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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전/클로드 샤브롤 회고전

샤브롤은 현실과 주류 영화를 통렬하게 풍자한다 -<야수는 죽어야 한다> 상영 후 이명세 감독 시네토크 [클로드 샤브롤 회고전] 샤브롤은 현실과 주류 영화를 통렬하게 풍자한다- 상영 후 이명세 감독 시네토크 김성욱(프로그램디렉터) 프랑스 문화원 시절에 영화들을 보고 다니던 사람들이 고다르, 트뤼포를 얘기할 때 이명세 감독은 유난히 샤브롤 얘기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이명세(감독) 1970년대 말 불란서문화원의 시네 클럽에서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봤었다.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에릭 로메르, 장 피에르 멜빌의 영화들을 상영했다. 이 감독들은 당시 영화인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때는 고다르를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절이었다. 샤브롤의 영화가 재밌고 좋은데 샤브롤을 얘기하면 조금 무식해 보이는 분위기가 있었다(웃음). 누구나 그렇듯 나도 추리와 서스펜스 장르에 관심이 있었지만 .. 더보기
복수와 연대-클로드 샤브롤의 <야수는 죽어야 한다>(1969) 남녀가 침대에 누워있다. 그들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본다. 남자는 자신의 어린 아들을 죽인 살인범에게 복수하고자하는 일념으로 살아가고 있는 샤를이다. 그의 곁에 누워있는 여자는 그가 살인범을 찾기 위해 접근하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 엘렌이다. 그들의 얼굴은 침대 옆에 있는 조명과 상대의 얼굴에 가려져, 두 사람 모두 한쪽 눈과 반쪽 얼굴만 카메라에 담긴다. 그런데 이들의 반쪽 얼굴은 또 하나의 얼굴을 이루어서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는 두 눈을 가진 한 사람의 얼굴처럼 보인다. 샤를의 눈은 허공을 바라보고, 엘렌의 눈은 샤를을 응시한다. 엘렌은 샤를에게 왜 폴을 도와줬냐고 타박하지만, 샤를은 마땅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야수는 죽어야 한다’는 마치 샤를의 일기장에 빼곡하게 적혀있.. 더보기
야만의 풍경- 클로드 샤브롤의 <도살자>(1969) 석회동굴의 오프닝 크레딧이 지나면 영화는 작은 마을의 전경을 비추며 시작된다. 어딘가 음울하고 스산한 느낌이 들던 석회동굴의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마을의 모습은 조용하고 평범하다. 이어서 영화는 결혼식장으로 카메라를 옮기는데, 이곳은 처음으로 푸줏간 주인 포폴과 사립교사 교장 엘렌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다음에 진행되는 이야기를 거칠게 설명해보자면 이렇다. 포폴과 엘렌은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그러던 중 마을에 알 수 없는 살인사건이 몇 차례 일어난다. 영화의 후반부에 밝혀지지만 줄곧 포폴이 범인이 아닐까, 추측하던 관객들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다. 마을의 전경을 카메라에 담는, 흔히 우리가 설정 쇼트라고 부를 법한 풍경의 장면들이 영화에는 몇 차례 등장한다. 대부분의 경우 이 영화에서 풍경을 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