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3. 16:30ㆍ2015 10주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Review
시네마테크의 선택 <앙리 랑글루아의 유령> Le fantôme d'Henri Langlois / Henri Langlois: Phantom of the Cinematheque 2004│210min│프랑스│B&W+Color│Beta│12세 관람가 연출│자크 리샤르 Jacques Richard 출연│앙리 랑글루아, 장 폴 벨몽도, 마르셀 카르네 상영일정ㅣ 1/25 16:30(시네토크 김성욱), 2/4 18:00, 2/13 16:00 |
시네마테크가 선택한 작품을 상영하는 섹션.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1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탄생 백 주년을 맞았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설립자 앙리 랑글루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
21세기 랑글루아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탄생 백 주년을 맞아 지난해 프랑스에서는 앙리 랑글루아에 관한 몇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랑글루아의 영화 글을 모은 『앙리 랑글루아: 영화의 에크리』, 그리고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관장이었던 도미니크 파이니가 편집한 『앙리 랑글루아의 상상의 박물관』이란 책이 그러하다. 도미니크 파이니의 책은 지난해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의 전시의 일환으로 나왔다. 랑글루아에 관한 전기는 아니지만 파트릭 올메타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1936년에서 지금까지』(2000), 그리고 로랑 마노니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역사』(2006)가 있었다. 프랑스의 책을 제외하자면, 그동안 영미권에서는 리처드 라우드의 『영화에의 열정 A Passion for Films』(1983), 그리고 번역서이긴 하지만 1995년에 출간된 글렌 미렌트의 『앙리 랑글루아: 영화의 첫 번째 시민Henri Langlois: First Citizen of Cinema』이 랑글루아와 시네마테크의 비사를 들여다보는 귀중한 문헌들이었다.
랑글루아에 관한 영상물도 제법 있는 편이다. 그중 서울아트시네마에서도 몇 번 상영했던 에드가르도 코자린스키의 <시티즌 랑글루아>(1995)가 탁월한 작품이다. 마치 리처드 라우드의 열정적인 책을 다큐멘터리로 접하는 느낌이 들게 한다. 아쉬운 것은 69분의 짧은 러닝타임. 때마침 2005년에 <랑글루아의 유령>이라는 다큐멘터리가 공개됐다. DVD로 미국에서 출시됐던 덕분에 구입해 볼 수 있었는데, 원래 세 시간 반 분량의 러닝타임이 대폭 축소되어 인터내셔널 판은 120분 분량이었다. 관객의 편의를 위한 불필요한 시도처럼 보이는데, 그래서 늘 궁금했던 것이 나머지 한시간 반의 분량이었다. 지난 해 랑글루아 탄생 백 주년을 맞아 완전판 상영과 함께 ‘랑글루아와 영화’라는 주제로 기획전을 생각했었는데, 여러 이유로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미뤄뒀던 이 영화를 이제야 시네마테크의 선택작으로 상영하게 되었다.
서두가 길어졌지만, 대중적인(그리고 여전한 전문적인) 무관심과는 달리 랑글루아와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 관한 다양한 글과 영상물이 있었음을 소개하고 싶었던 탓이다. ‘랑글루아는 영화 상영으로 새로운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이다’라고 고다르가 말했던 것처럼 그는 심지어 미국 아카데미어워드에서 영화제작에 종사하지 않았던 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평생공로상을 받기도 했던 유명한 무명인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의 비밀스러운 삶의 에피소드들을 보여주는데, 공개시점이 2005년인 것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05년은 랑글루아의 탄생 90주년을 맞이하던 때이지만 사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새로운 장소로 이전을 준비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랑글루아 사태’에서 시작하는 시네필의 이야기를 다룬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이 때마침 2년 전에 공개됐었다. 말하자면 21세기 초에 랑글루아는 다시 책이나 다큐멘터리, 극영화로 소환되고 있었다. 이러한 귀환은 그러나 일종의 질문이다. 이미 랑글루아는 자기 생전에 시네마테크의 시대는 끝났다며, 대홍수의 공포에 떨던 동물들을 태운 노아의 방주의 시대가 지나 다시 동물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지금 어디에나 있다. 그렇다면 21세기의 랑글루아는 정말 유령일까?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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