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강좌3] 유운성 프로그래머가 본 펠리니의 모더니티

페데리코 펠리니 회고전이 한창인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펠리니의 작품세계를 보다 폭넓게 살펴볼 수 있는 '펠리니의 달콤한 영화읽기'란 영화사강좌가 열리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4시 그 세번째 시간에는 유운성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가 '페데리코 펠리니의 모더니티에 대한 의문'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펼쳤다. <로마>를 중심으로 펠리니 세계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알려준 유운성 평론가의 강연 일부를 여기에 옮긴다.


유운성(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로마>부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나는 기차역 장면부터 출발하려 합니다. 기차가 일상의 탈것처럼 보여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기차역, 기차역 내부 같은 것은 아주 특권적인 공간으로 묘사됩니다. 예컨대 오즈의 기차가 인상적이긴 하지만 등장인물들에게 색다르고 경이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오즈가 그것을 포착하는 시선이 인상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펠리니의 <로마>에선 19살의 펠리니가 로마에 도착하던 경험이 그대로 담긴 것 같습니다. <로마>에는 관광객의 시선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역사 간판인데, <로마>에서 기차가 도착하는 장면, 테르미니 역 간판 밑 포스터는 마리오 카메리니감독의 <백화점>이라는 영화의 포스터입니다. 이 영화가 이탈리아에서 개봉된 때가 펠리니가 로마에 도착했던 1939년 6월입니다. 이 포스터가 붙어있는 건 시기적으로도 맞아 떨어집니다. 대도시에 갓 도착한 시골사람이 느낀 경이가 보이는 것입니다. 단독으로 연출한 첫 장편 데뷔작, <백인추장>이라는 영화는 <로마>의 첫 장면과 매우 유사합니다. 이것 말고도 베르도 라투아다와 공동연출한 <다양한 불빛>이라는 걸 보면 역시 기차역은 평범한 공간이 아닙니다. 남녀주인공의 첫 만남,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버림받은 이후에 한 눈을 파는 장소도 기차입니다. 이는 후기 영화들에도 나타납니다. 기차역을 떠날 때의 광경은 펠리니의 세 번째 장편 <비텔로니>에서 간접적으로 묘사됩니다. 모랄도가 마을을 떠나는 장면에서 그것이 보여지는데 이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로마에 갓 도착한 청년이 자신이 살던 고향 마을을 떠날 때의 모습정도입니다. 기차를 타고 떠난 청년의 이후 모습이 로마 테르미니역에 도착한 청년의 모습입니다.

<비텔로니>같은 영화를 놓고 보면 실제로 펠리니가 리미니에서 살았음이 분명한데 그는 이 영화를 리미니에서 찍진 않았습니다. 세트도 아니고 외딴 마을에서 찍은 것도 아닙니다. 인근 다른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곳곳풍경들을 조합해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마을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나중에 <아마코드>에서는 고향마을 전체를 거대한 스튜디오 안에서 창조해 찍게 됩니다. 고향인 리미니의 기억들이 영화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펠리니는 직접 고향의 모습을 담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펠리니는 내밀한 추억조차도 영화제작현장 세트라는 경이의 공간에 가져다놔야 직성이 풀리는 감독이었습니다. 영화의 제목과 관련해서 말씀드리면, '비텔로니'는 '비텔로네'가 되는데 이것은 일종의 사투리로 대략 정규학업과정 마치고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백수 한량을 일컫습니다. 영화에 펠리니의 고향에 대한 경험이 반영되었지만 비텔로네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을 가리키는 것인데 그는 이 시기를 고향에서 보낸 적이 없습니다. 펠리니가 고향에서 경험한 시절은 마지막 장면인 모랄도를 배웅하는 귀도라는 꼬마, 그 꼬마정도의 시절만을 고향에서 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텔로니>는 펠리니 자신도 애착을 느끼는 영화 중 하나였고 그는 이 영화에 대한 속편의 기획도 했었습니다. 제목은 <도시의 모랄도>였고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도시의 모랄도>는 고향을 떠나서 도시에 도착한 모랄도가 겪는 로마의 기이한 이야기들, 방탕, 희망 등이 중심플롯이었다고 하는데, 이런 것을 보면 웰즈의 직관이 그럴싸하게 느껴집니다. <도시의 모랄도>는 <달콤한 인생>의 원안이 되었던 기획입니다. 최종 완성본에는 마르첼로가 주인공이지만 기획시의 주인공이 모랄도였다고 합니다. 배우가 캐스팅되면서 배우의 실제이름을 극 중 인물에 반영하는 펠리니의 버릇에 따라 마르첼로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비텔로니>의 속편, 마지막으로 '기차'라는 공간을 특권적으로 낭만화하는 펠리니의 성향을 볼 수 있는 장면은 <8과 1/2>에서 정부가 도착하는 순간. 평범한 장면이긴 하지만 기차가 도착하는 공간 자체를 판타지에 가깝게 그려내는 펠리니의 성향이 잘 보여지는 장면입니다.

