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인터뷰] 장 프랑수아 로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프로그램 디렉터

여섯번째를 맞은 '2011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영화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러 내한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프로그램 디렉터 장 프랑수아 로제 씨를 지난 13일 시네마테크 마스터클래스가 열리기 전 서울아트시네마 로비에서 만났다. 그가
말하는 영화의 즐거움은 무엇일까? 그가 느낀 시네필의 즐거움, 극장의 즐거움, 한국영화의 즐거움,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디렉터로써의 즐거움 그리고 시네마테크의 즐거움을 들어봤다.


시네필의 즐거움은?
내가 영화를 좋아하게 된 것은 아마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어머니가 영화를 좋아하셔서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영화를 자주 시청하였다. 어릴 때부터 그 옆에서 같이 영화를 보며 자라왔다. 60, 7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내 연령대의 사람들은 나처럼 극장에서 보다는 텔레비전으로 영화를 더 많이 접했다. 집에 있는 텔레비전으로 자연스럽게 접하고 좋아하게 된 영화에 대한 애정이 커져서 나를 시네필로 만들었다. 어렸을 적에는 영화가 너무 좋아서 가정용 캠코더로 짧은 영화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연출은 나의 역량이 미치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나는 창의적인 예술가형은 아니다. 나는 영화를 보고 그것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을 더 잘한다고 생각하고 더 좋아한다.

극장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처음 극장에서 본 영화는 제리 루이스의 <팻시>(1964)였다. 너무 어려서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봤다. 나중에 크고 나서야 줄거리 파악이 됐다. 어린시절 아프리카에서 2년을 보낸 것 또한 나에게 색다른 극장의 경험을 선사했다. 코트디부아르의 아비장이란 도시에서 살았다. 그곳엔 극장이 많이 있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나는 그중 한곳에서 나의 9살 10살 시절을 보냈다. 한 스크린에서 다른 영화들이 연속상영이 됐는데 한번 앉아선 그날의 상영작을 모두 보곤 했다. 집 그리곤 해변, 극장, 집, 해변, 극장만을 왔다 갔다 했다. 극장에 갈 때면 3번째나 4번째 줄을 선호한다. 나는 영화의 전체적인 프레임을 내 눈에 다 담고 싶기 때문에, 스크린에서 너무 멀게 앉지 않는다.

한국영화에 대한 느낌은?
내가 한국에 방문하기 전 보아온 한국영화들은 한국 특유의 에너지를 전달해주기에 충분했다. 영상 속에 이미지들은 상상력을 불러일으켰고 한국이란 곳에 호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한국에 처음 온 것은 2004년이다. 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왔었다. 서울은 6번의 한국방문중 3번밖에 오지 않았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넘치는 에너지에 압도당했고, 이곳에서 만난 한국 영화인들의 친절함에 반했다. 한국 영화감독들과 평론가들을 만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한국인의 감성도 조금은 배울 수 있었다. 한국 영화에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에너지와 사랑스러운 감성이 있다. 처음 본 한국영화는 1989년에 프랑스에서도 개봉한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9)이다. 그다지 마음에 들었던 영화는 아니지만 영상이 좋았다. 나를 진정한 한국영화의 세계로 이끌어 준 것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들이다. 내가 이탈리아의 한 영화제에서 그의 <씨받이>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순간적으로 그의 영화세계에 반했고 그가 만든 다른 작품들도 모조리 찾아보았다. <서편제>또한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다. 임권택 감독의 작품에서 묻어나는 한국의 혼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자연스레 한국영화에 빠지게 되었다. 이번 3월에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는 홍상수 회고전을 할 것이다. 홍상수 감독이 직접 와서 마스터 클래스도 할 텐데, 굉장히 기대 된다. 나는 그가 현재 세계영화계에서 매우 영향력 있고 중요한 감독 중 한명이라 생각 된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디렉터로써의 갖는 즐거움이 있다면?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진 않았다. 정치학과 법학을 공부했다. 다만 내가 이쪽으로 발을 들이게 된 것은 적절한 타이밍에 맞는 일터와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 같은 프랑스의 CNC 라는 곳에서 운영과 행정업무를 보았다. 거기서 1991년에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디렉터가 된 도미니크 파이니를 만났다. 그는 당시 영화 제작자였는데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일을 맞게 되었고 나에게 같이 일하자고 제의를 했다. 나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20년이 되도록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디렉터로 일해 오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이 일은 시네필인 나에겐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된다. 힘이 닿는 한 계속적으로 이 일을 할 것이다.

시네마테크는 OO다.
시네마테크란 사람과 영화를 위한 공간이다. 모든 영화와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상업영화, 독립영화 또는 어린이용 영화, 여성용 영화, B급영화, A급영화, 미국만을 위한 영화, 한국만을 위한 영화로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그런 분류적인 개념에 찬성하지도 않는다. 모든 영화가 분별되는 특징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영화는 영화다. 모든 영화는 시네마 Cinema 라는 한 개념 안에 있는 예술적인 존재이다. 그리고 시네마테크는 고전영화나 어려운 영화만을 상영하는 곳이 아니다. 모든 영화를 아울러 상영하는 극장이다. 모든 형식과 내용, 스타일, 시대 그리고 감성의 영화를 상영하고, 영화를 보러오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있는 공간이 시네마테크라고 생각된다.

(인터뷰 : 시네마테크 서울 아트시네마 관객 에디터 배준영)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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