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브라이언 드 팔마의 83년작 <스카페이스> 상영 후 배우 박중훈과 함께하는 시네토크가 이어졌다. 배우 박중훈은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하면서 본인을 알파치노로 소개하여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한 그는 <스카페이스>에서 알파치노의 쿠바 억양이 섞인 영어 대사를 완벽하게 외워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씨네21>의 주성철 기자와 함께, <스카페이스> 개봉 당시의 추억들로 시작하여 배우 박중훈의 연기관과 한국 영화에 대한 그의 생각까지 들을 수 있었던 그 현장을 전한다.


주성철(씨네21 기자): 바로 영화 얘기를 시작해보자. 이 영화를 언제 처음 봤는지 기억이 나는가.
박중훈(배우): 내 기억이 맞다면 고등학교 2, 3학년 때인 것 같다. 그때 봤던 극장이 종로3가에 있던 서울극장이었다. 나이 드신 관객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그 당시 극장개봉시스템때문에 서울 사대문 안에 있는 개봉단관 한 관에서 개봉했다. 한 관에 좌석이 1000석 정도였고, 하루에 다섯 번 상영하니까 5000천 명만 볼 수 있었다. 영화 표 사느라 장사진을 이룬다는 게 가능했던 때다. 좌석이 1000석이니까 굉장히 큰 화면으로 보면서 거의 실신을 했다. 연극부 생활을 할 때인데, 배우를 꿈꾸면서 살 때 알파치노를 큰 화면에서 마주하고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

주성철: 다시 보니까 음악이라든가 여러 가지로 장현수 감독의 <게임의 법칙>이 생각난다. 실제로 <스카페이스>를 많이 참고하셨다고 들었다.
박중훈: <게임의 법칙> 시나리오를 강제규 감독님이 쓰셨고, <스카페이스>의 시나리오는 올리버 스톤이 썼다. 시나리오를 받아보고서는 장현수 감독에게 제안을 했다. 카피를 하자는 게 아니라, 내가 브라이언 드 팔마와 알파치노를 좋아하니 혹시 감독님도 동의가 되신다면 알파치노와 브라이언 드 팔마에게 오마주 영화를 만들고 싶다, 해서 시작한 것이 <게임의 법칙>이다.

주성철: 50번 넘게 보셨다고 했는데, 그러면 매번 보실 때마다 좋아하는 장면이 바뀔 것 같다.
박중훈: 많이 봤다는 걸 강조할 때 100번도 더 봤다고 하는데, 나는 진짜로 50번을 넘게 봤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50번이고 실제론 한 70번 정도 본 것 같다. 대사도 거의 다 외웠다. 그런데 쿠바 억양이 강해서 영어 공부엔 도움이 안 됐다. (웃음) 어떤 장면이 좋으냐면, 토니가 성공해서 어머니한테 거드름피우고, 여동생은 오빠를 좋아해요, 하면서 오누이의 정을 나누고, 그런데 배경 뒤로는 노을이 지고, 주제음악의 멜로디가 피아노로 나오는 그 장면이 굉장히 가슴을 적셨다. 처음 봤을 땐 마약하고서 소리 지르고 쓰러지는 장면이 충격적으로 기억에 남았지만 자꾸 보면서는 정서적인 씬들이 기억에 남는다.

주성철: 알파치노 얘기를 하고 싶다. 다시 봐도 대단한 것 같다. 이보다 앞서서 <대부>에서 마이클로 나올 때는 절제되어 있고, 차갑고 지적인 이미지였다면 여기서는 무모하고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리고 드 팔마하고 <칼리토>를 할 때는 선량하고 바른 삶을 사는 푸에르토리코사람으로 나오기도 했다. 알파치노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되는 것 같다.
박중훈: 배우와 관객들 사이에선 ‘일정 거리 유지 질량의 법칙’같은 게 있는 것 같다. 튀어나오는 배우한테는 관객들이 도망가면서 매력을 느끼고, 숨는 배우에게는 쫓아가려는 매력이 있다. 이 두 매력을 갖춘 배우가 알파치노라고 본다. <스카페이스>에서는 비교적 튀어나오는 연기를 많이 했는데, 알파치노가 나오는 다른 영화를 보면 숨어버리는 연기도 한다. 그런 두 가지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배우로서 존경하고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얘기하자면, 여백과 공백은 큰 차이가 있다. 여백은 참아낸 것이지만 공백은 부족한 거다. 그림에서 여백과 공백이 있다면, 연기에서는 ‘포즈’와 ‘마’가 있다. 호흡을 못 쫓아가면 마가 뜨는 거다. 하지만 알파치노는 포즈가 근사한 배우다. 알파치노 연기 특유의 포즈가 있는데,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나온다. 그 포즈가 정말 매력 있다.(일어나서 연기를 보여줌) 알파치노를 보면, 키 작은 사람이 혼자 이렇게 걷는다. 레스토랑에서 자기 아내랑 파국을 맞으며 돌아다니는 장면에도 이런 게 굉장히 많다. 죽을 때도 마치 연극무대에서 배우가 돌아다니듯 서성거린다. 그런데 사실 그게 굉장히 위험하고 굉장히 보기 거슬리는 행동이다. 잘못해서는 겉멋 든 배우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알파치노는 배우 개인의 매력으로 ‘마’를 ‘포즈’로 바꿔버린다.