펠리니가 근대적인 기계들을 특권적으로 묘사하는 행위는 기차 외에도 선박이나 자동차, 오토바이 등으로 이어집니다. 이 중에서 자동차가 이례적인데, 기차가 상당히 낭만적인 대상으로 등장하는 것에 비해 펠리니가 안 좋은 경험이 있었는지 의심되는 기계, '자동차'는 거의 괴물에 가까운 기계장치로 나옵니다. <8과 1/2>도 그렇고 <로마>도 그렇고 지옥도를 본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웃음). <달콤한 인생>에서도 자동차에 타는 연인은 꼭 싸웁니다. 탈 것뿐 아니라 펠리니가 기계를 대할 때 여기서 말하는 '기계'에는 영화장치 자체도 포함됩니다. 펠리니의 관심 태도는 고다르나 웰스가 관심을 가지는 태도라기보다 영화촬영에 요구되는 번잡한 기계장치들, 경이로움이나 황홀감을 반영하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펠리니는 영화라는 기계장치를 경멸, 비판적 의식으로 접근한 감독은 아닙니다. 영화라는 걸 만들어 내기위해 요구되는 사람과 기술의 경이로운 시선이 보여지는 것입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 영화관이 아수라장되는 경험, 이런 것들도 펠리니 영화에서 자주 보여집니다. 펠리니의 모더니티에 대해 말하기 전에, 펠리니의 모던이 경험에 대한 영화적 기록에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긍정적이고 이상화된 경이의 체험에서 무시무시한 부분, 의혹의 시선이 드러나는 경우도 아주 많습니다. 공포나 두려움을 느끼는 것도 근대경험의 양면성입니다. 그의 영화에는 이런 것들이 매우 잘 드러나 있습니다. 펠리니가 후기작들에서 기계장치 세트들을 보여줄 때 기차나 선박, 비행기, 우주선을 포착할 때와 거의 유사한 감정입니다. 후기에서 비관적시선이 느껴졌다면 그것은 모던의 경험 자체에서 느끼는 비관이 되기도 합니다. 펠리니 영화에서는 영화라는 기계장치 세트들을 보는 시선도 기차나 선박 등을 보는 시선과 같은, 모던시네마의 반영적 태도와 만난다고 봐야지 이걸 의식적으로 모더니티 기획을 가지고 접근하다보면 비평적 오해가 생깁니다. 후기작을 포스트모던하다고 말하는 건 말장난입니다. 펠리니는 단 한 번도, 포스트모던은 고사하고 모던에도 깊숙이 발을 담근 적이 없습니다. <로마>같은 현대적 형식의 에세이영화를 만들자마자 <아마코드>나 <카사노바>같은 영화들로 돌아가면서도 아무런 모순도 느끼지 않았던 이유가 설명이 안 됩니다. 이들은 다른 흥미요소들, <카사노바>는 펠리니 모더니티와는 다른 면, 완전히 이면이자 어두운 면이라 할 수 있는 면이 극단화된 영화입니다. 펠리니의 모더니티에 넘어가기 전에 기계장치에 대한 매혹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장면들 몇 개가 있습니다. 펠리니의 <노트북>은 한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에세이풍의 영화이고 마이너한 영화입니다. 사실 <노트북>은 1970년대 펠리니 영화들, <광대들>이나 <로마> 등의 기원이 되는 중요한 에세이영화입니다. 여기에는 펠리니가 끝내 만들지 못했던 <마스토르의 여인>이라는 프로젝트를 위해 만든 영화의 세트장면이 등장합니다. <노트북>은 국내 출시된 <8과 1/2>의 DVD에 서플먼트로 있는 영화입니다. 70년대 펠리니의 영화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이라면 주목해야 합니다. 이 영화에서 히피들이 등장하는 건 역사적 증거처럼 보입니다. 히피들 역시 펠리니는 <로마>에서 다른 측면으로 묘사했습니다.


