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오멸 감독과의 대화 지상중계

 

지난 9월 8일 <이어도> 상영 후, 끊임없이 제주도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온 오멸 감독과의 시네토크 자리가 이어졌다. 제주 4.3을 다루는 영화 <이어도>에 대해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이곳에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연초에 이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했었다. 7개월 만에 다시 상영한 셈이다. 오늘 오신 분들 중에 <이어도>를 처음 보신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그때도 잠깐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이어도>라는 작품은 제주 4.3에 대한 작품인데 어떻게 만들게 되셨는지 간단히 이야기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

오멸(영화감독): 다른 작품에 비해서 이 영화는 관객 분들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적 재미도 많이 배제되고 지극히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작업을 한 건데 이렇게 같이 보게 돼서 소통이 부담스러운 점도 있는 것 같다. 제주도라는 지역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이고 아름다운 풍광으로는 이야기가 많이 되는 한편, 제주도의 역사나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오가는 있는 경우가 있다.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슬픈 일이 많았던 곳이라서 그 이면에 있는 모습을 담아보려고 했다. 다만 그 이야기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일들이기 때문에 그림처럼 보여드리면서 이야기를 살짝 건네 보려고 했던 작업이다.

 

김성욱: 어떻게 해서 영화에 흥미를 갖게 되고 영화적 작업을 하시게 됐는지 궁금하다.

오멸: 원래 전공은 한국화였다. 그림 그릴 때 타르코프스키의 <노스탤지아>를 본 적이 있는데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언젠가는 이런 작업, 이런 표현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연극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연극 연출, 공연예술 쪽으로 공부하면서 여러 분야를 돌아다니고 싶었다. 극단을 만든 지 10년쯤 됐는데 지금도 극단 운영을 하면서 틈틈이 영화도 같이 하고 있다.

 

김성욱: <이어도>는 연극적인 느낌이 강하다. 출연하신 분들도 연극작업을 같이 하셨던 분들이다. 화면 안에서 보면 인물들에게 연극적인 느낌이 있고, 나머지의 경우는 자연의 드라마 같기도 하다. 그런데 동시에 카메라의 존재성이라고 해야 할 부분들도 강하게 느껴졌다. 특히 포커스가 나간 상태의 화면들이 영화에 꽤 많았다. 촬영의 컨셉이 궁금하다. 연극적인 인간의 드라마가 있고 그걸 찍어나가는 과정에서 카메라의 광학적 특징이 많이 드러난다.

오멸: <이어도> 전에 만든 영화들에서는 카메라의 기술적인 사용을 안 했다. 왜냐하면 제주도에 장비가 없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작업을 많이 하는데, 이 작업은 카메라 감독이 렌즈를 두 개 갖고 있어서 효과를 써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효과를 그냥 썼던 건 아니었다. 어린 엄마가 아침에 몸이 무거워서 못 일어나고 하는 장면은 포커스가 전체로 나가 있는데, 그 장면은 사전 콘티에 없었다. 어린 엄마를 우리 어머니라고 생각해봤을 때 우리 어머니가 어린 나이에 저를 키웠다면 저 모습이었을 테고 저 아침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저 장면을 보니까 눈시울이 붉어지더라. 저 온전히 무거운 몸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사람의 눈도 중요한 것 같았다. 시선을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포커스가 나가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선 포커스가 나무 이파리에 있기도 한데 거기서 부서지는 빛들, 풍광들이 그 엄마의 우울한 삶에 비추어서 싱그러운 햇살이 들이비추고 있는 것이 감정적으로 대조가 되는 것도 있어서 순간순간 선택을 했다.

 

김성욱: 연극 작업과 영화 작업의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에이젠슈테인이 연극에서 출발했다가 영화로 들어갔던 이유 중 하나가, 연극으로 리얼리티를 구사하려고 하는 그 순간에 공간, 환경, 자연이 갖고 있는 사실적인 리얼리티는 연극이 근간으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런 면에서 제주의 자연들을 화면에 담아내는 건 연극이 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연극과 영화를 동시에 하실 때, 그 차이들을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하다.