주성철: 알파치노를 떠나서 브라이언 드 팔마라는 이름 자체가 그 당시 굉장한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박중훈: 개인적으로 브라이언 드 팔마의 실패작까지도 마음에 든다. 백미는 <스카페이스>와 <칼리토>, 최근 <미션임파서블1>까지 포함해서. 드 팔마의 영화는 군더더기 없고, 저속한 표현이지만 한마디로 쌈박하고 힘있다.

주성철: “지금 관객들은 괴롭힘을 당하길 원하는데, 드 팔마는 여전히 관객을 유혹하려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기억난다. 말 그대로 장인 같은 감독이다. 빨리 신작을 보고 싶다. 또 <스카페이스>를 다시 보면서 생각이 난 건데, 코카인을 흡입하면서 콧잔등에 흰 가루 묻히고 있는 장면이 다른 영화들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 그런 식으로 보면, 영화를 좋아하고 배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모방하고 따라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 같다.
박중훈: 사람이 누구를 좋아하고 마음속에 그리고 흠모하면 닮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엔 브라이언 드 팔마와 알파치노가 특정 행동에 영향을 줬다기보다 영화인생을 사는데 있어 큰 영향을 준 사람임에 틀림없다.

관객1: <스카페이스>의 알파치노 연기는 일종의 과잉처럼 보일수도 있는데, 캐릭터와 동화가 잘 되어 영역을 넘어선 연기가 됐다. 그런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메소드 연기처럼 자기를 버려가면서 연기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행동 계획에 따라 철저히 계산을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박중훈: 말씀하신 전제를 보자면, 나는 알파치노의 연기가 과잉된 연기라고 보지 않는다. 다만 과잉된 인물이다. 과잉된 인물을 충실하게 연기한 것이지, 연기가 과잉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여기 영화공부 하시는 분들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영화 연기나 연출엔 법이 없다. 대학교에 영화과가 있는 것이 모순적일 정도로 영화는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기법이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배우는 좋은 신체를 가지고 건강한 상태로 인물을 이해해야 한다. 연기의 사전적 정의는 ‘주어진 가상을 현실로 믿고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다. <스카페이스>에서 알파치노가 어떤 연기법을 썼는지 분석한 적도 않았고 분석할 수도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연기 이론이나 연기법 같은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관객2:
배우로서 연기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혹은 배우관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박중훈: 자기가 이렇다, 라고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를 관객들이 믿는 순간, 공감하는 순간을 좋은 연기라고 한다. 배우가 그 상황을 믿지 못하면 아무도 믿지 않는다. 클로즈업으로 확대하면 실제 크기의 3000~6000배가 확대된다. 관객들은 그걸 어두운 곳에서 선명하게 본다. 배우의 연기가 겉도는지, 거짓말인지 금방 알아내는 거다. 연기에 있어서는 배우가 그 상황을 믿어야 한다. 가끔씩 생각했던 것보다 떨어지는 감독들이 있다. 그때부터 참 미치는 거다. 내가 못 믿는데 어떻게 연기가 되나. 그때가 제일 곤혹스럽다. 그럼 애매한 상태에서 연기를 한다. 그렇게 되면 아주 고통스럽다. 그런 느낌을 많이 받은 영화일수록 안 됐다. 그런데 현장에서 소름이 끼칠 정도로 믿기는 상황이다, 이러면 감독 말 들을 필요도 없다. 내가 느꼈으니까. 진짜는 그 마음을 가지고 있냐, 없느냐다. 물론 그걸 표현하는 방법은 배우가 찾아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근본은 배우가 감정을 느껴야하는 것이다.

