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포르투갈 영화제]



미묘한 리듬

- <갈릴레오의 온도계>(테레사 빌라베르데, 2018)




<갈릴레오의 온도계>는 이탈리아의 컬트 감독 토니노 데 베르나르디가 자신의 영화 <엘렉트라>(1987)를 TV로 트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TV 속 <엘렉트라>의 오프닝 시퀀스에는 닫혀 있는 문의 이미지가 등장하는데, 이 이미지는 (또 다른 영화 속) 현실의 문, 그러니까 베르나르디 감독이 살고 있는 집 문의 이미지로 이어진다. 발코니로 이어지는 문은 열려 있다. 비가 내리는 정원에는 어떤 흔적처럼 <엘렉트라>의 사운드가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이 되어 떠돈다. 열려 있는 사각의 프레임을 통해 펼쳐지는 풍경은 언제나 영화를 은유한다. 베르나르디 감독은 말한다. “영화를 찍을 때 당신은 세계와 함께 있다. 자기자신으로부터 출발하지만 당신은 외부 세계를 향해 확장된다.” 다시 말해 <갈릴레오의 온도계>는 이 확장의 경험으로부터 시작한다.

영화의 문에서 현실의 문으로. 그 문 바깥에는 베르나르디 감독이 주민들과 함께 <엘렉트라>를 찍었던 작은 시골 마을이 있다. 이곳에서 그는 아내 마리엘라와 함께 조용한 삶을 살고 있다. 감독 테레사 빌라베르데는 그들의 공간에 카메라를 갖고 가면 반드시 찍을 것이 있으리라고 확신했다고 한다(김혜리, 「김혜리 기자의 제47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기행」, 『씨네21』). 그래서 <갈릴레오의 온도계>는 베르나르디가 아닌 영화를 찾기 위한 여정으로 보인다. 베르나르디의 가족사와 관련된 개인적인 기억으로부터 출발한 영화는 그가 자신의 운명이라고 부르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에 다다른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단절되어 있고 인과적인 연결을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정해진 규칙 없이 채집된 이미지들이 빌라베르데 감독에 의해 배치되면서 어떤 리듬이 만들어진다. 그 정점은 아마도 베르나르디 자신이 시를 낭독하기 시작하려 할 때, 교회로부터 종소리가 들려오는 순간일 것이다. 커튼이 쳐진 방을 뚫고 들어오는 외부 세계로 인해 이전의 시간과 이후의 시간은 질적으로 완전히 달라진다. 영화적인 순간이라고 이름 붙여야 할 이 장면은, 앞서 글쓰기와 영화제작을 비교하며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확장의 경험이라고 한 베르나르디의 말과 조응한다.

갈릴레오의 온도계는 실제로 베르나르디의 집에 있던 오래된 장식품 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장식품은 영화에 등장하지 않고 제목으로만 남았다. 갈릴레오의 온도계는 액체의 밀도 차이를 이용해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구다. 외부 온도의 변화에 따라 액체가 담긴 원통 안에서 색색깔의 유리구들이 뜨거나 가라앉는다. 영화 <갈릴레오의 온도계>는 분명 이 기구를 닮았다. 베르나르디의 부모와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기억, 그와 마리엘라의 이웃이자 친구였던 리타에 대한 기억, 그들이 마을로 이사를 온 뒤 찍은 <엘렉트라>에 대한 기억 등의 개별적인 에피소드들이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서로 위치를 달리하며 리듬을 만든다. <갈릴레이의 온도계>를 보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리듬을 찾아내는 것이다.


송재상 프로그램팀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