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장점들 

- <너는 착한 아이>(오미보, 2016)



 

<너는 착한 아이>는 『너는 착한 아이야』라는 제목의 단편 소설집에 수록된 세 편의 단편 소설을 각색해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는 원작 속 세 인물이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설정을 추가한 뒤 그들의 삶을 따라간다. 영화는 별다른 접점이 없는 세 사람의 일상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성별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살아온 역사도 다른 세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들이 일종의 고립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폭력적인 훈육을 하는 젊은 엄마 미즈키, 아이들과의 소통에 익숙하지 못한 초임 교사 오카노, 치매를 앓고 있는 독거노인 사사키는 각각 딸과 학생들 그리고 타인과 사실상 전혀 소통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세 사람은 자신을 고립 상태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누군가를 만난다. 미즈키의 이웃 오오미야는 미즈키의 삶을 어릴 때부터 괴롭히던 오랜 폭력의 역사를 끊어내도록 도와준다. 오카노는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학생 간다와 눈높이를 맞춰 이야기를 하게 된 이후부터 학생들이 ‘아이들’이라는 복수 명사로 설명할 수 없는, 하나의 독립적인 존재라는 것을 배운다. 사사키는 우연히 장애가 있는 초등학생 히로를 보호하면서 그동안 타인과 나누지 못했던 깊은 대화를 히로와 나눈다. 각자 앓던 병으로 인해 세상과 소통하지 못했던 두 사람은 자신의 목소리를 차별 없이 들어주는 상대를 만나며 새로운 행복을 알게 된다.



  <너는 착한 아이>는 감동적인 메시지만큼이나 영화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숏의 미학 또한 훌륭한 영화다. 가령 오프닝 신인 미즈키 모녀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장면에서, 영화는 외출 준비를 하는 미즈키와 아야네를 세 개의 숏으로 보여준다. 첫 번째 숏에서 아야네는 보이지만 미즈키는 벽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클로즈업으로 촬영된 두 번째 숏에서는 움직이는 카메라 안에서 모녀는 한 프레임 안에 동시에 존재하지 못한다. 마지막 숏은 풀숏으로서, 처음으로 모녀의 모습을 온전하게 보여주지만 이 순간 미즈키가 서 있는 곳은 거실인 반면 아야네는 방 안에 있다. 영화는 이 신을 통해 모녀가 한 공간에 있다고 해서 결코 ‘같이’ 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숏을 나누며 인물들의 상황을 묘사하는 것에 탁월한 만큼, 숏을 나누지 않고 인물들을 바라보는 영화의 태도 또한 탁월하다. 대표적으로 오카노가 간다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 영화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다. 영화는 하나의 숏으로 둘의 대화를 보여주는데, 카메라는 풀숏 사이즈에서 점점 트래블링해 들어가 바스트숏이 될 때까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간다와의 대화가 있기 전까지 오카노는 아이들과 눈을 맞춰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영화가 포착해낸 오카노의 변화는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너는 착한 아이>는 장점이 많은 영화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은 채 문을 소품으로 이용해 인물의 역사를 조심스럽게 보여주는 오미보 감독의 연출력도,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정성스러운 대사들도 감동적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탁월한 장점은 조심스럽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아이들의 아름다움을 포착한 순간들에 있다. 오카노의 조카가 오카노를 안아 줄 때 “힘내”라고 속삭이는 그 순간. ‘가족을 안아주고 오기’라는 숙제를 한 뒤 그것을 발표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한 명씩 잡아주는 순간. 이런 순간들 속에서 영화는 ‘아이를 사랑하면 세상을 사랑하게 된다’라는 명제를 문득 납득시켜 버린다.



한동혁 l 관객에디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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