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방'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2.21 "가장 애착이 가는 영화다"
  2. 2011.01.16 영화가 허락한 모든 것들

2월 작가를 만나다: 장현수 감독의 <라이방> 상영 후 시네토크

지난 19일 저녁 '2011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맞아 '2001년의 기억!'이란 제하로 마련된 특별한 작가를 만나다가 열렸다. 이달의 주인공은 <라이방>을 연출한 장현수 감독. 특히 이 자리에는 특별한 손님들도 함께했다. <라이방>의 주연배우들이 10년 만에 다시 상영되는 영화를 관객과 함께 보며 영화에 대한 소회를 나누기 위해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은 것이다. 따뜻한 영화 <라이방>의 감동이 여전히 남아 있는 가운데 감독, 주연배우들과 함께한 그 특별한 시간을 여기에 전한다.


허남웅(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라이방>은 개봉했을 당시 1만 명 정도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지만, ‘와라나고 운동’이라고 해서 이 영화가 극장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로 나갔다는 점에서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당시의 ‘와라나고 운동’에 대한 소회가 궁금하다.
장현수(영화감독): 특이하게도 2001년에 훌륭한 저예산영화들이 ‘와라나고’(<와이키키 브라더스>, <라이방>, <나비>, <고양이를 부탁해>) 이렇게 네 작품이나 나와서 서로가 서로에게 방해가 됐다. (웃음) 다른 이야기지만, 십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배우들이 연기를 참 잘했고, 연출자로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연기였다고 생각된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연출적인 부분보다도 배우들에 대해 더 많은 얘기가 오갔으면 한다.

허남웅:
<라이방>은 배우분들에게도 애착이 많은 영화로 알고 있다.
조준형(배우): 요즘은 디지털로 영화를 많이 만들지만 이 영화는 필름으로 만든 영화다. 배우나 감독들에게는 필름영화에 대한 집착이 있다. <라이방>은 예산 문제로 필름을 3만자정도 썼다. 그래서 최대한 NG를 내지 않기 위해서 항상 많이 긴장하고 경직되어 있었다. <라이방>은 영화촬영 전에 연극을 통해서 이미 너무나 많은 연습을 해서 연기하는 데에 있어 막상 영화를 찍을 때는 감정이 휘발되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 연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하면할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김해곤(배우·영화감독): 이 작품을 할 때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감독님이 이 영화를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해서 서로 모여 대본을 리딩을 하는데 너무 못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연극<라이방>을 먼저 올리게 됐다. 현장에서 감독님이 연기에 대해 디렉팅을 하실 때 배우는 늘 호흡을 길게 가다보니, 감독님은 매번 짧게 끊으시더라. 감독님이 ‘짧게’를 요구하실 때 마다 배우로서 좀 답답하기도 했지만, 나중에 편집본을 보고 나니까 감독님의 지시가 이해가 갔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장현수: 김해곤씨는 이제는 충무로 감독이 되셨다. 몇 번 연출을 해보고 나니 아마 감독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이승진(배우): 앞으로도 배우활동을 하겠지만, <라이방>은 이제껏 해온 연극·영화·뮤지컬을 통틀어 스스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작품이다. 개봉한 지 십년이 지난 후에 이렇게 다시 관객과 만난다는 게 쉽지 않다. 당시 많은 평론가들이 <라이방>을 그해 최고의 영화로 꼽았었다. 당시에 어느 학생의 글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수능시험을 못보구서 자살까지 생각했던 어느 학생이 정말 우연히 극장에서 <라이방>을 봤는데 관객은 자기뿐이었고, 영화를 보고선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는 그 학생의 글을 보고 뿌듯했다. 백만, 천만 명의 관객이 보는 것보다도 뿌듯했다. 개인적으로 정말 소중한 영화이다.

