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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장철 특별전

[대담] 장철의 남자들, 그리고 폭력의 핵심! - <대자객> 상영 후 오승욱 감독과 김영진 평론가의 대담 ‘장철 특별전’이 막바지에 이른 일요일 오후,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왕우의 장렬한 마지막을 보여주는 영화 을 보러 모였다. 영화 상영 후에는 장철 영화에 무한한 애정을 표했던 오승욱 감독과 김영진 평론가와의 대담이 이어졌다. 직접 왕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사담부터, 장철 영화가 아시아적으로 영향을 준 폭력의 표출 방식에 대해서까지 다양한 주제를 오가며 장시간 이야기를 나눈 그 현장의 일부를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장철 특별전을 맞아서 특별히 두 분의 대담을 준비했다. 시네마테크의 소식지에 오승욱 감독이 쓴 글을 보시면 영화를 보던 관객이 싸우는 장면이 나오면 깨워달라고 하소연했을 정도로 은 장철 영화 중 가장 지리한 영화중의 한 편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느릿함이 장.. 더보기
미스터리 역사의 재구성 - <자마刺馬> 1973년작인 는 청나라 때 양강총독 마신이(馬新貽)가 암살당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한 남자가 법정에 끌려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의 발목에 채워진 수갑과 법정의 사뭇 무거운 분위기로 그가 저지른 범죄의 중대성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두려워하거나 당황한 기색 없이 당당하다. 그는 종이와 붓을 요구하고 사건의 진실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9년 전 산 중턱에서 길을 지나가는 상인들을 상대로 도적질을 해서 살아가는 두 남자가 있었다. 의형인 황종(진관태)과 의동생 장문상(강대위)이다. 이들은 어느 날 신기에 가까운 무술 실력을 보이는 마신이(적룡)를 만나고 셋은 다시 의형제를 맺어 산채에서 무리를 지어 함께 살게 된다. 둘째와 셋째와는 달리 마신이는 입신양명의 야망이 있었다. 그는.. 더보기
[Essay] 무협소녀 장철영화 애정고백 - 장철의 세계가 무술을 바라보는 법 武俠少女 張徹映畫 愛情告白 부끄럽지만 고백합니다. 누군가 취미를 물어보면 “영화 보는 거 좋아해요”라고 답했던 나, 중학교 때 무협드라마에 심취하고는 한국 드라마와 가요에 관심을 잃었다고 말하던 나, 장철 감독님을 이제야 영접하고는 첫눈에 반했습니다. 뒤늦게 시름시름 장철 앓이를 하며 이번 특별전에서 꼭 전작을 보리라 다짐했지요. 극장에서 웃옷을 벗어재낀 건강한 남성들을 보며 허허 웃고 있는 젊은 여자가 있다면 아마 저일 겁니다. 덕분에 일상생활에서도 내내 조금 흥분상태입니다. 100편이 넘는 그의 영화들 중에서 고작 7편밖에 보지 않은 장철 입문자일 뿐이지만 이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어 설익은 애정고백을 해볼까 합니다. 사실 잔인한 걸 싫어합니다. 특히 전쟁 영화에서 툭하면 나오는 대규모 전투 장면은 .. 더보기
[Review] 진짜 남자들의 세계 - <오독> 장철 식 무협은 직구 같다. 배우들은 탄탄한 몸을 망설임 없이 드러낸다. 특히 에서는 오로지 맨손, 맨발로 간결한 격투를 한다. 기존의 무협과 비교해보면 특색이 확연히 보인다. 더불어 장철의 전작과도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공중에서 옷을 휘날리며 창이나 칼 등의 도구를 이용하거나 화려한 필살기를 구사하는 우아함은 온데간데없다. 말 그대로 남자들이 맨몸으로 정면승부를 하는 에는 담백하고 직설적인 매력이 있다. 은 단순 명쾌함이 극대화 된 영화다. 영화는 보물을 둘러싼 다섯 명의 제자들의 신경전에 충실하다. 잔인한 장면도 서슴지 않고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피가 줄줄 흐르고 자칫하면 죽는다. 단 한 번도 비틀지 않고 화끈하게 치고 박는 장철 식 무협이 당시 홍콩의 젊은이들에게 얼마만큼의 대리만족을 주었을지 상.. 더보기
