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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스파게티 웨스턴의 불량한 매력 한겨울의 클래식 영화사 강좌 [3] 지난 1월 7일 한겨울의 클래식 상영작 중 상영 후에 세 번째 영화사 강좌로서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강좌가 이어졌다.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 전체를 포괄하기 보다는 ‘포스트 세르지오 레오네’를 중심으로 진화한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를 살펴보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오간 그 현장을 전한다. 주성철(씨네21 기자): 오늘 주제는 ‘스파게티 웨스턴의 불량한 매력’이다. 처음에 제목 정하면서 주어진 시간 안에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 전체를 포괄하기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면 어떻게 좁힐까 하다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예전에 레오네 영화를 했었기 때문에 ‘포스트 세르지오 레오네’ 그런 이야기로 서두를 열고자 한다. 스파게티 웨스턴은 정치적으로 말하자면 이탈리아 웨스턴이라고 하.. 더보기
줄스 다신의 백년 한겨울의 클래식 영화사 강좌 [2] 지난 1월 6일 한겨울의 클래식 상영작 중 상영 후에 두 번째 영화사 강좌로서 김영진 영화평론가의 강연이 열렸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특별상영된 상영 후에 ‘줄스 다신의 백년’이란 제목으로 열린 강좌여서 더욱 뜻깊었던 그 현장을 전한다. 김영진(영화평론가, 명지대 뮤지컬학부 교수): 줄스 다신의 는 범죄 강탈영화의 원형 같은 작품이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고, 스탠리 큐브릭 도 연관이 있다. 장 피에르 멜빌도 비슷한 영화를 기획하고 있었다가 가 나와서 좌절했다는 얘기도 있다. 멜빌은 그 시절 아내한테 영화가 마음에 안 든다고 '당신 영화 그만 했으면 좋겠어'라는 타박을 듣고 있었는데 그 때 자크 베케르가 찾아와 영화 잘 봤다고 해서.. 더보기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사막 한겨울의 클래식 영화사 강좌 [1] 지난 12월 30일 한겨울의 클래식 상영작 중 상영 후에 첫 번째 영화사 강좌로서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의 강연이 열렸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사막’이란 제목으로 안토니오니의 영화 세계 전반을 살펴보았던 그 시간을 여기에 담아본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 가운데 가장 떨어지는 작품으로 이야기 되며 동시에 별로 많이 논의되지 않는 작품 중 하나다. 미국 사회나 당시의 분위기로 보면 처럼 특정한 사회적 격변 이후의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만든 영화다. 일단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의 상황을 조금 말씀 드리자면, 카를로 폰티라는 이탈리아의 큰 제작자가 안토니오니를 미국으로 끌어들이려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 더보기
갱스터 동화의 각성과 비애 - 세르지오 레오네의 <원스 어픈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는 갱스터가 된 이민자들의 상실감을 기이한 시간성을 통해 드러내는 영화이다. 미국은 태생부터가 이민자의 나라였지만, 이민자가 미국 사회에 동화되고자 하는 욕망과 그로 인한 비극은 70년대 이후 갱스터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가령 브라이언 드 팔마의 1983년작 에서 주인공은 돈과 권력으로 미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믿으며 '여성'을 만나 '가정'을 꾸려 미국 사회에 완전히 뿌리내릴 것이라는 허상에 집착한다. 일 년 뒤에 개봉한 의 주인공 누들스도 '데보라'(실제로 그녀는 훗날 할리우드라는 대표적인 아메리카 드림의 구현 공간에 무사히 안착한다)라는 동화되고 싶은 미국 사회의 은유를 향해 폭력도 불사하는 강한 집착을 보인다. 그러나 우정과 유년의 추억을 아메리칸 드림과 맞바꾼 맥스로 인해 맥스와 짝.. 더보기
