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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07 해빙기 러시아의 전쟁영화
  2. 2010.05.07 러시아 전쟁영화의 서정성

지난 2일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엘렘 클리모프 감독의 <고뇌> 상영 후, '해빙기 러시아의 전쟁영화'란 테마로 경상대 러시아학과 홍상우 교수의 강연이 열렸다. 스탈린 사후의 '해빙기'에 러시아에서는 새로운 미학을 선보인 전쟁영화가 풍성하게 만들어졌는데, <고뇌>도 그 중 하나다. 이번 강연은 러시아의 역사, 정치와도 무관하지 않은 해빙기 러시아의 전쟁영화를 살펴보며 전쟁을 다시금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 현장의 일부를 옮긴다.

홍상우(경상대 러시아학과 교수): <고뇌>는 볼세비키 혁명 50주년 기념으로 만든 작품으로 60년대 완료가 되어야 했으나, 여러 차례 검열에 걸리게 됨으로써 뒤늦게 완성된 작품이다. 80년대에 완료되었는데, 자료마다 완성된 시기가 좀 다르게 표기되기도 한다.

러시아의 전쟁영화는 소재가 다양하고, 완성도나 사유의 깊이는 계속 진전되어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직 다루지 않는 소재들이 있다. 자신들이 가해자였던 체코침공이나 폴란드침공에 대해서는 다룬 적이 없는 것 같다. 러시아 전쟁영화에서는 가상의 적들이 등장한다. 제정러시아 시대에는 일본인이, 2차 대전 시기에는 유대인과 독일인이 적으로 등장한다. 소비에트 정부가 들어서면 자본가나, 귀족계급, 로마노프 왕조를 안 좋게 묘사한다. 전후에는 전쟁에서 돌아온 죄수들을 스파이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었다. 러시아는 2차 대전을 ‘대조국전쟁’이라 부르면서 자신들이 영웅적으로 싸워서 승리했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객관적으로 거리를 두고 2차 대전으로 부른 것은 최근의 일이다. 공식적으로는 전쟁이 끝났으나 아직도 이러저러한 내전은 진행 중이라 할 수 있다. 빨치산을 다룬 영화를 포함한 러시아의 다양한 전쟁영화는 역사에 대한 해석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역사가들이 공식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기존의 숨겨진 역사들을 전쟁영화를 통해 많이 다룬다. 역사적 해석에 있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준 셈이다. 최근에 잘 만들어진 전쟁영화들은 기록에 남아 있던 사실들을 모티브로 삼아서 만드는 경우들이 있다. <어떤 전쟁>과 <즈베즈다>는 러시아 감찰부대에 관한 영화들이다.

러시아의 전쟁영화는 소비에트 영화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소재나 주제가 다양한 만큼 서구에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다. 러시아 전쟁영화의 특별한 위치는 소련의 탄생 배경과 해체 배경과도 관련이 깊다. 또한 실제이야기든 가공한 이야기든지 중앙집권화된 군국주의적 성격이 있는 국가한테는 체제정당성을 옹호하기 위한 토대가 되기도 한다. 전쟁영화는 오락이나 예술의 형태로 공식적인 역사를 전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제작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소재가 되는 것이다.

러시아 전쟁영화는 몇 가지 시기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우선, 1932년까지 러시아는 러일전쟁, 1차 대전, 내전, 그리고 혁명 등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겪었다. 이 시기는 소련영화의 황금시기였는데 전쟁영화가 가장 중요한 장르는 아니었고 주변부 역할에 머물렀다. 스탈린주의 시기에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도입되었는데, 대량숙청이 이루어지는 등 국가에 의한 테러가 빈번하던 시기다. 스탈린은 문화예술 작품에 관심이 높아서 자신이 직접 작품들을 살피기도 하고, 또 심한 검열을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시기를 소비에트 영화 전체의 암흑기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 같다. 통치체제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기는 했지만, 전쟁시기라는 점이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전쟁 중에 만들어진 이러한 영화들의 중요한 진보는 영화가 여성화되고 탈계급적 성격이 보인다는 점이다. 파시스트에 대항하는 여성이나 대중인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들이 많다.

