 좋은 경우다. 독립 영화 하시는 분들은 작품 상영만 해서 먹고 사는 분은 없다. 강의나 아르바이트 등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다. 몇 개 없는 펀드긴 하지만 그걸 받아내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요즘에는 제작비 마련하기 위해 피칭을 한다. 참 의미가 있는 다큐라고 세일즈를 잘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전엔 기획 안을 올려서 받았는데, 이젠 피칭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것이 과연 다큐의 질을 높일지는 의문이 간다. 그리고 심사 하시는 분들은 주로 교수 분들이시다. 제작자 입장에선 달가운 건 아닌 거 같다. 이 작품을 계기로 남미에 대한 작업을 한다면 그쪽에서 상영을 좀 더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관객2: 영화 중간에 보면 여자분을 촬영하다가 신고가 들어와서 중단되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 당하던 분이 직접 신고한 게 아니라면 그 사람에게 오해를 풀어주면 되는 게 아니었는지, 그리고 쿠바에서 그렇게 신고 당하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정호현: 파트리샤 아버님이 공산당원이다. 그리고 인터뷰 중 정치적인 인터뷰가 있었다. 그런 이야기가 당에 올라가게 되어 아버님이 당황했던 것 같다. 파트리샤나 남편 분은 그런걸 전혀 개의치 않는다. 반정부적 개념이 있는 사람들이다. 왜 자유가 없는지에 대해 답답해 했다. 아버님 때문에 중단했던 거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제재 같은 것은 없었다. 촬영을 중단한 이유 중 하나는 쿠바에 상영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바는 저런 불평들에 대해 사회가 열려있다. 문제 삼지 않는다. 쿠바사회는 묘하게 열려있다. 그래서 피해가 간 건 없었다.


허남웅: 어느덧 정리할 시간이다. 끝으로 이후에 준비중인 작업이나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정호현: 여기에 나온 음악은 모두 오리엘비스가 만든 거다. 이 영화를 보고 작곡한 게 아니고 곡이 먼저 나오고 선택 한 건데 잘 어울린다. 이게 첫 음반이다. 총 12곡이 나왔고 올해도 음악작업을 할 거다. 저는 쿠바의 사랑, 성 이런 이야기에 대해선 긍정적이다. 쿠바 여자들이 우리나라 여자에 비하면 확실히 열려있고 당당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자유로워서 힘든 건 없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고 싶다. 어디까지 자유로울까? 어디까지 닫혀 있는 게 사람 살기 편할까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다. (정리: 정태형 시네마테크 관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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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혜연 2011.05.14 0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쿠바는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얼굴단장이 자유로운 대신 정치적인 자유는 없다네요? 그래도 어떡해요! 쿠바는 쿠바대로 살아야지!

  2. 박혜연 2014.04.26 2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남편들이 안타까운게 일을 너무많이하고 스트레스가 심하고 과로로 많이 죽거나 장애인이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자유분방하고 예술적인 남성을 남편으로 맞이하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