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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 가로네

마테오 가로네의 영화세계 지난 6월 12일 오후 이탈리아의 신예 마테오 가로네의 상영 후 ‘마테오 가로네의 영화세계’란 주제로 한창호 영화평론가의 강연이 이어졌다. 가로네의 영화적 토대부터 이탈리아의 현재까지 영화보다 더 흥미로운 얘기들이 오간 그 현장은 가로네 영화를 좀 더 깊게 조망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그 일부를 여기에 옮긴다. 한창호(영화평론가): 마테오 가로네의 영화적 토대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하나는 이탈리아 영화계의 큰 전통인 네오리얼리즘이다. 네오리얼리즘은 카메라를 들고 무엇을 판단하는 입장이 아니다. 자신이 관찰하는 대상을 가능한 객관적으로 관찰해서 관객들에게 제시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관객들로 하여금 제시된 사실들을 보고 스스로 판단하게 만든다. 네오리얼리즘.. 더보기
2000년대를 대표하는 범죄영화의 걸작 - 마테오 가로네의 '고모라' ‘포지티브’의 미셸 시망은 2008년의 영화를 꼽는 자리에서 마테오 가로네의 를 수위에 놓으며 이렇게 얘기했다. “는 이탈리아 정치영화의 뛰어난 귀환을 의미한다. 사회 곳곳에 파고든 범죄의 심각성을 모자이크 스타일의 구성을 통해 폭로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미셸 시망의 극찬은 동명의 원작 소설가 로베르토 사비아노가 극중 범죄조직 ‘카모라’로부터 위협을 받는 상황에 굴하지 않고 영화화를 밀어붙인 마테오 가로네의 용감함에 기초한다. 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나폴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미항의 면모를 품은 곳도, 피자 맛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드는 낭만적인 여행지도 절대 아니다. 죄악과 탐욕으로 몰락한 성경의 ‘고모라’처럼 나폴리 역시 도시 곳곳에 스며든 악의 세포로 빠르게 쇠락해가는 중이다. .. 더보기
질풍노도 시기의 겪는 두 소년의 성장사 - 마테오 가로네의 '손님들' 은 의 두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두 명의 알바니아 소년 겔티(줄리안 소타)와 지니(라자 소타)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영화 한 편을 끌고 간다. 삼촌과 함께 조그만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두 형제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혼잡한 로마에서 자리 잡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불만이 있다면, 이제 나이도 좀 먹었겠다 한 방에서 형제가 함께 묵으려니 불편한 게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간의 사정을 파악한 삼촌은 알고 지내던 젊은 사진사의 집에서 두 조카가 지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지만 겔티는 적응하지 못하고 떠난다. 역시 에서처럼 실제 인물이 등장해 연기를 펼치는 등 리얼리즘의 면모를 과시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극영화적 요소를 드러내며 가로네가 일관되게 유지해왔던 다큐멘터리적 연출에 분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주.. 더보기
마테오 가로네의 장편 데뷔작 ‘이민자들의 땅’ 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마테오 가로네의 초기작은 최근작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등 원작소설을 끌어와 극영화를 만드는 최근과 달리 초기작들은 실제 삶에 초점을 맞춰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마테오 가로네의 장편 데뷔작 은 이민자들이 이탈리아에 터를 잡고 생활하는 모습을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나이지리아 매춘부, 알바니아 소년 노동자, 그리고 이집트에서 온 주유소 직원 등 이민자 자신이 직접 출연, 인공성이 가미되지 않는 일상을 카메라 앞에 그대로 노출한다. 다만 그들이 발붙인 땅은 모든 것이 풍요로운 도시와 거리가 먼 메마르고 황량한 곳으로 그들의 이탈리아 내 삶이 얼마나 힘든지는 배경의 척박함으로 증명이 된다. 그 때문에 은 ‘가로네 버전의 네오리얼리즘’ 혹은 ‘1990.. 더보기
우리네 삶의 풍경 [리뷰] 마테오 가로네의 '로마의 여름' 로마 출신의 마테오 가로네가 고향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든 것은 자연스럽다. 특히 그에게 지역성은 가로네의 영화를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다. 다만 에서 감독이 바라보는 로마의 풍경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그것은 극중 변호사 출신의 예술 감독 로셀라(로셀라 오르)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탓이 크다. 정확한 사연이 밝혀지는 것은 아니지만 로셀라는 인생에 혼란을 느껴 어딘가에서 요양을 하다가 돌아온 인상이 짙다. 로셀라가 보기에 로마에 있던 친구들도, 풍경도 어딘가 많이 변한 것 같다. 다만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오기 전 어느 수도사로부터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는데 너무나 변모한 로마의 모습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가로네는 에서도 여전한 네오리얼리즘의 면.. 더보기
욕망에 대한 공포영화 [리뷰] 마테오 가로네의 ‘첫사랑’ 사랑의 본질은 만고불변이지만 시간과 공간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사랑도 ‘조각’처럼 한다. 의 두 주인공 비토리오(비타리아노 트레비잔)와 소냐(미셸라 세스콘) 역시 조각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금속세공사로 활동하는 비토리오와 화가를 위해 모델을 서주는 소냐는 블라인드 데이트로 만난 사이다. 첫 만남의 서먹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서로에 대한 탐색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비토리오는 조각 같은 몸매의 소냐가 맘에 들고, 그녀 역시 자상해 보이는 그가 싫지 않다. 그렇게 뜨거운 사랑을 시작한 이들은 곧 동거를 시작하고 비토리오는 소냐에게 좀 더 날씬해질 것을 요구한다. 포스터의 태그라인은 ‘욕망에 대한 공포영화’(A Horror Movie abou.. 더보기
영화의 본질에 대한 추적 [리뷰] 마테오 가로네의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가 애매한 과 달리 는 명백한 다큐멘터리다. 원제는 , 즉 ‘웨딩 사진가 오레스테 피폴로’인데 영화는 웨딩 사진 촬영으로 나폴리의 유명인사가 된 피폴로의 작업을 따라간다. 나폴리에서 결혼을 결심한 남녀들이 피폴로를 찾는 이유는 촬영 능력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신랑, 신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다. “신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신조는 부모세대에서 자식세대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변함없이 피폴로가 명성을 유지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한편으로 마테오 가로네가 최우선으로 삼는 영화적 철학이기도 하다. 가로네가 굳이 결혼 사진가를 주인공 삼아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극중 피폴로가 웨딩 사진을.. 더보기
사라진 미래가 빚어낸 이탈리아 영화의 현재 - 마테오 가로네의 <고모라> 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비장하고 장엄한 일대기를 그려온 갱스터 무비의 전통을 거스른다. 형식과 내용 양면에서 는 안티 갱 영화에 가깝다. 소수의 갱스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나폴리 범죄조직 카모라의 강력하고 광범위한 사슬아래 놓인 인물들의 선택을 교차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독립되어 보이는 플롯이 결국 하나로 모이는 타란티노식 서사마저 거부한 나열의 내러티브는 상당히 불친절해 보인다. 그러나 감독은 비전문 배우의 기용과 일상적인 세팅 같은 네오리얼리즘의 전통, 확고한 문제의식을 갖고 집필된 르포르타주 원작에 힘입어 손쓸 새 없이 부식되어가는 나폴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전 방위적으로 조명한다. 나아가 평범한 나폴리 주민과 세계 곳곳의 사람들까지 범죄에 연루시키는 카모라의 광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