관객3: 원작도 봤는데 브라이언 드 팔마의 <스카페이스>가 더 좋았다. 이런 영화를 좋아하면서 갱스터 영화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민이 있다. 폭력적인 면이 나오는 와중에도 기본적인 도덕관념이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그런 지점에서 이 영화는 어떤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나.
박중훈: <스카페이스>는 한 인간의 욕망의 끝을 굉장히 강한 서사로 그린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런 주제 의식이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는 경우에는 폭력적인 영화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의미전달이 잘 되어 폭력적인 묘사가 용인이 된다. 한마디로 선정적으로 이용하느냐의 차이다. 다른 예를 들면, 성인 남녀가 육체적인 관계를 갖는 것은 삶의 한 부분인데 그것이 확대되어 강조되는 경우는 에로 산업영화라고 하지 않나. 폭력도 개연성이 있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스카페이스>에서는 토니 몬타나가 형벌을 받는다. 가족을 잃고 스스로 파멸의 길로 접어 들어간다. 권선징악을 당한 거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관객4:
영화를 공부하는 건 아니지만 영화 산업에서 일을 하고 싶다. 사소한 것들부터 시작해서 국내 영화 산업이 더 잘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중훈: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영화를 사랑하지 말라는 것. 애국심으로 봐주면 얼마나 지겹고 귀찮은 일인가. 그걸 봐줘야 할 이유가 없다. 두 번째는, 재미없는 영화는 철저하게 외면해야 한다는 것. 조금만 잘못되면 바로 지적해야 한다. 영화인들을 그렇게 몰고 가야 한다. 한국 영화는 절대 애정을 갖고 보면 안 된다. 그냥 영화로 보면 된다. 물론 내가 나온 영화도 포함해서 자유롭게 채찍과 당근을 주길 바란다. 다만 배급에서 독과점이라든가, 제도에 대한 논의라든가 하는 것들은 애정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주성철: 정말 오랜만에 순도 100퍼센트의 영화를 본 것 같다. <뜨거운 오후>의 알파치노가 생각난다. 요즘엔 그런 연기가 없어서 그립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린다.
박중훈: 스무 살에 배우로 데뷔해서 27년 동안 40여 편의 영화를 찍었다. 그 긴 세월동안 가장 많이 내뱉은 단어가 ‘관객’이다. 영화는 관객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관객이 있어야 존재하는 게 영화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분들 중 <스카페이스>가 궁금해서 오신 분들, 옛날 향수를 다시 느끼고 싶어서 오신 분들, 저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오신 분들, 어느 분들이든지 전부 다 감사드린다.

정리|송은경 관객 에디터 사진|최용혁 자원 활동가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ss 2012.02.24 15: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984년 피카디리극장에서 50분정도 분량을 삭제한 채로 개봉했어요

가정과 결혼이라는 주제를 끊임없이 탐구해온 오즈 야스지로 감독 자신은 평생 독신이었다. 일본 소시민 가정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준다는 평가는 맞는 말이지만 이것만으로 오즈 영화의 세계를 설명하기는 무리다. ‘무리’(無理)라는 단어는 오즈의 대사에 자주 등장하는데 어쩌면 오즈가 ‘이치’(理致)란 무엇인지 항상 고민했던 증거인지도 모른다. 평범한 삶에서 그가 발견한 이치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어 주어진 시간을 보내는 인간 조건이다. 단지 일본적인 삶의 풍경만을 잘 그려냈다면 오즈가 이토록 오래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오즈는 인간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결혼과 가정이라는 조건을 존중하고 예의 바르게 그 표면과 이면을 관찰하고 기록하면서도 결코 그 조건에 매몰된 적이 없다.

그의 유작 <꽁치의 맛>(1962)에서 딸을 시집 보낸 아버지는 빈집에 홀로 앉아 “외톨이가 되었군”이라고 읊조린다. 본래 오즈 영화에는 계단이 잘 등장하지 않는다. 계단 입구에 있는 인물들에 이어지는 숏은 보통 마지막 계단을 올라온 모습이다. 그런데 아주 드물게 <꽁치의 맛>에서는 텅 빈 계단을 화면 가득 담고 있다. 그의 영화에서 낯선 이 이미지는 오즈 영화세계의 마침표처럼 느껴진다. 존재하되 보이지 않았던 계단은 생각보다 넓고 공허하다. 겉으로 보기에 오즈의 영화는 결혼에 필사적이다. 그러나 결혼에 뒤따르는 결말은 가족의 이별이다.