오멸: 주제 같은 경우는 연극이나 영화나 충분히 각자의 역할로 닿을 수 있는 것 같다. 무대에서는 배우의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이 있다면, 영화에선 시선과 사운드 등 여러 가지 것들로 감정을 표현해내서 조금 더 풍부한 요소들이 많은 것 같아서 탐이 나는 분야인 것 분명한 것 같다. 저 같은 경우엔 처음에 그 경계를 넘기가 힘들었다. 표현하는 방식에서 카메라라는 존재감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너무 무서웠다. 연극 무대는 일대일의 공간인데 영화는 360도 모든 공간이 열려 있다. 안 써왔던 감각을 너무나 필요로 해서 힘들고 부담스러웠다. 대신 그만큼 시선, 표현의 다양성이 열려있어서 그걸 넘어서려고 했던 게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김성욱: 장면들 상당수는 고정된 채로 촬영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들고 찍어서 흔들리는 느낌이 강하다. 이렇게 들고 찍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오멸: 카메라에 담기는 호흡도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영화로 볼 것인가, 아니면 그 공간에 같이 서 있을 것인가의 문제다. 우리의 호흡을 담아야 할지 말지를 생각했지, 깨끗하게 찍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존재감을 끝까지 가져갈 수 있는 호흡에 대한 개념이 중요한 것이다. 앵글이 흔들려서 보는 데 불편할 순 있지만 그 시대를 재현하는 게 아니라 호흡하면서 그 시대로 들어가고 싶었다.

 

김성욱: 카메라를 들고 있는 호흡의 느낌이 화면에 묻어나는 것처럼, 자연의 느낌도 그런 호흡 중 하나가 아닐까.

오멸: 제 시나리오는 많이 비어있는 편이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현장의 공간, 자연에 대한 걸 감안하지 못한다. 그걸 들고 자연에 나가면 시나리오가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던 상황을 많이 맞이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들어가서 공간과 자연이 주는 이야기나 메시지들을 들어야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아침마다 뭘 찍을까 고민할 때 결정을 내리는 건 마치 자연이 얘기해주는 것 같다. 그런 식으로 찍으면 바람이며 풀이며 나무며 이런 것들이 드라마처럼 펼쳐지더라. 그게 게으른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식의 작업을 했던 것 같다.

 

 

김성욱: 게으른 게 아니라 작가로서 그런 작업을 해 나가는 데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방금 얘기하신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 군인이 오름을 지나가는 순간 구름이 깔렸다가 걷히는 장면이다. 처음 오신 분들은 CG가 아닐까 생각하실 텐데, 저도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놀랐다. 그 장면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으면 한다.

오멸: 촬영 당일 아침에 그냥 그 자리에 가서 찍기로 결정이 났다. 그러다보니까 조연출이 군인의 헬멧을 깜빡 잊었다. 그래서 조연출이 헬멧 가지러 왔다 갔다 하느라 2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 그 광원을 놓칠 것 같아서 속이 타고 있었다. 나중에 조연출이 도착하고 첫 테이크 가고, 동선 잡고, 두 번째 테이크 가는데 갑자기 하늘에 구름이 쫙 깔리더라. 마치 모든 상황들이 그 시간이 오기까지를 기다렸던 것 같았다. 찍자마자 그 컷을 확인하러 사무실에 갔다가 확인하고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조금 났다. 개인적으로 슬프기도 하고 영광스럽기도 했다. 그날 하늘을 덮었던 구름, 바람, 햇빛, 풀이 하나로 같이 움직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주도의 자연이 우리가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우리 촬영을 위해 그 날을 기다려준 것 같았다. 제주도가 이 장면을 같이 만들어준다는 기분이 들었다. 자연들이 제주도에 있었던 기억들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 그런 장면을 그들이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슬펐다. 만약 내가 이 영화를 안 찍었으면 그 소리를 못 듣고 그냥 살지 않았을까. 그래서 미안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관객1: 영화를 흑백으로 찍은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오멸: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제주도를 얘기하는 색깔을 떠올리면 보통 푸른 하늘, 비취색의 바다, 오름의 황토색 등이 있을 거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제주도의 색채는 유채색보다 무채색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땅이 갖고 있는 무게와 순박한 사람들의 역사나 삶에 대한 모습에서 흑과 백에 대한 느낌을 많이 갖고 있다. 그리고 한국화로 사과를 그리면 그 흑백의 톤 안에 작가의 마음, 작가의 세계나 여러 가지가 섞여서 어느 순간엔 빨간색으로 보인다고 한다. 흑과 백은 단조로운 칼라일 수 있지만 어떠한 경험이나 제주도를 이해하는 상황에서 보면 각자 가질 수 있는 칼라로도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 저도 칼라를 중요하게 생각을 하지만 화려한 색보다는 흑백이 더 잘 다가오는 것 같다. 예산에 대해서는, 시대극을 찍으면서 의상이나 전체적인 톤들을 정리하고 통일시키는 게 힘들다. 미술감독이 두드러지게 작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면 색상 톤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저는 다른 영화도 워낙 저예산으로 해서 상관은 없지만, 그런 부분에서는 자연스러움을 얻는 것도 있기는 하다. 대신 리얼리티나 색채에서 오는 즐거움 등 버려야 할 것도 많다. 보통의 경우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 개념과 관념의 부분 각각의 비중을 50대 50으로 둔다면 저의 환경에선 50대 50으로 갈 수가 없다. 대신 후자에 비중을 많이 둔다. 거듭 말씀드리면 흑백은 저한테 제주도의 느낌이다. 제주도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보다 슬프다는 생각을 많이 해서 그게 적절한 것 같다.

