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새로운 작가 전략' 기획전에 맞춰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이번에 상영하는 데뷔작들을 만든 감독들을 한 자리에 모아 이야기를 나눠보는 두 차례의 포럼을 마련했다. 그 첫 번째 자리가 지난 3월 26일 저녁 7시부터 2시간 여에 걸쳐 ‘한국영화, 새로운 작가 전략의 돌파구를 찾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김동주, 김종관, 민용근, 이응일, 정호현 감독이 패널로 참여하고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의 진행으로 펼쳐진 이색적이며 특별했던 포럼 현장의 일부를 담아본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최근 2009~2011년 사이에 새로운 영화들이 많이 나왔고, 이 다양한 영화를 만든 분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 편의 영화가 시장 안에서 나오면서도, 자신의 예술적 표현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 나갈 때 하게 되는 고민들이 말하자면 하나의 작가 전략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고민들과 앞으로 어떤 영화들을 만들어나갈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같이 나누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우선 <빗자루, 금붕어 되다>의 경우 영화의 소재가 갖는 현실성과 영화를 만들 때의 스타일 적인 면이 굳건하게 공존한다.
김동주(영화감독): 기존의 일반적인 영화의 특징인 이야기, 즉 내러티브를 위주로 한 영화보다는 이미지 중심으로 영화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스타일 면을 더 고민하고 생각했다. 내가 이 영화를 만들기로 한 결정적인 것은 고시원이라는 공간을 보고 난 후였기 때문이다. 고시원에 대한 이미지를 한 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떠오르는 영감을 담고 싶었다. 벌집 같이 정형화된 구조라든지 하는 것들. 한국 사회에 매우 많이 있는 고시원이라는 곳에서 너무나 많은 젊은이들과 소외받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년이나 십년 후에 다시 봤을 때 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타협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고 구사하고 싶은 스타일대로, 없는 제작비를 쪼개서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김성욱: 이 자리가 동시대성 안에서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인데, 이응일 감독의 경우, 비디오 세대의 역습이랄까, 비디오적인 소비나 디시갤러리에 대한 언급 등 세대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영화에 접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응일(영화감독): 개봉을 염두에 두거나 영화제에 내려고 한 것이 아니고, 입시용 포트폴리오로 단편을 만들려고 하다가 점점 불어나서 <불청객>이 되었다. 우린 비디오 세대의 끝물이고 DVD로 막 넘어가기 시작하는 끼인 세대라고 할 수 있다. 90년대 디지털 캠코더가 등장하면서 학생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그 중에는 골방 영화가 많았다. 어떡하면 간단하게 집에서 찍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신림동에서 반 지하 자취방에서 같이 살던 형들을 배우로 써서 만든 영화다. 예산의 제약으로 조명도 삼파장 스탠드에 비닐봉지 씌워서 하고, 깜빡거리는 효과는 조연출이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었다. 사람들이 많이 보진 않았지만, 언론에서 생각보다 많이 다뤄줘서 스스로도 놀랐다. 국내에 이런 B급 SF가 드물다 보니까, 이슈화시키기가 좋았다는 생각도 든다.

김성욱: 김종관 감독의 경우, 특정 장르, 즉 멜로 영화를 염두에 둔 부분이 있다. 
김종관(영화감독): 이렇게 모여 있는 자리에 어떤 유대가 있는 것 같다. 모두들 상업적인 영화 시스템 안에서 만들지 않은 영화들을 가지고 개봉을 했고. <혜화,동>을 보면서도 들었던 생각이 동시대에 지나왔던 시간들의 상처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고, 이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 또한 창작자 입장에서 영화들을 서로 많이 보고 생긴 그런 유대가 느껴졌고, 그런 동료들이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영화를 단순화해서 작은 작업으로 하려다보니 처음엔 멜로적인 구성이 편했다. <조금만 더 가까이>는 배우들이 조금 더 유명한 사람들이 되고 시스템이 조금 커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기존의 작업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그렇지만 개봉을 하게 되면서 그 전하고는 다른 책임감이 생기더라.

