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새로운 작가 전략' 기획전에 맞춰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이번에 상영하는 데뷔작들을 만든 감독님들과 함께하는 두 차례의 포럼을 마련했다. 그 두 번째 자리가 지난 3월 27일 오후에 ‘지속 가능한 영화 제작에의 질문’을 주제로 열렸다. 최근 2년 사이 동안 데뷔작을 선보인 김기훈, 박진성, 백승화, 신수원, 장건재, 오영두, 홍영근 감독 등 8명의 작가들이 패널로 참여하고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의 진행으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는 데뷔작을 선보인 이후 다음 영화, 또 그 다음 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들기 위한 이들의 고민과 전략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현장의 일부를 여기에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이번에 ‘한국영화, 새로운 작가 전략’이라는 타이틀과 연동하여 두 차례의 포럼을 마련했는데 ‘지속 가능한 영화 제작에의 질문’이라는 주제로 8명의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다. 데뷔작으로 극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운 방식의 기획, 혹은 새로운 방식의 작가 전략을 고민하는 것이다. 이는 서로 다른 생각과 고민을 갖고 있는 개별적인 작가들의 영화가 어떤 특정한 시기에 모여 하나의 연대비행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도 갖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데뷔작을 만들며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영화에 대한 기획들을 하게 됐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작업을 지속해 나가기 위한 자구책은 어떤 것들인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박진성(영화감독): 관객으로서 원래 장르영화, 그 중에서도 공포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 개봉된 웬만한 공포영화는 모두 보는 편이고, 그게 즐겁다. <마녀의 관>에는 인형극 이야기가 나오는데, 제가 아주 어렸을 때 TV에서 일본에서 하는 분라쿠라는 인형극을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들을 가리려는 어떠한 시도도 없이 오히려 그것을 즐거운 경험의 일부로 활용하는 것이 무척 놀라웠다. 그런 기억과 함께 어렸을 때 읽었던 <마녀의 관>이라는 작품이 결합되어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1억 미만의 예산에 비해 효과가 볼만하게 나왔다면 다행이지만, 여러 가지로 요령이나 눈속임 같은 것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것 같다.

김성욱
: 또 다른 공포영화인 <이웃집 좀비>의 경우 특이하게도 집단창작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집단을 구성되게 된 과정은 어떤가? 
오영두(영화감독): 사실 창작집단이라기 보다는 영화를 만들고 나니 이름이 필요했는데, 제 아내가 망고스틴을 좋아해서 그냥 그 앞에 키노만 붙여서 키노 망고스틴을 만든 것이다. (웃음) 일단 저와 장윤정 씨는 부부사이고, 홍영근 씨는 군대에서 만나게 되어 쭉 같이 지내다가 작업을 하게 되었다. 류훈 씨는 <텔 미 썸딩>이라는 영화를 할 때 처음 만났는데 뒤에 다시 만나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의기투합해서 뭔가를 해보자고 한 것은 전혀 아니고, 그 시기에 다들 일이 없어서 집에 있다가 만들게 된 경우라서 크게 계산을 했던 부분은 없다. 저희는 정기적으로 모여서 뭔가 한다거나 하지도 않고, 캐주얼하고 심각하지 않은 관계다. 옴니버스 형식 역시 처음부터 그런 기획을 했던 것이 아니라, 류훈 씨와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 투자가 잘 되지 않아서 집에서 간단하게 단편을 찍되 그것을 한 대여섯 편 묶으면 개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막상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아이디어들이 굉장히 많이 나왔다. 그 중에서 좀비 아이디어를 채택하게 된 것이다.
홍영근(영화감독): 정말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같이 모여서 노는 식구들이 영화 한 번 만들어 보자고 시작한 것이다. 참여하고 싶으면 적극적으로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고, 아이디어도 공유하고, 언제든지 개인적으로 다른 영화를 준비하면 도와줄 수도 있고. 일종의 품앗이 같은 개념이다.

