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 이해영 감독과 배우 신하균이 추천한 <부기 나이트>의 상영과 시네토크가 있었다. 이례적으로 현장예매가 시작한 당일에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남긴 만큼 현장 분위기 또한 떠들썩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시네토크는 팬 미팅의 분위기보다는 진지한 논의의 자리였다. 다소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시네토크 마지막까지 들뜬 분위기에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현장을 옮긴다.

 

허남웅(영화 칼럼니스트) : <부기 나이트>를 추천한 이유에 대해 듣고 싶다.

이해영(영화감독) : 이번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가 '이것이 영화다!'이고 그것에 관한 영화를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연스럽게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떠올랐다. 그의 모든 작품들이 훌륭하지만 <부기 나이트>라는 영화가 가장 영화적인 유희를 주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의 모던함이나 기술적 완성도가 훌륭한 지점들을 스크린으로 보면 즐거운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추천했다.


허남웅 :
신하균 배우님께서도 이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언제 이 영화를 처음 보셨고 어떤 점에서 좋으셨는지, 어떤 배우의 연기가 좋았는지도 궁금하다.

신하균(영화배우) : 90년대에 봤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 굉장히 충격적이었고 많이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오늘 다시 보니까 새롭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배우다 보니까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 깊었고. 개인적으로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스카티 역)을 좋아한다. 잠깐 나오지만 인상적으로 연기를 한다. 줄리안 무어(앰버 역)도 좋았다.


허남웅 :
캐릭터를 볼 때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 부분은 어디에 있나. <페스티발>의 장배는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신하균 : 특별히 어떤 점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느끼는지는 잘 모르겠다. 장배는 모든 남자들이 갖고 있는 최악의 모습을 다 갖고 있는 인물이라 재밌을 것 같았다. 이런 역할과 이런 시나리오는 다시 못 만날 것 같았고 너무 재밌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허남웅 :
이번에 친구들 영화제의 상영작을 보면 90년대 작품들이 많다. 감독님에게 클래식이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부기 나이트> 같은 경우는 현대의 클래식이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

이해영 : 난 영화 전공자가 아니다보니 보통 클래식이라고 하는 영화들은 으레 이런 영화는 봐야하니까, 교과서 같은 느낌으로 접한 영화가 대부분이다. 그 중에 내게 직접적인 감흥을 준 영화는 적었다. <부기 나이트>가 어떤 분들에게는 얼마 안 된 영화 같은 느낌일수 있지만, 제게는 나를 영화로 이끌었던, 끊임없이 영화적 로망을 갖게 만들고 영화를 지향하게 하는 영화다.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 <부기 나이트>를 봤고 그 시기부터 여전히 나를 채찍질하거나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영화로 작용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내게는 옛날의 대선배들이 만든 그 어떤 영화보다 어떤 맥락에서는 클래식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허남웅: <부기 나이트> 같은 경우 폴 토마스 앤더슨이 시나리오에 카메라 촬영 기법이나 어느 방면으로 찍을 것인지 등을 상세하게 적었다고 한다. 감독님께서는 현장에서는 어떻게 배우들과 호흡하셨는지 궁금하다.

이해영 : 나는 감독은 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원했거나 꿈꾸고 있는 뉘앙스, 그림들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사람. 어차피 구현하는 것은 배우니까. 캐스팅을 하는 순간 그 캐릭터는 배우의 몫이고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은 미미하다. 그 뒤로 할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그 배우에게 내가 어떤 것을 원하고 있고 꿈꾸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정도가 최대치라고 생각한다.



관객1 :
<천하장사 마돈나>와 <페스티발>을 인상 깊게 봤다. 두 영화 다 인물들이 비주류, 언더라는 인식이 강하단 인상을 받았다. 감독님은 영화들을 통해서 비주류의 사람들을 위해 대변인으로서 영화를 찍으시는지 궁금하다.

이해영 : 대변인을 자청한 적도 없고 그렇게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냥 내가 생각할 때 내가 메이저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결핍된 삶을 살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 안온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정서가 쉽게 나오진 않는다. 개인적으로 안온한 삶을 사는 다수의 사람들이 다수라는 이름으로 소수에게 폭력적인 시선이나 언행을 일삼는 행태에 대한 기본적인 짜증과 불쾌함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소위 마이너한 사람들을 챙겨보고 싶고 돌아보고 싶다.

관객2 : <카페 느와르>에 롱테이크가 많은데 찍을 때 특별히 어려움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해영 감독님도 영화에서 롱테이크를 많이 사용하실 의향이 있는지도 묻고 싶다.