[Feature] 죽었다, 그러나 원념 때문에 일어나 칼을 잡는다 마을 어귀. 한 사내가 마을을 떠나기 전 이별주를 마시고 있다. 악사들이 연주를 하고 그가 타고 떠날 백마가 한가로이 꼬리로 파리를 쫓는다. 하얀 옷을 입은 사내는 그를 전송하는 노인과 마지막 술잔을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나 말에 올라탄다. 사내는 암살자. 누군가를 죽이러 길을 떠나는 것이다. 물론 살아서 돌아올 생각은 추호도 없다. 드디어 사내가 암살을 할 표적이 있는 도시에 도착한다. 자 이제부터 피가 튀는 혈투가 있으리라 기대를 했는데, 사내는 싸울 생각은 안하고 또다시 악사를 들여 음악을 연주하고, 산해진미를 차려놓고 술타령이다. 함께 영화를 보던 친구는 나의 감언이설에 속았다는 원망의 눈길을 보내면서 “싸우면 깨워라” 하고는 잠을 자기 시작한다. 영화를 보던 아저씨가 “뭔 놈에 무협 영화가 주구장.. 더보기
[Review] 대서사극에서의 영웅의 해체 - <13인의 무사> 흙먼지를 일으키며 한 무리의 젊은 무사들이 등장한다. 카메라는 이들의 위풍을 차례대로 프레임에 담는다. 무려 열 세 명. 그것도 형제들이다. 이들은 영화 내내 협력도 하고 대립도 하며 죽이기도 한다. 극중에서 선과 악을 상징하며 대립하는 인물은 사실 두 명이다. 그럼에도 왜 형제가 열 한명이나 더 필요했을까? 이는 성서에 등장하는 야곱과 요셉의 이야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영화 속에서 이극용이 막내 이존효를 지극히 사랑했듯이, 열두 명의 아들과 한명의 딸을 가진 야곱은 막내였던 요셉을 유독 사랑하지 않았는가.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하다. 형제들보다 더 지혜롭고 뛰어난 것, 그래서 더 사랑받고 형제들의 질투를 받게 된다는 것. 다만 차이가 있다면 장철의 형제들은 해피엔딩을 거부했다는 점이다. 당 말기 ‘.. 더보기
[Feature] 장철의 남자들 - 왕우에서 유덕화까지 장철의 남자들을 얘기하자면 왕우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하얀 옷을 입은 채 피 칠갑을 하고서는 두려움과 자신감이 애매모호하게 뒤섞인 표정으로 칼춤을 벌이던 그의 비장미는 홍콩 무협영화의 전부였다. 완벽하게 짜인 합이라기보다는 어딘가 정제되지 않은 몸짓으로 정말 ‘춤’을 추는 것 같던 그의 율동은 언제나 예상이 불가능했다. 이후 나온 이소룡이 어떤 상황에서도 지지 않을 것 같은 든든함으로 믿음을 줬다면, 왕우는 그 살육의 현장에서 늘 질 것만 같아서 마음을 잔뜩 졸이게 만들었다. 그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그 불안감이었다. 그리고 이기고 있건 지고 있건 늘 기진맥진해 보였다. 그런 그를 두고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있는 힘을 다하여 섹스를 해서 사정을 한 다음, 다시 그룹 섹스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 더보기
[Review] 비장하고도 허무한 세계 - <심야의 결투> 에서 관객들의 눈을 휘어잡는 것은 은붕(왕우)의 현란한 칼부림이다. 그는 항상 혈혈단신으로 떼 지어 있는 악당 무리들과 맞선다. 다른 장철의 영화들이 그렇듯 피바다가 내내 흐르지만 은붕의 흰 옷에는 피 한 방울 튀지 않는다. 은붕이 카메라를 향해 서서히 다가오면서 악당들을 단칼에 베어버리는 오솔길 장면에서는 그 무용 같은 액션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진 핸드헬드의 사용은 긴박감을 만들어 관객을 쥐락펴락 한다. 이는 물론 요즈음의 액션 영화만큼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컬트의 반열에 오른 홍콩판 B영화를 보는 감흥에 빠지기에는 충분하다. 은붕은 압도적인 무공을 앞세워 무표정한 얼굴로 살육을 저지른다. 하지만 그 속에는 금연자(정패패)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꿈틀거리고 있다. 산에서 요양을 취하고 있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