김성욱
: 김기훈 감독의 경우에는 <이파네마 소년> 이전에 다큐멘터리나 실험적인 영화들을 만들었다. 그런데 첫 번째 장편 데뷔작은, 완전히 장르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종의 청춘 로맨스물이다.
김기훈(영화감독): 개인적으로 영화 마니아로 감독의 영감이나 동기를 받은 것이 아니라 영화가 갖고 있는 종합 예술이라는 매체적인 특성 때문에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고, 공부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기존에 있는 장르나 관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내가 매체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부분들을 포괄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계속 영화 작업을 하고 관객들을 만나면서, 관객들은 역시 영화를 장르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영화 장르나 관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렇게 고민하다가 시나리오를 쓰게 된 것이 스릴러 작품이었다. 그런데 1년 정도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너무 지겨웠다. 칙칙한 스릴러의 서스펜스만 생각하다보니 더 늙기 전에 샤방샤방한 멜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욱: 조금 경우가 다르기는 하지만 장건재 감독의 <회오리 바람>도 일종의 청춘물이다. 청춘영화라는 특정한 카테고리의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이 강했을 것 같은데.
장건재(영화감독): 사실은 전에 준비하던 시나리오도 일종의 성장물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준비하기 전에는 소설을 각색해보고 있었는데 잘 풀리지 않았다. 그 와중에 원래 제가 갖고 있었던 <회오리바람>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중편 규모의 시나리오를 버전 업 시켜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고등학생들의 이야기, 그리고 개인적 체험이 아주 많이 반영된 이야기인데 기본적으로 관심이 있었던 형태의 이야기였다. 수많은 데뷔작들이 감독 스스로의 어린 시절이나 청춘기를 그리는데 그런 영화들을 개인적으로 좋아했다. 작은 규모로 자신의 이야기를 첫 장편으로 만들면 스스로 어떤 면에서 충족이 될 것 같은 생각이 있었다. 사실 <회오리바람>은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는 제법 꼴이 갖추어진 영화로 나온 편이다. 사실 기획을 할 때는 <이웃집 좀비> 감독님들께서 말씀하셨듯이 주어진 조건에서 찍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계절감 같은 것들을 염두에 두었고, 시나리오와 제작까지 오랫동안 준비를 하는 방식이라기보다는 쓰고 바로 찍을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보자는 게 최초의 기획이었다.

김성욱
: 신수원 감독님의 <레인보우> 역시 자전적인 요소가 강한데, 동시에 음악이 부분적으로 매개되어있고 영화를 만든다는 자각이 포함되어 있다. 전체적인 장편 극영화로 맞춰나가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신수원(영화감독): 34살에 영상원에 들어갔으니 굉장히 늦게 영화를 시작한 편이고, 그 이후로 충무로 생활을 오랫동안 했다. <레인보우>는 제작방식이 독립영화이긴 하지만 영화 자체는 상업영화 같다는 이야기도 동시에 듣고 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은데 저는 애초에 영화사에서 작가로 영화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시나리오가 투자사에 팔리면서 감독 명함이 두 번 정도 생겼었다. 2006년에 충무로에 붐이 일면서 많은 영화들이 제작될 때 제 영화도 들어가게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안 되었다. 그 이후에 바로 거의 쓰나미처럼 신인 감독들이 데뷔하기 힘든 상황이 왔는데, 써두었던 고등학생 밴드에 대한 시나리오를 들고 그나마 돈이 있다고 소문이 난 영화사로 갔다. 재미있게 보셔서 일단 계약을 하고 다시 감독으로 준비를 하게 되었는데 그 영화사 역시 상황이 안 좋아졌고 결국 다른 데 가서 그 시나리오로 만들어보겠다고 하고 1년 후에 그곳을 나왔다. 그런데 나와 보니 제가 있었던 영화사는 거의 섬 같은 공간이었다. 다른 영화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가운데 감독들에게 월급까지 줬다. 그런 상황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1년 정도 그 시나리오를 혼자 다시 고쳤다. 당시가 막 2009년이 된 시기였는데, 올해 안에 영화를 찍겠다고 스스로 마지노선을 정한 거다. 그렇게 시작했고 작업을 준비하면서는 그냥 자유롭게 열어두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내 이야기를 써보자는 생각을 했다. 첫 번째 작품을 하면서 생긴 한 가지 원칙은 의미 없이 수정하지는 않겠다는 거다. 앞으로 상업영화를 찍고 싶은 생각도 있고 독립영화를 찍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어떻게 되든 스스로의 기준이 생긴 것 같다.