그 다음 시기는 여성화 및 인간화가 더욱 두드러진 2차 대전 시기다. 이른바 대조국전쟁 동안 제작된 영화들은 적에 대항해서 싸우는 여성들, 인민들, 정규군 외에 빨치산을 소재로 하여 만들어졌다. 종전이 다가올 무렵에는 여성이나 비정규부대가 전면에서 물러나고 장군이나 높은 계급의 인물을 다룬 판에 박힌 스토리의 지루한 영화들이 상당기간 등장했다. 전후의 피폐된 현실에서 전쟁에서 싸운 전체 인물들을 다루기보다는 스탈린 본인을 영웅시하는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바로 그 다음 시기가 가장 많이 얘기되는 해빙기다. 64년 이전까지에 해당하는 이 시기에 대조국전쟁을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는 영화들이 만들어졌다. <이반의 어린시절>, <학이 난다>, <병사의 발라드> 등은 탈스탈린화의 덕택으로 만들어진 영화들로, 그 중 <병사의 발라드>, <학이 난다> 그리고, <인간의 운명>(세르게이 본다르추크) 등은 대중성도 상당히 고려해서 만들어진 영화들이다. 이 영화들로 인해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다음이 60년대 후반의 브레즈네프시대 때인데, 2차 대전을 기념비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별로 내켜하지 않았고, <해방>이 시기의 유일한 전쟁영화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이 1970년대로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전쟁영화의 질이 높았다곤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오르기 추흐라이, 알렉세이 게르만, 라리사 셰피트코 같은 재능 있는 감독들이 도전적인 영화를 만든 시기이다. 80년대 중반에 고르바초프의 개혁시도 이후, 85년에서 86년에는 영화산업이 거의 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승 40주년을 기념해 만든 <컴 앤 씨>가 이 시기의 유일한 걸작이다. 90년대 들어서면서는 전쟁영화의 제작은 거의 빈사상태에 빠졌다. 그러다가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들어서서 러시아의 경제가 회복되었고 영화산업도 활발해졌다. 여기에는 푸친이 러시아의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려는 의도도 작용했다. 2001년에서 2005년 동안에는 러시아 문화에 관한 계획이 세워지면서 영화산업에도 많은 돈이 투자되었다.

러시아 영화 전체를 볼 때, 전쟁에서의 승리를 다루는 영화들은 스토리상에서 몇몇 공통점을 가진다. 나치는 야만적인 존재로 묘사되고, 그로 인해 소비에트 인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받았으나 스탈린의 영도 아래 마침내 승리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계급적 영웅주의와 보편적인 고통, 이 두 가지가 대개는 전쟁영화의 내러티브를 구성한다고 이야기된다. 아무리 혁신적인 영화들이라도 이런 자취는 남아 있다. 검열이 언제나 있어왔고, 그런 검열이 오랜 세월 지속됨으로써 자기검열도 또한 있어 왔기 때문이다. 이런 단순한 스토리가 약간 복잡해진 것은 전후에 적군에의 협력 여부를 다루는 내부감찰기관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즈베즈다>가 이러한 영화의 대표적인 예이다.

한편, 서구영화에서의 전쟁영화의 공식은 행복하고 긍정적인 결말로 이루어지는 반면 러시아 영화는 죽음을 강조한다. 이는 전쟁에서 순교임무를 완수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해빙기 영화의 대표적인 세 작품에서도 주인공들은 전부 다 죽게 된다. 러시아 전쟁영화는 이야기가 굉장히 명쾌하고 메시지도 간파하기가 쉽다. 이는 소비에트 체제가 유지되는 한에서 영화가 수행해야 할 임무중의 하나가 선전선동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리: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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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게오르기 추흐라이 감독의 <병사의 발라드> 상영 후, '러시아 영화의 서정성'이란 주제로 경상대 러시아학과 홍상우 교수의 강연이 있었다. 기존 전쟁영화와의 차별성을 보여준 <병사의 발라드>를 중심으로 러시아 영화인들에게 새로운 표현 기회를 준 러시아 전쟁영화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었던 그 소중한 시간의 일부를 옮겨 본다.


홍상우(경상대 러시아학과 교수): 러시아는 20세기 들어서 1, 2차 대전 외에 연방체제의 구성 및 해체과정에서 여러 전쟁을 겪었기 때문에 전쟁영화가 영화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특히, 러시아는 서로 다른 민족과 종교로 구성된 연방체제로 인해 끊임없는 내전에 시달려 왔다. 그래서 지금 현재까지 만들어지는 러시아 전쟁영화는 주제나 소재 면에서 다른 나라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측면이 많다. 또한 아직까지도 러시아 전쟁영화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걸작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해빙기 전쟁영화에서 이뤄낸 혁신적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전쟁영화 중 뛰어난 평가를 받는 영화들의 공통점은 적에 대한 분노나 적에 대항해 싸우는 자국 군인이나 군대의 영웅적 행동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전쟁 자체의 비극성을 다루면서 전쟁당시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사연이나 인간 자체에 관심을 두는 영화들이 높게 평가받았다. 소련에서는 30년대 ‘소비에트 문화예술의 3대 원칙(당성, 인민성, 교육성)’이 발표되는데, 이것이 사회주의국가 전체의 문화예술의 원칙으로 채택되었다. 이 중 인민성은 특정 개인을 영웅시하지 않고 대중이 중심이 되는 문학작품을 만들도록 권고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스탈린집권시기에 스탈린을 영웅시하고 우상화하게 되면서 왜곡되어 인민성의 원칙이 유지되기 힘들었다. 이런 시기에 대한 반동으로 해빙기 때 상대적인 자유화로 새로운 경향의 영화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해빙기 전쟁영화를 서정성의 측면에서 볼 때는 대표적으로 <이반의 어린시절>, <학이 난다>, <병사의 발라드> 등을 꼽을 수 있다. 세 작품 전부 다 기존의 전쟁영화에 반기를 들고 혁신을 이룬 영화들이다. 전체영화사로 볼 때 <이반의 어린시절>이 내용의 혁신 외에도 미학적 형식에서 혁신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 방금 보신 <병사의 발라드>는 전쟁이 끝나고 15년 남짓한 시기에 만들어졌는데, 당시 2차 대전 패전의 상처가 가시지 않았고, 여전히 파시스트에 대한 분노가 강했던 상황에서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멜로드라마 형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놀랍고 혁신적인 영화로 불리운다. <학이 난다>의 경우는 전장에 있는 애인을 배신하는 내용을 다루었기 때문에, 영화가 처음 발표될 당시 언론에서는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세 작품 모두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등 외평단의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이 영화들은 서구사회가 지녔던 스탈린시기 고정관념을 깼다는 점에서 해외의 주목을 받은 것이라 생각된다.