 

관객2: 영화 초반부에 여인이 계속해서 물을 물동이에 나른다던지, 견딜 수 없이 이어지는 삶을 카메라가 계속 쫓아가는데 중간 중간 사나운 파도가 심하게 부딪히는 장면들이 있다. 파도가 어떤 국면이나 전환을 의미하는 건지 궁금하다.

오멸: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보는데,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바다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이어도>의 바다는 절망의 바다이자 고난의 바다이기도 하고, 엄청난 삶의 무게를 표현하는 방식을 갖고 있다. 영화 후반부에서는 바다가 폭탄처럼 엄마를 때린다. 그러면서 생사를 좌지우지하는 게 제주도의 바다이다. 저는 20대 초반에 바다에 가서 생각을 던지고 온 적이 많다. 제주도의 수십만 인구가 자신의 고민을 바다에 던지지 않았을까. 영화 속에서 엄마가 바다에 내려가서 미역 줄기를 들고 내려오는데, 바다는 생계수단이기도 하지만 세상의 짐이기도 한 거다. 제주도 바다는 열정, 생명, 폭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가녀린 엄마에게 폭탄처럼 쏟아지는 공격적인 바다의 느낌도 갖고 있다. 제주도 바닷가에 엄청나게 많은 시신이 떠 있었던 적이 있다. 바다 위로 폭포가 떨어져서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는 정방폭포는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학살당하여 그 밑이 피바다가 됐던 자리다. 제주도의 바다는 아름다운 자연에 비해 묻혀버린 역사를 지니고 있는 슬픈 바다이다. 그런 바다를 감정적으로 묘사하려고 했다.

 

관객3: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은은하지만 처량한 곡조의 음이 계속해서 일관되게 흐른다. 그 음악을 왜 영화 대부분에 사용했는지 궁금하다.

오멸: 초등학교 선생님인 친구가 고정국 시인의 시를 읽고 곡을 붙이려고 하는데 너무 슬퍼서 못 붙였다. 그래서 단소로 멜로디만 만들어서 녹음만 해 두고 그냥 구술하듯이 읊조린 곡이다. 그 곡을 예전에 한 번 듣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 음악을 우연히 듣게 됐다. 너무 충격을 받았다. 다시 두 번째 들을 때는 내 시나리오가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이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결국엔 그 음악 바로 앞에 15초 정도 되는 부분을 영화 길이만큼 늘렸다. 그래서 이 음악을 만든 친구한테 네 음악이 8분인데 내 영화의 전주곡이 됐다고 말했다. 전주를 한 시간으로 늘리고 이 8분을 위해서 영화를 찍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영화라고 하기보단 8분을 가기 위한 뮤직 비디오나 영상을 잠깐 만든 것이다. 이 8분이야말로 진짜 영화가 아닐까, 영화가 과연 뭘까, 우린 영화 같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바로 영화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김성욱: 이 영화 이후에 만든 장편영화 <지슬>이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된다. <이어도>를 보신 분들이 부산에 가게 되면 <지슬>도 보셨으면 좋겠다. <지슬>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간단히 얘기해주시고 마지막 말씀 부탁드린다.

