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2. 15:07ㆍ2011 시네바캉스 서울/Review
젊고 아름다운 디자이너 이리나는 출생의 비밀에 사로잡혀 있다. 세르비아의 작은 마을 출신인 그녀는 사탄을 숭배하던 마을 사람들이 마녀로, 혹은 표범 형상으로 바뀌었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마을 전설에 따르면, 그런 피가 섞여있는 사람은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 육체적 접촉이 이뤄지는 그 순간 표범으로 바뀌어 상대방을 죽일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리나는 올리버와 사랑에 빠지고, 곧 질투와 의심과 자기 파멸의 격류에 휘말린다.
1942년작 <캣피플>은 프로듀서 발 류튼이 처음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발 류튼은 그 전에 신문기자와 펄프소설작가로 생계를 꾸려갔으며, 거물 제작자 데이빗 O. 셀즈닉에게 발탁되어 영화사 스토리 에디터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그는 당시 파산 일보 직전이었던 영화사 RKO로부터 ‘14만 달러 이하의 예산으로 공포 영화를 찍으라’라는 조건 하에 프로듀서 일을 맡게 됐다. ‘표범 인간’이라는 막연한 주제를 건네받은 발 류튼은 각본가 드윗 보딘과 함께 밤새 시나리오를 써내려갔고, 당시 풋내기 연출자였던 자크 투르뇌르와 팀을 이루었다. 극저예산이다 보니 시각 효과에 돈을 거의 쓸 수가 없었다. 심지어 실내 장면은 그 직전에 촬영됐던 오슨 웰스의 <위대한 앰버슨가> 세트를 재활용해야 했다.
덧붙이자면 <캣피플>은 공포영화의 컬트적인 숭배자들을 불러 모았던 여배우 엘리자베스 러셀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러셀은 극 중 이리나의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이리나에게 “나의 자매여”라는 말을 건네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로 등장한다.
글/김용언(씨네21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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