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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11 스파게티 웨스턴의 불량한 매력 (1)

한겨울의 클래식 영화사 강좌 [3] 

지난 1월 7일 한겨울의 클래식 상영작 중 <내 이름은 튜니티> 상영 후에 세 번째 영화사 강좌로서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강좌가 이어졌다.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 전체를 포괄하기 보다는 ‘포스트 세르지오 레오네’를 중심으로 진화한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를 살펴보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오간 그 현장을 전한다.


주성철(씨네21 기자):
오늘 주제는 ‘스파게티 웨스턴의 불량한 매력’이다. 처음에 제목 정하면서 주어진 시간 안에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 전체를 포괄하기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면 어떻게 좁힐까 하다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예전에 레오네 영화를 했었기 때문에 ‘포스트 세르지오 레오네’ 그런 이야기로 서두를 열고자 한다. 스파게티 웨스턴은 정치적으로 말하자면 이탈리아 웨스턴이라고 하는 게 맞다. 그 당시에 이탈리아 웨스턴 영화들이 스페인에서도 만들어졌다.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제작비를 아끼려고 스페인의 황야에 와서 영화를 찍고 돌아갔다. 그래서 스페인의 영화인들이 우리도 저렇게 찍어보자고 해서 웨스턴이 만들어지고, 독일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웨스턴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 영화들은 전부 내수용이었다. 예를 들자면 그 당시에 우리나라의 <북청물장수> 같은 영화들이 우리나라에서 만 즐기는 영화였지, 홍콩으로 가진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 이후 굉장히 많이 만들어 지게 되는데 아시아에서도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주로 한국과 일본에서는 마카로니 웨스턴이라 부르고, 북미지역에서는 스파게티 웨스턴이라고 불렀다. 스콜세지는 누벨바그, 네오리얼리즘에 맞먹는 사조로 이탈리아웨스턴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하면서 이탈리아웨스턴을 쓰자는 주장을 했다. 왠지 스파게티 웨스턴은 낮게 보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아무튼 대중들에겐 스파게티 웨스턴이 익숙하기 때문에 오늘 이야기를 할 때 스파게티 웨스턴이라 하려고 한다.

올해 나온 책 중에 배리 랭포드가 쓴 영화의 장르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을 보면 서부극은 서부 개척지의 생활양식 같은 것들이 밀접하게 되어있는 미국의 로컬 한 장르인데 단지 황무지라는 공간의 특성만 가지고 유럽, 아시아 등 왜 전세계로 퍼져 나갔을까? 그런 재미있는 분석을 했다.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가 나온 시기는 이탈리아 영화계의 전성기였다. 그 때 웨스턴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그 당시 페플룸(고대 로마, 그리스 당시에 입었던 의상에 착안해서 만든 영화) 이라는 장르가 막대한 예산과 세트를 바탕으로 해서 쇠퇴해 갔다. 그런데 이 페플룸이 쇠퇴해 나가는 시기랑 스파게티 웨스턴이 도래한 시기랑 교차한다. <황야의 무법자> 이후에 스파게티 웨스턴 만들어진 통계를 보면, 일년에 만드는 영화편수의 3분의1 이었다고 하니 굉장히 많이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영화는 배우가 출연하는 것이다 보니 한 배우가 출연할 수 있는 영화에 한계가 있다. 홍콩도 그렇다. 그 당시 모든 영화는 주윤발에게 시나리오를 줬는데 주윤발이 나오지 않는 영화는 다른 사람에게 갔다. 같은 맥락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모든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니, 그 뒤에 리 반 클리프가 다른 영화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모든 배우를 똑 같이 출연 시킬 수 없어서 영화의 레벨이 나누어지게 된 것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다.




