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 취향이 나를 영화감독으로 이끌었다"

2011. 2. 27. 17:49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Cine talk

[시네클럽] 이해영 감독에게 듣는 '타인의 취향과 대중영화의 상상력'

다섯 번째 시네클럽의 주인공은 최근 영화 <페스티발>으로 관객과 만났던 이해영 감독이다. 영화적 취향이라는 것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이해영 감독은 취향이 자신을 여기까지 오게 했다고 말한다. 참석한 관객들은 다양한 질문들을 쏟아냈고, 감독은 즐겁게 답했던 즐거운 시간을 전한다.


이해영(영화감독): 내가 생각하는 영화라는 것에 대해 말씀 드리겠다. 나는 기껏해야 성장기에 할리우드 영화를 비디오로 보거나 극장에서 가끔 봤던 것 외에는 영화를 심도 있게 본적이 없었다. 아무것도 몰라서 터무니없이 시작한 것 같다. 영화전공자도 아니었다. 영화란 게 있는데 내가 하면 잘하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90년대, 한국영화의 상업성이 새로이 규정되기 시작한 시기에 기획영화를 접하면서 영화가 상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영화가 ‘작가적인 어떤 매체다’ 라고 생각 했다면 접근을 못 했을 텐데, 당시엔 어려서 쉽게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기획영화들이 한국영화 21세기를 여는 초석이지만, 당시에 내가 볼 땐 수입해온 부실한 레시피 라고 생각했다. 최소한 저런 레시피를 흉내 내거나 관습을 따르면서 하는 게 아니라 '뭔가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것을 키워드로 치면 취향 같다.

나의 취향은 주류나 컨벤션에서 영향을 받은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얻게 된 것이다. 처음에 영화 하겠다고 생각한 게 군대에 있을 때인데 막연하게 시나리오를 썼다. 개인적 취향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습작으로 몇 개 썼는데 그 글들은 시나리오 작법을 전혀 모르고 쓴 거라 돌이켜보면 시나리오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 그러다가 영화사 봄의 오정완 이사님이 습작시나리오를 보게 되셨는데 굉장히 놀라셨던 것 같다. 어디선가 본 것 같으면서도 본 적 없는 대사나 캐릭터들에서 이사님이 뭔가 가능성을 읽으셨던 거 같다. 그때 쓴 시나리오들은 완성도 있게 보이지는 않았겠지만 이사님이 선택하셨던 것은 작가의 취향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할 때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었다. 같이 <천하장사 마돈나>를 만들었던 이해준 감독과 공동작업을 했다. 새롭고 희한한 작가들이 나타났다라고 회자가 되면서 본질보다 과장되게 팔려나갔다. 그래서 다른 작가들보다 빠른 속도로 갈 수 있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내 생각에 취향 밖에 없는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취향이라는 게 막연하고 지엽적으로 보이는데 내가 생각할 때 취향 이라는 게 이런 것 같다. 이는 좋은 생각이라는 개념인 것 같은데, 좋은 생각이라면 남들이 해왔거나 큰 생각 없이 답습했던 관습을 답습하려고 하지 않는 태도, 모든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시비를 걸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관객1:
한계에 대해 묻고 싶다. 취향이라든지 소수자의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까지 이야기 할 수 있나?

이해영: 그 한계점을 <천하장사 마돈나> 때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이 이야기를 사람들이 오해하면 어떡하지? <페스티발>도 비슷하다. 내가 용감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약간 착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천하장사 마돈나>와 <페스티발>의 차이점은, <천하장사 마돈나>가 ‘이런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 라는 느낌이라면 <페스티발>은 그것보다 친절도가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냥 제시하는 차원이랄까.

관객2: 컨벤션을 비틀고 구성하려면 어떻게 훈련하는지?
이해영: 드라마에서 참고 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시나리오가 막힐 때 옛날 할리우드 장르영화를 많이 본다. 그게 도움이 된다. 우리가 하려고 하는 모든 것들이 다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장르의 초석이라 불리는 영화들을 보게 되면 복잡한 것 없이 소박하게 이야기를 가져가는데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것이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다. 결국에는 자기 언어라는 게 필요한데, 그건 어디서 누가 주는 게 아니니까 감으로 갈 수밖에 없고 영화를 많이 보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참고로 나는 호러 영화에 대한 컨벤션은 잘 모르겠다. 미지의 장르다.


(정리 : 정태형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관객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