허남웅:
장현수 감독님은 <라이방>을 만드시기 전까지는 주로 액션영화들을 만들어오셨는데 전혀 다른 성향을 영화를 만드신 게 아닌가 싶었다. <라이방>을 만드시게 된 계기는?
장현수: 액션영화들을 계속 만들다가 마지막으로 <남자의 향기>를 만들었는데, 당시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도 실패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만들기에 대해 고민하게 되면서, 나와 비슷한 연배의 다른 감독들은 무얼 하고 있나 궁금했다. 그런데 오히려 다들 더 큰 상업 영화들을 쫓아가고 있었다. 그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인생에 남을 만한 영화, 가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허남웅: 배우분들이 자신들의 본명 그대로 출연하고 있다. 배우의 입장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연기를 할 경우 분면 다른 지점들이 있을 것 같은데.
조준형: 이름은 그 사람의 존재이다보니 아무래도 부담감이 크다. 본명으로 연기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발견해야하는, 어려운 질문들을 가지고서 작품에 참여했다. 지금 다시 보니, 흉내는 나의 모습을 가지고 냈지만, 부족한 면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이승진: 당시 작품을 만들면서 감독님 뿐 아니라 배우들 모두 영화에 나오는 그대로 살았다. 그래서 몰입해서 충분히 재밌게 영화를 찍었던 것 같다.
장현수: 여기 이 배우들을 모두 정말 좋아한다. 당시엔 다들 아직 이름이 알려지기 전이었다. <라이방>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유명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도 있었겠지만 처음부터 조준형, 김해곤, 최항락 이 세 사람만 떠올랐다. 그들이야말로 이 영화의 택시기사들처럼 생각됐다(웃음).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아가지만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어떤 상황 말이다. 그래서 연기를 주문할 때, 이를테면 준형의 캐릭터는 내가 아는 조준형만큼만 연기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배우들은 배우들대로, 자신이 생각하는 ‘나다운 것’과 감독이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보니 고생을 많이 했다.



허남웅: 장현수 감독님과 <라이방>을 작업하면서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었을 것 같다.
김해곤: 나는 슬렁슬렁 연기를 하는 편이었는데 감독님이 혼을 많이 내셔서 많이 힘들었다. 원래 영화에서의 모습처럼 그렇게 살찐 편이 아니었다. 감독님이 데리고 다니시면서 계속 먹이셔서 당시 8킬로그램이 쪘는데, 그 몸무게가 아직도 빠지지 않고 있다. (웃음) 그때 당시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조준형: 다시 보니 그 때보다 지금이 머리숱이 더 많다. 당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웃음) <라이방>은 프리프로덕션까지 포함해서 4년이 걸렸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했기 때문에 10년 동안 끈질기게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가 되고, 연극도 크게 성공하고, 이렇게 회고전을 통해서 관객들과 다시 만날 수도 있는 것 같다.
이승진: 당시 정말 행복했다. 학교를 갓 졸업하고서 좋은 선배 배우분들과 함께 작업 한다는 게 마냥 행복했다. 어느덧 10년 후에 당시 형님들 나이가 되고 보니 저도 당시 형님들 못지않게 고생을 하고 있는 것 같다.(웃음) 그 때의 경험이 많은 도움과 자양분이 되어 준 것 같다.

관객1: 영화를 찍으시기 전에 연극을 먼저 올린 것과 택시기사라는 직업의 설정,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개에 대한 설정이 궁금하다.
장현수: 처음에 시나리오가 나오고 1년쯤 연습을 한 것 같다. 그런데 제 맘에도 안 들고 연기자들 스스로도 만족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애초에 영화를 한 여름에 찍었으면 했는데, 그전에 마침 부산에서 연극무대 기회가 생겨서 영화 촬영 전에 한달 반 정도 먼저 연극을 하게 됐다. 택시기사는 굉장히 쉽게 설정됐다. 그 나이에, 친구가 소중하고, 그늘을 찾아다닐 나이, 그 나이가 되어 뭔가 다른 새로운 걸 할 수 없기에 꼼짝 없이 현실에 붙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개에 관해서는 시퀀스 하나를 아예 들어낸 것이 있다. 최상무가 도망가고 나서 하소연할 곳도 없는 세 사람이 자기들만 보면 짖는 것 같은 강아지에게 몰려가 분풀이 하려는 장면을 설정했었다. 그 장면에 애니메이션을 같이 넣으려고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통째로 그 장면을 빼게 되었다.

관객2:
영화를 정말 재밌게 봤다. 영화를 보면서 인간의 순수성을 놓치지 않으시는 감독의 모습들 느낄 수 있었다.
장현수: 고맙다. 스스로도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상업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진짜 하고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한 것이다.  


허남웅:
연기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얘기를 나눠보니 연극과 스파르타씩 디렉팅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 배우들의 애드립도 많았는지?
조준형: 감독님이 배우들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연기를 할 수 있는 가장 큰 베이스가 된 것 같다.
김해곤: 연극을 할 때는 감독님이 거의 터치를 하지 않으셨지만 영화를 할 때는 굉장히 긴장해서 치열하게 작업했다. 준형씨는 감독님이 편애하셨는지 모르겠지만(웃음), 저는 원래 성격이 장난도 자주 치고 하는데, 감독님이 영화 작업하실 때는 엄숙하셔서 어렵게 했던 것 같다.
이승진: 당시에 영화를 보고 많은 분들이 배우들이 애드립을 잘한 것 같다고 하셨는데 사실 당시 애드립을 전혀 하지 않으셨다. 연극을 할 때 대사를 안 외우고 자연스럽게 애드립으로 했던 것들을 모으고 다듬어서 영화 대본이 완성되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따로 애드립을 하지 않았다.

