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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27 [에디터 좌담] 에디터로서의 역할과 관객으로서의 역할

에디터 좌담

에디터로서의 역할과 관객으로서의 역할


영화제가 거의 끝나갈 무렵인 지난 22일, '2013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관객 에디터로 참여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간의 활동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이 자리에서 에디터들은 각자 리뷰를 쓰면서 가졌던 고민들, 녹취를 정리할 때의 어려움들, 관객 에디터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생각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고민과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서의 고민은 종종 교차하여, ‘에디터’가 아닌 ‘관객 에디터’로서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던 그 자리를 여기에 옮긴다.


 

프리뷰와 리뷰 사이에서

박민석: 에디터 활동을 리뷰부터 시작했으니 리뷰에서부터 얘기를 해보자. 개인적으로는 비평 글에 익숙해져 있어서 프리뷰에 가까운 글을 쓸 때 어려움이 있었다.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을 상대로 설득하는 것이 영화를 본 관객을 상대로 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 같다. 다른 분들은 어떤가?

최혁규: 자막 팀에서도 일하고 있기 때문에 자막 작업을 맡은 영화의 리뷰를 맡았다. 관객의 흥미를 어떻게 이끄느냐는 고민보다는 같은 영화를 한 번 더 보는 게 조금 더 곤혹스러웠다. 자막 작업을 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으로 볼 때는 사운드만 먼저 들렸는데 그것이 이미지와 합쳐질 때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송은경: <카이로의 붉은 장미>의 리뷰를 맡았는데 이 영화는 굉장히 애매한 위치에 놓인 영화인 것 같다. 안 본 사람도 많겠지만 영화를 자주 보는 관객들이라면 상당수가 이 영화를 이전에 접했을 것이다. 그래서 프리뷰와 리뷰 사이에 어디에 중점을 맞추고 써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김경민: 러프하게 말해서 글쓰기가 자기주장이라고 치면 프리뷰는 그것과 정보전달이 함께 가야되는 건데 그것이 좀 어려웠다. 내 글을 읽었던 다른 에디터 분들도 정보전달이 좀 빠져있는걸 지적했고 그런 걸 넣으면 서술형이 될까봐 걱정되기도 했다.

배동미: 리뷰보다는 특집기사를 쓸 때 더 어려움을 겪었다. 댄스영화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페임>과 <플래시댄스>의 특집기사를 맡았다. 영화 상영 전까지 기한도 지켜야 되고 정신 없이 썼는데, 그래서 맘에 들지 않은 부분도 많다. 스스로 만족을 하지 못했던 글이다.

장지혜: <이터널 선샤인>의 리뷰를 맡아서 쓸 때는 고민을 많이 했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시기에 개봉했던 영화고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영화라서 다른 얘기를 하려고 하니까 그게 좀 더 어려웠다. 반면에 스콜세지에 대한 특집기사를 쓸 때는 영화의 한 부분에 집중해서 쓰려고 하니까 오히려 글이 더 쓰기 편하더라.


시네토크

박민석: 시네토크를 정리하는 건 경우에 따라 녹취하기 힘든 경우도 있지만, 정리하는 본인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영화제 시네토크에서 인상 깊었던 점이 있었다면?

장지혜: <남부군>의 시네토크에서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이 나왔다. 90년대에 나온 영화였는데 당시의 얘기와 지금의 상황이 겹쳐지고 만나는 부분들이 있더라. 그래서 이걸 정리를 하면서 관객들이 별로 없었으니까 녹취 글도 많은 사람이 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면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김경민: 이번에 에디터 업무와 별개로 시네토크 소개영상 편집일도 맡았는데, 그 영상에는 친구들이 왜 이 영화를 골랐는지에 대한 게 꼭 들어가야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옛날에 봤던 영화를 스크린으로 보고 싶어서 추천을 했다고 한다. 스크린으로 영화를 다시 본다는 것의 의미를 아직 답은 잘 모르는데, 계속 그에 대해서 생각해봤던 것 같다.

배동미: 김경주 시인의 시네토크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들을 때는 굉장히 재미있게 들었는데 정리를 하는 것은 조금 어려웠다. 시인이라서 그런지 시네토크 중간 중간에 시적인 표현들을 많이 쓰셔서 이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정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했다.

송은경: 저의 경우는 오승욱 감독의 녹취가 그랬다. 정리하기는 제일 힘들었지만 시네토크는 굉장히 흥미롭게 들었다. 관객석에서 작년과 달리 유쾌하게 집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서 재밌었다.

최혁규: 평론가들의 시네토크의 정리를 맡았다. 팀장님이 다 할 수 있겠냐고 물었는데 제가 좀 욕심을 부렸다. 시네토크를 정리하는 것도 영화 공부의 일환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되게 달라붙어서 했다. 유운성 평론가와 이용철 평론가의 시네토크가 재미있었다. 영화비평계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가 강하신 분들이라 특히 그랬다.


영화제 돌아보기

박민석: 이번 영화제 상영된 영화들은 어땠는가?

