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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01 “아름다운 공포에 매료 된다”
  2. 2011.01.30 “요즘 어떤 영화 보세요?”

[시네토크] 박진성 감독의 ‘마녀의 관’

지난 30일 저녁, <마녀의 관> 상영이 끝난 후 영화를 연출한 박진성 감독과의 시네토크가 있었다. 영화가 그려내는 아름다운 공포에 대해 진중한 말투로 짚어나가던 박진성 감독과의 솔직담백한 대화의 시간을 이곳에 전한다.


허남웅(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오늘 보신 영화의 연출자인 박진성 감독을 모셨다. 전에 시나리오 작업했던 영화 <기담>도 그렇고 오늘 상영한 데뷔작 <마녀의 관>도 그렇고 다 공포물이다. 원래 괴담과 기담에 관심이 많았던 것인가?
박진성(영화감독): 무서운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공포 쪽에 매료되는 지점이 많은 것 같다.

허남웅: 시나리오는 동생분과 같이 작업하셨고, 편집을 맡으신 분은 부인이시다. 주변의 지인이나 가족들과 작업을 하시는 게 편해서 그렇게 하신 것인지 아니면 상황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박진성: 동생과는 시나리오를 항상 같이 쓴다. 동생의 글을 좋아하는 편이다. 편집 역시 아내의 방식을 좋아한다. 오래된 친구들과 작업하는 것이 마음 편하기도 해서 그렇게 작업한 것 같다. 오늘 객석에 자리한 미술감독 역시 오래된 친구이다. 그런데 이 작품 하면서 헤어질 뻔 했다. (웃음) 어쨌든 그런 부분들이 참 좋고 계속 같이 작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허남웅:
<마녀의 관>은 고골의 <VIY>라는 작품을 각색한 영화다. 어떻게 해서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게 되셨는지?
박진성: 어릴 때 집에 청소년 세계명작 시리즈 같은 문고판 책들이 있었다. 그 중에 <마녀의 관>이라고 해서 어린이용으로 줄인 버전의 책이 있었다. 그 책에 삽화가 굉장히 무서웠다. 철이 들어서 다시 읽어보니 아름다운 구석이 있더라. 대부분의 데뷔작들이 그렇겠지만 언젠가 이걸 영화로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 같다.

허남웅: 아름다운 공포라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전에 시나리오 작업하신 <기담> 같은 경우도 굉장히 미적인 부분이 돋보였던 이야기였다. 공포 중에서도 특히 아름다움과 관련한 부분에 관심을 가진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박진성: 말씀하신대로다. 아름다운 것에는 폐쇄적인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포영화는 굉장히 피하고 싶은 감정을 다루는 장르 아닌가. 동시에 하위문화로 취급되는 장르이기도 하고. 그런 부분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는 생각이 든다.

허남웅: 영화는 3부 구성으로 되어있다. 고골의 원작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영화만 봤을 때는 원작을 조금 느슨한 형태로 각색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3부 구성이라는 것이 굉장히 특이하게 느껴지는데.
박진성: 사실 고골의 원작은 2부의 연극 이야기에 거의 그대로 옮겨져 있다. 1막, 3막의 이야기는 말씀하신대로 원작과 느슨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짧은 이야기를 여러 개 쓰는 게 훨씬 즐겁다. 또한 특히 공포영화의 경우에는 짧은 이야기를 무리하게 늘리면 굉장히 힘들어지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옴니버스란 그리 친절한 구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이야기로 밀고 나가는 장편을 만드는 요령에 대해 조금 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허남웅: 최근에 시나리오 작업하는데 있어서도 그런 연습을 하고 계시는지?
박진성: 그렇다. 어떻게든 액자 구성이나 에피소드의 나열 같은 것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공부하려고 한다. 하지만 또 짧은 이야기들을 쓰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어서 마음을 다시 다잡고 쓰곤 한다. (웃음)

허남웅:
이렇게 말씀하시긴 했지만 <마녀의 관>의 각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부분도 많이 등장한다. 그런 부분으로 인해서 느슨하지만 장편의 구성이 만들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동시에 이 영화는 굉장히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은 본다는 것에 대한 질문이다. 마지막 커튼콜에 장님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도 있고, 2부에서는 무대와 현실이 교차되고 1부 역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런 부분을 통해서 보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다.
박진성: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이 동시에 그것을 해석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안에 있으니까 밖에 나가서 해석할 수가 없다. 그런데 방금 말씀을 듣고 나니 그렇게 읽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그런 부분을 서브텍스트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든 것은 아니다. 대신 다소 뻔한 이야기긴 하지만, 동일 사건을 볼 때도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지 않나. 1막의 기분 나쁜 감독의 경우에, 본인에게는 정말 절실한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이 볼 때는 뭔가 이상하게 자의식만 비대해진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다. 굉장히 불행해 보인다. 반면에 3막의 인물 같은 경우에 굉장히 비루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그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 그것 역시 제가 볼 때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이렇듯 바라보는 지점의 차이를 모든 에피소드에서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지어낸 것 같다.

