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광기가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 나는 그때 거기에 있었다

2015. 1. 28. 17:222015 10주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Review


정성일 평론가의 선택 - 광기가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疯爱 / 'Til Madness Do Us Part


2013│227min│프랑스, 홍콩, 일본│Color│DCP│청소년 관람불가

연출│왕빙 王兵 / Wang Bing

상영일ㅣ1/29 15:30, 2/7 16:00(시네토크_정성일)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그 촬영 현장에 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이름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는 감독의 현장에서 얻은 나의 배움을 친구들영화제에서 나누고 싶다.”



나는 그때 거기에 있었다



나는 그때 거기에 있었다. 왕빙이 중국 남쪽에 자리한 윈난 북쪽 끝 자오퉁 도시에서 북북서 방향으로 다소 복잡한 거리를 지난 다음 골목으로 들어가서 위치한 정신병원에 들어가 영화를 찍기 시작했을 때 나도 거기에 있었다. 그 영화가 왕빙의 <광기가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이다. 내가 처음 본 왕빙의 영화는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상영된 <철서구>였다. 처음 보았을 때 그저 망연자실하다고밖에 달리 말할 수 없었다. 단지 상영시간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때 막 21세기 영화가 시작하고 있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데이빗 린치)와 <반다의 방>(페드로 코스타), <10>(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열대병>(아핏차퐁 위라세타쿨), <게리>(구스 반 산트)를 연달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타난 이 영화 앞에서 무언가 영화가 맨 처음의 자리, 뤼미에르가 영화를 만들던 그 자리로 되돌아간 느낌을 받았다. 나에게 위대한 영화들은 언제나 그 영화 스스로 영화에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들이었다. 왕빙은 영화란 카메라를 들고 그 자리에 있는 것, 이라는 사실을 나에게 일깨워 주었다. 당신은 이걸 콜럼부스의 달걀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왕빙은 자기 카메라 앞에 있는 그 사람이, 그 장소가, 그 공기가 그에게 요구하면 하루 종일 밤새도록이라도 거기에 있을 것만 같은 태도로 거기에 머물렀다.


정성일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