오멸: 심정적으론 이 영화의 후속이긴 하나 많이 다르다. <지슬>은 제주도민들을 달래고 싶어서 만든 영화다. 사이즈도 커졌고 드라마도 많이 들어간다. 주변분들 반응이나 기술팀 쪽에서 좋게 얘기가 나와서 궁금하시면 나중에 보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관심도 좋은데 제주도의 다른 이야기들에 관심도 주시면 좋겠다. 제주도 사람들은 육지에 의해 역할을 강요받는 역사와 그로 인한 서글픔을 가지고 있다. 제주도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애정 있게 보시면 서로 오해들이 풀릴 수 있을 것 같다.

정리: 송은경(관객 에디터) 사진: 박지연(자원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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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감각을 선보이는 작가 3인의 신작을 만나다!

 

무더운 여름을 ‘2012 시네바캉스 서울’와 함께 시원하게 보낸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가을의 문턱에서 현실의 감각을 새로운 방식으로 포착하는 감독들의 주목할 만한 신작을 묶어 ‘현실의 새로운 감각: 주목할 3인의 작가전’을 개최한다. 이번에 만날 3인의 작가는 이미 자신만의 개성 있는 영화들로 주목을 받고 있는 오멸, 임흥순, 장건재 감독으로 이들이 독립적인 방식으로 제작한 신작 <이어도>, <비념>, <잠 못 드는 밤> 3편을 8 31일부터 9 9일까지 열흘간 상영한다.

상영작 중 <이어도> <비념>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제주의 아픈 역사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고, 장건재 감독의 <잠 못 드는 밤>은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장편경쟁 섹션에 초청되어 대상에 주는 JJ스타상과 관객들의 성원을 받은 JIFF관객상 등 2관왕을 차지하며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이 세 명의 감독들은 이번 신작에서 현실과 일상의 미학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시도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과는 다른 화법으로 현실을 낯설게 재현해낸다. 또한 이들은 ‘영화’라는 장르의 경계를 넘어 다른 장르의 문법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도 하며, 정지 사진에 가까운 이미지들로 천천히 내러티브를 쌓아 올리고, 언뜻 익숙한 영화문법을 통해서 일상 뒤에 숨은 서늘함을 길어 올리기도 한다.

 또한 이번 주목할 3인의 작가전에서는 세 편의 신작 외에도 주로 인스톨레이션 작업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었던 임흥순 감독의 단편 9편을 모아서 선보이는 임흥순 단편선도 특별상영하며, 이번 3인의 작가전에 참여한 감독들이 그들 각자의 신작 상영 후에 관객과 만나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준비되어 있다.

이번 '현실의 새로운 감각: 주목할 3인의 작가전'을 기획한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는 이번 기획전은 영화가 각기 어떤 방식으로 현실의 감각을 영화적으로 형상화시키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현실의 새로운 감각: 주목할 3인의 작가전’에 관한 상세한 정보 및 상영시간표는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www.cinematheque.seoul.kr)에서 확인 가능하고, 맥스무비, 티켓링크, 예스24 등 지정 인터넷 예매처에서 예매도 가능하다.

 

★ 시네토크 Cinetalk

9 1() 19:00 <비념>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임흥순(영화감독)

 

9 2() 16:00 <잠 못 드는 밤>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장건재(영화감독)

 

9 8() 18:00 <이어도>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오멸(영화감독)

 

■ 감독 소개

오멸 Omeul

2003, 단편 <머리에 꽃을>로 본격적인 영화 연출을 시작한 오멸 감독은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제주도를 무대로 한 장편영화 <어이그, 저 귓것> <뽕똘>을 발표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으며 현재 극단 ‘자파리 연구소’의 대표로 활동하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제주 43 사건을 다룬 <지슬>의 후반작업을 진행 중이다.

 

임흥순 Im Heung-soon

미술을 전공한 임흥순 감독은 주로 장소-공간,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작업을 해왔으며, 특히 근대화 과정과 신자유주의의 풍경에서 소외당한 역사와 기억을 재조명하는데 관심을 보여 왔다. 일찍이 <내 사랑 지하>(2000) 등의 단편을 통해 다양한 형식과 소재의 영상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으며 현재 <비념>의 막바지 편집 작업을 하고 있다.