김성욱: <혜화,동>의 제작비는 얼마였나? 그리고 찍을 때 고심한 점이 있다면?
민용근(영화감독): 제작비는 2억 정도다. 시나리오를 쓸 때 어떤 규모의 영화로 만들어지고 어떤 배우로 하자고 정해놓은 게 전혀 없었다. 스텝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으면서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만 있었다. 그래서 여배우를 이름이 있는 사람을 캐스팅해서 투자를 더 많이 받아보자는 생각도 했다. 어떤 상황이 되면 그 상황에 맞춰 하자는 주의인 것 같다. 운 좋게 영진위와 스튜디오 느림보에서 지원을 받으면서 촬영에 들어갔다. 그 전의 더 열악한 환경의 작업에 비하면 비교적 풍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참여했던 스태프들의 경우 다른 영화들에 비하면 빈곤했던 거다. 한겨울에 촬영해서 고생이 많았는데, 보상이 제대로 안 이뤄지니 미안함이 컸다.

김성욱: 네 분의 영화가 닫힌 세계에서 빠져나오는 느낌이었는데, 정호현 감독은 완전히 다른 세계를 다룬다. 쿠바에서 찍었고 다큐멘터리이며, 개인 작업에서 시작해서 극장에 걸리는 작품이 됐고, TV에서도 소개되면서 연관성들을 만들어냈다.
정호현(영화감독): 처음부터 극장 상영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고 공동체 상영 정도를 생각했다. 그러다가 첫 극장 개봉을 하게 됐는데, 사실 극장 시스템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영화라는 게 이런 식으로 개봉되고 관객들과 이런 식으로 소통 되는구나 싶었다. 다큐멘터리의 경우 정치적 이슈나 사회적 성격이 강한 것은 이슈화하기 쉬운데 반해, 사랑이야기나 사적 이야기들은 극장에서 상영된 경우가 매우 적은 것 같다. 앞으로도 물론 상업 다큐멘터리를 만들진 않을 거지만, 그렇다 해도 이번 극장 상영을 계기로 어떤 관객들이 보겠구나 하고 미리 좀 생각해 두고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욱: 어떤 영화를 만들 때 마이너리티 성향의 특정 관객을 염두에 두는지, 아니면 일반적인 관객들이 이정도면 즐길 수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김동주: 어떤 영화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한 사람이라도 생기게 된다고 생각한다.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영화를 만들었을 때 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조금 씩은 더 생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든다.
김성욱: 극장 개봉에 대해 듣고 싶다. 현실적인 문제들을 경험했을 텐데.
김동주: 어느 정도의 틀이 갖춰진 영화라면 지속적으로 국가에서 상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한국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은 거기서 출발해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김성욱: 민용근 감독의 경우 '찾아가는 관객과의 대화'라고 해서 적극적으로 관객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고, 이응일 감독은 퍼포먼스들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종관 감독은 관조적으로 점잖게 보냈던 것 같은데(웃음).
김종관: 영화는 기본적으로 혼자 보려고 찍진 않고 친구를 찾는 건데, 약간 더 은밀한 방식으로 만들어서 약간 더 은밀한 친구를 사귄다는 느낌이 있다. 주어진 예산에 맞춰서 영화를 찍는 방식들에 지금은 익숙해져 있다. 꾸준하게 보는 사람들의 범위들이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 매우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민용근: <혜화,동> 같은 경우 GV를 하면 관객들이 조금 많이 오시는 편이지만, 극장 측에 양해도 구해야 하니 번거롭기도 하고 쉽진 않다. 그래서 생각한 게 찾아가는 관객과의 대화라고 해서 10명 이상 신청을 하면, 끝나고 같이 차라도 마신다든가, 극장 로비에서 커피라도 마시든가 하는 거다. 남들이 볼 때 극성을 떤 다고 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해야 좀 티가 나는 것 같다. 독립영화의 경우 2~3주 정도 극장에 걸려있어야 관객들에게 회자되고 인지되는 것 같다. 그런 리듬에 맞는 독립영화만의 마케팅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많이 배웠다.
이응일: 열악한 상황에 뭐라도 하자 싶어서 생각한 게, 우주쇼라든가, 캐릭터의 옷을 입고 나가거나, 만담처럼 이야기를 하거나 하는 거였다. 원천적인 한계가 있는 게 인구가 너무 적은 것 같다. 결국 통일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웃음) 영진위에서도 저예산 영화는 무료로 DCP를 해주는 상설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는 영진위의 제작지원이나 홍보마케팅 지원제도도 사라진 상황 아닌가.

