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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Review

[리뷰] 정지영 감독의 곧은 화법 - 정지영 감독의 <남부군> 상영작 리뷰정지영 감독의 곧은 화법 - 정지영의 '남부군' 정지영 감독은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돌려서 하지 않고 우직하게, 직설적으로 말해왔다. 김경호 교수는 감히 판사에게 석궁을 쐈기 때문에 정당한 재판을 받지 못했으며(), 김종태는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려 안기부에서 지독한 고문을 당했다(). 정지영 감독은 이 ‘간단한’ 사건에 별도의 주석을 달지 않고 그 과정을 최대한 적나라하게 보여준 후 판단은 관객에게 맡긴다. 이렇게 해도 관객은 자신의 연출 의도와 진심을 알아주리라 믿는 것일까. 그렇기에 정지영 감독은 스타일에 있어서도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그는 이야기에 필요한 숏들만을 딱 맞는 사이즈와 길이로 찍어 순서대로 이어 붙인다. 롱 숏은 풍경을 보여주고 미디엄 숏은 이야기에 주력하고 클로즈업.. 더보기
[리뷰] 지옥인간 - 스튜어트 고든의 <지옥인간> 상영작 리뷰 지옥인간 스튜어트 고든의 '지옥인간' 은 재능있는 창작자들의 결합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뛰어난 결과물 가운데 하나다. 스튜어트 고든은 인간 본연의 정수를 들여다보는 도구로써 호러 장르를 선택했다. 브라이언 유즈나는 끊임없이 새롭고 진귀한 것을 시각화해서 보여주고 싶어하는 아이디어 뱅크였다. 고든은 작가였고 유즈나는 퍼포머에 가까웠다. 두 사람의 만남은 경제적이고 효과적이었다. 스튜어트 고든은 연출을 했다. 브라이언 유즈나는 제작을 했다. 각본은 함께 썼다. 첫번째 결과물은 러브 크래프트의 원작을 각색한 (리 애니메이터)였다. 그들은 전설이 되었다.1986년에 발표된 은 그들의 두번째 작품이다. 역시 러브 크래프트의 원작을 각색했다. 도 거의 새로 쓴 이야기에 가까웠지만 은 더욱 그랬다. .. 더보기
[리뷰] 자궁의 빙하기 - 가이 매딘의 <겁쟁이는 무릎을 꿇는다> 상영작 리뷰.......가이 매딘, 자궁의 빙하기가이 매딘의 '겁쟁이는 무릎을 꿇는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영화감독들 뿐만 아니라 영화팬들을 몇 십 년째 사로잡고 있는 현대의 저주가 있다. 그것은, 영화 문법의 개발은 멈춰 버렸고, 더 이상 형식과 스타일의 새로움은 없으며, 모든 새로움은 이제 내러티브의 몫이 되어버렸다는 자포자기다. 누구 말대로, 더 이상 영화는 없던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던 것을 취하는 것이라는 저주. 가이 매딘은 이 공공연한 저주를 깜박 잊었던 작가 중에 한 명이다. 매딘은 무의식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것은 영화를 통해 비춰보는 인간의 무의식이 아니라, 반대로 그를 통해 인간이 스스로를 비춰보는 영화의 무의식이다. 매딘이 원시적인 옵티칼 효과, 조악한 아이리스나 이중노.. 더보기
[리뷰] 이들의 찰진 사랑 - 장선우의 <우묵배미의 사랑> 상영작 리뷰이들의 찰진 사랑장선우의 '우묵배미의 사랑' 은 장선우라는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격렬한 논쟁을 야기했던 감독의 이력에서 예외적인 작품에 속한다. 상징 우화의 형태를 빌었던 데뷔작 (1987)와 후속작 (1988) 이후 발표한 이 영화는 급작한 변신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은 코리안 뉴웨이브의 주요한 성과 중에서도 시선의 폭과 성찰의 깊이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서울 변두리 쪽방촌의 주민 배일도(박중훈)와 최공례(최명길)이다. 치마 공장 재단사와 미싱사로 호흡을 맞추게 된 두 사람은 첫 대면부터 품게 된 호의로 인해 사적인 애정관계에서도 호흡을 맞추게 된다. 허구한 날 공례를 두들겨 패는 폭력적인 남편, 일도의 일거수일투족을 시비하는 억센 아내는 그들의 사랑을 더욱 찰.. 더보기