 

장건재 Jang Geon-jae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한예종 영상원과 중앙대학교에서 촬영과 연출을 공부했다. 단편 <학교 다녀왔습니다>(1998)로 본격적인 연출을 시작해 <진혼곡>(2002), <꿈속에서>(2007)등의 단편을 찍었으며, 2009년에 발표한 첫 장편 <회오리바람>이 벤쿠버영화제 등에서 초청을 받아 국내외 영화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최진성, 김종관 감독의 영화에서 촬영을 맡기도 했으며 현재는 10대 청소년들의 성장담을 다룬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 상영작 소개

이어도 Wind of Island

2010 80min 한국 Color+B&W HDCAM 15세 이상 관람가

연출: 오멸

출연: 최은미, 김민혁

어린 엄마 영이의 이야기인 동시에 제주도의 아픈 역사에 대한 기록. 영이는 힘든 삶 때문에 갓난아이를 버리려고 하지만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어 단지 돌과 바람뿐인 섬에서 하루하루 고된 노동을 계속한다. 그러나 아픔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이를 털어내는 유일한 방법은 나지막한 울음뿐이다. 제주도에 대한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어온 오멸 감독의 신작으로서 흑백의 정적인 풍경에 담긴 자연과 인간의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비념 Jeju Prayer

2012 90min 한국 Color+B&W HDCAM 12세 이상 관람가

연출: 임흥순

출연: 강상희

1947, 국가 공권력에 의해 2만 명이 넘는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던 제주 43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강상희 할머니는 여전히 그 날의 고통스런 기억을 안고 있다. 영화는 강상희 할머니의 삶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제주도의 아픈 역사를 되살려낸다. 또한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최근의 강정마을까지 담아내며 제주도의 과거와 현재를 같이 생각하게 만든다.

 

잠 못 드는 밤 Sleepless Night

2012 65min 한국 Color DCP 청소년 관람불가

연출: 장건재

출연: 김수현, 김주령

식품 공장에서 일하는 현수와 요가 강사인 주희는 결혼 2년 차의 부부이다. 이들은 주말 근무나 아이를 가지는 문제, 이웃과의 관계 등 일상 속의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주인공들의 곁을 떠나지 않는 카메라는 이들의 작은 일상까지 세세하게 기록하고, 평온해 보이는 그들의 삶 속 불안함까지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임흥순 단편선 Im Heung-soon Shorts

1988-2011 83min 한국 Color+B&W DV+HDCAM 15세 이상 관람가

지하 단칸방에서 임대아파트로 이사하는 날의 풍경(<내 사랑 지하>), 사진관에서 가족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 가족들의 모습(<추억록>), 또는 아버지의 장례식(<잘 가시오>) 등 개인의 사적인 기억을 기록하는 동시에 대한민국 사회의 한 단면을 슬그머니 불러오는 임흥순 감독의 작품 세계가 담긴 단편들.

 

*단편선 상영작 목록

태평동아리랑 Teapyeung Arirang (1988, 6min, DV)

내 사랑 지하 Basement My Love (2000, 17min, DV)

건전비디오1-새마을노래 Inspirational Video 1- A New Community Song (2001, 2min 30sec, DV)

추억록 Memento (2003, 15min, DV)

환영 Illusion (2006, 4min, DV)

잘 가시오 Goodbye (2006, 20min, DV)

승리의 의지 The Will of Triumph (2004, 4min 30sec, DV)

꿈이 아니다 It's not a Dream (2010, 10min, HDCAM)

긴 이별 Long goodbyes (2011, 4min, HDC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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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똘>, <어이그 저 귓것>, <이어도>까지 본격 제주도 영화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오멸 감독이 일본을 오가는 바쁜 일정 중에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았다. 제주도 4.3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어도>는 전작의 유쾌함과는 정 반대로 깊은 무게감을 지닌 영화였다. 같은 주제로 벌써 또 다른 영화 촬영을 끝마쳤다는 그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공간들이 아직 4.3사건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음 작품이 언제나 궁금해지는 오멸 감독과의 <이어도> 상영 후 이어진 2월 ‘작가를 만나다’ 현장의 일부를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최근까지 공연 때문에 일본에 있다가 어제 귀국하셨다. <이어도>는 정말 극장에서 봐야할 영화라는 생각이 들고, 최근에 봤던 어떠한 한국영화보다도 강력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먼저 마지막에 나오는 건 하나의 노래인지 자막이 뜰 때 잠깐 나왔는데 어떤 노래인지 궁금하다.
오멸(영화감독): 제주도 시인인 고정국 시의 일부분에 박순동이라는 친한 후배가 곡을 붙였다. 가사가 워낙 힘들어서 멜로디만 만들어두고 도저히 곡을 못 붙이겠더란다. 그래서 멜로디를 계속 밤새도록 틀어놓고 읊조리면서 자기 연습실에서 MP3로 곧바로 녹음을 한 거다. 8분이 좀 넘는 곡이다. 그게 원곡인데 앞에 몇 초 정도 간주를 1시간 20분으로 늘렸다.