펠리니 영화를 다시 본다면 주의 깊게 보아야하는 건 그 사이, 특히 <로마>같은 영화들입니다. 펠리니의 성향, 모던의 경험,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영감의 원천이 여기에 담겨있다 생각합니다. <로마>는 자유로운 방식에 트리트먼트도 없이 리서치 다니면서 인터뷰와 기록 등을 토대로 찔끔 찔금 2년에 걸쳐 이례적으로 찍은 영화입니다. 제목 그대로 <펠리니의 로마>, 펠리니의 눈에 비친 <로마>, 웰즈 식으로 말하면 촌놈의 눈에 비친 <로마>입니다. 기계장치에 대한 매혹과 두려움, 영화로 쓴 칼럼형식, 스펙터클에 대한 취향, 영화를 보면 그런 게 담겨있습니다. 패션쇼라든가 버라이어티극장에서 연행, 관람 양식 등 숨기지 않고 한 번에 끌여 들인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엮는 유일한 방식은 이 영화의 작가가 '펠리니'라는 것을 알고 나름대로 엮어 보는 것이지 귀도라는 인물을 빌려 과거와 현재, 현실과 몽상을 비평적으로 오갈 필요는 없습니다. 현대적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펠리니 비평서에서 가장 얇게 다뤄지는 영화입니다. 언급되지 않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다시 펠리니를 이야기한다면 여기서부터 출발해 확장하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펠리니 영화의 진수가 담겨진 건 1970년대 때의 작품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펠리니의 스펙터클에 대한 취향, 기묘한 것에 열광하는 자세, 기계장치 자체 자동차 혹은 도시적인 것에 대한 매혹이 한꺼번에 엮어져 우러나는 영화가 그 시기의 작품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리: 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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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로마>


페데리코 펠리니는 고향인 리미니 외에 로마에 대해서도 각별한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 로마는 펠리니에게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으로, 그는 로마를 ‘여인의 도시’에 비유하면서 자신이 로마에 매혹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 <로마>(1972)는 1971년 현재의 로마와 30년 전 과거의 로마를 오가면서 ‘환상을 창조하는 도시’ 로마를 쇼의 무대처럼 그린다. 과거의 로마는 펠리니의 자전적 경험을 통해 보이고 현재의 로마는 로마의 젊은이들과 도시 곳곳의 모습을 펠리니가 영화 촬영 하는 형식으로 보여진다.


영화는 어린 소년이 줄리어스 시저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로마로 가자”는 학창시절 선생의 말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로마에 대해 학교와 극장에서 배우고 들으면서 동경을 품던 소년은 기자가 되어 로마에 처음 와서 로마거리의 성스러운 성당과 사제들의 모습, 그리고 이에 대비되는 로마사람들의 활기차고 소란스러운 모습을 보게 된다. 영화는 로마의 현재로 돌아와서 비가 내리는 외곽순환도로를 촬영하고 있다. 길가에는 죽은 소의 시체가 널려 있고 사람들은 시위를 하고 있다. 현재의 로마는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도시며, 젊은 히피족들은 새로운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어떤 이는 이들을 못마땅해 하며 “현재 로마인이 진정한 로마인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영화는 30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서 바라폰다 극장의 추억을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는 버라이어티 쇼와 관객들의 관람풍경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당시 로마는 파시스트가 집권하고 전시체제에 있었는데, 쇼가 한창 벌어지다가 공습경보가 울려 사람들은 방공호로 대피하게 된다. 현재의 로마로 온 카메라는 지하철 공사 현장을 촬영한다. 공사 도중 발견된 2000년 전의 프레스코화는 공기에 접촉되자 색이 바래진다. 현대의 히피젊은이들의 자유로운 사랑을 보여주던 카메라는 성과 사랑에 대한 물음을 던지면서 다시 과거의 사창가를 향한다.