신하균 : 롱테이크는 기술적인 부분이라 연기할 때 크게 중요하지 않다. 연극할 때는 긴 호흡으로 한 시간 반, 두 시간 연기를 하니까. 내 입장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해영 : <부기 나이트>에 수려한 롱테이크가 많이 나온다. 롱테이크는 이렇게 써야한다는 훌륭한 레퍼런스를 많이 주고 있다. 오프닝 때 '부기 나이트'라는 네온간판으로 시작해서 길거리를 훑다가 클럽 안으로 들어와서 모든 사람들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마지막에 더크 디글러까지 가는 그 롱테이크가 굉장히 수려하고 놀라운데, 그것이 이 영화가 줄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정서라고 생각한다. 사실 롱테이크라는 것이 어떤 영화에서는 나태함, 게으름의 다른 이름이 될 수 있다. 감흥을 크게 주지 못하는 독립영화 같은 경우가 그렇다. 컷이 길어지면 손쉽게 예술영화처럼 보인다. 롱테이크를 잘 사용하고 싶은 의향은 물론 있다. 롱테이크는 감독의 연출력을 가장 쉽고 빠르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다. 내가 <부기 나이트>나 <살인의 추억>의 논두렁 장면 같은 수려한 테크닉을 스스로 구사할 수 있단 자신감이 들기 전까지는 채를 썰 생각이다. 잘게 말이다.(웃음)




관객3: 연극 연출을 공부하고 있다. 연극의 경우 오랜 기간 동안 함께 연습을 해서 러닝타임 동안만 연기를 한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경우는 카메라로 찍고 같은 장면을 반복하기도 한다. 게다가 오랜 기간 동안 찍는다. 그런 환경에서 어떻게 그 역할에 집중하는지 궁금하다.

신하균 : 연극과 똑같다. 충분히 대화하며 조율할 시간이 있다. 매번 테이크를 갈 때마다 디렉션을 주시면 맞춰서 가기도 하고, 새로운 느낌이 있으면 제안을 하기도 한다. 배우마다 다를 것이다. 감정이 끊기기도 하고 촬영 기법에 따라서 연기를 반복해야할 때도 있지만 경험을 하다 보면 기술적인 부분이라 적응이 된다.

관객4 : 두 가지 궁금증이 있다. 하나는 더크가 친구들과 가짜 마약을 팔러 갔을 때 리드(존 C.라일리)가 빨리 나가자고 할 때, 빨리 안 나가고 더크의 얼굴이 클로즈업 돼서 뭔가를 계속 생각하는 표정이 있다. 그 때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고 두 번째는 영화가 마지막에 가서 결말이 가족적인 분위기로 끝난다. 잭은 아버지, 앰버는 어머니 같고 나머지도 가족 구성원처럼 보였는데 왜 감독은 결말을 가족처럼 구성해서 끝냈을까 궁금하다.

이해영 :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희망은 신도 이 세상도 주지 않은, 모두에게 버려졌던 사람들이 아득바득 어떻게든 살아남겠단 의지력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실에 대한 인지력이 약간 떨어져 있고 그럼에도 정신을 추슬러서 이성을 되찾는 그 생존력을 표현하는 얼굴이 아니었을까. 사실 가짜 마약을 팔려는 신을 그대로 빼도 말은 된다. 푼돈을 벌려다 수모를 당하고 잭에게 눈물로 찾아가 사과를 한다. 이렇게 하면 굉장히 쉽다. 그리고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많은 투자자들이 그것을 요구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단순화시키지 않고 정말 바닥까지 한 번 더 보내고 그 바닥에서 어떻게든 살아서 나오려는, 끈질긴 악과 깡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영화는 굉장히 명징하게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든다. 가족을 구성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다. 영화 초반에 잭과 앰버와 롤러걸이 차를 타고 가다가 더크를 태우는 장면이 있다. 그 바로 다음에 왠지 마약을 하러 가거나 술을 먹거나 유흥업소에 갈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이들은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는다. 누가 봐도 엄마 아빠와 아들 딸 같은 일종의 대안가족 같은 방식으로 이 관계를 묶어주고 이 가족이 시대의 변화와 산업의 몰락, 사람들의 방탕함으로 붕괴 됐다가 다시 뭉쳐진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관객5 : 감독님께서는 훌륭한 감독이 되기 위해서 어떤 개인적인 노력을 하시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감독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이야기를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어떤 것을 얻으려고 하시는지 궁금하다.

이해영 : 특별히 노력하는 것은 없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 귀를 많이 열어놓고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나이도 먹고 감각도 떨어져서 많은 것이 남아있지 않지만 그 정도의 노력을 하는 편이다. 영화는 감독과 배우, 스텝 그 사이의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고 고스란히 내 입맛대로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해야 한다고 했던 것은 감독이 이야기를 꾸준히 해야만 그 삼각구도의 한 꼭짓점이 뾰족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이 구도의 긴장감이 팽팽해지고 영화가 잘 나온다고 생각한다.

허남웅 : 시나리오가 굉장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들었는데 앞으로의 계획과 오늘 관객들과 함께한 소감이 궁금하다.

신하균 : 굉장히 많지는 않다.(웃음) 검토 중이고 아마도 다음엔 영화를 하게 될 것 같다. 오랜만에 <부기 나이트>를 많은 분들과 같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정리: 이정아(관객에디터)

사진: 최용혁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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