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존 카사베츠

[리뷰] 존 카사베츠의 '사랑의 행로' 사랑은 멈추지 않아요 극 중 작가인 로버트 해먼(존 카사베츠)은 어린 배우 지망생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너에게 가장 즐거웠던 시간은 언제였니?" 이에 대해 지망생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못하지만 이 질문을 해먼에게 돌려보면 그 역시도 마땅한 대답을 할 것 같지는 않다. 술과 담배와 커피에 절어 살며 오랜만에 만난 12살 아들을 혼자 호텔방에 남겨두고 인터뷰를 빙자해 만난 여자들과 하룻밤 사랑을 즐기는 그에게 인생은 될 대로 되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해먼의 인생에 과연 의미라는 것이 존재할까? 는 인생의 의미 여부를 떠나 적어도 해먼과 같은 이들에게 계속 살아나가기 위한 의지와 삶에 대한 끈기가 있다고 말하는, 그럼으로써 응원하는 영화다. 해서 이 영화에는 우리가 쉽게 실패한 인생이라고 단정 짓는 인물들.. 더보기
[리뷰] 존 카사베츠의 ‘차이니즈 부키의 죽음’ 카사베츠의 예술적 진화 1976년 로 아카데미시상식 감독상 후보로까지 지명되었던 존 카사베츠는 휘황했던 전작의 성공을 뒤로 하고 혁신을 위한 도전으로 기운다. 의 박스오피스 성공을 업고 카사베츠는 직접 투자, 제작한 영화 (이하 ‘)을 발표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영화에 대한 시장과 평단의 반응은 냉담했고, 카사베츠 역시 영화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카사베츠는 영화의 흠결을 개선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 비용을 지출했다. 결국 134분 이었던 1976년 오리지널 판본은 1978년 108분 길이의 재편집판으로 재개봉하였다. 재편집된 는 카사베츠의 시각적 스타일을 가장 풍부하게 구현하고 있었고, 내용적, 형식적 진화를 엿볼 수 있는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었다. 이야기는 ‘크레이즈 .. 더보기
[리뷰] 존 카사베츠의 ‘얼굴들’ 인물에 대한 넘치는 애정 두 번의 스튜디오 작업은 존 카사베츠가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하게 했다. 그는 할리우드 시스템 아래에서 영화를 찍기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스튜디오와 그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고, 그는 절대로 상업영화를 찍지 않기로 결심했다(물론 그 결심도 어쩔 수 없이 바뀌지만). 카사베츠는 할리우드의 역겨움을 의 도입부에서 드러낸다. 시사실에 모여 앉은 영화 관계자 중 한 명이 “이번엔 뭘 팔 거야?”라고 묻자 상대편 인물이 “돈이죠”라고 대답한다. 이어 옆 인물이 “사실, 이건 아주 좋은 영화예요”라고 말하면 다시 다른 인물이 “상업영화 영역의 이라고나 할까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돈의 원칙으로 운영되는 할리우드와 더 넓게는 돈으로 지배되는 미국사회에 대한 비판은.. 더보기
[리뷰] 존 카사베츠의 '별난 인연' 현실에 발붙인 사랑이야기 이라는 국내 제목이 이 영화의 내용을 적절하게 압축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주인공 '미니와 모스코비츠 Minnie and Moskowitz'는 진짜 별나 보이는 게 사실이다. 특히 모스코비츠(세이무어 카셀) 쪽은 유아적이다 못해 괴팍하게 비칠 정도다. 주차관리원으로 근무하는 그는 퇴근 후 혼자 영화를 보고 술집에 들어가 여자를 희롱하는 게 일상의 전부인 노총각이다. 미술관에서 일하는 미니(지나 롤랜즈)는 모스코비츠처럼 개차반은 아니지만 남자 복만큼은 지지리도 없는 여자다. 사랑하는 유부남은 아무렇지 않게 손찌검을 하고 어쩌다 소개받은 남자는 아뿔싸(!) 이런 비호감이 없다. 이때 미니 앞에 나타난 모스코비츠, 이들은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 으로 유명한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은 (.. 더보기