김성욱: 다큐멘터리 같은 경우는 어떤가? TV에서 상영될 수도 있지만, 극영화와는 다른 어려움이 많을 텐데.
정호현: 작품의 성격이 극장 상영에 적합한지, 아니면 시민단체라든지 하는 곳들에 가서 하는 것이 맞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극장 상영이 의미 있는 이유는, 국내에서는 극영화적인 미장센이 없거나 TV 다큐멘터리적인 클리셰가 없으면 작품의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편견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그 편견을 깰 수 있다는 의미와 함께, 여전히 극장에서 이런 영화들이 상영될 수 있고 관객들은 그것을 볼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의미가 있다.

김성욱: 최근 1~2년 사이에 저예산 영화의 성과가 놀라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이 갖는 의미나 미학적인 측면들에서. 좀 더 자신감을 낸다면 영화 전체적인 활력을 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작가 고유의 개성도 있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공동성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연합적인 흐름이 큰 힘을 발휘하게 되지 않나.
김종관: 우리가 어떤 면의 내용적으로 공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고, 그런 게 아니더라도 사실은 사슬처럼 묶여있는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트위터를 좀 하는데 여기에서 영화를 통해 만난 관객들이 있다. 어떤 영화를 본 사람들이 다른 영화들로 전파되어가는 것들을 본다. 그런 게 긍정적인 기운이라 본다. 아쉬운 건, 우리가 만든 영화들의 스태프나 배우들 다 사실은 노개런티로 찍은 거다. 그런데 계속 이렇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좋은 영화들이 많아져서 관객들을 조금씩 늘리는 것도 중요하고, 감독과 마찬가지로 극장들도 투자사도 각자의 분야에서 꾸준히 하면서 브랜드로서 키워지면 작은 영화들의 네트워크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좋아질 수 있으리라 본다.
민용근: 영화를 하면서 조금씩 다른 감독님들도 알게 된다. 적극적인 행동이 아니더라도 같은 시대를 살면서 영화를 만든다는 연대가 영화를 만드는 큰 동력이 되는 것 같다. 인디 밴드의 경우 합동 공연 같은 것을 하기에 보다 용이한데, 영화도 이런 연합이 필요하다. 또한 영화만이 아니라, 음악, 문학 미술 등 다른 예술과의 공감대의 지평을 넓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동주: 감독들의 성향은 다들 개인적이다. 사실은 그것들을 존중해 줘야 된다. 하지만, 감독들도 결국에는 어느 정도의 프로듀서 마인드를 가져야 된다. 감독들이 스스로 서로 공유하려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면서, 나중에는 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되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나중에는 자연스러운 하나의 단체나 흐름이 나올 수 있지 않겠나 싶다.

