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지 않게

-존 카사베츠의 <투 레이트 블루스>

 

 

 

 

 

‘걸작’으로 알려진 대표작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영화를 별 기대 없이 보다 자기도 모르게 빠져든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실 <투 레이트 블루스>는 존 카사베츠의 영화 중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하지만, 오프닝 시퀀스에서 아이들과 주인공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즐겁게 재즈를 연주하는 장면의 시작부터 영화에 빠져들게 하는 작품이다.

 

 

<투 레이트 블루스>는 카사베츠의 두 번째 영화이자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서 만든 첫 번째 ‘주류’ 영화이다. 아무도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그림자들>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비평가상을 받자 미국의 배급사들은 부랴부랴 이 영화를 뒤늦게 개봉했으며 파라마운트 픽쳐스는 카사베츠의 다음 작품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재즈를 소재로 한 두 남녀에 대한 영화가 제작에 들어갔고 존 카사베츠는 신인으로는 이례적으로 각본과 제작, 연출을 동시에 맡아 <투 레이트 블루스>를 완성했다.

 

 

이 영화는 가난한 재즈밴드의 ‘고스트’와 아마추어 가수인 제스의 사랑이야기로서 이 짧은 한 줄만으로도 한 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가난하지만 유쾌한 밴드 멤버들, 재능은 있지만 경험이 부족한 가수,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피아니스트, 그리고 마침내 결실을 맺는 둘의 사랑. 물론 여기에 중간중간 등장하는 근사한 스코어까지. 그리고 이런 전형적인 필수 요소들이 <투 레이트 블루스>에는 빠짐없이 들어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동시에 고전적 헐리우드의 스타일과 일정 정도 거리를 둔다. 어딘지 툭툭 끊어지는 카사베츠 특유의 편집에 카메라는 세트 바깥으로 나가려 하고, 근사한 파티장에서 만난 젊은 남녀는 굳이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보통 동네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데이트를 한다. 그리고 음악영화에서는 찾기 힘든 정지된 제스처와 고요한 적막이 수시로 등장하여 영화의 분위기를 차분하고 쓸쓸하게 가라앉힌다.

 

 

그러니 이 영화는 어딘가 어중간한 영화일지도 모른다. 근사한 헐리우드 러브 스토리를 기대한 관객은 낯설다고 생각할 것이고, 카사베츠 특유의 스타일로 만들어진 음악 영화를 기대한 관객은 플롯이 너무 전형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를 내려두고 영화 속 재즈선율과 뉴욕의 사실적인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이 영화의 불균질한 매력이 당신을 끌어당길 것이다. 또한 세이무어 카셀, 발 에이버리 등 카사베츠의 배우들이 풋풋한 모습으로 출연하는 것도 관람 포인트이며 주인공의 밴드가 대형 음반사와 겪는 갈등은 영화를 찍을 당시 카사베츠의 상황과 심정을 암시하며 풍부한 해석의 여지를 제공한다. (김보년/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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