역시 딸을 시집 보내는 아버지가 등장하는 <만춘>(1949)에서 아버지는 결혼 자체가 행복이 아니라 행복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삶을 엮어가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이 말에 깊은 울림이 느껴지는 것은 딸의 결혼으로 아버지의 가정이 해체되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딸의 결혼이라는 경사가 “젊은이는 떠나고 늙은이만 남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쓸쓸함을 바탕으로 성사된다는 것을 오즈는 꿰뚫고 있다. 그래서 오즈는 지독한 허무주의자이자 철저한 현실주의자이다. 홀아비인 아버지가 딸을 시집 보내는 이야기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아버지를 혼자 두고 떠나기 가슴 아픈 딸은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아버지는 딸을 시집 보내야 하는 줄 알지만 역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주위의 권유로 뒤늦게 혼처를 찾아보지만 처음 낙점한 사람에게는 이미 정혼한 상대가 있고 아버지는 모든 일에 때가 있음을 각성하고 혼사를 서두른다. 딸은 결혼하고 아버지는 홀로 남는다.

40, 50년대 대표작과 후기 컬러영화 14편 상영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이번 오즈 야스지로 회고전에는 총 14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무성영화부터 흑백영화, 컬러영화에 이르기까지 총 53편의 영화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 그의 필모그래피 중 40, 50년대 대표작과 후기 컬러영화들이 상영 목록이다. 칸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동경이야기>(1953)를 비롯해 그의 대표작인 계절 시리즈 <만춘> <이른 봄> <맥추>가 모두 상영된다. 이번 회고전의 특징이라면 상영작의 절반이 후기 작품이라는 점이다. 흑백영화 마지막 작품 <동경의 황혼>(1957) 이후, <피안화>(1958)부터 이어지는 컬러영화 시대 작품 6편이 모두 상영된다. 오즈의 컬러영화를 볼 기회가 없었던 관객이라면 이번 행사는 전체를 볼 수 있는 기회다. 이 시기 작품은 이전 영화에서 이미 다루었던 것을 반복하되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는 차이를 보여준다. <피안화> <가을햇살>(1960), <꽁치의 맛>은 모두 딸을 시집 보내는 이야기인데 <가을햇살>은 아버지 대신 남편과 사별한 엄마가 등장한다. 오즈 영화의 히로인이자 <만춘>에서 혼기를 놓친 딸 노리코로 나왔던 하라 세쓰코가 엄마로 나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물론 당시 여성의 결혼적령기가 24살이라는 영화 속 묘사도 인상적이다. 이 세 영화는 아버지 동창들이 등장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같은 배우에 극중 인물의 이름도 되풀이될 뿐 아니라 술집 주인도 같은 여배우가 등장한다. 장년이 된 남자 동창들은 단골 술집에 모여 딸들의 혼사문제를 걱정하고 젊은 시절 로맨스를 추억하거나 새 장가든 친구를 골려 먹는다. 술집 여주인에게 던지는 짓궂은 농담까지도 늘 비슷하다. 오즈 영화에서 아버지의 초상은 이들 후기작에 가장 진하게 표현된 것 같다. 아버지의 모습이 좀더 세속적이 된 만큼 아버지의 회한도 깊어진다.

<부초>(1959)와 <고하야가와가의 가을>(1961)은 둘 다 나카무라 간지로가 주연으로 등장하는데 그가 맡은 배역의 성격도 흡사하다. 초기작 <부초 이야기>(1934)를 다시 만든 <부초>는 유랑극단 배우가 자신의 옛 애인과 아들을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오즈 영화에 종종 보였던 가부키 공연은 여기서 더 자세히 묘사된다. <부초>가 부자 상봉과 화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고하야가와가의 가을>은 훨씬 유아적이고 이기적인 양조장 주인의 삶 자체가 흥미롭다. 몰락해가는 양조장을 소유한 그는 젊어서부터 난봉꾼으로 유명하다. 죽는 순간에도 “이게 끝인가?”라는 자기 말만 한 그는 옛 애인과 딸을 다시 만나지만 부녀간의 진정한 화합은 없다.

