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종종 ‘뫼비우스의 띠’에 비유되곤 한다. 꿈을 꾸는 듯 진행되는 이 영화의 구조를 생각하면 참으로 적절한 비유 같다. 그런데, 만약 뫼비우스의 띠를 가위로 자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신비로웠던 미로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선분으로 바뀌어버리고 말 것이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본 러닝타임은 147분이지만, 국내에서는 어떤 이유에선지 한 씬이 통째로 잘려나가 136분 버전으로 개봉하였다. 물론 삭제된 장면이 있다 할지라도,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성취해 낸 경이로움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을 입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처를 봉합할 수는 있어도 가위질로 인한 흉터는 남는다. 시작과 끝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에 남은 작은 흔적. 그렇다면 이 흔적을 역으로 이용, 출발점으로 삼아서 뫼비우스의 띠를 천천히 짚어나가도 되지 않을까?



삭제된 장면은 베티(나오미 왓츠)가 오디션을 보는 장면이다. 이보다 앞서 베티가 리타(로라 해링)와 함께 연기 연습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베티의 연기는 오디션에서의 그것과 대사만 똑같을 뿐 완전히 다르다. 베티는 리타와의 연습에서 복수심에 들끓는 여인을 연기하지만, 오디션에서는 아버지의 친구와 사랑에 빠진 연기를 한다. 오디션에서 보여준 연기가 진짜라면, 리타와의 연습은 무엇이었을까? 필요하지 않은 연기를 연습한 까닭은 무엇일까?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이런 질문은 확실히 어리석은 것이다. 사실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감히 추측하건데, 이 영화를 수입, 배급한 회사가 이 장면을 삭제하고 심의에 넣은 것도 아마 ‘설명이 되지 않으므로 쓸데없는 장면’이라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두 장면을 나란히 놓고 생각하면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의 ‘클럽 실렌시오(Silencio)’가 떠오른다. “밴드는 없다”고 외치는 사회자,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보이)는 여가수, 그것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베티와 리타. 거짓으로 위장한 쇼는 베티의 거짓 연기 혹은 거짓 연습을 상기시킨다. 이것은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중요한 질문, 즉 영화 이미지의 증명 가능성에 대한 의심과도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베티의 두 가지 연기 모두 결코 빼놓고 지나갈 수 없는 장면인 것이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제작되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겪었다. 처음엔 ABC TV 미니 시리즈로 기획되었지만, 제작 도중 프로젝트가 백지화되자 프랑스 영화제작사의 도움을 받아 영화로 재구성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극장에서 개봉시에 볼 수 있는 것은 창작자의 의도가 훼손된 <멀홀랜드 드라이브>이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영화가 중요한 장면이 삭제된 채로 개봉되었다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한 씬을 뭉텅 들어낸 국내 배급사의 결정은,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수수께끼 같은 성격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송은경 | 에디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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