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용 식탁>으로 데뷔한 이수연 감독 편

 

현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한국영화아카데미, 그들의 데뷔작을 만나다’라는 특별전이 열리는 가운데 매 저녁마다 영화아카데미 출신 감독들과 관객이 함께 만나는 특별 대담행사가 진행중이다. 사흘째를 맞은 18일 대담에는 <4인용 식탁>이 상영된 후, 이 영화로 데뷔한 이수연 감독과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의 모지은 감독, <장례식의 멤버>의 백승빈 감독이 함께했다. 앞서 진행된 한국영화아카데미 포럼으로 인해 상영과 대담이 다소 늦어졌지만 세 감독의 열띤 이야기가 오고 갔던 흥미로운 시간이었던 그 현장의 일부를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공포영화를 잘 안보는 편인데 영화 보고 나서 특이한 느낌을 받았던 영화 중 하나였다. 2003년에 개봉했으니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의 영화인데 간단하게 당시 상황을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다. 각본도 직접 쓰셨던 것 같은데.

이수연(영화감독):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사람 중 상당수는 충무로에 대한 욕심이 있지 않나. 대중예술과의 접점을 가지고 싶었던 생각도 있었고 시나리오는 오래 전에 썼는데 영화화 당시에도 상업적인 영화에 대해 갈등했었고 데뷔작은 이 영화였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직접적인 이야기의 시작은 영화중에 나오는 아이들이 지하철에 잠들어있는 장면부터다. 96년도에 실제 자기 아이와 이웃의 아이를 전부 창에서 떨어뜨려 죽인 사건이 있었고 그걸 기억하다가 두 이미지가 만나면서 이야기진행이 된 거다.

 

모지은(영화감독): 처음에는 여성 감독의 공포영화고 아기라는 소재가 등장하는 지점에서 전형적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관객들에게 시비를 거는 영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진실을 갖고 여러 사람이 대면하는 진실을 파악하고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는 충격적인 던지기를 하고 있더라.

백승빈(영화감독): 처음 영화를 봤을 때 참 보기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들이 너무 멋지더라. 원치 않는 소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소통하지 못하고 벌어지는 진지한 이야기처럼 보이더라. 감독님이 학교를 졸업하시고 상업영화 첫 데뷔작을 찍을 때 어떤 고민을 하고 찍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상업영화로서는 좀 불친절한 영화라는 생각도 드는데.

이수연: 그런 고민은 오히려 지금 더 하고 있다. 깨지고 나서 불친절하다, 제정신이냐는 이야기들, 심지어는 영화인모임에서 면전에 대고 모욕을 주는 일도 당하면서 이게 큰 돈 쓰시는 분들에게 위험한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투자사와 제작사 등에서 추를 맞추는 게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관객1: 이 이야기가 오이디푸스이야기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숨기고 있다가 사실을 깨닫고 파멸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그걸 아파트와 유리창의 프레임으로 풀어내는 게 재밌다. 지하철의 빵가루는 헨젤과 그레텔도 떠오르게 하고. 영화를 보면서 놀랐던 건 편집을 통해 전혀 다른 부분이 보여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회면 등의 신문에서도 개봉 당시에 여러 가지 반응들이 있었는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이수연: 트럭에 아이가 깔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 구성을 지금 보는 형태가 아니라 들어오는 트럭의 뒷바퀴, 아이의 뇌, 뇌수로 클로즈업해서 들어갔다면 그건 명백하게 선정적이다. 정확하게 영화적 표현에서의 선정성과 선에 대해 물어본다면 그 기준이 있었기에 이걸 만들었고 그래서 신경 쓰지 않는다. 시나리오를 썼을 때가 1999년 말이었는데, 바로 전에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 붕괴 등으로 사람이 죽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70년대 고도성장을 하겠다고 상처를 대충 넣고 발라버리는데 그게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걸 표현하고 싶었다.

 

관객2: 영화에 무속적인 부분이 있다. 무당이 어머니이고 양아버지가 목사다. 그 와중에 정 연이 나타나고 귀신들을 보고 하면서 기독교적 세계관 안에서 삶의 균열이 생기는 지점이 흥미로웠다. <불신지옥>과 엮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도 생각해본다.

이수연: 한국사회에서 기독교가 그런 가정, 민간에서 믿어지던 것들을 배척하는 형태의 종교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근대 내지 현대적인 것의 대립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고 그걸 선택했다.

 

김성욱: 결혼을 앞둔 남자가 느끼는 공포와 불안, 새 여자의 등장 등 다채로운 선 들이 많은 영화고 카메라의 움직임에서도 그런 점들이 보였다. 대중영화라는 건 대중성의 80퍼센트가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있는데 이 영화에는 10퍼센트가 8개로 배치되면서 독특한 작용을 하는 것 같았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신 감독님들과 관객 분들께 감사드린다.

(정리: 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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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감독 4인의 데뷔작 특별전


봉준호, 이영재, 이수연, 임상수 등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감독들의 데뷔작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는 3월 16일부터 19일까지 4일간 ‘한국영화아카데미, 그들의 데뷔작과 만나다’라는 제명의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특별전은 영화진흥위원회의 내부 조직개편과 맞물려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지위가 축소되고 운영이 파행을 겪자, 영화아카데미 동문이 '한국영화아카데미 정상화를 촉구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꾸리고 그 대응책의 하나로 마련한 행사다.

상영작으로는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봉준호, 이영재, 이수연, 임상수 등 4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 상영되며, 매 상영일 저녁 7시 영화 상영 후에는 그들이 어떻게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첫 영화를 만들 수 있었는지 동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대담도 마련되어 있다.

첫날인 16일에는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 상영 후 <나는 곤경에 처했다>의 소상민 감독과 <너와 나의 21세기>의 류형기 감독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17일 이영재 감독의 <내 마음의 풍금> 상영 후에는 <사과>의 강이관 감독과 <어떤 개인 날>의 이숙경 감독이 참석해 대화를 나눈다.

18일 이수연 감독의 <4인용 식탁> 상영 후에는 <장례식의 멤버>의 백승빈 감독과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의 모지은 감독의 대담이 마련되어 있고, 마지막 날인 19일 임상수 감독의 <처녀들의 저녁식사> 상영 후에는 <효자동 이발사>의 임찬상 감독과 <회오리바람>의 장건재 감독이 함께 관객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한편 18일 오후 4시에는 한국 최대의 공공 영화교육기관으로서 한국영화아카데미의 고유성을 논의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황규덕(명지대학교 영화과 교수), 이용배(계원조형예술대학교 교수), 정성일(영화평론가), 하명중(영화감독)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영화아카데미,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포럼도 열린다.

한국영화 인재의 산실인 영화아카데미는 1984년 개원해 영화를 전공하지 않은 비영화학과 출신들을 감독과 프로듀서, 촬영 감독으로 배출한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학교다. (신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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