사창가에서 창녀들은 마치 쇼를 하듯 자신을 선보인다. 곧바로 이어지는 궁전 장면에서는 엄숙하고 경직된 자세로 성직자와 귀족들이 관람하는 가운데 우스꽝스럽고 그로테스크한 성직자 패션쇼가 열린다. 영화에서 가장 화려한 쇼와 서커스를 연상케 하는 이 장면은 앞선 장면과 대비되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로마의 밤거리를 촬영하던 영화팀은 “로마는 환상의 도시며, 교회, 정부, 영화가 환상을 창조한다”는 미국인 작가 고레 비달의 말을 빌어 <로마>를 요약한다. 경찰들에게 쫓겨났던 히피족들이 로마 광장과 로마시내를 오토바이로 질주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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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백인추장>

 
<백인추장>(1952)은 펠리니의 단독 데뷔작이자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각본에 참여했고, 펠리니의 아내이자 뮤즈인 줄리에타 마시나가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다.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하자면 이 영화는 "현실은 꿈같은 인생이지만 어떤 이에게 꿈은 현실의 지옥"임을 보여준다. 펠리니는 이를 익살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신혼부부인 카발리와 완다가 기차를 타고 로마로 입성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여자가 평소에 흠모하던 '백인추장'이라는 배역의 남자를 만나기 위해 극단을 방문하면서부터 좌충우돌 사건들이 전개된다. 남자는 로마, 여자는 로마에서 떨어진 시골이라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각기 벌어지는 사건들이 교대로 보인다. 가령 완다가 백인추장과 바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 우연히 울려 퍼지는 노래가 그들 사이에 낭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들을 춤추게 한다. 이 장면에 이어 친척들과 식사를 하고 있는 카발리 주위로 멕시코 악사들이 와서 서글픈 노래를 부르며 부인이 사라져 슬퍼하는 그의 감정을 한껏 고조시킨다. 예기치 않은 상황들이 각기 우연적으로 일어난 사건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백인추장>은 익살적인 코미디극이 된다.


영화의 중반부에서 숲 속에서 방황하던 완다는 멀리서 그네를 타고 있는 백인추장을 발견한다. 황홀경에 도취되어 완다는 눈물을 훔친다. 백인추장은 마치 천상의 사람처럼 하늘을 배경으로 그네를 타며 아름다운 선율을 흥얼거리다 땅으로 내려온다. 완다가 꿈꿔왔던 환상이 그렇게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환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는 허물어져 버렸고, 이는 카발리에게도 매한가지다. 서로 다른 인물들과 상황(로마와 시골, 카발리와 친척, 완다와 백인추장, 낮과 밤, 절망과 서커스 쇼, 거리와 성당 등)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꽤나 시끌벅적하다. 짧은 숏들과 잦은 숏/리버스 숏, 인물들의 과장된 연기는 영화 속 카발리의 어지러움처럼 현기증을 불러일으킨다. 이렇듯 <백인추장>은 인물들 간의 시선의 교차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가운데 벌어지는 작은 사건들은 카발리와 완다가 상대방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매듭지어진다. 즉 환상을 제거하는 과정을 통해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펠리니가 담아낸 둘의 모습은 귀엽고 아기자기하다. (최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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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비텔로니>