<안녕하세요>(1959)는 이번 상영작 중 가장 초기작 <태어나기는 했지만>(1932)과 같은 계열의 영화로 아이들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옹기종기 모여 사는 소시민의 가정을 들여다본다. 동네 아이들은 카바레에서 일하는 젊은 부부 집에 TV를 보기 위해 드나들고 아이들의 부모는 그런 아이들을 야단친다. 일본 최초의 리얼리즘영화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 <태어나기는 했지만>에서 소시민 가장의 권위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아이들은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가 사회에서는 말단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지만 이를 계기로 가족은 서로 이해하고 아이들은 자란다. <이른 봄>(1956)과 <오차즈케의 맛>(1952)은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로 부부관계의 본질을 질문한다. 항상 믿었던 남편의 다른 모습을 발견한 권태기의 아내가 자신에게 정작 중요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깨닫고 중심을 찾는 이야기다. <오차즈케의 맛>의 아내는 처음으로 남편과 부엌에 들어가 소박한 밥상을 차리면서 부부에게 중요한 것은 오차즈케의 맛처럼 특별할 것은 없지만 질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오즈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액션이다. 너무나 일상적이고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이 행위를 끝없이 반복해 보여주면서 오즈는 문자 텍스트로 표현할 수 없는 영화적 성취를 이룬다. 가족이나 친구가 모여 음식을 먹고, 퇴근 뒤 목욕을 하고, 때로 산책을 나서는 일상이 모여 인생이 되고 우주가 되는 순환의 원리를 일깨워주기에 그렇다. 

이번 상영작 중 <무네카타 자매들>(1950)과 <동경의 황혼>(1957)은 다소 예외적인 작품이다. 신문연재소설이 원작인 <무네카타 자매들>은 오즈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 감정 절제가 덜하다. 동시대 나루세 미키오 영화의 히로인이 총출연하는 이 영화는 자매가 주인공인데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언니의 옛 애인이 돌아오면서 갈등이 심화된다. <동경의 황혼>에는 가출한 엄마, 이혼한 큰딸, 혼전 임신한 막내딸 등 오즈 영화의 어떤 여성들보다 파격적인 인물들이 나온다. 흑백영화 시대를 마감하는 이 영화는 이후 펼쳐지는 컬러영화들보다 훨씬 우울한 분위기다.

이번 회고전 기간에는 세번의 강좌가 포함되어 있으며 <태어나기는 했지만> <무네카타 자매들> <동경이야기> <이른 봄> <부초> <고하야가와가의 가을> 등 6편의 영화는 무료 상영된다. 

글/이현경_영화평론가

* 영화전문주간지 씨네21에서 발췌 게재한 글입니다.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

옥수수밭 한 가운데의 교회. 머리를 얌전하게 빗어 넘긴 목사 썬더볼트(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근엄하게 설교를 하고 있다. 그러다 마치 타란티노의 <킬빌2>(2004) 한 장면처럼 중년의 사나이가 교회로 들어와 목사를 향해 총을 쏘기 시작한다. 엉겁결에 달아나던 목사는 라이트풋(제프 브리지스)의 차를 얻어 타게 된다. 썬더볼트는 목사가 아니라 전설의 은행 강도이며, 한국전에서 돌아와 그저 백수로 지내는 말썽장이 라이트풋은 이제 막 그 차를 훔쳐 달아나는 상태였다. 그때부터 두 사람의 이상한 여행이 시작되고, 곧 또 다른 두 남자 레드 리어리와 에디 구디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들은 썬더볼트가 돈을 빼돌렸다고 굳게 믿는 남자들이다. 그렇게 사기꾼이 목사로 행세하는 교회는 낯선 사람에 의해 난장판이 되고 훔친 차는 떠돌이 남자들의 발이 된다. 그런 간략한 얼개만으로도 마이클 치미노는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황량한 풍경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쓱쓱 써나간다. 영화가 사기꾼이 설치는 교회에서 시작해 돈이 숨겨진 학교에서 끝나는 것도 무척 의미심장하다.