김성욱: 시는 영상으로 봤을 때는 4.3사건을 다룬 것 같다.
오멸: 맞다. 1948년에서 54년까지, 제주도에서 정확하지는 않은데 약 3만 명에서 많게는 8만 명이 학살되었던 사건을 배경으로 쓴 시다.

김성욱: 영화전체의 느낌과 이미지는 시와 노래에서 대부분 착상된 건가?
오멸: 아니다. 원래 시나리오를 먼저 쓰고 영화 찍기를 준비하던 중 이 음악을 듣게 되었다. 원래 저런 형식의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음악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일본가는 배에서 듣다가 뜬눈으로 밤을 새게 되었다. 그때 썼던 시나리오를 이 음악이 싹 가져가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오히려 영화처럼 선명한 영상들이 스쳐가서 이 음악 자체가 영화이지 않을까 생각을 했고, 모든 다른 계획을 포기하고 이 음악 하나만 사운드로 써야지 하고 작업 했다.

김성욱: 최근에 촬영을 다 마친 영화도 4.3사건이 주제다. 제주도에서 태어나고 자라셨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각별할 거라고는 생각이 든다. 감독님에게 있어서 4.3은 어떤 의미인지.
오멸: 솔직히 대학 때까지 4.3이 그렇게 큰 사건인지 몰랐다. 워낙에 쉬쉬했던 일이라서 부모님께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페스티발을 한 8년 정도 운영하며 가는 데마다 마을 주민들한테 4.3 관련한 얘기를 듣게 되는 거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국제공항 활주로에서도 아직 시신 발굴이 안 되어 있다. 많이 아시는 전방폭포도 그렇고.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곳들이 많은 분들의 피가 뿌려졌던 곳이라는 걸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작품을 준비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공간은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침묵)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져서.. 이 이야기만 하려면 계속 가슴이 답답해진다. 오름이 구름으로 덮이는 장면이 있는데, CG를 쓴 게 아니다. 군인헬멧을 조연출이 안 가져와서 2시간 거리에 다녀와야 했다. 촬영이 미뤄지다가, 두 번째 테이크에 갑자기 순식간에 구름이 하늘을 다 덮었다. 그 순간, 바람도 구름도 햇빛도 억새, 모든 것들이 우리가 찍는 걸 기다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4.3과 관련된 작품을 또 하고 있는데, 4.3 영혼들이 있다면 공간, 자연, 바람들이 기억했다가 우리와 만나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김성욱: 아이를 보여주는 장면이 한 컷도 없었던 것 같다. 혹시나 아이도 죽은 게 아닐까, 엄마가 인식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했는데, 후반부에 군인이 등장한 후 아이는 사라진다. 마지막 장면을 염두에 두고 아이를 보여주지 않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오멸: 우선은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면 실제 아이를 감히 쓸 수가 없었다. 촬영하는 내내 선생님이 얘기하신 것처럼 아이는 살아있는 대상일까 죽어있는 대상일까, 있나 없나,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 그런데 보여준다, 안 보여준다를 떠나서 누군가는 허술하다 볼 수 있겠지만 누군가는 또 자신을 바라보는 게 아닐까 라는 얘기도 한다. 실제로 엄마는 서로를 마주보는 포즈로 아이를 바라본다. 그래서 아이는 거울일 수도 있다. 찍으면서 나름대로 아이한테 이어도라고 이름 붙였다. 희망의 공간인 거다. 그런데 실제 아이가 있다면 제주도 사람들한테는 희망이었으니까.

