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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25 “혼자만 보긴 너무 아까운 영화다”

[시네토크] 류승완 감독 선택작 마리오 바바의 <미친개들>

지난 23일, 이번 영화제 첫 매진사례를 기록한 류승완 감독의 추천작 마리오 바바의 <미친개들>의 상영 후,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진행으로 언제나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는 류승완 감독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영화의 빠르고 에너지 넘치는 질주 후에 이어진 시네토크 시간, 장내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 담백하고 유쾌했던 현장을 전한다.


주성철(씨네21 기자): 마리오 바바의 <미친개들>(1974)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함께 볼 수 있어 좋았다. 이 영화를 추천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류승완(영화감독): 사실 마리오 바바의 영화를 많이 접해보거나 크게 관심을 둔 편은 아니었다. 2005년에 <주먹이 운다>가 나왔을 때 어떤 교수님이 내게 "당신은 마라오 바바의 <미친개들>의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난 원래 내가 본 영화는 자랑을 하고 싶어 안달하는 편인데 이 영화는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도대체 어떤 영화인가 싶어서 봤는데 무척이나 좋았다. 영어 자막만으로도 영화를 이해해서 뿌듯하기도 했고. (웃음) 친구들 영화제에 추천할 영화를 고민하다가 이 영화를 목록에 썼다. 다행이 필름 수급이 되서 이렇게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어 기쁘다. 혼자만 보긴 너무 아까운 영화다.

주성철:
오늘 상영된 것은 복원판인데, 처음 접할 때 본 <미친개들>도 오늘 아트시네마에서 상영된 버전이었나?
류승완: 워낙 좋지 않은 화질로 봐서 기억이 정확하진 않다. 내가 인상 깊게 느꼈던 장면들은 그대로인 것 같다.

주성철: 원래 이 영화는 마리오 바바가 <남자와 소년>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했는데, 영화사의 부도로 완성을 못했다고 한다. 아들인 람베르토 바바가 손을 봐서 97년에 <미친개들 Rabid Dogs>로 나왔고, 여주인공 리아 렌더가 2002년에 <Kidnapped>란 제목으로 복원했다. 복원판에는 재촬영한 장면들이 몇 있는데, 마지막 유괴범과 엄마의 통화 장면은 나중에 추가된 것이라 한다.
류승완: 맞다. 내가 본 버전에서는 원래 유괴범이 혼자 통화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었는데, 그 엔딩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주성철: 실시간으로 차안에서만 진행되는 스릴러라는 점에서 흥미로운데 어떻게 생각하나?
류승완: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 영화를 찍는 것은 어렵다. 이런 영화를 잘 만들기 위해선 소위 내공이란 게 필요하다. 영화의 진행이 예측 불가능하고 덜컥 나오는 각종 상황들이 급작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럽기 때문에 대단한 것 같다. 저예산의 장르영화로서 인물들의 비정상적인 반응과 성격으로 극을 진행시킨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영화는 단순히 돈으로만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이 영화가 놀라운 점은 시작하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가 빠른 속도로 전개되며 우리를 몰입시킨다는 점이다. 이런 속도감과 함께 관객의 집중도를 끌어내기란 쉽지가 않다. 인물의 사연이나 행동의 원인 등 시나리오 작법에 나오는 원칙들이 사용되지 않고, 인물 묘사가 현재 상황만으로 대체된다는 점에서 하드보일드 문학과도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주성철: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아본다면?
류승완: ‘단검’이 과수원에서 포도를 따먹는 장면이다. 내가 이마무라 쇼헤이의 <복수는 나의 것>에서 좋아하는 장면과 흡사하다. 주인공이 살인 후, 자신의 소변으로 피 묻은 손을 닦고 한손으로는 과수원의 사과를 따먹는 장면이다. ‘단검’의 행동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갑자기 구토를 하고 차를 세워 포도를 따먹고, 과수원 주인을 만나 돈을 쥐어주는 이 모든 장면이 잘 짜여진 이야기 같아도 사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설득된다는 게 신기하다. 처음에 이 영화를 볼 때도 대충 만든 것 같은데 에너지가 넘쳐서 압도당했다. 이 영화는 일반적인 공식을 벗어나 이 영화만의 공식을 만들어간다.

주성철: 제작 당시 돈이 부족해지자 7~8년 정도 촬영감독으로 일한 경험이 있던 마리오 바바가 직접 촬영감독으로 나섰다고 하는데, 차 내에서 카메라를 앞뒤좌우 할 것 없이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법이 놀라웠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류승완: 광각렌즈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에서 엘 마리아체의 느낌이 난다. 예산 때문에 핸드 핼드 카메라를 쓴 것이 오히려 영화 전체의 일관된 형식을 잡아주며 느낌을 살린다. 광각렌즈를 시종일관 사용하면 경박해 보이면서도 이상한 활력을 가져다주는데, 약간의 싼 티와 거친 느낌이 잘 표현된 것 같다.