허남웅: <마녀의 관>은 시각적인 공포를 준다기보다는 분위기를 유도하면서 공포를 주는 영화인 것 같다. 배우에게 이런 부분들을 이해시키는 작업이 어떨지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배우에게 영화를 이해시키기 위해 어떤 과정들을 거치셨는지?
박진성: 정승길 씨는 연극도 오래 했고, 굉장히 영리한 연기자이다. 그래서 시나리오에 대해 둘이서 회의를 한다거나 하는 작업을 거칠 필요를 거의 못 느꼈다. 워낙 준비를 많이 해 오시는 분이다. 자신이 해석해서 ‘이렇게 하겠다’고 가져온 것들이 대부분 제가 하려고 했던 것과 일치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라고 이야기를 해야 할 경우가 거의 없었고, 설사 그럴 경우에도 제 의견을 이야기 하면 바로 그렇게 한다. 그쪽으로도 준비가 되어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개인적으로 시나리오가 어떤 의미를 전달해야하는가에 대해서 조심스러워하는 편이다. 사실 따져보면 극 속에 있는 인물은 자기가 관객들에게 어떤 느낌을 자아내야 하는지 그 목표에 대해 모르고 있어야 맞는 것이지 않나. 배우에게도 첫 대사, 그리고 그 전의 5분 정도의 상황만 준비해서 오면 된다고 주문했다.

허남웅: 여자 주인공 임지영 씨 같은 경우는 처음 영화에 출연하신 신인배우라고 들었다. 특히 첫 번째 ‘이상한 여자’ 같은 경우는 임지영 씨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분위기가 영화의 분위기를 지배한다고 느껴진다. 감독님이 캐스팅 하실 때 공을 들이셨을 것 같은데, 그 과정은 어땠는지?
박진성: 미술감독의 친구 분이 소개를 시켜주셔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들어보니 러시아의 영화 학교에서 연기 전공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 별로 안 된 배우였다. 사실상 볼 수 있는 전작이 없기 때문에 연기를 잘 하는지 어떤지는 사실 알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본인이 연극했던 DVD를 주더라. 4년 동안 훈련된 연기를 전공한 연극배우인 셈이다. 영화 속의 캐릭터처럼 음험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든가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무척 밝은 사람이다.


허남웅: ‘이상한 여자’ 같은 경우는 일종의 영화에 대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감독님은 이 영화를 연출하시기 전에 <기담>의 시나리오를 쓰시기도 했고, 토니 레인즈가 만든 <장선우 변주곡>에서는 라인 프로듀서로 계셨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서 메이킹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편집하시기도 하셨다. 이렇듯 영화 현장에서의 경험이 많으셨기 때문에 ‘이상한 여자’가 영화에 대한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데.
박진성: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1년 넘게 촬영했던 것 같은데 메이킹 기사로 활동할 때 굉장히 즐거웠다. 100명 가까운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당연히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긴 했지만 즐거운 기간이었다. 말하자면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있는 것이다. 다들 존중받은 자격이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한 여자’의 경우에는 영화 만드는 일을 소재로 삼고 있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영화에 대한 영화, 즉 메타 영화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메타 영화라고 하려면 영화 만들기, 혹은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 질문을 하려면 영화를 많이 찍어봐야 할 것 같다.

허남웅: ‘이상한 여자’에 등장하는 감독은 강박에 시달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감독님에게는 첫 연출작이기도 했는데, 연출 할 때의 과정과 경험도 궁금하다.
박진성: 1막에 나오는 감독 같은 사람들이 싫다.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사실 그것은 다른 사람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 감독은 주변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사람이 되면 안 될 텐데, 하는 공포는 있다. 그에 비해서 <마녀의 관>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영진위 제작 지원을 받아서 촬영을 하게 되었고, 흥행의 부담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문제는 스텝들이 굉장히 고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또 제가 성격상 스텝들한테 고맙다는 이야기를 못한다. 고맙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다. (웃음) 어쨌든 저는 현장에서 굉장히 즐거웠다. 사실 저만 좋았다. 다른 사람들 다 힘들었는데. (웃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수월하게 촬영했다.