관객3: 영화의 계절이 여름이고 인물들이 떠나는 곳도 베트남인데, 계절의 설정에 대해 궁금하다.
장현수: 처음부터 이 영화는 한 여름에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택시기사들에게는 여름이 아주 고역이다. 그늘을 찾아간다는 설정에도 여름이라는 계절이 적당했다.

허남웅: <라이방>이라는 제목도 재미있고 의미가 큰 것 같다.
장현수: 처음 제목은 ‘농담’이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끊임없이 허튼 소리하고 농담하면서 시간 떼우고 하는 그런 사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같은 제목으로 쿤데라의 소설이 나온 것을 보고 그 제목을 포기하고 고민을 하던 차에, 택시기사들이 쓰는 썬글라스를 떠올렸다. 택시기사들이 가장 많이 끼는 게 ‘라이방’이기도 하고, 영화 대사에도 나오지만 나를 가리고 싶고, 어딘가 숨고 싶은 마음을 떠올리며 소심하고 나약한 소시민 설정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허남웅: 배우의 입장에서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특별히 마음에 와닿은 것이 있다면?
김해곤: 감독님이 말씀하시면 그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웃음) 나중에 대본을 다듬어가는 과정을 보니까 너무나 쉽고 명쾌하게 정리되는 부분들이 좋았다.
이승진: 시나리오가 물론 좋았지만, 학교를 막 졸업하고서 장현수감독님 영화에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감독님이 승진역할을 두고 많이 고민하셨다고 들었다.
장현수: 승진역할을 위해서 오디션을 많이 봤지만 딱히 맘에 드는 사람이 없었다. 촬영 날짜가 다가오면서 어느 날 승진이 찾아왔는데 첫 인상도 맘에 들었고, 첫 대사를 읽는 순간 너무 맘에 들어서 막 웃었던 기억이 난다.


허남웅: 감독님께서는 현재 한국영화아카데미원장으로 재직하고 계신데, 요즘 학생들을 접하시면서 연출관에 혹시 변화가 있으셨는지, 혹은 끝까지 고집하고 계시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장현수: 액션 영화를 많이 찍고 나서 <라이방>까지 끝내고 나니까 한편으로는 영화계에 빚을 갚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기회가 되어 한국영화아카데미 원장을 맡게 되었는데, 영화아카데미 학생들이 여태까지는 무겁고 영화제용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그게 맘에 안 들어서 학생들에게 너희들도 어차피 상업영화로 시작해야한다고 많이 다그치는 편이다.

허남웅: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조준형: 관객 여러분들께 감사하다. 배우는 무대 위에서 필름 안에서 작가의 주체를 전달하는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자신을 버리고 작가의 분신이 되어야 하는데 여태까지는 스스로를 더 드러냈던 것 같다. 앞으로 겸손한 자세로 연기해야겠다.
김해곤: 장현수감독님이 다음 작품하실 때 출연하려고 한다.
이승진: 저도 마찬가지다. 감독님 다시 좋은 작품 하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정리: 장지혜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관객에디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벌써 여섯 번째를 맞았습니다. 2006년에 서울아트시네마의 안정적인 공간 마련과 재원확보를 위해 영화감독, 배우가 참여한 것이 벌써 6회에 접어든 것입니다. 아울러 서울아트시네마의 개관 또한 9년째를 맞았습니다. 매년 1월에 친구들과 영화로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는 행사가 친구들 영화제입니다.

올해는 친구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물음은 '당신에게 영화의 즐거움이 무엇인가'입니다. 지난해에 시네마테크는 물론이고 영화인들 상당수가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2011년에는 그런 시간을 넘겨 영화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영화의 향락을 낙원에서 누려보자는 취지입니다. 영화의 즐거움을 함께 하자는 것은 우리들의 욕망의 실현이 아니라 반대로 영화가 허락한 모든 것들을 누리자는 것입니다. 영화가 제공하는 즐거움은 다양합니다. 오래된 영화를 상영하는 기억의 극장을 찾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익명의 친구들과 감성적 교제를 나누는 일이나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의 거대한 스크린에서 빛을 만나는 즐거움, 그리고 본 영화들을 두고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거나 글을 쓰는 비평적 욕구도 있습니다. 낯선 세계를 만나는 즐거움은 영화를 만들고자하는 욕망으로 진전되기도 합니다. 시네마테크는 이런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장소입니다.