김성욱
: 또 다른 음악영화인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의 백승화 감독은 원래 음악을 하시는 분으로서 음악 다큐작업을 했는데 어떻게 작업을 시작하게 되신 건지.
백승화(영화감독, 뮤지션): 저는 하는 일이 두 개인데 영화랑 음악이다. 취미도 두 개인데 영화랑 음악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음악 다큐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악을 하니까, 좋아하고 몸담고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또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음악 다큐나 음악 영화에 만족하지 못하고 목마른 부분이 있었다. 다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런 이야기를 한 번쯤 해보고 싶어서 시작한 것 같다. 저는 인터뷰 할 때마다 스스로 근본이 없는 놈이라고 이야기 한다. 영화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음악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좋아서 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크게 부담을 가지고 만들지 않았다. 꼭 개봉을 해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었다. 음악과 영화가 다른 점이, 음악은 사실 적은 돈으로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영화는 큰돈이 드는 작업이다. 누군가 투자를 해주고 그걸로 작업을 하는 경우라면 그냥 즐기는 걸 넘어서서 더 잘할 수 있는 걸 찾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 경우에는 음악 다큐가 잘할 수 있는 것이었고, 음악 영화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음 영화로 음악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잘할 수 있는 것 먼저 해보려고 준비하고 있다.

김성욱: 신수원 감독님의 표현대로 요즘의 상황은 데뷔 감독들에게 엄청난 쓰나미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전보다 장편 데뷔를 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데, 결과적으로만 보자면 여기 계신 분들은 그래도 장편 데뷔를 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선택된 위치에 올랐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사실은 그 자리가 갖는 어려움도 있을테고, 동시에 어떤 제도 안에 들어간 것으로 그것이 작동하는 틀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관객들과 만날 때는 또 다른 고민이나 느낌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장건재: <회오리바람>을 기획하고 민들 때는 이 영화를 시장에 소개하자는 생각이 더 컸다. 그래서 이 영화가 만들어지고 나서 영화제들로 유통되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프리 프로덕션 때나 시나리오를 쓸 때, 회의 할 때도 손익분기점을 넘긴 비슷한 규모의 영화 몇 편을 롤 모델로 삼고, 그런 영화에 참여했던 분들께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며 전략을 짜보았다. 사실 영화제로 너무 유통이 되면 어떤 아트하우스용 영화처럼 비쳐지게 될 것 같았고, 저는 그것을 그리 원하지 않았다.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있었다. 영화가 완성된 후 이야기를 하자면 마케팅과 배급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래서 독립영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던 부분인데, 직접 제작과 연출을 했기 때문에 이 영화가 극장까지 가는 과정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공부하는 자세가 있었다. 고민스런 부분은 배급이다. 당시에 멀티플렉스들의 상영 시설이 디지털 영사 시스템으로 바뀌는 시기였기 때문에 파일로 배급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배급 비용을 조금 줄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했지만 그렇지도 않더라. 또, 이전에는 독립영화 편수가 지금보다는 적어서 독립영화 전용관 같은 공간에서 관객들과 조금 더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어렵다. 10개관에서 10명씩 보는 것 보다는 1개관에서 100명의 관객과 만나는 것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영두
: 개봉관이 8, 10, 15개관 되더라도 교차상영 시스템 자체의 문제가 심각하다. 저는 이번에도 영화를 하나 찍었는데, 장건재 감독님 말씀대로 단관이나 한두 개 상영관을 쭉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차상영을 하게 되면 특정 시간에 맞춰 특정 극장에 가야 하는데, 그보다는 차라리 어느 극장에 가면 그 영화는 볼 수 있는 것이 훨씬 낫다. 계속 상영해줄 수 있는 환경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또 지금 상업영화도 그렇지만, 마케팅비의 개념 자체가 과거와 너무 달라졌다. 전에는 사람들이 영화를 찾아서 보지 않았나. 하지만 지금은 길을 걷거나, 집에서 TV를 보거나, 극장에 가면 또 다른 영화들의 광고를 볼 수 있다. 그것 자체가 다 돈인데 그렇게 광고를 뿌리는 영화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반대로 그럴 수 없는 영화들은 다 묻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관객들은 더 이상 영화를 찾아서 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소위 자본의 논리로 조금 더 가게 되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상황 자체를 우리가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작은 영화들의 꼭 개봉관이 아니어도 100인치, 200인치짜리 스크린을 놓고서라도 지속적으로 상영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국가의 공적지원이 필요한 것 같다.
박진성: 말씀하신대로 촬영하고 개봉 준비할 때까지는 사실 그것만 목표로 삼고 달려오다가, 막상 <마녀의 관>처럼 전국 2개관 개봉, 전국 관객 수 500명, 이렇게 되면 이게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런데 제가 고민이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 지속 가능한 영화 제작이라는 것의 단초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나라에서 더 많은 지원을 해줘서 해결이 되는 문제인지조차 사실은 자신이 없다. 정부 지원이 많아지면 어떤 부분에서는 기초가 잘못 되어서 극단적으로는 부패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더 많은 지원이 주어져서 제가 혜택을 보면 좋겠다는 속마음도 있지만, 원칙적으로 생각하면 그게 해답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김기훈: 앞선 감독님들 말씀에 많이 공감했다. 저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역시 다들 비슷한 고민들을 하면서 영화를 시작하고 만들었구나 싶다. 자연스럽게 배급의 문제로 고민들이 귀착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가 감독으로서 포괄적인 전체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게 버거운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선순환 구조로는 지속 가능한 영화 제작이 사실상 힘들 것 같다. 데뷔작을 만들면서 체험적으로 느낀 부분이고, 어떤 것이든 간에 한국영화에 지금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보다 저예산영화나 독립영화를 배급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그 영화들 끼리 더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극장개봉에 모든 수익을 의존해야 하는 것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창작자들의 고민을 대변해줄 어떠한 조합이나 단체도 없다는 것도 문제다. 지금 시스템이 계속 유지된다면 어떤 결단을 해야 할 것 같다. 시스템 안에서 그냥 그런 영화를 만들든지, 자신의 색깔이 확실히 할 수 있는 영화를 시스템 밖에서 만들든지.


