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클럽] 김종관 감독의 연기지도법

지난 11일 오후 네 번째 시네클럽이 열렸다. 주인공은 지난 해 <조금만 더 가까이>로 장편 데뷔한 김종관 감독이다. 그간 신선하고 빛나는 배우들과의 다양한 작업들로 주목받아왔던 만큼 “어떻게 배우와 작업하는가?”라는 주제로 관객들과 만났다. 연출을 꿈꾸는 영화학도들의 열띤 질문이 잇따르고 배우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느껴지던 그 시간의 일부를 전한다.


김종관(영화감독): 영화 연출을 단순히 말하자면 시나리오를 영화로 구성화해서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몇 가지 연출덕목이 있다. 첫째로 공간을 연출하여 분위기를 만드는 것. 둘째로 연기자와 이야기하는 것. 셋째로 하나하나의 쇼트들을 찍어내는 것. 마지막으로 그것을 연결시키고 어떤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것. 그 중 특히 중요한건 현장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시나리오를 영화화하고 실제로 재현해내며 얻는 감동이 있다. 어떤 공간, 현장 안에 들어감으로써 배우가 기대치 못한 면을 보이며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주는데서 오는 감동. 딱 정답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공간은 무드를 주고, 배우는 드라마를 만들어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드라마를 주는 배우를 만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일단 연기 연출에서,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좋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다. 아무리 능력이 탁월해도 나쁜 연기자를 좋은 연기를 하도록 만들 수는 없다. 반대로 좋은 연기자를 나쁜 연기로 끌어내릴 수는 있다. 따라서 좋은 배우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그 좋은 배우와 내가 쓴 시나리오가 만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로는 촬영할 때 오케이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오케이, 킵, 엔지'라는 세 가지 싸인 중에 상황에 잘 맞춰 판단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 외에 대단한 디렉션은 없다. 찍으면 찍을 수록 배우에게 의존하게 되는 것 같고 그를 더 많이 믿을 때 더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다.

다양한 성격과 다양한 연기패턴의 배우들이 있다. 그에 따라 연출자가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배우를 이미지로만 쓰는 사람이 있고, 기술적으로 뛰어난 연기를 통해 뭔가 얻어내는 사람이 있다. 따라서 연기자와 만나기 전에 연출자는 스스로와 그 자신의 영화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독립영화작업을 하며 배운 것은 우연을 잘 활용해야한단 거다. 배우와 인물이 잘 안 맞을 때는 최대한 그 배우가 할 수 있는 쪽으로 시나리오를 변형시키기도 한다. 연기자는 자기애가 강하고 예민하면서도 예민하지 않은 척 하는, 불확실성 사이에서 모험하는 사람들이다. 연출자는 연기자를 달래고 예뻐하며 그들에게 모든 걸 의존할 수밖에 없다. 내가 쓰는 모든 이야기가 그들을 통해서만 실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은 솔직하기보단 자기 방어가 많은 편이다. 배우들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다. 그리고 영화는 허구다. 그 거짓말이라는 틀 안에서 나도 어떤 해방감을 느끼고 가장 솔직해지는 순간이 있고 연기자들 역시 그럴 때가 있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배우를 사랑한다.

관객1: 시나리오를 쓸 때 정석대로 한 씬을 설계하듯 만드는가 하면 구체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기도 한다. 감독님의 경우에는 어떤 방식이 더 나았는지?
김종관: 구성이 먼저냐 캐릭터가 먼저냐 하는 말씀인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를 텐데, 여태까지 내 경우에는 캐릭터를 먼저 형성하고 그 안에서 알맞은 구성을 찾아왔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목표이고 거기까지 가는 길을 만드는 게 구성인데, 길이 먼저 있는 경우는 없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먼저 있어야 하고, 그 길을 가는 게 캐릭터니까 캐릭터가 먼저인가... 어렵다.(웃음) 이야기 따라 각각 다르다. 하지만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논리적 구성 요소들을 따지는 편이다. 시나리오를 쓰는데 시간이 별로 안 걸리는 편이지만, 실은 그걸 쓰게 되기까지는 2년이고 3년이고 걸린다. 이야기를 해야 하는 어느 순간이 온다. <폴라로이드 작동법>의 경우, 집에 오래있던 낡은 카메라와, 가족에 대한 질문과, 첫사랑이란 이런 느낌이라는 게 어느 순간 맞물려서 만들어졌다. 일전에 이창동 감독님이 인터뷰에서 ‘네가 이야기를 만들려고 하지 말고 이야기가 네게 말을 걸어줄 때까지 기다려라’란 말을 하셨는데 느낌으로 이해가 됐었다. 처음엔 두루뭉술한 이야기들이 생기고 그걸 가지고 있으면, 개연성을 추구하는 사람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구성이 생긴다. 다만 영화를 보고 공부하면 구성이 만들어지는 몇 가지 길을 알게 되고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한편 캐릭터는 아이디어라는 느낌이다. 어떤 캐릭터로부터 내가 자극을 받고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랄까.