'2011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는 열일곱 명의 친구들이 참여합니다. 예년보다 적은 예산이지만 반대로 전례 없이 가장 풍성하고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친구들의 선택작들과 관객들의 선택,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는 특별히 해외와 국내의 시네마테크 두 기관을 친구로 초대합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지난 해 서울아트시네마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대표인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명의로 재정지원 확대와 독립성의 확보, 안정적인 전용관이 필요하다는 서한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카르트 블랑슈'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역사와 함께 했던 12편의 프랑스 영화가 소개됩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복원하고 발굴한 장 르누아르, 사샤 기트리, 막스 오퓔스의 영화와 시네마테크에서 꿈을 키웠던 고다르, 그리고 누벨바그 이후의 장 으스타슈, 필립 가렐 등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프로그램 디렉터인 장 프랑수아 로제가 2월에 서울 아트시네마를 방문해 시네마테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아울러 영상자료원이 새롭게 복원한 한국영화 네 편이 상영됩니다.

특별전에서 상영하는 마태오 가로네의 영화는 지난해부터 서울아트시네마가 활발하게 진행한 우리 시대의 작가를 소개하는 행사의 일환입니다. 특별히 그의 대표작인 <고모라>를 포함해 세 편은 이탈리아 문화원의 협조로 국내 판권을 구매해 특별전 상영 이후에 시네마테크를 포함한 예술영화관에서 상영할 계획입니다. 지난 해 타계한 에릭 로메르를 기념하는 '오마주: 에릭 로메르'에서는 6편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에릭 로메르는 시네마테크가 사랑하고 시네마테크를 사랑한 감독입니다. 2001년에 그를 기리는 '에릭 로메르 회고전'을 처음 기획해 시네마테크에서 개최한 바 있는데, 당시 에릭 로메르는 '멀리 있는 친구들에게 저의 모든 작품에 대한 당신들의 오마주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내 모든 감사와 따뜻한 우정의 표현을 받아주시길'이란 서한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로메르에게 따뜻한 우정의 표현을 보낼 차례입니다.


영화가 허락한 즐거움은 영화를 보는 것만이 아니라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도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세 분의 영화감독이 참여했지만, 2011년에는 이명세 감독부터 윤성호 감독에 이르는 현역의 감독 여섯 분이 참여해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젊은이들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네클럽' 행사가 열리게 됩니다. 지난 10년의 한국영화를 되돌아보는 행사도 있습니다. 장현수 감독의 <라이방>과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2001년도에 개봉했던 영화들입니다. 이 두 편의 영화는 '와라나고'라는 한국의 예술영화 제작과 배급, 예술영화 상영공간에 대한 논의를 촉진하게 만든 영화들이기도 합니다. 그 시간이 이미 10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10년간 한국영화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살펴보는 기회입니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시네마테크를 후원하기 위한 영화제입니다. 알다시피 시네마테크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지난 해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시네마테크 전용관의 건립과  공간 확보, 재정 마련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시네마테크에 대한 공적 지원이 50% 삭감되면서 임대료를 낼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이 생겼지만, 영화인들과 배우들의 후원 광고 덕분에 힘든 상황을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삭감된 예산을 복원하려는 노력도 있었습니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의 대표인 박찬욱 감독이 직접 국회를 방문해 시네마테크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에는 당장 급한 시네마테크의 안정화 노력 외에도 전용관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의 마련과 예산 확보에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전용관을 마련하는데 서울시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2월에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관계자와의 좌담과 포럼을 시작으로, 3월에는 시네마테크 정책과 관련한 심포지엄이 열리고, 시네마테크의 해외 친구로 외국 영화인들의 초대 행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내년은 서울아트시네마의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에 올 한해 십 주년을 맞는 준비들이 있을 것입니다.

올 해의 개막작은 에릭 로메르의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 가지 모험>입니다. 누벨바그의 동료였던 프랑수아 트뤼포, 자크 리베트, 장 뤽 고다르가 초기 시절에 만든 단편 영화의 느낌으로 되돌아가 만든 작품입니다. 대표작인 <녹색 광선>을 만들고 불현듯 로메르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이 영화를 즉흥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첫 에피소드에는 '블루아워'라는 동이 크기 전의 1분간의 정적의 시간에 대해 말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밤새들이 잠들기 전, 낮 새들이 깨어나기 전의 정적이 시간은 영화 속 소녀의 말을 빌자면 마치 배심원들이 심의에 들어간 후 '사느냐 죽느냐'의 판결을 기다리는 시간처럼 고요함과 불안이 함께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 시간은 농부들이 '누가 뭐래도 내일은 새로운 날이 될 거야'라던가 '무슨 수를 써도 내일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하는 그런 시간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시네마테크가 그런 블루아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고요함과 정적의 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내일이 오고, 내일이 오는 것을 누구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내일 우리는 영화가 허락한 모든 것을 함께 누릴 것입니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