백승화: 사실 마케팅과 배급에 그렇게 많은 돈이 드는 줄 몰랐다. 장편 개봉을 하면서 저 역시 처음 그런 방식이나 시스템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냥 지속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먹고 사는 게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문제일 것 같다. 사실 이런 논의를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꼭 영화뿐만이 아니라 다른 문제들 역시 쉽게 달라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예전부터 논의들은 계속 있어왔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저는 다음 작품으로 음악 영화를 하다 보니 투자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공동체 라디오 같은 곳에서 시나리오로 라디오 드라마를 진행하다가 사람들이 들을만한 것이 되면 투자자나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식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다. 만드는 사람 역시 끊임없이 다른 방법들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성욱
: 데뷔를 하신 분들이니 차기작에 대한 고민이 있을 거다. 지속가능한 제작이 어떻게 가능할지, 끝으로 데뷔 작가로서의 향후 전략이나 차기작에 대한 계획을 듣고 싶다.
오영두: 어차피 지금뿐만이 아니라 영화 시장 안에서 늘 힘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독립영화나 상업영화나 힘들다. 물론 그 안에서 살아남는 사람이 있고 죽는 사람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고, 끊임없이 꿈틀거리면서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최선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상업영화로 올라가서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루었을 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때, 잊지 말고 무언가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도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저예산에서 시작을 했다가 50억짜리 영화를 찍고 나면 다시 또 60억을 찍으려고 6, 7년 정도를 마냥 기다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명함만 감독이지 영화를 10년 이상 찍지 않는 감독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가진 베이스를 잊지 않고, 왜 영화를 시작했는지 잊지 않고, 계속 영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백승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해주신 것 같다. 말씀하신 것처럼 계속 만들면 되는 것 같다. 그냥 자신이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계속 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원하는 것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기훈: 사실 신인감독들이 대부분 시나리오 작업을 굉장히 오래한다. 예전에는 계약을 하고, 진행비를 받으며 진행했지만 이제는 그런 경우가 드물어진 상황이고, 그런 면에서 계속적으로 생존하기 힘든 점이 분명히 있다. 이런 부분은 충분히 제도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영화라는 것이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내부의 창작의 의지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지속적으로 영화를 하려면 배급이나 부가판권, 기타 여러 가지 어떤 방식으로든 저변 확대가 필요한 것 같다.


장건재
: 저는 여전히 저예산 작업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예전에 <낙타들>이라는 영화를 연출하셨던 박기홍 감독님으로부터 들은 조언이 생각난다. 스스로의 영화에 대한 주체로서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점, 저작권이나 판권의 문제에 단순히 창작자나 예술가로서의 태도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세일즈를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 또는 마케터로서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비전 안에서 자기 시스템을 고민해가면서 일단은 각개격파를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리: 박예하 시네마테크 관객 에디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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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토크] 박진성 감독의 ‘마녀의 관’

지난 30일 저녁, <마녀의 관> 상영이 끝난 후 영화를 연출한 박진성 감독과의 시네토크가 있었다. 영화가 그려내는 아름다운 공포에 대해 진중한 말투로 짚어나가던 박진성 감독과의 솔직담백한 대화의 시간을 이곳에 전한다.