관객2: 감독님에게 정말 좋은 배우란?
김종관: 제게 좋은 배우는, 사실 이건 수시로 바뀔 건데, 자신을 버릴 줄 아는 사람이 멋있다. 부끄러움이 많건, 어떻건 자기에게 창피하고 부끄러운 부분을 내어주는 사람이 젤 고맙다. 못날 때 못나 보일 줄도 알고. 추함과 아름다움을 같이 보여주는 사람. 배우들, 특히 여배우들은 매 컷 아름다움을 유지시키고 싶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부끄러운 부분을 보여줘야 가장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순간의 아름다움을 보일 수 있는 사람들. 조금은 못난 부분도 보이고 인간적으로 나를 싱크 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배우들이 좋다.

(정리: 백희원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관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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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클럽] 김태용 감독의 영화연출론

'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의 인기 행사 중 하나인 ‘시네클럽’이 28일로 3강을 맞으며 중반에 이르렀다. 세 번째 강사로 나선 김태용 감독은 ‘영화를 찍는다는 것의 의문’이라는 진중한 주제를 친근하게 풀어내며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관객들과 소통했다. 진지한 대화가 오가는 가운데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따뜻한 현장을 전한다.


김태용(영화감독): 사실 영화를 찍는다는 것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도 갖고 있지 않아서, 답에 대한 이야기 대신 그 의문에 어떤 과정이 있었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영화 작업을 한지 10년이 조금 넘었다. 그런데 작품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보니 응축되어있던 의문들이 한 작품씩 할 때마다 한 번에 폭발하는 것 같다. 99년에 <여고괴담2: 메멘토 모리>를 만들기 전까지는 영화를 찍는다는 것에 대해서 ‘기회가 안 생겨서 그렇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기회만 생기면 그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영화를 만들면서 첫 번째 맞았던 철퇴가 ‘아, 이게 그렇게 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그릇과 영화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어느 쪽에서부터 시작을 하든지 서로 정말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여고괴담2>을 하면서, 문제는 영화의 형식이나 그릇이 어떤 내용을 담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며 그 형식이 자체적으로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관객1:
<가족의 탄생>에 많은 배우들이 나오는데, 연기의 톤이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을 조율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으신지?
김태용: 영화에서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것은 분명 배우의 공인데, 배우가 연기를 못하는 것은 분명히 감독의 잘못인 것 같다. 노하우라면 노하우인데, 그 배우가 어떻게 움직이는 사람인지 보려고 하는 것 같다. 굳이 따지자면 연기의 콘티뉴이티에 더 민감한 배우들이 있는데, 그 콘티뉴이티는 철저하게 감독의 몫이기도 하다. 반면에 어떤 배우는 전후에 어떤 씬이 있든 당면한 씬의 감정에만 집중한다. 그런 배우와 작업할 때는 감독과 배우가 서로 순수하게 잘 맞아야 한다. <가족의 탄생> 때는 콘티뉴이티가 좋은 배우와 순간 집중력이 좋은 배우가 반반이었다. 그런 부분들이 감독과 잘 맞으면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이고, 그게 아니면 서로 패닉에 빠질 수도 있다. 배우마다 성향이 다르고, 처음 만났을 때는 그 배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그 조절이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순간에 집중력이 좋은 배우들과 잘 맞는 편이다.