주성철: 배우들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특히 ‘32’ 나 ‘단검’의 미친 개 같은 연기나, 마지막 반전을 이끄는 착해 보이기만 하는 유괴범의 연기가 강하게 다가왔다.
류승완: 처음에 나도 연기에 대한 얘기를 듣고 추천을 받았는데 연기에 매혹되기 보단 배우들 캐스팅에 관심이 갔다. 나는 마지막 반전을 알고 보는 데에도 그의 선량한 생김새 때문인지 최후의 나쁜 놈인 운전하는 인질에게 감정이 이입됐다. 요즘 나는 얼굴과 상황만 봐도 답이 나오는 쉬운 영화가 좋다. 한마디로 설명 없이도 역학구도가 딱딱 나오는 그런 영화가 좋다. 이 영화에서 또한 캐릭터 설정에 딱 들어맞는 정확한 얼굴들이 흥미로웠다. 또한 옥수수 밭 전신 샷을 볼 때 이탈리아인의 기럭지에 감탄을 했다. (웃음)

주성철:
결말의 반전을 알고 보니 새로이 발견되는 재밌는 장면들이 많다. 예를 들어 여자가 아이를 병원에 대신 데려가겠다고 하는 장면이나 그녀가 강도들에게 차는 가지고 인질들을 풀어 달라고 할 때, 운전자, 즉 최후의 승자인 유괴범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상상하게 되더라. 신기한 점은 반전을 알고 봐도 몰입이 되더라는 것이다.
류승완: 그렇다. 반전을 알고 보면 재밌는 상황들이 꽤 있다. 유괴범도 나름 범죄자인데 강도들이 타서 범죄자 행세를 하니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주성철: 팀 루카스의 「마리오 바바 : 어둠의 모든 색깔」라는 책으로 바바에 관한 사전 조사를 했다. 책의 서문을 쓴 마틴 스콜세지가 말하길 전 세계적 거장인 알프레드 히치콕이나 세실 데밀에 견주어 봐도 마리오 바바는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위대한 감독들과 다른 점이라면, 그는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거장의 자리에 간 것이 아니라는 거다. 스토리텔링이 뛰어났다면 마리오 바바는 남들과 차별화된 좋은 감독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이점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류승완: 서구의 서스펜스 미스터리영화는 도저히 문학으로는 재현될 수 없는 광기가 있고 바바의 영화에는 그런 에너지가 있다.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도 스토리보단 에너지로 나를 사로잡았다. 스콜세지의 <성난 황소>의 오프닝 부분은 너무나도 영화적인 미학으로 파워풀하게 우리를 매료시킨다. 그야말로 ‘영화적이다’라는 말이 그럴 때 쓰이는 것이다. 이 영화도 기승전결보다는 영화적 에너지가 살아있다. 극악무도한 강도들과 여러 비논리적인 상황들로 극을 빠르게 끌고 가는 그 에너지. 핏빛 넘치는 그 시절 70년대 영화들이 그립다.

주성철: 나 또한 감독님과 같이 마리오 바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의 골수팬들은 <미친개들>이 그가 말년에 힘들게 만든 작품으로 여기던데 나는 이 영화가 더 좋았다.
류승완: 마리오 바바는 영화의 테크닉적인 면보다는 사람을 보는 세계관이나 가치관이 특별한 것 같다. 세상을 보는 시선이 남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가 살아있는 이런 영화가 나온 것 같다. <미친개들>은 남다른 에너지가 있는 영화다. 이런 이탈리아 영화들이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것 같다. 길이 막히는 가운데 벌어지는 교통사고 장면은 마치 우리나라 시골길에서 벌어질 법한 풍경이다. 언성 높이고 따지는 모습이 너무 익숙하지 않은가.


관객1: 만일 감독님이 <미친개들>을 리메이크 한다면 어떤 배우들을 쓰고 싶나?
류승완: 현재 한국 영화계는 배우 층이 매우 두텁다. 그래서 딱히 ‘이 배우!’하지는 않을 것 같다. 차안에만 있어도 존재감이 있는 개성강한 배우들을 써야 할 것 같다. ‘단검’은 원빈?! (웃음)

관객2: 영화 속 자리 배치가 흥미로웠다. 그리고 '32'와 '단검' 같은 바보들이 말썽을 부리는 걸 보며 왜 두목은 그들에게 운전을 시키지 않는지 의아했다.
류승완: 사실 그건 마리오 바바에게 물어봐야할 질문이니 뭐라 단언 할 순 없지만, 같은 직업 종사자로서 드는 생각은 있다. (웃음) 운전자가 선량해보여야 톨게이트나 도로를 달릴 때 덜 의심받는다. 그리고 인질을 앞에 둬야 뒤에서 감시를 할 수 있고 상황을 통제 할 수 있다. 나 같으면 두목을 뒷좌석에 앉혔을 것 같긴 하다. ‘32’와 ‘단검’을 뒤에 같이 두니 감정의 격함이 뒷좌석에 집중된 것 같았다.


관객3: <부당거래>를 보며, 개인적으로 전작들보다 더 냉혹하고 잔인하다고 느꼈다.
류승완: 내가 더 악랄해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허나 영화를 대하는 태도는 달라졌다. 이제는 영화를 보는 행위가 두렵다. 너무 뛰어난 영화를 보면 질투가 나고, 못 만든 것 같은 영화를 보면 나도 언제든지 그런 졸작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든다. 직업 감독이 된지 10년이 된 지금, 영화라는 것에 대한 생각이 바뀐 듯싶다. 예전에는 영화가 없으면 죽을 것 같았지만, 지금은 영화가 내 삶보다 중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현장에서 더 이상 안달복달 하지 않는다. 영화는 사람 뜻대로 쉬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 때 조금 편해지고 거리를 두고 보니 시선이 차가워진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계속 바뀌기 때문에 나중에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정리 : 배준영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관객 에디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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