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도시의 사랑>


<도시의 사랑>(1953)은 페데리코 펠리니,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알베르토 라투아다 등 네오리얼리즘 감독들이 로마 도시민의 일상을 여섯 편의 에피소드로 다룬 옴니버스 영화다. 제목과 달리 사랑 이야기보다는 로마인들의 생활, 특히 여성의 사회적 지위, 그들이 처한 상황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보여준다. 펠리니는 네 번째 에피소드인 <결혼 중개소>를 연출했다. <결혼 중개소>는 국제적 명성을 가져다준 세 번째 장편 <비텔로니>(1953)와 초기 걸작 <길>(1954) 사이에 놓인 작품으로, 네오리얼리즘의 분위기가 여전히 팽배한 상태에서 만들어졌지만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선 그의 독특한 시선을 또한 확인할 수 있다.

결혼 중개소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는 한 젊은 기자는 부유하지만 보름달이 뜰 때마다 늑대인간으로 변신하는 남자를 대신해, 아내를 찾는 고객인 척 위장을 해서 결혼중개소를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젊은 여성을 소개 받아 만난다. 가난과 굶주림 때문에 부유한 늑대인간과의 결혼을 생각하는 젊은 여자와 대화를 하던 남자는 그녀의 순수한 동정심에 동화되어 그녀가 늑대인간의 결혼상대자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오프닝 씬이다. 결혼 중개소를 조사하고자 하는 주인공 남자가 로마의 낡고 오래된 아파트 빌딩의 좁은 복도에서 자신이 찾는 곳이 어디인지 몰라 헤매며 빌딩 곳곳을 쳐다보고 있다. 곧이어 그는 결혼 중개소가 위치한 복잡한 빌딩 속으로 스며들어 간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들도 잘 모르는 그 곳을 어린 아이가 나타나 데려다주겠다고 말한다. 주인공이 아이를 따라 나서자 어디선가 다른 아이들이 나타나고 그렇게 주인공 남자는 현실이 비틀어진 이상한 세계로 향한다. 몽타주와 S자 곡선의 카메라 움직임에 의해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는 이 장면은 마치 아찔한 악몽과도 같은 혼돈의 세계로 관객들을 소환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후 젊은 여성이 등장하는 후반부 소개 장면부터 영화는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복잡한 빌딩 속 장면이 판타지였다면 후반부는 현실 속 인간의 시절을 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초반부는 네오리얼리즘의 압박에 저항하는 흔적을 엿볼 수 있고, 후반부는 현실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찾는 여전히 네오리얼리즘의 계보 안에 놓여 있는 당시 펠리니의 시선과 고민을 느낄 수 있다. 짧은 단편이지만 이 영화에서도 주관적 기억과 환상에 의존하는 펠리니의 자전적 경향과 태도는 빛을 발한다. (신선자)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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