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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방랑자

[Feature] 폭력과 과잉의 대가 우리에게 스즈키 세이준은 결코 익숙한 이름이 아니었다. 60년대, 오시마 나기사나 시노다 마사히로 같은 동세대 일본 감독들이 이른바 '쇼치쿠 누벨바그'라는 이름으로 영화사의 한 장을 채워가고 있을 때, 그는 동시상영용 B급 영화를 만드는 그렇고 그런 액션 감독에 다름 아니었다. 이후 오랜 세월, 스즈키 세이준이라는 이름은 스튜디오에서 퇴출당한 비운의 감독이라는 꼬리표와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희귀한 스타일로 영화광들의 전설로 전해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2001년, 마치 예기치 않은 손님의 방문처럼 그는 8년만의 신작 를 들고 베니스 영화제에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 열렸던 두 차례의 회고전에는 젊은 관객들이 몰려들어 환호성을 울려댔다. 한때 미국 독립영화의 정신이었던 짐 자무쉬.. 더보기
[Feature] 내가 만난 스즈키 세이준 2002년 ‘문화학교 서울’의 주최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대규모의 ‘스즈키 세이준 회고전’이 열렸다. 기획자로서 나는 이미 팔순에 접어들고 있던 세이준 감독을 만나고 싶었다. 무엇보다 그의 창조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모두들 무모한 시도라고 여겼지만 결국 세이준 감독이 서울을 찾았다. 3박 4일 동안 그는 ‘삶의 원칙을 위반하는 예외적인 사건’이라면서도 기자회견과 강연, 그리고 그의 절대적인 지지자였던 박찬욱, 김지운, 류승완 감독들과 대담을 했다. 회고전은 성공적이었다. 2월18일부터 25일까지 8일간 아트선재센터(아직 정식으로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가 개관하기 전이었다)를 대관해 개최한 회고전은 평균 객석점유율이 80%였고 6천명이 넘는 관객들이 몰렸다. 단순한 흥행 성적이 중요한 것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