영화 속 에디의 말을 빌자면 (영화의 원제이기도 한) ‘썬더볼트와 라이트풋’은 ‘멍청한 마을의 이상한 녀석들’이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무법자’ 캐릭터는 물론 직전까지 <더티 해리2: 매그넘 포스>(1973)를 성공시키며 ‘더티 해리’ 캐릭터까지 덧씌운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역시 <배드 컴패니>(1972)에서 사기꾼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 ‘젊은’ 제프 브리지스는 기존 캐릭터 이미지와 맞물려 매력적인 시너지 효과를 낸다. 총이 있음에도 굳이 맨손 대결을 자청하는 레드, 전혀 도움이 안 돼 늘 구박만 당하는 운전수 에디 등도 이상하긴 매한가지라 <대도적>은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기이한 강탈영화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얼떨결에 힘을 합치게 된 네 남자는 금고를 털기 위해 머리를 맞대게 된 것. 사실 별다른 이유 없이 제프 브리지스가 여장을 하면서까지 세밀하게 준비하고, 거대한 박격포가 등장하는 금고 파괴 장면에 이르기까지 그 범행 과정 역시도 여타의 강탈영화와 비교해도 독특하다.

<대도적>은 마이클 치미노가 이후 만든 <디어 헌터>나 <천국의 문>과는 큰 연관관계를 찾아보기 힘든 버디무비다. 어쩌면 영화평론가 로빈 우드의 얘기처럼 “<디어 헌터>나 <천국의 문>을 만들 만한 야심과 대담함을 예상할 수 없었”기에 더 흥미로운 영화가 바로 <대도적>일지도 모른다. 변칙적인 내러티브와 배배 꼬인 장르적 컨벤션,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제프 브리지스가 만들어낸 생생한 캐릭터가 그야말로 톡톡 튄다. 1960년대 말 <이지 라이더>(1969)와 <미드나잇 카우보이>(1969), 그리고 <내일을 향해 쏴라>(1969)를 통해 결정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남성 버디무비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제리 샤츠버그의 <허수아비>(1973), 로버트 알트먼의 <캘리포니아 스플릿>(1974) 등으로 이어졌는데 로빈 우드는 <대도적>을 위 두 작품과 한데 묶으며 “기존 버디무비들을 통해 확립된 원칙들의 변종으로서 가장 뛰어나고도 특이한 작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오랜 세월만큼 반가운 얼굴들도 많다. <총알 탄 사나이> 시리즈의 또 다른 할아버지로 기억되는 조지 케네디를 비롯, 제프 브리지스가 처음으로 유혹하는 여자로는 TV 시리즈 <듀크 오브 해저드>에서 섹시한 데이지 듀크를 연기했던 캐서린 바하, 제프 브리지스와 잠깐 일을 같이 하는 단역으로 게리 부시가 출연한다.

글/주성철(씨네21 취재기자)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

루키노 비스콘티 특별전


최근 이탈리아영화의 약진을 보면 이미지의 힘과 우아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탈리아 특유의 고풍스럽고 귀족적인 분위기를 아름답게 잡아낸 일련의 영화 속 아름다운 화면들은 일정 부분 루키노 비스콘티의 미학적 성취에 빚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감히 말하건대 루키노 비스콘티는 리얼리스트이다. 단지 그가 네오리얼리즘의 태동을 알린 <강박관념>(1943)의 감독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후기 대표작으로 익히 알려진 <베니스에서의 죽음>(1971)의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화면들을 떠올려볼 때, 이러한 선언에 선뜻 동의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가 진정 리얼리스트인 까닭은 영화에 자신을 온전히 투영해냈기 때문이다. 네오리얼리즘의 선구자에서 출발하여 극단적 탐미주의까지, 작품의 폭넓은 스펙트럼은 스스로의 삶이자 인생 그 자체이다. 낭만과 퇴폐에 익숙한 귀족 가문의 자제로서, 행동하는 공산주의자로서, 그리고 솔직했던 동성애자로서, 타인도 자신도 속이지 않았던 그의 정직함이야말로 그를 모든 리얼리스트들의 위에 설 수 있도록 허락한다. 오는 3월10일부터 20일까지 열흘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루키노 비스콘티 특별전’을 통해 이러한 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특별전은 지난해 가을 있었던 비스콘티 특별전에서 소개되지 않았던 6편의 작품을 중심으로, 리얼리즘 형식 안에 존재하는 인간적 감성의 실재를 포착한 비스콘티의 진정한 미학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안나 마냐니의 극성스런 모성연기가 돋보이는 <벨리시마>(1951)는 어린 연기자 딸을 둔 엄마 막달레아를 통해 영화산업의 생리를 비판하는 네오리얼리즘 색채의 영화이다. 비교적 단순한 모녀간 멜로드라마를 흥미로운 현실비판으로 이끄는 것은 쇼비즈니스의 추악한 현장의 생생함을 잡아낸 비스콘티의 세밀한 관찰력이다. <흔들리는 대지> <레오파드>와 함께 시칠리아 삼부작 중 하나로 불리는 <로코와 그의 형제들>(1960)은 핍박받는 노동자 계급의 악순환을 담담히 포착한 네오리얼리즘의 걸작이다. 남부 이탈리아에서 북부 시칠리아로 이주한 가족의 삶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단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아름다울 준비를 마친 화면들을 제시함으로써 이후 탐미주의로 나아갈 징후들을 드러낸다.

