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은 <이민자들의 땅>의 두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두 명의 알바니아 소년 겔티(줄리안 소타)와 지니(라자 소타)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영화 한 편을 끌고 간다. 삼촌과 함께 조그만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두 형제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혼잡한 로마에서 자리 잡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불만이 있다면, 이제 나이도 좀 먹었겠다 한 방에서 형제가 함께 묵으려니 불편한 게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간의 사정을 파악한 삼촌은 알고 지내던 젊은 사진사의 집에서 두 조카가 지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지만 겔티는 적응하지 못하고 떠난다.

<손님들> 역시 <이민자들의 땅>에서처럼 실제 인물이 등장해 연기를 펼치는 등 리얼리즘의 면모를 과시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극영화적 요소를 드러내며 가로네가 일관되게 유지해왔던 다큐멘터리적 연출에 분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시 말해, <손님들>은 두 소년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와중에 성장영화의 형태를 강하게 내비친다. 굳이 <이민자들의 땅>의 한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인물을 다시 전면에 내세워 장편을 시도한 것에는 가로네가 극영화로의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의도가 어렵지 않게 읽히는 것이다.


이는 극중 두 형제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며 정신적인 성숙을 이루는 것처럼 가로네도 여러 시도를 통해 자신이 나아갈 바를 모색하는 듯이 보여 흥미롭다. 그런 사실을 감안한다면, 겔티는 감독의 심정이 간접 투영된 분신처럼 새롭게 느껴진다. 사진사의 집을 나와 얼마간 방황하던 겔티는 30년 전 로마로 상경한 리노라는 노인을 만난다. 리노는 몇 년 전 집을 나간 아내를 그리워하는 중인데 겔티는 그런 노인을 보며 지니를 생각하고 그 자신의 삶을 생각한다. 그리고 가로네 감독은 또한 겔티(와 지니)에게서 앞으로의 영화적 활동을 모색한다. 그렇게 영화는 현실을 모방하고 현실은 또한 영화를 모방하는 법이다. 적어도 가로네의 영화는 삶과 현실을 진실을 추구한다. (허남웅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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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라>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마테오 가로네의 초기작은 최근작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박제사> <첫사랑> 등 원작소설을 끌어와 극영화를 만드는 최근과 달리 초기작들은 실제 삶에 초점을 맞춰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마테오 가로네의 장편 데뷔작 <이민자들의 땅>은 이민자들이 이탈리아에 터를 잡고 생활하는 모습을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나이지리아 매춘부, 알바니아 소년 노동자, 그리고 이집트에서 온 주유소 직원 등 이민자 자신이 직접 출연, 인공성이 가미되지 않는 일상을 카메라 앞에 그대로 노출한다. 다만 그들이 발붙인 땅은 모든 것이 풍요로운 도시와 거리가 먼 메마르고 황량한 곳으로 그들의 이탈리아 내 삶이 얼마나 힘든지는 배경의 척박함으로 증명이 된다.

그 때문에 <이민자들의 땅>은 ‘가로네 버전의 네오리얼리즘’ 혹은 ‘1990년대에 되살아난 네오리얼리즘’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사회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틀린 평가는 아니지만 그것이 가로네가 자국을 바라보는 비극적인 관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감독은 이탈리아 내 이민자들이 결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순간에도 동정심 대신 질긴 삶의 생명력을 긍정하는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이는 가로네가 이후 영화에서도 줄곧 유지하는 극중 인물과 소재를 대하는 윤리이자 영화적인 태도다. 그는 자신이 다루는 소재를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해당 인물 속으로 들어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1986년 예술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촬영감독 보조로 영화 일을 시작한 가로네는 일찍이 카메라가 비추는 현실 그 이면까지 바라보는 방식을 일찍이 터득했다. <이민자들의 땅>을 발표하고 나서도 극중 인물들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던 그는 1998년 이 영화에 출연했던 알바니아 소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손님들>에서 다시 다루게 된다. (허남웅_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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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마테오 가로네의 <나폴리의 결혼 사진사>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가 애매한 <이민자들의 땅>과 달리 <나폴리의 결혼 사진가>는 명백한 다큐멘터리다. 원제는 <Oreste Pipolo, fotografo di matrimoni>, 즉 ‘웨딩 사진가 오레스테 피폴로’인데 영화는 웨딩 사진 촬영으로 나폴리의 유명인사가 된 피폴로의 작업을 따라간다.



나폴리에서 결혼을 결심한 남녀들이 피폴로를 찾는 이유는 촬영 능력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신랑, 신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다. “신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신조는 부모세대에서 자식세대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변함없이 피폴로가 명성을 유지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한편으로 마테오 가로네가 최우선으로 삼는 영화적 철학이기도 하다. 가로네가 굳이 결혼 사진가를 주인공 삼아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극중 피폴로가 웨딩 사진을 찍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영화 촬영 현장을 연상시킬 정도다. 연기자를 대하듯 신랑, 신부의 심리를 최대한 고려하고, 로케이션 하듯 촬영 장소를 신중하게 고르며, 조명의 각도에 대해서도 민감하리만치 반응하는 피폴로의 모습은 아무래도 영화감독과 닮아있는 것이다.



가로네는 <나폴리의 결혼 사진사>를 통해 영화의 본질에 대해 추적했던 것으로 보인다. 허구보다 사실을, 극영화보다 다큐멘터리를 선호하는 초창기의 그에게 지역성은 대상을 이해하기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였다. 그중에서도 나폴리처럼 낙후된 지역을 줄곧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는 이 작품을 비롯해 부분일지라도 직접 촬영을 겸한다.) 그런 지역을 선택하는 건 이탈리아의 실상을 드러내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불편한 삶을 이기기 위한 지역민들의 삶에 대한 애착은 이미 전작 <이민자들의 땅>에서부터 가로네가 관심 갖던 주제다. 이탈리아의 현실은 비토리오 데시카, 로베르토 로셀리니, 루키노 비스콘티 등 네오리얼리즘 태동 때부터 늘 하층민들의 편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삶을 긍정하는 이들의 자세가 가로네의 영화에 담겨있는 것이다. (허남웅_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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