허남웅(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오늘 보신 영화의 연출자인 박진성 감독을 모셨다. 전에 시나리오 작업했던 영화 <기담>도 그렇고 오늘 상영한 데뷔작 <마녀의 관>도 그렇고 다 공포물이다. 원래 괴담과 기담에 관심이 많았던 것인가?
박진성(영화감독): 무서운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공포 쪽에 매료되는 지점이 많은 것 같다.

허남웅: 시나리오는 동생분과 같이 작업하셨고, 편집을 맡으신 분은 부인이시다. 주변의 지인이나 가족들과 작업을 하시는 게 편해서 그렇게 하신 것인지 아니면 상황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박진성: 동생과는 시나리오를 항상 같이 쓴다. 동생의 글을 좋아하는 편이다. 편집 역시 아내의 방식을 좋아한다. 오래된 친구들과 작업하는 것이 마음 편하기도 해서 그렇게 작업한 것 같다. 오늘 객석에 자리한 미술감독 역시 오래된 친구이다. 그런데 이 작품 하면서 헤어질 뻔 했다. (웃음) 어쨌든 그런 부분들이 참 좋고 계속 같이 작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허남웅:
<마녀의 관>은 고골의 <VIY>라는 작품을 각색한 영화다. 어떻게 해서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게 되셨는지?
박진성: 어릴 때 집에 청소년 세계명작 시리즈 같은 문고판 책들이 있었다. 그 중에 <마녀의 관>이라고 해서 어린이용으로 줄인 버전의 책이 있었다. 그 책에 삽화가 굉장히 무서웠다. 철이 들어서 다시 읽어보니 아름다운 구석이 있더라. 대부분의 데뷔작들이 그렇겠지만 언젠가 이걸 영화로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 같다.

허남웅: 아름다운 공포라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전에 시나리오 작업하신 <기담> 같은 경우도 굉장히 미적인 부분이 돋보였던 이야기였다. 공포 중에서도 특히 아름다움과 관련한 부분에 관심을 가진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박진성: 말씀하신대로다. 아름다운 것에는 폐쇄적인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포영화는 굉장히 피하고 싶은 감정을 다루는 장르 아닌가. 동시에 하위문화로 취급되는 장르이기도 하고. 그런 부분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는 생각이 든다.

허남웅: 영화는 3부 구성으로 되어있다. 고골의 원작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영화만 봤을 때는 원작을 조금 느슨한 형태로 각색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3부 구성이라는 것이 굉장히 특이하게 느껴지는데.
박진성: 사실 고골의 원작은 2부의 연극 이야기에 거의 그대로 옮겨져 있다. 1막, 3막의 이야기는 말씀하신대로 원작과 느슨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짧은 이야기를 여러 개 쓰는 게 훨씬 즐겁다. 또한 특히 공포영화의 경우에는 짧은 이야기를 무리하게 늘리면 굉장히 힘들어지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옴니버스란 그리 친절한 구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이야기로 밀고 나가는 장편을 만드는 요령에 대해 조금 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허남웅: 최근에 시나리오 작업하는데 있어서도 그런 연습을 하고 계시는지?
박진성: 그렇다. 어떻게든 액자 구성이나 에피소드의 나열 같은 것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공부하려고 한다. 하지만 또 짧은 이야기들을 쓰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어서 마음을 다시 다잡고 쓰곤 한다. (웃음)

허남웅:
이렇게 말씀하시긴 했지만 <마녀의 관>의 각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부분도 많이 등장한다. 그런 부분으로 인해서 느슨하지만 장편의 구성이 만들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동시에 이 영화는 굉장히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은 본다는 것에 대한 질문이다. 마지막 커튼콜에 장님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도 있고, 2부에서는 무대와 현실이 교차되고 1부 역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런 부분을 통해서 보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다.
박진성: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이 동시에 그것을 해석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안에 있으니까 밖에 나가서 해석할 수가 없다. 그런데 방금 말씀을 듣고 나니 그렇게 읽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그런 부분을 서브텍스트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든 것은 아니다. 대신 다소 뻔한 이야기긴 하지만, 동일 사건을 볼 때도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지 않나. 1막의 기분 나쁜 감독의 경우에, 본인에게는 정말 절실한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이 볼 때는 뭔가 이상하게 자의식만 비대해진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다. 굉장히 불행해 보인다. 반면에 3막의 인물 같은 경우에 굉장히 비루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그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 그것 역시 제가 볼 때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이렇듯 바라보는 지점의 차이를 모든 에피소드에서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지어낸 것 같다.