<병사의 발라드>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영화 전체가 알료사라는 한 병사의 이야기를 서정적인 발라드의 느낌을 주면서 진행된다. 전쟁영화에서 듣기 쉽지 않은 경쾌한 분위기의 음악이 영화전체에 흐르는 가운데 영화 사이사이에 삽입되는 기차의 바퀴소리가 일종의 후렴구 역할을 한다. 서정적인 멜로디의 음악과 기차바퀴소리가 조화를 이루면서 영화 전체의 시적인 느낌을 강조한다. 또한 알료사가 영화에서 겪게 되는 페쇄적이고 개별적인 에피소드들은 이러한 역동적이고 리듬감 있는 음악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연결되게 된다. <병사의 발라드>가 기존전쟁영화와 다른 새로운 면모는 영화가 처음 시작될 때부터 드러난다. 이미 전장에서 죽은 알료사에 대한 내레이션으로 영화가 시작되며, 전투장면은 딱 두 번 나온다. 전쟁을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는 알료사가 겪은 사건이나 상황들, 인물들 간의 관계를 보여주면서 휴머니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쟁이 아니었으면 순조롭게 흘러갔을 인간 삶의 모습이 전쟁으로 인해 방해받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영화 초반에 알료사의 어머니가 길을 바라볼 때 알료사의 어머니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젊은 부부가 나오고, 영화의 마지막 내레이션에서는 알료사가 전쟁에서 죽지 않았더라면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를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두고 일부 평론가들은 전장에서의 죽음으로 인해 이루지 못한 한 병사의 사랑과 이후의 삶에 대한 연민을 발라드처럼 표현했다고도 말한 바 있다. 이렇듯 영화 전체를 서정적인 분위기로 만들면서 영화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전쟁이라는 상황에서도 억제되지 않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과 감정이다. 또한 전장이 아닌 후방의 에피소드들을 보여준 것은 전쟁의 고통이 결국 일상에서 살아가는 일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인 것으로도 생각된다.

영화 전체의 서정성은 무엇보다도 알료사의 이미지와 알료사와 슈라의 사랑으로 인해 더욱 더 강조된다. 알료사는 기존 전쟁영화의 영웅적이거나 신화화된 주인공과 달리 전쟁에서 의도치 않게 공적을 세운 평범한 병사이다.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연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것 같은 인물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암호명과 알료사의 성은 작은 새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는 훈장 대신 휴가를 선택하고, 시간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도 남을 도우는 일에 앞장선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그가 벌이는 일들이 일종의 로드무비 형식으로 펼쳐진다. 특히 알료사와 슈라의 풋풋하고 순수한 사랑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감독은 상당히 고심했다고 하는데, 두 주인공이 모두 당시 연기학교에 재학중인 신인배우였다고 한다. 러시아의 평론가들 중에는 이 영화의 성공요인으로 이 두 주연배우를 꼽는 이들도 있다.

두 사람의 사랑은 기차 안에서의 대화와 에피소드들을 통해 발전되며, 기차 밖의 풍경과 두 사람의 풋풋하고 순수한 표정의 클로즈업, 기차바퀴소리, 그리고 서정적인 음악 등이 두 사람의 사랑의 느낌을 더욱 더 서정적으로 전달한다. 특히나 안타깝게 헤어진 후 육교에서 재회한 두 사람이 애칭을 부르기 시작하고, 수돗가에서 음식을 나눠먹고 씻는 장면은 전쟁이란 상황에서도 그들만의 소우주가 만들어지는 느낌을 잘 전달하고 있다. 감독은 주연배우 기용과 관련해서 “관객한테 기억이 분명하게 남아야 한다. 전쟁에 의해 훼손되는 게 아니라 더 깊어지고 심화되는 주인공들의 고양된 사랑을 온몸으로 감정을 실어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알료사는 시적이고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나약한 이미지이기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주류영화의 영웅적인 면모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촉박한 휴가시간에 남을 도와주면서도 이러저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사실상 비범한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결국은 짧은 만남이기는 하지만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알료사의 이런 면모를 두고 유연한 태도로 처한 상황에 대처하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인물이란 평가도 있다. 영화의 내용이 비극적임에도 영화 전체가 서정적이고 밝은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은 살아있고 진실한 인물로 평가받는 알료사의 형상으로 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정리: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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