김성욱: 극장을 하는 입장에서도 시대적인 트렌드, 젊은이들의 어떤 특정한 것들에 대해 관객들과의 접점을 만들어나가는 방식의 전략을 짜게 되지만, 동시에 또 흥행 강박이 되진 말자는 생각을 한다. 키아로스타미는 문화 활동이나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영화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마인드가 없기 때문에 영화계가 어려움에 빠져있다고 말했었다. 그러므로 영화의 진가를 아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립을 해야 한다. 자립에 대한 것이나 지속적인 영화 만들기에 대한 고민이나 모델들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듣고 싶다.
정호현: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고 선택한 매체가 영화다.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만나는 사람들과 발생하는 완전한 현실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것에 대한 재미를 느낀다.
이응일: 영화를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재미있고 훌륭한 이야기가 뭘까,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는 어디에 쓸모가 있는가, 늘 고민한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자신의 삶에 대한 느낌을 얻어 가게 하는 것. 그게 영화의 기능이고 영화인의 사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거기에 각자의 전략을 만들어내야 한다.
민용근: 생계적인 전략도 중요하다. 그게 곧 작가적인 전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 영화라는 매체가 있을 뿐이지 자기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무언가를 만드는 건 다 비슷한 것 같다. 꼭 영화에서만 국한 짓지 않고 생활도 놓치지 않는 환경들을 꾸준히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종관: 이야기를 할 때, 항상 나만 보면서 이야기를 하면 주제는 쉽게 메마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랑 타자의 관계 속에서 나를 찾거나, 다른 세계 안에서 내 안의 것들을 끄집어내서 그 관계들에서 주제를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영화를 하면서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항상 있다.
김동주: 창작을 할 때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영화를 만들수록 대중성이나 흥행성이랑 멀어지기 때문에, 먹고사는 문제랑 연관이 늘 된다. 창작의 고통을 알지만,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알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만들 것이다. 다음 작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만든다는 생각이다. 흥행이나 생계를 위해 영화를 선택하지 않고 오로지 하고 싶은 대상으로만 영화를 대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리: 박영석 시네마테크 관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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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만나다] 김동주 <빗자루, 금붕어 되다>

11월의 ’작가를 만나다’는 <빗자루, 금붕어 되다>의 김동주 감독이었다. 달동네 고시원에 기거하는 50대 장필의 사연을 통해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 이 놀라운 데뷔작을 함께 보며 감독과의 대화를 가졌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은 문제작 <빗자루, 금붕어 되다>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던 그 시간을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어떤 계기로 <빗자루, 금붕어 되다>를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김동주(영화감독): 고시원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래전에 친구가 운영하고 있던 고시원에 놀러갔다가 그 공간에서 받은 영감,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들에서 출발했다. 전국에 6,000여개 정도의 고시원이 있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중요한 공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고시원에 들어가서 시나리오를 쓰려고 마음먹고서, 영화에도 나오는 ‘다부터 고시원’에 실제로 들어가 7개월 정도 살았다. 그렇게 2007년 10월에 촬영을 해서 2008년에 처음 영화가 공개되었고, 올해 정식으로 개봉하게 되었다.

김성욱: 고시원의 복도랄지 내부적 공간들이 인상적이다. 특히 215호실의 남자는 영화에서 거의 설명되지 않던데.
김동주: 고시원에 살다보면 소리에 상당히 민감해진다. 감옥 같은 작은 공간에 살다보니, 정신도 예민해지고, 특히 소리에 예민해지다보니 발자국 소리만으로도 어느 방에서 사람들이 들어가고 나오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고시원 안에서 간혹 분실이나 도난 사건이 일어나기도 해서, 화장실 갈 때도 문을 잠그기도 한다. 215호실의 남자를 설정하면서, 약간의 자폐증적인 성격의 캐릭터이면서 고시원 안에서 담배처럼 간단한 물건을 훔칠 수도 있는 모호한 인물을 염두에 두었다.