독일 삼부작으로 불리는 <저주받은 자들>(1969), <베니스에서의 죽음>(1971), <루드비히>(1972)는 이번에 모두 상영된다. 1960년대 중반 이후 탐미주의로 전환한 비스콘티 극적인 변화의 끝에 있는 이 세 작품은 비스콘티의 인생, 취향, 문화적 자의식을 모두 투영한 비스콘티 미학의 완성을 보여준다. 익히 알려진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의 미학적 성취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4시간에 걸쳐 바바리아의 왕 루드비히 2세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다룬 대작 <루드비히>는 실로 극단적 유미주의의 절정을 이룬다. 실제 그의 마지막 연인이기도 했던 헬무트 그리엠이 출연한 <저주받은 자들>은 1930년대 독일의 재벌 에센벡가의 비극적 사건에 대해 다루는데, 이탈리아가 아닌 독일 나치가 배경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그의 마지막 작품인 <순수한 사람들>(1976) 역시 비스콘티 스스로 끝내 공개되는 것을 보지 못했던 유작이라는 주목할 만한 사실 이외에도 최근 이탈리아영화의 화려함과 가장 밀접한 감성을 보여주는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글: 송경원 영화평론가)

* 이 글은 영화전문주간지 씨네21 794호에 실린 기사를 발췌 게재한 것입니다. 원본은 씨네21 794호 96p나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1002005&article_id=65127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

서울아트시네마, 개관 8주년 기념 및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 위한 후원의 밤 성황리에 개최


2010년 5월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가 개관 8주년을 맞이했다. 이를 기념해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극장에서 제대로 감상하기 힘든 상황에 빠진 동시대의 뛰어난 영화들을 소개하는 ‘개관 8주년 기념 영화제’가 진행 중이다. 이 영화제는 근래에 보기 드물 정도로 많은 관객이 찾아들면서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영화제가 한창이던 지난 20일 저녁, 서울아트시네마의 여덟 번째 생일을 축하함과 동시에, 최근 서울아트시네마를 후원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인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가 열렸다. 마뇰 드 올리베이라 감독의 <금발 소녀의 기벽>을 상영하고 후원의 밤 행사 이후에, 로비에서의 리셉션까지 이어진 뜨거운 현장을 담아보았다.

