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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후원 릴레이

[시네마테크 지키기 61회] "연민만 베풀기는 그만 둘 때" 마르틴 니묄러(Martin Niemoeller)의 ‘다음은 우리다’라는 시를 떠올리며 서울아트시네마와 그곳에서 만난 수많은 영화들과 사람, 그리고 추억을 기억하자. 당장 내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무관심과 방관으로 일관하다보면 언젠가 내게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도와줄 사람이 남지 않았음을 깨닫고 뼈아프게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다. 이제는 연민만 베풀기를 그만둘 때이다. 영진위의 몰염치에 주목하고 가차 없이 제동을 걸며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가 다시 영화천국에서 조우할 수 있고 마음껏 꿈꿀 수 있게 됨을 잊지 말자. (안옥희, 25세) 더보기
[시네마테크 지키기 60회] 시네마테크, 영화문화의 ‘미래’ 에릭 로메르 감독의 타계 소식을 듣고난 얼마 후, 문화학교 서울 시절의 빛바랜 자료집과 깨알같은 단상이 적힌 영화 노트들을 하나하나 꺼내보았다. 트뤼포는 ‘영화를 사랑하는 세 단계’를 이야기했지만, 트뤼포의 조언을 미처 알기 전, 나는 로메르의 영화들을 통해 자연스레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을 체득하게 되었고, 영화를 반복해서 보고 글을 쓰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그의 영화 17편과 함께한 2001년 여름은 로메르의 아름다운 소우주에서 보낸 충만하고 풍요로운 시간들이었고, 비로소 나는 ‘시네필’이라는 열정적인 단어를 만나게 되었다. 이후 누벨바그 5인방이 활약했던 고전적 시네필 시기의 영화적 ‘실천’들을 동경하기도 하고, 파리 여행에선 홀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를 순례하며 ‘시네필’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 .. 더보기
[시네마테크 지키기 59회] 영화들의 생명력이 살아있는 곳 크고 거창하게는 시네마테크는 시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과거의 관객과 현재의 관객이 만난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지금보다 예전 시간에 있던 사람들과 현재라는 시간 속을 살고 있는 내가 서로 같은 영화를 보며, 전율을 느끼고, 그런 자극들이 미래를 바라보게 만들고, 결국 미래를 만든다. 위대한 영화는 많은 것을 초월하는 절대적인 힘이 있긴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영화들의 생명력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것은 시네마테크라는 공간이 있어서가 아닐까. 작고 소박하게는 때론 졸기도 하고, 혹은 너무 큰 감동에 탄성을 지르기도 하는, 매번 심야상영도 제발 했으면 혹은 우리 동네에 있었으면 하고 간절한 소망을 갖고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박광호, 26세) 더보기
[시네마테크 지키기 58회] 영혼의 갈증을 해소시킬 수 있는 오아시스 고대 그리스 도서관 입구에는 '영혼을 치유하는 곳'이라는 글귀가 있다. 이것은 문학이 갖고 있는 치유의 힘을 상징하는데, 이러한 일부 기능이 오늘날 영화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문학이 담당했던 성장과 성찰이 이제는 영화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시네마테크는 아카이브의 기능을 담당하므로 일종의 "영화 도서관"인 셈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수많은 영화들이 범람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유행을 떠나 가치있는 영화를 발굴하고 제시해 주는 영화 도서관 즉 시네마테크는 계속되어야 마땅하다. 소비가 넘쳐 현기증 나는 세상에 영혼의 갈증을 해소시킬 수 있는 오아시스가 바로 시네마테크이므로...(양다현, 37세) 더보기
[시네마테크 지키기 57회]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영혼의 이름으로 아멘! 시네마테크가 안국동에 있던 시절, 지겹게 극장문을 두드렸습니다. 영화를 보는 것보다 영화를 보고 난 후가 좋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영화를 본 후, 안국역까지 걸어가던 그 길에서 영화를 되씹으며 허무맹랑한 질문을 던져 보기도 했습니다. 질문들이 쌓여 관점이 만들어지고, 그 관점을 통해 영화와 현실의 관계를 고민해보는 과정, 그 자체가 삶의 작은 기쁨이었습니다. 지금 시네마테크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주인이 아닌 자가 주인행세를 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기쁨을 빼앗기는 일입니다. 또 그 길위에 있던 추억들이 짓밟히는 일입니다. 오랜 기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그 길을 빼앗겨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 길에는 사람들의 발자욱과 시간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시네마테.. 더보기
[시네마테크 지키기 56회] 우리의 집을 빼앗지 말라 나 또는 우리가 찾아가는 ‘서울아트시네마’. ‘시네마테크’라 불리우는 그 곳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집과 같은 곳이다. 언제 찾아가도 그 곳에 있고(그 곳에 머물면서) 가족처럼 자주 보는 친구나 관객들도 만날 수 있고, 엄마가 해주는 반찬처럼 다양한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런 공간이 지금 위협받고 있다. 여기는 우리가 만든 집이다. ‘시네마테크’ 라는 땅 위에 관객들이 벽돌이 되고 시멘트가 되어서 작고 미약하긴 하지만 작은 집을 짓고 살아가는데 그 집에 엉뚱한 사람이 주인행세를 하려한다. 아무 생각없는 국회의원들이 하는 짓거리도 아니고 국민들에게 사랑받던 연기자 출신의 장관과 국내 영화학 박사 1호라는 인간이, 보살펴야 할 영화인들과 영화마니아들을 오히려 내쫓고 있으니 어느 하늘에 이런 개.. 더보기
[시네마테크 지키기 55회] 가야할 길에 대한 질문과 답을 동시에 주는 곳 한때 거대한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다. 그때는 그 곳이 밀림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숲길을 따라가기도 하고, 숲길을 개척해 나가기도 한다. 그 길의 초석을 마련해준 곳이 시네마테크였다. 장황한 밀림 속에서 방황하고 갈피를 못 잡던 나(혹은 우리)에게 친절하게 여러 길들을 안내해주고, 설명해주고, 쉬어갈 수 있게 해주는 인심 좋은 노인 같다고나 할까. 이 분은 모진 풍파를 견뎌낸 일화들을 즐겁게, 때론 슬프게, 때론 무섭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으며(가끔은 졸기도 하고) 가야할 길을 묻곤 한다. 시공간을 넘어선 영화와 대화, 동행자들과 대화, 그리고 곧 다가올 대화들. 숲길에서의 대화는 가끔 모진 돌에 걸려 넘어졌을지라도 다시 몸을 일으킬 수 있게 해준다. 시네.. 더보기
[시네마테크 지키기 54회] 나, 당신, 우리들이 함께 소통한 장소 서울아트시네마를 드나들었던 짧지 않은 시간을 떠올려봅니다. 이곳은 그저 수많은 극장들 중 하나가 아니었어요. 내가 ‘외톨이’가 아니라는 생각을 처음 들게 해준 곳이자, 위안과 기쁨을 선물 받곤 했던 곳이죠. 스크린을 통해 ‘다른 세계’를 만났고, 그런 나의 감흥을 함께 나눌 누군가를 이곳에서 만났습니다. 나의 좁고 외로운 방에서 나와 이곳을 향할 때면, 설레는 마음으로 무언가를,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혼자서 영화를 보지만 결코 혼자 인적은 없었죠. 소통이란 말은 때로 너무 흔하고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이곳에서 영화와 소통하고 영화를 사랑하는 누군가와 소통한 기억을 가진 분이라면, 그 말이 얼마나 우리들 마음 깊숙이 새겨있는지 느낄 수 있을거에요. 나와 당신의 기억이, 우리들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