스파게티 웨스턴을 세가지 측면에서 정의를 하자면, 가장 첫 번째로 윤리적인 측면의 부재 혹은 주인공의 타락이다. <수색자> 이전의 영화들을 보면 기병대의 정의, 가족을 지키는 수호가 있다. 그러나 <튜니티>에선 형제끼리 총을 쏜다. 그런 세속적인 인물들에 대한 매혹이 스파게티 웨스턴의 가장 중요한 성격 인 것 같다. 그 다음으로는 기존 웨스턴 장르에 대한 과장과 풍자라는 생각이 든다. 웨스턴의 가장 큰 매력은 액션이다. 그럴 때 다른 사람이 쓰지 않는 기술을 영화에서 쓰는 게 영화를 부각 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세르지오 코르부치는 <장고> 에서 기관총을 등장시킨다. 그걸 눈 여겨본 셈 페킨파가 <와일드 번치>에서 똑같이 쓴다. 정통 웨스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탈리안 웨스턴이 만들어졌는데 그걸 미국에서도 베껴 쓰는 걸 보면 엄청난 혼용이 일어나고 있는걸 볼 수 있다. 90년대 할리우드 영화 <퀵앤데드>를 보면 할리우드 웨스턴이라기보단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또 <황야의 대추적>에선 마지막 액션 씬에 단검을 던지는 싸움 장면이 있다.
<튜니티>는 서부극이라고 하긴 민망할 정도로 마지막에 패싸움을 한다. 사실 서부극이라기 뭐한 영화다. 그러나 당시 <튜니티>는 이탈리아에서 역대 최고흥행작으로 남았던 영화다. 그리고 그 기록이 깨지는데 10년이 걸렸다. 2년 뒤에 나온 <튜니티라 불러다오>는 그 해 최고 흥행 기록를 세웠지만 1편은 넘어서지 못한다. 그리고 <튜니티> 의 형제 버드 스펜서와 테렌스 힐은 이후에도 같이 영화를 많이 찍었다. 두 사람의 인기요인은 할리우드로 치면 백인남자 흑인남자의 우정. <리셀웨폰>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파게티 웨스턴의 다른 매력을 말하자면 기존의 다른 감독들이 하지 않았던 동작이라던가 액션만큼이나 영화의 유머가 있다. <튜니티>의 예를 들면 애비 없는 놈들 이라고 하면. “야 맞잖아 참아”라고 하고 “주님의 승낙을 받아야 합니다”라고 하니까 밤비노가 “그럼 빨리 승낙 받아오라”고 한다. 요즘으로 치면 막 던지는 개그를 한다. <튜니티> 시리즈의 코드는 막 던지는 개그와 더불어 허무개그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튜니티> 시리즈의 흥행요인이 전혀 다른 개성의 두 남자가 티격태격 하며 벌어지는 내용이고 기본적으로 스파게티 웨스턴에서 유래하긴 했지만 이탈리아 전통 코미디 양식과 결합한 것으로 생각된다.
테렌스 힐이 보여주었던 개그들은 상당히 웃기다. 나중엔 그 동작을 2편에서 하고, 헨리 폰다와 찍었던 <무숙자> 에서도 한다. 그것이 테렌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것이다. 프랑코 네로가 기관총을 쏘는 모습이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면, 테렌스 힐은 없어 보이는 손동작이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의 뻔뻔한 매력에서 <튜니티>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은 더럽다는거다. 튜니티가 입고 있는 옷은 내복이다. 스스로 튀는 캐릭터를 하려고 그런 거 같다. 그래서 또 등장 한 게 당근이다. 똑 같은 숏에서 <황야의 무법자>는 시가를 물었다면 <튜니티>에선 당근을 먹는다. 당시 이탈리아 관객들은 이걸 보고 <총알 탄 사나이>를 보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스파게티 웨스턴은 태생적으로 불균질한 영화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시기 스파게티 웨스턴은 이전보다 흥행을 해야 하고, 그 중에서 자신들의 영화가 돈을 벌어야 하니까 이상한 캐릭터, 제스쳐 그리고 동작을 끌어안아야 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온갖 디테일과 캐릭터가 엉키게 된다. 그럼 당연히 영화의 레벨이 낮아져야 하는 데, 그런 요소가 본의 아니게 상승효과를 빚어서 좋은 결과로 나오는 경우가 있지 않았나 싶다. 아까 말씀 드린 <와일드 번치>처럼 세르지오 레오네 자신도 다른 동료 들의 영화들에서 영향을 받은 게 있다. <황야의 대추적>을 보면 거의 <석양의 갱들>과 비슷하다. 그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석양의 갱들> 이후에 나온 거라고 생각하고 이 사람이 <석양의 갱들>을 보고 만들었구나 라고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황야의 대추적>이 <석양의 갱들> 보다 앞에 만들어진 영화였다. 그렇게 그들의 영화는 서로 다르게 보이려 하지만 괜찮은 디테일 요소들은 가져오면서 다양한 영화를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제일 처음 웨스턴을 본 것이  TV에서 해준 <튜니티>와 <장고>여서 그전에 나온 <리오 브라보> 같은 영화들이 적응이 안되었다. 거꾸로 웨스턴을 접한 경우다. 이 시기에 꼭 주목해서 봐야 하는 게 <무숙자>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웨스트>의 리 폰다, <튜니티>의 테렌스 힐이 만난 영화다.  헨리 폰다는 정통 웨스턴의 장르의 굉장히 멋진 정의의 수호신인데 그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웨스트> 에서 조폭으로 다루면서 위엄을 해체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무숙자> 같은 경우 감독은 토리노 발레리라고 알려져 있지만, 조감독인 레오네가 거의 다 연출 한 것으로 보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무숙자> 같은 경우는 세르지오 레오네가 스파게티 웨스턴의 전통을 스스로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 느낌이 있는 작품이다. 이전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웨스트>에서 악인인 헨리 폰다를 다시 멋진 남자로 등장시키기도 하고, 스파게티 웨스턴이 시도했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창밖에 있는 남자를 한방에 보내는 장면도 있고 150명의 악당들과 싸우는 장면도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 헨리 폰다가 죽으면서 하는 대사를 보면 “앞으로 자네에게는 더 큰 폭력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다”라는 말을 하고 죽는데 그걸 보면서 레오네가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장르를 자기가 정리를 하고 떠나가는 기분이 들어서 굉장히 뭉클했다. 그리고 그것은 할리우드 갱스터 무비라던가 스릴러 누아르 혹은 샘 페킨파라던지 또 다른 감독의 새로운 웨스턴 영화가 등장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웨스턴장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스파게티가 기존 웨스턴 장르의 기존 공식을 해체하면서 또 다른 장르가 등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라고 볼 수 있다. 호러를 보면 중간에 이렇게 나타났다가 소멸하는 장르는 없다. 그러나 스파게티 웨스턴은 일년에 40~50편이 만들어지다가 생명을 다했지만 여러 장르에 영향을 줬다. 개인적으로 스파게티 웨스턴은 한 순간에 불타올랐지만 자기의 운명을 알고 자기의 자양분을 다른 장르에 넘기면서 사라졌던, 시작과 소멸의 모습이 너무나 짧고 굵었던 장르이기도 해서 좋아한다. (정리: 정태형)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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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관객 2011.01.17 15: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만큼이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