운명론적이며 사실주의적으로 구축된 비관적 세계- 줄스 다신의 <리피피> 도시 범죄영화와 필름 누아르가 번영했던 1940년대 중반 이후의 미국 영화계에서, 줄스 다신은 그 장르를 대표하는 몇 편의 작품을 만들었다. 그런데 1950년대가 되자, 다신은 메카시 광풍에 휘말려 유럽으로 건너오게 되고, 프랑스에서 도시 범죄영화의 걸작 (1955)를 만든다. 동시대의 어떤 영화보다도 파리라는 도시 공간과 그곳의 어두운 면을 잘 담아낸 영화였다. 감옥에서 막 출소한 주인공 토니 스페파노(장 세르베)는 다소 피로하고 무기력해 보이며, 친구의 범행 제의도 단번에 거절한다. 그러나 그는 곧 변심하여 동료들을 모아 더욱 큰 규모의 범행을 계획하게 되는데, 그 심리적 동기를 부여한 것은 옛 애인인 마도(마리 사보레)와 그녀의 새로운 정부인 갱단의 리더 루이(피에르 그라쎄)의 존재다. 는 마치 비.. 더보기
악센트만 고급스럽다면 귀족사회에 들어갈 수 있다 - 조지 쿠커의 <마이 페어 레이디> 요즘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처럼 짜릿한 키스신도 찐한 베드신도 없지만 (1964)는 달콤하고 귀여운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영화다. 여자를 인생에 들여서는 안 된다는 자기중심적이고 괴팍한 음성학 교수 헨리 히긴스(렉스 해리슨)가 품위 있게 말하는 꽃집 점원이 되겠다며 악센트를 고쳐달라고 찾아온 일라이자 두리틀(오드리 햅번)을 여왕님의 눈도 속일정도의 ‘숙녀’로 만든다는 이야기이다. 둘은 매일 다투며 미운 정이 쌓이고, 미운 정이 고운 정 된다는 말처럼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에게 빠진다. 흥을 돋우는 영화 속 노래들과 눈을 즐겁게 하는 영화미술뿐 아니라, 히긴스 교수를 연기한 해리슨의 톡톡 튀는 대사처리와 영화 초반부 일라이자의 알아들을 수 없는 악센트는 영화에 감칠맛을 더한다. 영화는 단순 재미에서 그치.. 더보기
스파게티 소스에 오락적인 양념 - 버드 스펜서의 <내 이름은 튜니티> '스파게티 웨스턴'은 미국 비평가들에 의해 경멸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는 자신들의 문화적 생산물인 서부극이 타자에 의해 도용되는 현상을 비아냥거린 것이자 그로부터 자신들의 순수한 생산품을 구별 짓기 위한 행위였다. 그러나 그런 비아냥 속에서도 스파게티 웨스턴은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테렌스 힐, 버드 스펜서의 버디 무비이자 스파게티 웨스턴무비인 는 큰 인기를 끌어 2탄인 , 3탄인 까지 나오게 된다. 는 레오네의 영화와 비슷한 궤적을 지녔지만, 동일한 노선의 영화는 아니다. 스파게티 웨스턴의 창시자인 세르지오 레오네는 ‘장르의 화형화’를 주장했다. 이런 영화의 특징은 신화적 형상들이 앞서고, 형식이 내용의 구성 요소가 아닌 형식이 곧 내용이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또한 주인공의 폭력이 중심.. 더보기
기적적이고 행복한 순간의 서스펜스 - 에른스트 루비치의 <모퉁이 가게> 에른스트 루비치는 불가시의 영역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작가 중 하나다. 빌리 와일더가 ‘루비치 터치’에 대해 설명하며 예로 들었던 (1931)의 오프닝 시퀀스는 이 사실을 잘 보여준다. 모든 상황을 시시콜콜 설명하는 대신 닫힌 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즉 우리가 볼 수 없는 부분들을 남겨 두며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그 불가시의 영역만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가는 놀라운 솜씨는 세련되고 우아한 루비치식 유머를 만들어나간다. 루비치 스스로가 “내가 살면서 만든 가장 훌륭한 영화”라고 표현한 (1940)에서 또한 이러한 불가시성이 영화의 전체를 작동시켜나간다. 부다페스트의 작은 거리에 위치한 마더첵 상사는 그리 인기 있는 상점이 아니다. 몇 안 되는 직원들이 소담히 가게를 꾸려나가는 가운데, 크랄릭(제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