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5 10주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Review

[리뷰]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 지구를 보는 시각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김조광수 감독의 선택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A Space Odyssey


1968│141min│미국, 영국│Color│DCP│15세 관람가

연출│스탠리 큐브릭 Stanley Kubrick

출연│케어 둘리아, 개리 록우드, 윌리암 실베스터

상영일정ㅣ 1/31 15:10(시네토크_김조광수), 2/10 19:10

“최근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다시 봤는데 정말 경이로웠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이 영화를 집에서 TV로 봤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로 추천했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면 왜 영화를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구를 보는 시각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스탠리 큐브릭은 영화 속 공간 표현에 탁월한 감독이다. 그의 영화에서 공간은 종종 살아 있는 듯 보인다. 피를 뿜어내는 <샤이닝>(1980)에서 오버룩 호텔이 그랬고,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의 우주공간이 그렇다. 지금은 공간의 시선, 공간의 응시라는 개념이 비교적 널리 사용되지만, 이 말의 사용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해도 큐브릭의 영화에 공간의 시선이 깃들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대한 줄거리를 요약할라치면 요령부득이 된다. 영화는 유인원의 시대에서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는 미래를 단숨에 잇는다. 인간의 죽음과 탄생을 잇는 동시에 인류와 우주의 접촉으로 나아간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우주여행을 다룬 영화가 아니었다. 영화 자체가 우주여행이었다.”라는 몇몇 평자들의 통찰이 어쩌면 이 영화에 대한 가장 적절한 줄거리가 될 것 같다.


영화의 흐름은 보기에 따라 굉장히 느리고 지루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큐브릭이 찾아낸 우주가 뿜어내는 ‘샤이닝’에 적합한 최적의 속도다. 영화는 영상에 맞는 음악을 찾아낸 것이 아니라 음악에 적합한 영상을 일부러 만들어낸 것처럼 이미지와 영상의 합이 절묘하다. 우주를 유영하는 느린 흐름과 클래식 음악, 데이브가 다른 차원의 세계로 빨려드는 장면에서의 미칠 듯한 속도감과 전위음악이 절묘한 오케스트레이션을 이룬다.



이 영화는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등 우주를 다룬 최신 SF 영화에 대해 여전히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 중심적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당대의 SF 영화들과도 확연히 달랐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구현한 외계적 시선은 일종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다. 이 작품은 인간의 시선에서 외부로서의 우주를 바라본 것이 아니라 우주의 시선으로 인간을, 지구를 바라보기를 요구하는 영화다. 그것은 <샤이닝>에서 대니의 입속에 사는 것이자 초월적인 존재인 토니처럼 내재하는 것이자 외재하는 것으로서의 우주다. 지구의 입장에서 다른 행성을 포함한 우주는 광활한 허공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반대로 광활한 허공의 입장에서 지구는 그저 자신이 품고 있는 여러 행성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염두에 둘 때 우주선의 내부 구조는 흥미롭다. 우주선 내부에서 사람들은 둥글게 이어진 벽을 거꾸로 거슬러 오른다. 이러한 구조는 마치 인간이 내딛고 선 지구를 허공으로 둔 채 외부의 중력을 형상화한 것처럼 보인다.


내부와 외부의 관계 역전은 모노리스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반복된다. 특히 데이브가 목성에 도착한 뒤 침실 내부에 모노리스가 등장하는 장면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마그리트의 작품 『망원경』은 구름 낀 하늘을 비추는 창문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이상하게도 반쯤 열린 창문 밖은 검은 허공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방 한가운데 세워진 육각면체의 세로 기둥인 검은 모노리스는 그 평면성이 두드러져 마치 방의 일부가 허공인 것처럼 보인다. 카메라는 모노리스에 가까이 다가가는 동시에 우주로 직행하면서 외재적이자 내재적인 것으로 우주를 그려낸다. 그러므로 이 영화에 동행하길 원하는 관객은 지구 중심적인 시각 이미지가 각인된 잠든 두뇌를 깨울 준비를 해야만 한다.

김소희 『씨네21』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