[리뷰] 민중들의 투쟁에 대한 애정과 위로의 긴 호흡의 영화- 파트리시오 구즈만의 <칠레전투> 리뷰 민중들의 투쟁에 대한 애정과 위로의 긴 호흡의 영화 - 파트리시오 구즈만의 의 감독인 페르난도 솔라나스와 옥따비오 헤띠노가 1963년에 했던 ‘제3영화를 위하여’라는 선언에 따르면, 제3영화는 할리우드 방식의 영화와 유럽의 작가주의 영화와는 다른 투쟁의 도구로서 행동하는 영화이자 해방영화를 의미한다. 이 선언은 영화를 혁명의 수단으로 여겼던 많은 영화들에 중요한 이론적 지침이 됐다. 파트리시오 구즈만의 도 군사 쿠데타로 인한 사회주의 정권의 전복과 그 과정에서의 민중의 투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제3영화의 영향력하에 있는 작품이다. 는 역사상 유일하게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살바도르 아옌데의 사회주의 정부 시절의 칠레를 보여준다. 1973년 2월부터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9.. 더보기
[리뷰] 비극적 역사에서 희망의 기운을 읽는 방법 - 파트리시오 구즈만의 <칠레전투> 리뷰 비극적 역사에서 희망의 기운을 읽는 방법 - 파트리시오 구즈만의 1973년 9월 11일 이른 아침, 칠레의 대통령궁에 무차별 폭격이 가해진다.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그곳에서 사회주의 민중연합의 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이끄는 반동적 쿠데타 세력에 의해 살해되었다. 파트리시오 구즈만의 기념비적인 다큐멘터리 은 거기서 시작한다. 영화는 1970년 세계 최초로 민주적 선거로 사회주의 정부를 건설하는데 성공한 칠레가 이후 기나긴 군부정권의 암흑으로 걸어 들어가기까지 그 3년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아옌데 정부의 지원 아래 파트리시오 구즈만과 네 명의 영화청년들이 칠레 현대사의 혁명적 시기를 기록하기 시작한 때는 아옌데 정권의 사회개혁 프로그램이 이미 완수된 1972년 말이었다. 그.. 더보기
[리뷰] 폭력이 작동하는 방식 - 마틴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 리뷰 폭력이 작동하는 방식 - 마틴 스콜세지의 미국의 영화평론가 리처드 시켈이 쓴 를 보면 이 왜 걸작인지 소개하는 흥미로운 일화가 나온다. 1990년대 시칠리아 경찰이 마피아를 소탕한 일이 있었다. 그러자 어느 이탈리아 기자는 조직의 2인자에게 당신들의 세계를 가장 정확하게 묘사한 영화가 무엇인지 물었다고 한다. 2인자 왈, "에서 그 남자(조 페시가 연기한 토미)가 '내가 우습냐? 고 말하는 장면이요." 마틴 스콜세지는 의 원작인 니콜라스 필레지의 를 읽고는 그동안 갱스터물이 묘사하지 못했던 생활양식을 담고 있다는 점에 매료됐다. 단순히 폭력적인 것이 아니라 (하지만 이 영화에는 'f***' 발음만 무려 296번이 나온다!) 갱스터의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던 것. 2인.. 더보기
[리뷰] 집시의 역사, 음악으로 듣다 - 토니 갓리프의 <라쵸 드롬> 상영작 리뷰 집시의 역사, 음악으로 듣다 - 토니 갓리프의 '라쵸 드롬' 길 위의 한 소년이 타악기 리듬에 멜로디를 붙여 노래를 부르고 있다. 소년의 가족은 가축들을 이끌고 사막과 다를 바 없는 황무지를 지나 어딘가에 도착한다. 그들은 그곳에서 밤을 보내는 동안, 주민들은 첫날밤을 맞게 될 신혼부부를 위해 노래로 밤을 지새운다. 날이 밝으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시 이동을 시작하고, 몇몇 소년들이 길을 가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홀려 발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노래가 멈추면 다시 이동, 노래가 들리면 다시 쉬어감, 다시 이동, 다시 쉬어감의 반복. 여정은 그렇게 계속된다. ‘라쵸 드롬’이란, ‘좋은 길’을 뜻하는 로마니어다. 현재는 그 모태가 거의 사라져 남아있지 않은 로마니어는, 우리가 흔히 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