<비텔로니>(1953)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세 번째 장편영화이자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 수상작으로 처음으로 국제적으로 배급되어 펠리니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시골마을의 일상을 보여주는 네오리얼리즘적인 경향과 펠리니 고유의 개성이 담긴 환상적인 축제의 순간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영화의 도입부는 마을의 ‘미스 사이렌’ 선발대회를 보여준다. 마을의 미스 사이렌으로 뽑힌 순진한 소녀 산드라와 못 말리는 바람둥이 청년 파우스토는 얼떨결에 결혼에 골인하고 신혼여행을 떠난다. 이러한 과정들은 마치 하나의 축제처럼 떠들썩하게 정신없이 지나간다. 축제의 순간을 표현하는 대규모 군중 장면은 <아마코드>, <로마>를 비롯한 이후 펠리니 영화에서 더욱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펠리니의 반자전적인 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는 평범한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라 해도 될 만한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 우수에 찬 목소리의 내레이션은 자신의 청춘에 대해 회상한다. 이탈리아의 시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다섯 명의 청년이 있다. 각자가 강한 개성과 꿈을 가지고 있지만, 백수건달처럼 빈둥거리면서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는 미성숙한 청춘들이다. 더할 나위 없이 한심하지만, 그래도 미워하기 힘든 이유는 그들이 순수해보이기 때문이다. 중심적 인물인 파우스토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와서도 좀처럼 정착하지 못한다. 그는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바람기 때문에 겨우 얻은 일자리도 잃고, 아내 산드라에게 계속해서 상처를 준다. 그렇지만 그는 언제까지나 아이처럼 남아있을 수는 없다. 그 자신이 아빠가 되었기에, 이제 성숙한 어른이 되어야 하고 가족을 부양할 만한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한편 가장 진지하고 생각이 많아 보이는 청년 모랄도는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 채,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정착한 자와 떠나는 자. 그들이 성숙한 어른이 될지, 영원히 아이처럼 남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청년들의 삶을 바라보는 펠리니의 시선에는 청춘의 순수함에 대한 애상감이 담겨있다. 이러한 평범하며 순수한 인간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것이야말로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진정한 힘이었다. <비텔로니>는 펠리니 사후 10주년인 2003년에 국제적으로 재개봉되기도 했다. 이 때 얻었던 열렬한 반응들은 이와 같은 순수한 감성이 담긴 영화들이 현대의 관객들에게도 여전히 와 닿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박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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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서서


네오리얼리즘의 계보에서 영화작업을 시작했으면서도 다양한 영화언어의 실험으로 선배감독들의 영화와는 전혀 다른 작품세계를 구축했던 이탈리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1920~1993)의 매혹에 빠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오는
6 10일부터 7 4일까지 한달 여 기간 동안 페데리코 펠리니 회고전을 연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오랜 기간 준비해서 주한이탈리아문화원 및 주한이탈리아대사관과 함께 치네치타 루체의 후원 하에 여는 이번 회고전에서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초기작부터 후기작까지 거의 전편을 아우르는 총 22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페데리코 펠리니는 네오리얼리즘의 틀 안에서 작업을 시작했지만 기존의 네오리얼리즘의 작품 세계와는 다른 주관적이고 내적인 시선의 영화들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전후 이탈리아 감독들 가운데 가장 논쟁적인 감독으로 꼽히는 인물이며, 그의 작품은펠리니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네오리얼리즘의 거장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무방비 도시>(1945), <전화의 저편>(1946) 등에서 조연출과 각본가로 참여하면서 영화 작업을 시작한 펠리니는 분명 네오리얼리즘의 전통 아래에 있지만, 그가 연출자로 정식 데뷔한 1950년 작 <다양한 불빛>이나 단독 연출한 첫 데뷔작인 <백인 추장>(1952)과 같은 작품은 기존의 네오리얼리즘과는 다른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삶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며 또 다른 스타일을 창조했다고 평가된다.


특히, 초창기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1954)은 분명 외적인 현실과 사회와 사상을 바탕으로 발전했던 네오리얼리즘의 틀 안에 있던 펠리니 자신의 영화를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세계로 열어놓은,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또 다른 대표작인 <달콤한 인생>(1959)<8 2분의 1>(1963) 같은 작품은 인간의 내면에 대한 사상과 종교적인 고뇌에 따른 변모를 보여준다.


