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영화제 소식

2010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with 김한민, 윤종빈 감독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2010년 1월 19일 화요일  김도형 기자  


친구들 영화제에는 처음 참석하는 걸로 아는데,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됐나?
김한민(이하 ‘김’) 친구들 영화제는 이제 5회째가 됐다. 감독과 관객이 격 없이 만나서 같이 영화를 보고 얘기도 나누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된 영화제다. 원래 김성욱 프로그래머나 시네마테크하고는 예전부터 계속 작품에 대한 교감이나 공감이 있었는데, 어느 날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전화를 받게 됐다. 만나서 얘기를 하다가 나보다 훌륭한(웃음) 윤종빈 감독이라고 있는데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둘이 함께 하게 됐다.

두 사람은 어떤 경위로 친분이 생겼나? 영화 스타일도 다르고 나이대도 다른데.
윤종빈(이하 ‘윤’) 미장센 단편 영화제 심사하다가 처음 알게 됐다.
그때 친분이 생겨서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 친구들 영화제까지 왔다.

감독의 추천작을 상영하는 방식인데, 원래 이런 거 고를 때가 제일 재미있지 않나? 어떻게 <엄마와 창녀>를 추천하게 됐나?
추천을 많이 하는 게 아니니까 어떤 영화를 추천해야 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개인적인 기준은 있었다. 영화사적으로 너무 의미심장하고 어려운 영화보다는 쉬우면서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영화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완전 고전영화보다는 어느 정도의 범주 안에 있는 영화로 생각을 하다가 마침 윤종빈 감독이 <엄마와 창녀> 얘기를 꺼냈고, 해보자고 했다. 1973년도 작품이니 완전한 고전도 아니고,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작품으로 내가 생각했던 범주에도 속하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2003년도에 서울아트시네마가 선재아트센터에 있던 시절에 봤는데, 그때 재미있게 봤다. 그 뒤로 다시 보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기회가 와서 추천하게 됐다. DVD도 출시가 안 된 영화라 이런 기회가 아니면 보기 힘든 영화다.

러닝타임도 3시간 40분이니 쉽게 보기도 어렵겠다.(웃음)
그래서 이런 기회가 좋다. 보고 싶어서 말했는데 동의해줘서 잘 됐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보니, <엄마와 창녀>를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 같다. 각자 이 영화를 어떻게 보는지, 나름의 방법으로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한다면?
이 영화를 뭐라고 설명하기에는 상당히 포괄적이다. 개인의 해석은 있지만 역시나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테니까. 내가 본 <엄마와 창녀>는, 추천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한국과 많이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1973년도 68혁명 이후 프랑스나 당시 파리라는 곳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지금 우리의 공기와 많이 비슷한 것 같다 싶었다. 이걸 다 같이 보고 얘기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젊은이들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사랑, 연애, 섹스라는 지점에 작품의 소재가 맞춰져 있다. 윤종빈 감독의 경우는 그것들을 68혁명 이후의 사회적인 분위기의 알레고리로 보는 것이고, 나 같은 경우는 세 사람의 관계 속에 숨어있는 사랑의 순간들에 대한 노스탤지어, 뭐 그런 관점으로 바라보고 싶은 거다. 영화가 자연스럽게 다중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니까 그런 지점들이 이 영화를 선택함에 있어서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하고 생각한다. 장 으스타슈 감독도 모로코에서 이 영화를 상영할 때, 관계자들과 마니아들과 함께 영화 상영 후 밤새서 열심히 토론했다고 하니까, 영화 자체가 갖고 있는 성향이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보여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참 잘한 일인 것 같다. (웃음) 나 역시도 관객과의 대화 이후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필름으로 본 것은 처음인가?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더 좋았겠다.
필름으로 본 것은 처음이다. 한글 자막으로 본 것도 처음이다.(웃음) DVD로 보는 것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훨씬 좋았다. 영화가 4시간에 가깝다보니 DVD로 볼 때는 화장실도 가고, 뭘 먹기도 하고, 전화도 받고 그런 일들이 생기는데, 극장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바로 이런 게 시네마테크에서 하는 친구들 영화제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요소나,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어떤 해석의 차원이 아니라 그냥 극장에서 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다른 일반적인 영화들에 비해 시간을 다루는 방식이 다르니까. 나는 끊지 않고, 온전하게 극장에서 보면서 새로운 것들도 볼 수 있었다. 특히 엔딩 전에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가 길게 나오는 장면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꼭 필름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봐야 한다. 2003년에 봤을 때는 1,2부로 나눠서 상영을 했는데, 하필 중요한 장면에서 1부가 끝나는 바람에 안 좋았다. 이렇게 한 번에 쭉 보니까 느낌이 훨씬 좋다.

친구들 영화제 기간 중에 꼭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사샤 기트리 감독의 <어느 사기꾼의 이야기>도 보고 싶고, 조셉 로지 감독의 <트로츠키 암살>도 보고 싶다. 개막작이기도 했던 <사냥꾼의 밤> 역시 꼭 필름으로 보고 싶은 작품이다.
거기에 플러스 모두 다.(웃음) 다른 감독님들의 추천작을 필름으로 다시 볼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열혈남아>도 마찬가지. 물론 예전에, 고등학교 때였나? 보긴 다 봤지만, 다시 필름으로 본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도 그렇다. 이명세 감독님이 추천한 <동경 이야기> 같은 경우도 필름으로 본 적은 없으니까. 이런 작품을 필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두 감독 모두 서울아트시네마에 자주 오는 편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시네마테크 전용관 문제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다.
자주는 아니고 종종 오는 편이다. 전용관에 대한 필요성은 누구나 다 공감할 것 같아서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거다. 다만 이 장소인가, 아니면 이 장소의 임대를 끝내고 다른 새로운 시설과 새로운 장소에서 시네마테크라는 본연의 취지를 조금 더 심화시킬 것인가의 문제인 것 같다. 더 심화할 것인가? 여기서 임대가 끝나면 그냥 없어질 것인가의 문제. 물론 심화되기를 바란다. 이런 기회들이 없다. 예전 고전 영화들을 필름으로 접하고, 또 그것을 지금 현재 현장에서 뛰고 있는 감독들과 관객들이 함께 만나는 영화제로 진행한다는 것이. 다 같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학교 다닐 때 대학로에서 주로 생활했는데, 그 때는 아트선재센터에 서울아트시네마가 있을 때였다. 거의 일주일에 2~3번은 갔었던 것 같다. 자주 가서 영화를 봤고, 평소에 잘 못 보던 영화들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근데 지금은 약간 힘든 시기다. 당연히 시네마테크 전용관은 있어야 마땅한 시설이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영화산업이 큰 나라인데,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나라인데, 그 중심 도시인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요즘 작업 진행은 어떤가? 세 번째 작품은 언제 볼 수 있나?
모든 감독들의 업보처럼,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이번에는 스릴러가 아니고 사극 쪽이다. 액션이 펼치지는 사극이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지점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직은 시나리오 초고 단계다.
83년부터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무법자>라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갱스터 장르의 영화다. 갱스터 장르인데 갱스터가 주인공은 아니다.(웃음) 시나리오는 나온 상태이고 지금은 캐스팅 단계다. 9월이나 10월쯤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