허남웅: 이제 정리할 시간이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들고 싶다.
박진성: 지금 준비하고 있는 시나리오, 어떻게든 우격다짐을 해서라도 제작사를 통과시켜서 빨리 찍을 생각이다. 오늘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와주셨으니 다음에는 좀 더 볼만한 작품으로 찾아뵙겠다. (정리: 박예하 시네마테크 관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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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클럽] 정가형제 감독이 생각하는 ‘좋은 영화’ 보기

지난 26일 오후에 열린 두 번째 시네클럽 행사는 <기담>의 정가형제 감독과 함께했다. "요즘 어떤 영화 보세요?"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유년 시절을 영화광으로 보낸 정범식, 정식 감독이 ‘좋은 영화’에 대한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데뷔작 <기담>의 작업 과정에 대해서도 들려주었다. 소탈하고 내밀했던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요즘 어떤 영화를 보는지?
정식(영화감독): 영화감독을 하게 되니까 영화를 더 못 보게 된다. (웃음) 작업을 하면 시간이 많지 않게 돼서.
정범식(영화감독): 중2 때부터 영화를 많이 봤다. 영화를 안 보면 입에 뭐가 돋을 것 같았다. 그런데 <기담>을 만들고 나서 느낀 것이지만 보는 영화와 만드는 영화가 다르더라. 볼 때는 미학적인 면으로 보지만 만들 때는 산업적인 측면으로 보게 된다. 만들어지는 과정을 많이 알게 되니까 작년부터 영화를 보는 것에 소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본 영화가 많아져서 그렇기도 한데, 요새 뜨겁게 다가오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영화제에 <록키>를 추천하기도 했다.

김성욱:
어떤 영화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고, 어떤 영화를 나쁜 영화라고 생각하는지?
정범식: 미술 하는 분들은 문외한들이 보면 '저런 걸 어떻게 좋다고 할 수 있지?' 싶은 작품도 좋게 평가할 수 있다. 영화도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꼭 이야기를 중심으로 보지는 않는다. 시나리오에 중점을 둔 영화라고 하면 드라마투르기를 보지만, 그런 것이 아니고 형식을 추구하는 영화라면 형식을 본다. 나는 오손 웰스의 영화 같은 형식미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눌한 화법을 취하든 기막힌 형식미를 갖추고 있든 내용을 담는데 얼마나 충실한가에 초점을 맞춘다. <기담> 만들 때는 우리가 갖고 있는 내용은 별 것 아닌데 포장이 지나친가 하는 내적 고민도 했다.
정식: 솔직하지 않은 느낌이 나는 영화가 제일 싫다. 주제를 포장하기 위한 형식적인 가식들로 채워졌거나 '상을 타기 위해 만들어내는 장면이구나' 하는 것이 느껴지는 영화가 가장 싫은 영화다. 우리만의 편견일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같은 의견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영화가 왜 가식인가' 하는 의견을 나눌 때 몇몇 사람들과는 의견이 너무나도 잘 일치한다.
정범식: 영화도 사람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인간관계에서도 진심과 가식이 느껴지지 않나. 이건 영화니까 하고 다른 잣대를 갖고 보시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 사람들 만나는 것, 뭔가를 접하는 것과 다른 게 없다.

관객:
<기담>에서 배우와의 작업를 위해 준비하셨던 게 있으신지 또 실제 작업하면서 ‘다음엔 이렇게 하겠다’는 교훈을 얻으셨는지 궁금하다.
정범식: 생각보다 영화 찍기 전에 연기 연습들을 많이 안 한다. 대중 영화라면 앉아서 몇 번 리딩하는 정도?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 같은 연기가 그냥 나오지는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두 달 동안 캐릭터 만들고 말투 만들고 몸짓 만드는 분들도 있지만 전체적 환경이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작업실을 구해서 씬 연습을 많이 했다. 동선을 다 긋고 동선에 따른 자세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콘티를 짰다. 배우들 중에서도 연극작업에서부터 연기를 전통적으로 공부한 분들은 '이런 것에 목말라했었는데 너무 좋다'고 했고 그냥 편하게 그날그날 하는 배우는 '왜 이렇게 해야 하지' 하는 당혹감을 표현하더라. <기담>의 연기에 대해 한 평론가 분이 말투가 어눌하다고 했는데 그건 사실 그렇게 만들어놓고 간 거였다. 시대색으로. 물론 자의식이 강한 배우는 이런 연습을 반기지 않을 수도 있어서 사람마다 잘 조절해야 할 것 같다.
정식: 무엇을 준비했는지 안 보여주고 있다가 즉석에서 딱 보여줬을 때 모두에게 찬사 받을 수 있는 순간이 있지 않나. 현장에서 그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을 선호하는 배우가 있다. 그런데 <기담>에서는 어느 한 순간 재치를 보여주는 연기가 거의 없다. 웃겨야 한다거나 기막힌 동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영화 프레임 안에 가둬놓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연습이 꼭 필요했다.


정범식: 그리고 배우가 이전에 있었던 모습을 씻어내지 않은 상태에서 똑같이 반복하는 게 싫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얘기하고 그 안에 들어올 수 있는지를 먼저 물었다. 이런 저런 훈련을 제안하기도 하고, 의견을 듣고 변형시키기도 하고. 촬영 준비를 하고 콘티를 짜는 와중에도 어떤 훈련을 했으면 좋겠는지 얘기한다. 그게 되는 분들이 있고 ‘왜 날 가둬두느냐’ 하는 분도 있다. 그런 걸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주로 만난다. 봤던 걸 또 보는 건 관객의 입장에서 재미없지 않나.

(정리: 최용혁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관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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