이번 페데리코 펠리니 회고전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국내에서 간헐적으로 소개된 바 있는 그의 대표작들은 물론 펠리니의 데뷔작인 <다양한 불빛>, <백인 추장>을 비롯해 초창기 대표작으로 펠리니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비텔로니>(1953), 후기 걸작으로 고대 로마와 18세기 유럽의 방탕함과 광기를 보여주는 <사티리콘>(1969)<카사노바>(1976), 펠리니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이라는 평을 듣는 <아마코드>(1974) <여인의 도시>(1980), <진저와 프레드>(1985), 펠리니의 자전적인 회고를 그린 인터뷰 형식의 작품 <인터뷰>(1987), 로베르토 베니니와 함께한 펠리니의 유작 <달의 목소리>(1990)까지 초기작부터 후기작까지 총 망라돼 있다. 특히, 데뷔작인 <다양한 불빛>이나 <인터뷰>, <달의 목소리> 등은 국내에서 처음 상영되는 작품으로 페데리코 펠리니에 대한 작가적 관심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이번 회고전 기간 동안 펠리니의 작품세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탐구해볼 수 있는 페데리코 펠리니를 주제로 한 영화사 강좌도 마련한다. 별도 부대행사로 5회에 걸쳐 펼쳐질 페데리코 펠리니 영화사 강좌는 네오리얼리즘의 계보 속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며 자신의 영화에 투영, 환상적인 매력을 보여준 펠리니의 세계를 한층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페데리코 펠리니 회고전관련 자세한 상영일정은 오는 5월 말경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인 www.cinematheque.seoul.kr에 게재될 예정이며, 6월 초부터 확인할 수 있다.

 

페데리코 펠리니 회고전상영 예정작 목록 ( 22)
  

다양한 불빛 Luci del Varieta / Variety Lights

1950 93min 이탈리아 B&W 35mm 15세 이상 관람가

백인 추장 Lo sceicco bianco / The White Sheik    

1952 86min 이탈리아 B&W 35mm 12세 이상 관람가

비텔로니 I vitelloni / The Young and the Passionate

1953 104min 이탈리아/프랑스 B&W 35mm 12세 이상 관람가

도시의 사랑 L'Amore in Città / Love in the City

1953 105min 이탈리아 B&W 35mm 15세 이상 관람가

La strada / The Road

1954 93min 이탈리아 B&W 35mm 12세 이상 관람가

사기꾼들 Il bidone / The Swindle

1955 112min 이탈리아/프랑스 B&W 35mm 15세 이상 관람가

카비리아의 밤 Le notti di Cabiria / Nights of Cabiria

1957 110min 이탈리아/프랑스 B&W 35mm 15세 이상 관람가

달콤한 인생 La dolce vita / La dolce vita

1960 174min 이탈리아/프랑스 B&W 35mm 15세 이상 관람가

보카치오 70 Boccaccio '70 / Boccaccio '70

1962 205min 이탈리아/프랑스 Color 35mm 18세 이상 관람가

8 2분의 1 Otto e mezzo(8½) / Federico Fellini's 8½

1963 138min 이탈리아/프랑스 B&W 35mm 15세 이상 관람가

영혼의 줄리에타  Giulietta degli spiriti / Juliet of the Spirits

1965 137min 이탈리아/프랑스 Color 35mm 15세 이상 관람가

사티리콘 Fellini Satyricon / Satyricon

1969 128min 이탈리아/프랑스 Color 35mm 15세 이상 관람가

광대들 I clowns / The Clowns

1970 92min 이탈리아/프랑스/독일 Color 35mm 12세 이상 관람가

로마 Roma / Fellini's Roma

1972 128min 이탈리아/프랑스 Color 35mm 15세 이상 관람가

아마코드 Amarcord / I Remember

1973 123min 이탈리아/프랑스 Color 35mm 15세 이상 관람가

카사노바 Il Casanova di Federico Fellini / Fellini's Casanova

1976 164min 이탈리아/미국 Color 35mm 15세 이상 관람가

오케스트라 리허설 Prova d'orchestra / Orchestra Rehearsal

1978 70min 이탈리아/독일 Color 35mm 12세 이상 관람가

여인의 도시 La città delle donne / City of Women

1980 139min 이탈리아/프랑스 Color 35mm 15세 이상 관람가

그리고 배는 항해한다 E la nave va / And the Ship Sails on

1983 132min 이탈리아/프랑스 B&W/Color 35mm 12세 이상 관람가

진저와 프레드 Ginger e Fred / Ginger and Fred

1986 125min 이탈리아/프랑스/독일 Color 35mm 12세 이상 관람가

인터뷰 Intervista / Fellini's Intervista

1987 108min 이탈리아 Color 35mm 15세 이상 관람가

달의 목소리 La voce della luna / The Voice of the Moon

1990 120min 이탈리아/프랑스 Color 35mm 12세 이상 관람가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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