허남웅: <마녀의 관>은 시각적인 공포를 준다기보다는 분위기를 유도하면서 공포를 주는 영화인 것 같다. 배우에게 이런 부분들을 이해시키는 작업이 어떨지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배우에게 영화를 이해시키기 위해 어떤 과정들을 거치셨는지?
박진성: 정승길 씨는 연극도 오래 했고, 굉장히 영리한 연기자이다. 그래서 시나리오에 대해 둘이서 회의를 한다거나 하는 작업을 거칠 필요를 거의 못 느꼈다. 워낙 준비를 많이 해 오시는 분이다. 자신이 해석해서 ‘이렇게 하겠다’고 가져온 것들이 대부분 제가 하려고 했던 것과 일치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라고 이야기를 해야 할 경우가 거의 없었고, 설사 그럴 경우에도 제 의견을 이야기 하면 바로 그렇게 한다. 그쪽으로도 준비가 되어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개인적으로 시나리오가 어떤 의미를 전달해야하는가에 대해서 조심스러워하는 편이다. 사실 따져보면 극 속에 있는 인물은 자기가 관객들에게 어떤 느낌을 자아내야 하는지 그 목표에 대해 모르고 있어야 맞는 것이지 않나. 배우에게도 첫 대사, 그리고 그 전의 5분 정도의 상황만 준비해서 오면 된다고 주문했다.

허남웅: 여자 주인공 임지영 씨 같은 경우는 처음 영화에 출연하신 신인배우라고 들었다. 특히 첫 번째 ‘이상한 여자’ 같은 경우는 임지영 씨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분위기가 영화의 분위기를 지배한다고 느껴진다. 감독님이 캐스팅 하실 때 공을 들이셨을 것 같은데, 그 과정은 어땠는지?
박진성: 미술감독의 친구 분이 소개를 시켜주셔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들어보니 러시아의 영화 학교에서 연기 전공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 별로 안 된 배우였다. 사실상 볼 수 있는 전작이 없기 때문에 연기를 잘 하는지 어떤지는 사실 알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본인이 연극했던 DVD를 주더라. 4년 동안 훈련된 연기를 전공한 연극배우인 셈이다. 영화 속의 캐릭터처럼 음험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든가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무척 밝은 사람이다.


허남웅: ‘이상한 여자’ 같은 경우는 일종의 영화에 대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감독님은 이 영화를 연출하시기 전에 <기담>의 시나리오를 쓰시기도 했고, 토니 레인즈가 만든 <장선우 변주곡>에서는 라인 프로듀서로 계셨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서 메이킹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편집하시기도 하셨다. 이렇듯 영화 현장에서의 경험이 많으셨기 때문에 ‘이상한 여자’가 영화에 대한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데.
박진성: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1년 넘게 촬영했던 것 같은데 메이킹 기사로 활동할 때 굉장히 즐거웠다. 100명 가까운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당연히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긴 했지만 즐거운 기간이었다. 말하자면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있는 것이다. 다들 존중받은 자격이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한 여자’의 경우에는 영화 만드는 일을 소재로 삼고 있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영화에 대한 영화, 즉 메타 영화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메타 영화라고 하려면 영화 만들기, 혹은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 질문을 하려면 영화를 많이 찍어봐야 할 것 같다.

허남웅: ‘이상한 여자’에 등장하는 감독은 강박에 시달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감독님에게는 첫 연출작이기도 했는데, 연출 할 때의 과정과 경험도 궁금하다.
박진성: 1막에 나오는 감독 같은 사람들이 싫다.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사실 그것은 다른 사람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 감독은 주변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사람이 되면 안 될 텐데, 하는 공포는 있다. 그에 비해서 <마녀의 관>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영진위 제작 지원을 받아서 촬영을 하게 되었고, 흥행의 부담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문제는 스텝들이 굉장히 고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또 제가 성격상 스텝들한테 고맙다는 이야기를 못한다. 고맙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다. (웃음) 어쨌든 저는 현장에서 굉장히 즐거웠다. 사실 저만 좋았다. 다른 사람들 다 힘들었는데. (웃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수월하게 촬영했다.


허남웅: 이제 정리할 시간이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들고 싶다.
박진성: 지금 준비하고 있는 시나리오, 어떻게든 우격다짐을 해서라도 제작사를 통과시켜서 빨리 찍을 생각이다. 오늘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와주셨으니 다음에는 좀 더 볼만한 작품으로 찾아뵙겠다. (정리: 박예하 시네마테크 관객 에디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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