지난
5 20일 서울 유일의 민간 비영리 시네마테크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마의 개관 8주년을 기념하여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가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에 열린 후원의 밤 행사는
사람으로 치면 이제 초등학생이 된 서울아트시네마의 생일을 축하하고, 그간 서울아트시네마에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 후원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10주년이 되는 2012년까지는 서울에 안정적인 시네마테크 전용관 공간을 마련하자는 뜻을 모아 마련된 것. 이날 행사에는시네마테크의 친구들대표인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배창호 감독, 정윤철 감독, 김종관 감독, 이춘연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이사장, 이유진 영화사 집 대표 등 영화인들은 물론 하이트맥주, 하퍼스 바자 코리아, 씨네21 등의 후원사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1
부 행사로는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간략한 행사소개와 인사말이 이어진 뒤 마뇰 드 올리베이라 감독의 2009년 작인 <금발 소녀의 기벽>이 상영됐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는올리베이라 감독이 100살이 넘었다. 8살이 된 시네마테크도 올리베이라 감독처럼 오래 장수하고 싶어 개관 8주년 기념 상영작으로 선택했다“100살을 넘기고도 작품활동을 계속하는 올리베이라 감독처럼 서울아트시네마가 오래 지속되기를 기원하는 의미의 상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짧은 휴식 후 저녁 8시 반부터는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의 박미영 사무국장과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진행으로 후원의 밤의 본 행사가 이어졌다.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오늘 행사는 후원의 밤이라는 이름 때문에 마치 후원금을 내야 하는 행사 같지만, 사실은 여덟 살 먹은 서울아트시네마의 생일잔치”라고 말했고, 박미영 사무국장은 “오늘 행사는 후원을 해주신 분들을 모시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마련했다”고 이번 행사의 취지의 밝혔다. 이후에는 행사장을 찾아주신 내빈 소개와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최정운 대표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최정운 대표는 영화를 사랑하며 시네마테크의 문화적 가치를 제대로 이해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8주년을 기념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시네마테크를 후원해주시는 영화인 여러분들의 정성에 감사하는 특별한 자리이니 부담 없이 즐기시면 좋겠다며 맥스 광고 촬영과 하퍼스 바자 화보 촬영, 씨네21 15주년 기념 촬영에 대한 영화인들의 정성, 그리고 모금활동을 벌인 관객들의 정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 다음으로는 그간의 후원금 활동에 대한 보고가 있었고
, 국내 내노라 하는 감독과 배우 12인이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촬영한 맥스 맥주 광고를 감상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아직 방영되지 않은 공효진, 하정우의 출연 분량을 제외한 4편의 작품과도 같은 광고를 많은 사람들이 호탕하게 웃으며 감상했다. 이 자리에서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이 광고를 극장에서 틀면 절대로 극장에 안 오겠다고 말한 출연 감독들이 있었다고 말해 장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이어서 본 행사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한 ‘서울아트시네마 8년의 기억’이란 제하의 영상이 상영되었다. 5분여의 이 짧은 영상은 지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개막식 때 관객들을 감동의 물결에 젖게 했던 배창호 감독의 축사가 배경에 깔린 채, 시네마테크 사태 때 관객들이 보내주었던 후원릴레이 글귀가 함께 어우러져 시네마테크를 되새겨볼 수 있는 애조적인 영상이었다. 객석에서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도 있었다.

또한 이날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는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위해 뜻을 함께 모은 하이트맥주 신은주 상무
, 박찬욱 감독, 하퍼스 바자 전미경 편집장, 씨네21 등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씨네21측 대표로 감사패를 받은 주성철 기자는 “키노와 필름2.0이 폐간됐던 기억이 있는데, 정말 하고 싶고 자기가 해야만 할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중단해야만 할 때의 감정들이 있다. 시네마테크는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 씨네21도 서울아트시네마도 앞으로 잘 해나가자”고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광고에 출연한 감독과 배우들이 전혀 돈을 만지지 못했다는 사실을 세상에 널리 알려 달라”며 웃음을 자아냈고, “회고 영상을 보니 애잔한 마음이 든다. 그 동안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더 이상 소극적으로 기다리지만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앞으로 10주년, 20주년에는 비장한 회고담이 아닌 즐겁고 행복한 무용담을 나누자”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한편 이날 행사 마지막 순서로는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에 대한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프리젠테이션도 있었다. 10주년이 되는 2012년까지는 반드시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건립하자는 기치 아래 “2012 Cinematheque Project: From Art Cinema to Museum”이란 슬로건을 내건 프리젠테이션 시간에 서울아트시네마측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마의 역사를 비롯해 공간 마련을 위해 노력중인 외국의 시네마테크 사례들을 발표했고,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왜 필요한지 그 필요성과 구체적인 공간기획을 발표했다. 10주년을 시네마테크 전용관에서 맞이하고 싶다는 염원이 담겨진 이 프리젠테이션은 영화문화 환경 조성과 영화의 예술문화적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의 이상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행사의 대미는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이사장이자 제작사 씨네2000을 이끌고 있는 이춘연 대표가 장식했다. 이춘연 대표는 “그 동안 시네마테크는 지루하고, 뭘 해도 어설프며, 축 처진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영화진흥위원회 관련 사태를 보며, 이 중요한 일들을 하는 후배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전히 지루하게 여겨지지만, 힘을 계속 실어주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오겠다. 빨리 전용관을 만들어 이 문제를 털어버리자”고 말하며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다. 30여분 동안 이어진 후원의 밤 본 행사가 끝난 후에는 극장 로비에서 리셉션이 열렸다. 출장뷔페의 풍성한 먹거리, 그리고 영화인‧ 영화광들의 맥주로 자리 잡은 맥스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삼삼오오 모인 많은 사람과 함께, 감사하는 마음과 앞으로의 희망과 다짐의 말들이 뒤섞이는 활기 넘치는 시간이었다. (박영석)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