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6.17 개인의 내밀한 현상, 정신적 혼란
  2. 2010.06.13 여성에 대한 펠리니적 동화

[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달콤한 인생>


초기 영화들에 보인 관객과 평단의 일관성 있는 호응과 달리 <달콤한 인생>(1960)은 엄청난 논란과 논쟁을 불러일으킨 영화다. <달콤한 인생>은 <카비리아의 밤> 이후 펠리니가 더 이상 네오리얼리즘의 범주가 아닌 그만의 고유한 속성을 만들어낸, 그 출발점에 위치한 중요한 작품이다. 전작에서 보여준 개인의 내밀한 현상, 즉 외부의 영향과 관계없이 인물 스스로 겪는 정신적 혼란이 <달콤한 인생>에서 구체화되었다. 펠리니는 여기에 시적이고 환상적인 표현을 추가했다. 밤과 낮이라는 시간의 경계에 따라 행동과 사고가 완전히 뒤바뀌는 마르첼로라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달콤한 인생>의 모든 에피소드는 마르첼로의 행적을 따라 진행되는데, 그가 만나는 모든 인물들(여성들)은 마르첼로의 시각적이고 육체적인 쾌락의 욕망에 따라 등장하고 사라진다. 마르첼로와 여성들, 그리고 마르첼로의 친구들이 벌이는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만남과 헤어짐의 장면들은 밤에서 낮으로 전환되는 ‘새벽’에 배치되어 인물들의 현실의 시간을 모호하고 몽환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달콤한 인생>은 마르첼로의 주변에 놓인 사회적 현상들을 비난하는 영화다. 3류 기자이지만 기사를 쓰기 위함이라는 명목으로 상류층 모임 등을 쉽사리 드나들 수 있었던 마르첼로는 상류계급에 대한 비판을 위해 존재하는 인물이다. 펠리니는 이 영화로 제13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자국에서는 극장 개봉부터 수없이 많은 구설수에 올라야만 했다. 각계각층을 누비며 비정상적인 인물들의 행위를 폭로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당시 이탈리아 상류사회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개봉 즉시 <달콤한 인생>을 향해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특히나 영화의 첫 장면, 바람둥이를 연상시키는 헤픈 인물들이 예수의 조각상을 공중에 띄워놓은 채 추파를 던지는 장면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종교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평가를 얻었던 만큼 화제가 되어 자국에서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강민영)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

[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여인의 도시>


<여인의 도시>(1980)는 섹스에 대한 한 남자의 판타지 혹은 여성에 대한 펠리니적 동화라고 할 수 있으며, 펠리니 작품 중 가장 에로틱하고 모험적인 작품에 속한다.

영화는 기차가 터널로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초로의 바람둥이 스나포라즈(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는 기차여행 도중 아름다운 여인의 매혹에 빠지고, 기차가 멈추자 그녀를 쫓아가다 우연히 페미니스트들의 집회 장소에 도착한다. 처음에 그는 이 여인천하가 자신이 꿈꾸던 낙원이라고 생각하지만 곧 주변의 다양한 여성들에 대해 놀라움과 공포, 위협을 느끼고 도망쳐 나온다. 하지만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그 다음 그가 도착한 곳은 1만 명의 여인을 정복했다는 여성혐오자의 성.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으로 유머러스하게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초현실주의의 외상을 썼지만 펠리니 자신이 꾼 꿈처럼 보인다. 펠리니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작품에 계속 나타나는 성적인 공포와 욕망을 색다르고 본능적인 리듬과 상징적인 힘으로 표현한 꿈을 통해 숨김없이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인물은 나이든 쾌락주의자를 연기하는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그는 살아있는 호기심 조각처럼 보이며, 펠리니는 그를 별 노력 없이 세트에 세우고 여성의 미궁 속에 빠뜨리면서 그 과정에서 그의 여성에 대한 공포심을 허문다. 마르첼로를 통해 표현되는 일시적인 문화적 충격은 마치 굳혀진 단색의 마초적 섹스가 기교를 부리는 난폭한 페미니즘과 만나고 있는 듯하다.

또한 <여인의 도시>는 ‘인간은 오직 육체적인 조형물’이라는 강요된 믿음을 지나치게 과장해서 표현하고 있으며, 그런 면에서 지극히 유물론적이다. 영화 속에는 환상적이고 유쾌한 풍자의 순간도 즐비하다. 그렇게 영화는 판타지를 통해 부패되고 타락한 세상을 비꼬아 나타냄과 동시에 색욕과 놀라운 정력을 보여준다. 섹슈얼리티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카사노바>와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


이 영화는 애초에 잉마르 베리만과 함께 구상하고 공동 작업할 생각이었다고 하는데, 그 염원은 실현되지 못했다. 영화 개봉 당시 펠리니는 이 영화가 여성들에 대한 경의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했지만 페미니스트 진영의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은 정신분석에 깊이 경도되어 꿈과 환상, 기표와 상징을 더 전면에 내세운 노년의 펠리니를 보게 된다. 펠리니는 실제로 영화 시작과 끝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기차의 터널처럼 색욕적인 판타지의 터널로 관객을 이끌고 있다. 그가 인도하는 세계가 암흑인지 밝은 세상인지는 관객이 판단할 몫이다. (신선자)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