김성욱:
영화 전체에 걸쳐 카메라가 고정되어 있는 탓에 통상적으로 본다면 CCTV의 느낌을 받게 된다. 카메라의 위치나 장면은 어떻게 구상했나?
김동주: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틀이 갖춰지자 카메라워크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설정 정도로 주어진 상태에서 카메라를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해나갔다. 고시원과 주변 공간을 담아내기 위해선 한 앵글 한 쇼트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의 일상에서 하는 일, 가는 곳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일단 한 쇼트로 해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앵글이나 구도에서 받게 되는 감흥, 다큐멘터리적인 사실성의 느낌들이 필요했기 때문에 영화 전반에 부감 쇼트를 많이 사용했다.

김성욱: 배우들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김동주: 주인공 장필 역을 맡은 유순웅 씨는 오랫동안 연극배우로 활동하신 분이고, 김재록 씨는 <방문자>(2005)라는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다. 나머지 배우들은 대부분 실제로 그 주변에서 영화 속에서와 같은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다. 실제 자신의 직업에 있는 사람들이 영화에 등장할 때 리얼리티가 극대화되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해도 그 정도의 리얼리티, 자연스러움을 담아내기 어려울 것 같다. 고시원 동네를 살면서 주변을 다니며 그 곳에서 만났던 분들을 섭외해 출연시키게 되었는데, 이 영화는 한편으로 그 분들의 힘이기도 하다.

김성욱:
살인 이후에 시체를 묻는 장면이나 고시원에 여자가 누워있는 장면은 사실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그렇다고 몽상적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것 같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과도 좀 다른 느낌이 든다.
김동주: 일단 카메라를 고정쇼트로 하겠다는 원칙을 세운 뒤, 그 원칙을 끝가지 밀고 나갔다. 사실적인 구도와 앵글 내에서 다른 감흥과 연출적인 측면을 고려해, 쇼트는 사실적이지만 그 쇼트 안의 내용은 사실적이지 않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카메라 트릭이나 장치, 편집을 쓰지 않고도, 쇼트 안에서의 애매한 차이를 보여주거나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고자 했다.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롱테이크 롱쇼트를 밀고나간 상태에서 제가 의도한 바를 표현했기 때문에 보신 분들에게는 각자 다르게 받아들여지실 것 같다.

관객1: 주인공의 연기에서 연극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의도한 부분인지 궁금하다. 모니터를 파는 여자와 조각상을 사는 여자를 같은 배우가 연기했는데, 어떤 의도가 있었던 건가?
김동주: 오랫동안 연극만 하시고 영화는 처음이신 분이어서 연극적 연기가 배우에게 굳어진 면이 있었다. 연극에서의 억양과 액션을 지우기 어려웠던 것 같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것도 처음인데다, 내러티브 순서대로 촬영하지 않는 점에도 익숙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여자 배우의 경우는 영화상에서 사실 서로 다른 배우여도 상관이 없고 롱쇼트이기 때문에 확실히 분간되지 않을 수 있는데, 영화의 다양하고 모호한 측면에서 어떤 감흥을 느낄 수 있었으면 했기 때문에 1인 2역을 설정하게 되었다. 사실 나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관객 분들이 구체적으로 다 모르셔도 될 것 같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 문학이나 문자가 표현할 수 없는 영화적 장치들을 많이 만들어 놓으려고 했다.


관객2: 독특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과 구도를 먼저 정해놓고, 그 안에 인물을 배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의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김동주: 처음부터 이러한 틀을 고수했던 것은 아니다. 촬영여건이나 배우의 연기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원씬 원커트의 촬영은 힘이 든다. 처음에는 주된 공간이 되는 고시원 방이나 골목만 그렇게 찍고 나머지 부분에선 커트를 나눌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1,2회차 촬영을 하게 되면서, 원씬 원커트의 원칙에 대한 확신이 서게 되고 그러한 틀로 영화 전체를 만들어갔다. ‘장필’이라는 제목을 공유하다가 영화의 편집을 끝내고 제목을 다시 생각하면서 좀 더 모호한 느낌을 주었으면 했다. 빗자루나 금붕어 모두 영화에 등장하는데, 이 둘의 조합이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목으로 삼게 되었다.