김성욱: 단순하게 자연을 찍었다는 느낌을 초과하는 느낌이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볼 수 없겠다는 몇몇 장면이 있는데 물질을 하기 위해 들어가는 발자국이 있고, 들어가고 나서 순간적으로 커트가 되고 나서, 뭔가를 끌고 나오는 자국이 선명하게 남고 여인은 화면에서 사라지고, 그 이후에도 카메라는 여전히 보여준다. 말씀하신대로 하면 풍경 안에서 남겨져있는 흔적을 담아내려는 느낌이 있어서, 그런 장면이 있었던 것 같다. 한편, 여인이 항아리에서 뱀인지, 구렁인지를 빼서 던지는 순간이 있다. 뒤에 이어지는 것으로 보면 앞으로 있을 위험이나 불안이 강화되는 느낌이 있었다.
오멸: 우리나라 시골 정서는 그러지 않을까 하는데, 제주도에서는 한 집 당 한 마리의 구렁이가 산다고 했다. 집 뱀이라고 집을 지키는 구렁이이다. 그런데 어린 엄마는 삶의 무게를 이제야 체험하고 있다. 우리도 아직 뱀을 경계의 대상으로 알고 있지 않나. 할머니들은 품고, 그냥 둔다. 아직 미숙한 어린 엄마가 대처하는 방안은 뱀을 몰아내는 것이다. 집을 지킨다는 개념의 구렁이가 물독에 빠져 죽어있는 건 전체에 대한 암시로 작업했다. 그리고 그 시대에 집 안에 제일 가까이에 있는 동물이라 생각했다.

관객1: 제주도에 최근에 다녀온 느낌과 겹쳤는지 모르겠는데 전체적으로 계속 영화가 흔들리는 것에서 배를 타고 뭔가를 바라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주도민의 시선이라기 보단 타지의 시선이라고 느껴지는 게 있었다.
오멸: 장면 하나하나 어떻게 앵글을 잡을지 초반에 고민했을 때, 사진 찍듯 하려고 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게 된 건 카메라가 5Dmark2였기 때문이다. 사진기로 찍는데 영화처럼 액션을 화려하게 하기보단 사진처럼 앵글을 잡아보자, 했던 거다. 그런데 조금 흔들리면 배처럼 그런 무빙이 생긴다. 그걸 의도해서 만든 건 아닌데 카메라감독이 이 공간 안에서 유일하게 존재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고, 핸드헬드로 작업하면서 바라보는 사람의 호흡을 주었다고 생각을 했다. 처음엔 장비가 부족해서 무게중심을 못 맞췄다. 그러다보니 초반에 다른 때보다 움직임이 과하다.


관객2: 흑백으로 찍은 이유와 대사가 하나도 없는 이유가 궁금하고, 해녀 물질하러 가기 전에 우뚝 서있는 장면은 어떻게 이해해야하는가.
오멸: 해녀의 그 모습은 어떻게 보면 제주도가 갖고 있는 이미지 중에 불편한 모습이다. 예전에 선데이 서울 이런 잡지들을 보면 해녀들이 저런 포즈로 달력에 있는 사진이 있었다. 제주도 해녀의 모습을 비하하려고 한 게 아니라, 영이라는 친구를 바라볼 때 어떤 때는 비참해 보이는 장면에서부터, 그 장면에선 달력사진처럼 작업을 해서 해녀의 고단한 삶을 다른 눈으로 보는 모습으로 표현을 하려 했다. 그리고 흑백은 40년대 누군가 영화를 만들었다면 당연히 여건상 흑백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더 솔직한 답변은 칼라로 시대극을 찍으면 감당이 안 되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전공이 한국화여서 흑백이 갖고 있는 색의 깊이는 무한하다고 알고 있다. 소리 역시 눈으로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한다. 바람소리와 음악소리에 영이가 하고 싶은 말이 묻어나고 있다고 생각을 했다. 영이가 우는 장면이 있다. 편집하는데 계속 누군가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그러더라. 개인적으로는 소리가 없어서 불편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마지막 8분으로 가는 과정의 다리라고 치면 말을 많이 아낌으로써 8분의 가사에 힘을 더 실어주기로 했다.