[리뷰] 존 카사베츠의 '남편들' 삶과 죽음과 자유에 관한 코미디 - 존 카사베츠의 이 없었다면 뉴할리우드의 시작은 좀 더 늦게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뉴아메리칸시네마의 시작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존 카세베츠는 새로운 영화 청년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젊은 감독들이 스튜디오의 초대를 넙죽 받아들일 때, 카사베츠는 스튜디오에 맞서고자 몸부림쳤고, 젊은 감독들이 현실 바깥에서 방황하는 청춘에 매달릴 때, 카사베츠는 현실의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야 하는 중년의 인물을 다뤘다. 카사베츠는 동시대의 문제적 관계의 축소판인 부부 관계를 즐겨 그렸는데, 은 카사베츠의 가족 드라마를 대표하면서도 (가 그렇듯) 한동안 관객들이 만나기 힘들었던 작품이다. 1969년에 찍어 1970년대의 시작점에 공개된 은 이상한 가족 드라마다. 가족드라마임에도 .. 더보기
[리뷰] 존 카사베츠의 '그림자들' 카사베츠 스타일의 시발(始發)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 - 존 카사베츠의 미국에서는 스튜디오 시스템이 쇠락하고, 세계적으로는 뉴웨이브의 물결이 휩쓸고 있던 1950년대 후반 발표된 존 카사베츠의 데뷔작 은 미국 독립영화사의 이정표였다. 감독 데뷔 전 배우로 이름을 날린 카사베츠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청취자들에게 십시일반 돈을 끌어 모아 4만 달러라는 저예산으로 만든 이 영화는 천편일률적인 스튜디오 영화의 대안이 무엇인가를 예증하는 기념비였다. 시나리오가 없고, 오로지 출연자들의 즉흥적인 연기를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었으며, 16밀리 흑백 카메라를 들고 로케이션 촬영을 감행했고, 짧게 끊어지는 에피소드, 클로즈업의 빈번한 사용 등으로 영화의 호흡과 전개는 어떤 기성 영화들에서 보던 것과도 완연히 다.. 더보기
[리뷰] 존 카사베츠의 '투 레이트 블루스' 너무 늦지 않게 -존 카사베츠의 ‘걸작’으로 알려진 대표작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영화를 별 기대 없이 보다 자기도 모르게 빠져든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실 는 존 카사베츠의 영화 중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하지만, 오프닝 시퀀스에서 아이들과 주인공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즐겁게 재즈를 연주하는 장면의 시작부터 영화에 빠져들게 하는 작품이다. 는 카사베츠의 두 번째 영화이자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서 만든 첫 번째 ‘주류’ 영화이다. 아무도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비평가상을 받자 미국의 배급사들은 부랴부랴 이 영화를 뒤늦게 개봉했으며 파라마운트 픽쳐스는 카사베츠의 다음 작품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재즈를 소재로 한 두 남녀에 대한 영화가 제작에 들어갔고 존 카사베츠는.. 더보기
[리뷰] 존 카사베츠의 <기다리는 아이> 카사베츠의 또 다른 그림자 - 존 카사베츠의 는 카사베츠의 영화 중 가장 이례적인 영화다. 로 첫 연출데뷔작을 내놓은 카사베츠가 할리우드에서 두 편의 영화를 연이어 만들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와 다. 『존 카사베테스의 영화들』의 저자 레이 카니는 이 두 작품과 ( 역시 할리우드에서 작업했다)를 두고 “작품성이 떨어지”며 “카사베츠의 영화 중 가장 흥미 없는 작품”이라 혹평한다. 그나마 는 존 카사베츠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뉴욕 재즈씬을 배경으로 직접 각본을 썼던 영화지만, 는 그저 ‘할리우드의 간섭을 받은’ 정도가 아니라 예술적 비전을 실현할 기회를 거의 봉쇄당한 영화였다. 는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버트 랭카스터와 주디 갤런드가 주연을 맡았으며, 40년대부터 미국 내에서 커다란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