송은경: <황야의 7인>이 인상 깊었다. 친구들 영화제 전에 세르지오 레오네의 특별전을 하지 않았나. 레오네 영화에 나왔던 배우들이 그대로 나오니까 너무 좋았고 집에 가서 서부극에 대해 찾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리뷰 쓰면서 이미 여러 번 봤지만 다시 확인하려고 <마르케타 라자로바>를 스크린으로 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받아들이는 데에 실패했다.

배동미: 영화보다는 감독들이 더 인상 깊었는데 그들에게서 정 같은 것을 느꼈다. 감독들이 처한 상황이 있지 않나. 김곡 감독 같은 경우는 <자가당착>이 개봉하지 못하고 있고 이명세 감독은 촬영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는데, 그런 걸 서로 걱정해주더라. 서로 다른 영화로 만났으면서 또 그 감독의 영화 작업에 대해서도 걱정을 하고. 그런 게 친구들 영화제의 매력 같았다.

김경민: <좋은 친구들>이 제일 인상 깊었는데 볼 때 정말 신나게 봤고 보고 나서도 너무 좋더라. 원래 갱영화나 서부영화에 편견 같은 게 있었다. 너무 마초적일 것 같고 시끄러울 것 같고. 영화를 이어폰으로 보니까 시끄러운 영화는 기피하게 되더라.(웃음) 혼자 볼 때는 우디 앨런이나 로메르 영화 같은 조용한 영화만 봤는데, 이 영화를 계기로 남성성이 가득한 영화들에도 애정이 생긴 것 같다.

장지혜: 상영작들 보면 개별적으로 선택된 작품이지 않나. 공교롭게도 그 안에서 묶이는 게 있더라. <페임>이나 <플래시댄스>. <내일을 위한 길>과 <카이로의 붉은 장미>. <우묵배미의 사랑>과 <남부군>. 이런 식으로 상영작들 내에서 제 나름대로 엮일 수 있는 영화들을 찾는 것도 흥미로웠다.


인터뷰

박민석: 영화를 보기 전에 다른 관객들은 여기에 어떻게 왔을지, 영화를 보고 나와서는 다른 관객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가 궁금할 때가 있는데 이들을 모아줄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관객인터뷰가 이를 약간이나마 해소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 다른 분들은 생각이 어떠한지?

최혁규: 예전에는 에디터가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지금의 구조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당시에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있어서 안으로 뭉치면서 밖으로 퍼질 수 있는 게 있었다. 앞으로는 그런 구심점 같은 걸 에디터가 많이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 중의 하나가 트위터를 활용하는 것이었는데 실현되지는 않았다. 서로 수동적이지 않고 주체적으로 발산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할 것 같다.

박민석: 관객 인터뷰 외에 아트시네마의 직원 분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배동미: 직원 인터뷰는 두 분 했는데 두 분 다 영화를 많이 좋아하시고 극장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고자 하는 모습이 보였고 극장을 누구보다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관객 에디터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극장에 오랫동안 머물고 계신 분들의 말씀이 굉장히 감동적이다. 극장에 대한 사랑이나 영화에 대한 사랑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송은경: 인터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 줄은 몰랐다. 김보년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랑 인터뷰를 했는데 굉장히 대화가 안 이어져서 민망한 상황이 많았다.(웃음) 관객 인터뷰를 하나 실패하기도 해서 인터뷰를 어떻게 하는게 좋은 건지 방법론에 대한 고민들이 생겼다. 그리고 직원 인터뷰를 계획했던 것만큼 못했는데 영사팀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서 아쉽다. 필름으로 상영하는 곳은 이제 시네마테크밖에 없으니까.


관객/에디터

박민석: 이번에 관객 에디터로 참여하면서 하고 싶었지만 못한 일도 있을 테고 아쉬웠던 점도 있을 것이다.

최혁규: 기본적으로 참여를 제대로 못해서 죄송하다. 이런 작업이 지속적으로 많아졌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들이 의무감을 가지고 할 필요는 없지만 무언가 하고 싶다고 느꼈을 때는 이런 활동이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바라는 점은 친구들 영화제가 끝나더라도 관객 에디터라는 형식을 끝까지 갖고 갔으면 하는 것이다.

박민석: 우리가 그냥 에디터가 아닌 ‘관객’ 에디터로 참여하는 만큼 관객 문화에 무언가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다가갈 수 있는 몇몇 기획들이 회의에서만 이야기하고 실행되지 못했는데 나 스스로 조금만 더 열심히 참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배동미: 관객 에디터로 참여하는 게 굉장히 좋은 기회인데 자꾸 까먹고 게을리한 부분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극장 측에서는 많은 기회를 준건데 온전히 실현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김경민: 관객 에디터로서라기보다 관객으로서의 바람이 있다. 얼마 전에 상영 몇 분 전에 정전이 났던 적이 있다. 이게 만약에 상영 중이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런 점이 극장을 자주 가다보니까 자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하루빨리 안정적인 환경의 극장에서 좋은 사람들과 영화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참석 에디터: 김경민, 박민석, 배동미, 송은경, 장지혜, 최혁규

진행/정리: 박민석 에디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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