관객3: 골목에서 들리는 고물상 노인의 녹음 목소리는 영화를 위해 따로 녹음해 두신건지? 공간의 구도에서 깊이감과 기울어진 느낌이 좋았다.
김동주: 녹음 된 소리는 실제로 그 분이 장사하는 마이크와 그 소리 그대로이고, 실제로 그러한 복장으로 골목을 다니는 분이다. 촬영에 대해선, 앵글과 촬영이 이례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전체에 있다 보니, 처음엔 촬영감독과 이견이 있었다. 하지만 골목을 찍으면서 촬영감독이 이렇게 찍어도 되겠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그렇게 밀고 나가게 되었다. 광각을 쓰고 초점에 맞게 하는 것이 배우의 동선에 적절하고, 전형적인 앵글보다 부감으로 보여줄 때는 좀 더 가까운 선을 틀었을 때의 느낌이 좋았다. 간혹 주차장이나 경비실에서 CCTV 찍는 것을 보면서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 경험들을 살려 이 영화에 써보고 싶은 면이 있었다. 골목도 부감이지만 각이 살짝 꺾여있다. 그러한 골목을 찾아내기 위해 많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영화가 고정된 쇼트로 안정되어 있으면서도 왠지 불안해 보이기도 하는 것이 그런 부분에서 오는 것 같다.

관객4:
살인을 기점으로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느낌이 좀 다른 것 같다. 전반부는 사실적인 리얼리티를 따라 가다가, 후반부는 어떤 환상이나 꿈같은 느낌이 있어서 후반부에 들어서는 헷갈리거나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들이 있다.
김동주: 비교적 전반부는 이해하기가 쉬운 편이다. 후반부는 주인공 장필의 내면적인 면을 묘사하려고 했다. 어떠한 계기들로 인해 성찰의 과정을 겪는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 후반부에는 개인적이고 내적인 측면을 많이 묘사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는 다소 불친절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른 기회에 다시 보시게 된다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성욱: 고정되어 있는 카메라의 특징은 인물이 덫에 걸려있는 듯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한편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돈과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엄마나 모니터를 파는 여자, 목각인형을 사는 여자, 나중에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공범이 되는 여자가 있다. 그들은 돈을 지불하고 돈을 훔쳐간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사건이 연계되어가면서 인물에게 일종의 덫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성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김동주: 영화를 만들어 놓고 개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돈이 움직이는 사회, 상품으로서의 영화와 같은 면들을 느끼면서 더욱 이 영화가 개봉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 사회를 이끄는 건 돈이고 사람의 인간성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게 돈이 된 것 같다. 이러한 생각들로 영화 안에 돈에 관한 많은 설정을 만들었다. 처음에 목각인형을 사는 여성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여성들은 일상적인 이미지에서 많이 왜곡된 모습이다. 영화를 주인공의 입장에서 묘사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한계를 가지고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작품이 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고 주변 환경에 눈을 돌리는 과정에서 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지점들이 나를 통해서 나왔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나를 통해 나온 작품이므로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작가의 의도보다는 사회적인 측면이 좀 더 고려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성욱: 영화아카데미 7기를 졸업하고 상당히 늦게 데뷔작을 만들었다. 영화가 만들어지고 난 이후에도 개봉이 늦어졌다. 이런 영화를 만드는 작업도 어렵지만, 극장에서 개봉되어 공개되고, 이후의 작업을 이어나가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감독님의 소회를 듣고 싶다.
김동주: 내 생각에 각자의 관점에 따라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 선택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본다. 나의 경우에도 하고 싶은 것을 하느냐 혹은 타협하느냐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선택을 하게 된다. 모두 어려운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는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선택할 것이고, 제작사 등에 좌지우지 되고 싶진 않다. 작은 작품이지만 이렇게 영화를 보러 와주시고 대화에도 참여해주신 분들을 만나게 되어 앞으로 내게 큰 힘이 될 것 같다.
(정리: 장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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