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토크

이제는 바깥을 통해서 안을 표현하고 싶다

- 이명세 감독이 말하는 애드리안 라인의 <플래시댄스>

 

지난 2월 2일, <플래시 댄스>의 상영 후에 이명세 감독의 시네토크가 열렸다. 다양한 주제로 확장되었던 대화는 끝까지 자리를 지킨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 시간의 일부를 전한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이 영화를 친구들과 함께 봤다. 그 때 보았던 장면들이 거의 비슷하게 기억되는 것 같다. 이번 ‘친구들 영화제’에서 처음에는 <나인 하프 위크>를 선택했고, 그 다음에 선택한 것이 이 <플래시 댄스>다. 애드리안 라인의 작품들인데, 선택을 한 이유가 궁금하다.

이명세 (영화감독): 지금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내가 영화를 만들어 오는 방식이 안에서 밀어내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바깥을 통해서 안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드리안 라인의 또 다른 연출작인 <언 페이스풀>(2002)이라는 영화에서 다이안 레인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그러면서 애드리안 라인의 영화를 다시 봐야겠다 싶었다. <플래시 댄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몇 장면이 있다. 거리에서의 브레이크 댄스 장면이다. 패션에 영향을 미친 것들도 있는데, 가령 영화 개봉 후에 한국에서 밀리터리 룩을 전파시킨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 뒤로 남성들이 전유물이었던 옷들이 80년대 이 영화를 통해서 여성들에게까지 전파되었다. 또한 80년대의 TV와 음악, 시청각에 이 영화가 끼친 영향도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김성욱: 방금 말씀하신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영화를 찍으려 한다는 말의 의미가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가 궁금하다.

이명세: 사람들마다 틀리겠지만 나는 영화를 만들기 전 명상을 통해서, 내가 그리려고 하는 영화의 본질이 어떤 것인지 먼저 알고, 그 느낌을 따라 표현해왔다. 또한 어렸을 적에는 연기자의 연기가 우선이고, 역할에 따라서 배우들을 캐스팅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조감독 시절에는 많은 선배 감독들이 여배우의 얼굴이나 외적인 것을 보고 캐스팅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요즘에는 시대가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것들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것이 욕망이든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향수든, 겉으로 보이는 것들, 즉 사람들이 바라보며 욕망하고 있는 대상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그 본질이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김성욱: 오늘 영화를 다시 보면서 영화가 정확하게 삼등분 된 몸을 보여주는 영화구나 싶었다(웃음). 모든 샷들이 머리, 중간, 다리로 삼등분 되어있다. 주인공 제니퍼 빌즈의 대역을 춤 장면에서 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않았나 싶지만 영화의 대부분의 장면들이 MTV 식의 분할 장면들이 많다. 오늘은 어떤 장면이 인상 깊었는지 궁금하다.

이명세: 구조적으로, 전체적으로 한번 새롭게 본 것 같다. <플래시 댄스>는 뮤지컬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엄밀히 말해 뮤지컬 영화는 아니다. 노래 가사를 통해 이야기, 감정을 전달하는 새로운 방식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김성욱: 이 영화는 돈 심슨과 제리 브룩하이머의 공동 제작의 첫 작품이다. <플래시 댄스>의 엄청난 성공과 함께, <비버리 힐스 캅>(84), <탑건>(86) 등을 연이어 내 놓으며 돈 심슨이 약물 중독으로 죽기 전까지 둘은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이후에도 제리 브룩하이머는 여전히 유명 제작자로 남았다. 이 영화를 보면 애드리안 라인의 느낌도 있지만 제리 브룩하이머와 돈 심슨이 만들어 온 일련의 영화들, 소위 '하이 컨셉 무비'의 느낌이 많이 난다. 오늘 보며 재밌었던 것은 A-B식의 단순한 개그 코드들이다. A장면, B장면이 반복되는 것이 변주되어 코믹함을 만들어낸다. 이런 요소들은 제작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애드리안 라인의 다른 영화들과 비교 해보자면 그렇다.

이명세: 이런 코드들이 이전 클래식 영화에 없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찰리 채플린도 그렇고, 일련의 고전 영화들의 코드를 현대적으로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욱: 이 영화는 여성 관객들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린 영화였다. 영화가 묘사하는 제니퍼 빌즈의 캐릭터에는 특이한 점이 많다. 지금은 클리세가 됐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코드들이 가령, 춤의 대립(발레와 플래시 댄스), 계급적인 대립, 직업적인 대립, 인종적인 대립 등을 포함해 두 가지 대립항들을 분명하게 설정해놓고 시작을 한다. 이 영화는 <토요일밤의 열기>를 개작한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그 영화와 비교하자면 <플래시댄스>의 모든 춤은 여자가 솔로로 추는 춤이라는 점이다. 커플을 이뤄 춤을 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뮤지컬 영화와는 다른 점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보통 뮤지컬에서 사랑의 구애가 춤을 통해 표현된다. 극중 알렉스의 말처럼 발레의 경우에는 커플을 이룬다는 것이 대립을 이루고 있다. 감독님의 말처럼 대중영화로서 정교함이 돋보이는 것 같다.

이명세: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페미니즘 평단의 비난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성욱: 이런 영화는 반응이 두 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가령, 첫 번째 반응은 캐릭터가 대단히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이다. 영화상의 알렉스의 커리어, 가령 댄서와 용접공을 18세의 나이에 한다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들이 있다.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플롯에 있어서 남자 조력자에 의한 성공의 이야기, 즉 이런 신데렐라 스토리가 갖는 플롯상의 결점을 지적하는 반응들이 있다. 다른 하나는 영화가 여성의 몸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지적들이다. 제니퍼 빌즈나 댄서들의 춤 장면에서 삼등분의 쇼트들, 즉 분할장면들이 여성의 몸을 재현할 때 상품성과 관련한 페티시즘의 논란이나 포르노그래픽한 이미지로 보인다는 것에의 논란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보느냐는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여성 댄서가 가진 독립적 성향들이나, 노래와 댄서들의 이야기들, 그들의 성공 스토리 자체가 이전의 캐릭터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명세: 다시 한 번 보면서 무언가 발견할 수 있는, 흔히 보물창고 속에 있는 감독들만이 아니라 그 밖에 더 많은 감독들이 있는 것 같다. 애드리안 라인도 그런 감독이었다. 여러분도 영화를 보며 새로운 발견, 많은 보물찾기에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정리: 김경민 / 관객에디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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