관객3: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중간에 2~3초 정도 암전이 있었던 걸로 기억이 된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오멸: 여자와 군인이 만나는 첫 장면, 그 순간의 통증이 지금 살아오고 있는 시점까지 지속이 되고 있기 때문에 만남의 순간을 돌아보면 체험했던 분들에겐 숨이 끊길 것 같은 지점이 아닐까. 그래서 유일하게 그 지점만은 암전을 주었고, 소리를 끊고 정적을 주어서 시작점에 대한 개념으로 작업했다.

김성욱: 영화에서 아이가 하나의 이어도라고 하면, 보이지 않으니 부재하는 느낌도 있다. 그런데 마지막에 이르면 정말로 부재하거나 사라지게 되거나 빼앗기게 되는데, 다른 한편으로 보면 부재하는 남편의 느낌이 상대적으로 적게 표현이 되고, 학살의 느낌이 아이에게 더 집중이 되는 듯한 느낌이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아이와 남편을 다 잃게 되는 상황이지 않나. 전자의 경우가 상대적으로 좀 더 약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부분의 설정이 있었을 것 같다. 영화의 마지막에 군인이 여인의 시점에서 굉장히 분명하게 보여 지고 있는데, 그 부분도 어떻게 할지도 고민을 하셨을 것 같다.
오멸: 군인이 나오는 장면들도 이야기에서 보면 부담이 되는 상황인데, 이 역시 일상에 들어오는 순간으로 맞이하자고 했다. 이 작업을 대하는 태도는 뭐였냐면 드라마로 이야기로 전달을 해 주는 게 아니라 이미지가 중첩 되서 드라마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래서 드라마의 줄기를 강화시킨다기보다 이미지의 중첩을 주면서 드라마를 찾을 수 있는 방법, 그쪽으로 고민을 많이 했다. 이미지가 주는 힘은 시간을 초월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드라마에 대해서 설명이 모호하거나 굳이 제가 설명하려고 애쓰지 않았던 부분도 있고 이미지 안에서 유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군인에 대한 건 솔직히 돈 있으면 뒤에 아주 SF로 하고 싶었다. (웃음) 영화의 끝 지점을 ‘왜 이 긴 시간 동안 참아왔는데 이게 나타나지’ 이렇게 표현하고 싶었다. 또 뒤에 가사가 있으면 좋겠다, 없으면 좋겠다, 말이 많았다. 선명하게 얘기하자, 끝 지점에 오면 명쾌하게 밝히는 게 좋지 않겠나 싶어서 그렇게 작업했다.


김성욱: 마지막으로 최근에 촬영을 끝낸 4.3사건 관련 작품 제목이 특이하다.
오멸: 가제가 <꿀꿀꿀>이다. 가제여서 제목이 바뀔지 어떨지 모르겠는데 왜 돼지우는소리냐 하도 많이 들었다. (웃음) 동양철학에 보면 십이지신에 용은 십이지신의 다른 동물들의 형체를 가진 동물이고, 돼지는 다른 동물의 기운을 흐르게 하는 동물이라 한다. 조지오웰 보면 돼지가 대장으로 나오는데 그만큼 영리한 동물이다. 그런데 그 기운을 이제 용한테 뺏겨서 바보가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돼지가 울 때 평소에 꿀꿀꿀 하며 울지만, 죽을 때는 돼지 멱따는 소리라고 표현하지 않나. 그런데 그 울음소리가 다른 여러 가지 동물의 울음을 섞은 소리라고 한다. 다른 동물들의 고통을 합친 소리이다. 이게 제주도민들의 울음소리이다. 어감으로는 밝아 보이지만, 응어리진 가슴에 대한 이야기를 말 못하고 살아왔다. 그 응어리진 울음을 <꿀꿀꿀>이라고 가제를 붙여 놨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들, 느낀 것들에 다가서려고 하다보니까 제주도라는 섬을 많이 다루게 된다. 제주도를 바라보실 때 관광지로 많이 바라보시긴 하는데, 요즘 강정도 그렇고 여전히 통증이 있는 섬이니까 다른 시선으로 보아주셨으면 한다. 여행자의 눈으로 와주시면 좋겠다. 여행자는 삶에 대한 관심이 많은 눈으로 걸어 다니니까. 제주도를 다른 눈으로, 애정 있는 눈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정리: 김휴리(관객 에디터) | 사진: 최용혁(자원 활동가)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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