관객2: 일반적으로 ‘감독’이라고 하면 떠올랐던 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확고하다기보다는 여지를 많이 두시는 편인 것 같다. 그런 모습을 유지하면서 스태프들이나 배우들에게 어떻게 신뢰를 주시며, 현장에서는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시는지?
김태용: 믿음을 주려고 한다고 믿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도 다 안다. ‘아, 이 사람이 믿음을 주려고 노력하는구나, 애쓴다.’ (웃음) 못되게 이야기하자면 스태프와 배우들이 원하는 건 믿음이나 소통이 아니다. 내가 스태프로 일할 때도 그랬다. 감독이 나와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게 그렇게까지 기쁜 일은 아니었다. (웃음) 이 감독이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가 궁금한 것이고, 그 비전의 결과를 보고 싶어 하며 그 결과에 동참하는 것이다. 감독 역시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영화를 관객으로서 볼 때를 상정하고 만드는 것이다. 때문에 감독이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보다 감독의 비전이 잘 보이는 상황에서 소통이 훨씬 잘 된다.


관객3: 현장에 나가면 자기 마음처럼 준비가 되어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하는데, 그럴 때 잘 타협을 하시는 편인지, 아니면 고집을 부리시는 편인지?
김태용: 나는 그냥 잘 타협한다. (웃음) 소품이나 미술이나 촬영의 영역을 그렇게 많이 디테일하게 고민하는 편은 아니다. 담당 감독님들이 하자는 대로 많이 한다. 대신 배우와 관련해서 대사나 감정적인 표현에 대해서는 고집을 부리는 편인 것 같다. 모든 영역에 다 고집을 부릴 수는 없으니까, 무엇이 제일 중요한지 하나는 잡고 가야 한다.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커다란 선택들 중에 하나만 고르고 나머지는 버려야하는 매 순간이 이어지지 않나. 그럴 때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작용하는 것 같다.

(정리: 박예하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관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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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클럽] 정가형제 감독이 생각하는 ‘좋은 영화’ 보기

지난 26일 오후에 열린 두 번째 시네클럽 행사는 <기담>의 정가형제 감독과 함께했다. "요즘 어떤 영화 보세요?"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유년 시절을 영화광으로 보낸 정범식, 정식 감독이 ‘좋은 영화’에 대한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데뷔작 <기담>의 작업 과정에 대해서도 들려주었다. 소탈하고 내밀했던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요즘 어떤 영화를 보는지?
정식(영화감독): 영화감독을 하게 되니까 영화를 더 못 보게 된다. (웃음) 작업을 하면 시간이 많지 않게 돼서.
정범식(영화감독): 중2 때부터 영화를 많이 봤다. 영화를 안 보면 입에 뭐가 돋을 것 같았다. 그런데 <기담>을 만들고 나서 느낀 것이지만 보는 영화와 만드는 영화가 다르더라. 볼 때는 미학적인 면으로 보지만 만들 때는 산업적인 측면으로 보게 된다. 만들어지는 과정을 많이 알게 되니까 작년부터 영화를 보는 것에 소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본 영화가 많아져서 그렇기도 한데, 요새 뜨겁게 다가오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영화제에 <록키>를 추천하기도 했다.

김성욱:
어떤 영화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고, 어떤 영화를 나쁜 영화라고 생각하는지?
정범식: 미술 하는 분들은 문외한들이 보면 '저런 걸 어떻게 좋다고 할 수 있지?' 싶은 작품도 좋게 평가할 수 있다. 영화도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꼭 이야기를 중심으로 보지는 않는다. 시나리오에 중점을 둔 영화라고 하면 드라마투르기를 보지만, 그런 것이 아니고 형식을 추구하는 영화라면 형식을 본다. 나는 오손 웰스의 영화 같은 형식미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눌한 화법을 취하든 기막힌 형식미를 갖추고 있든 내용을 담는데 얼마나 충실한가에 초점을 맞춘다. <기담> 만들 때는 우리가 갖고 있는 내용은 별 것 아닌데 포장이 지나친가 하는 내적 고민도 했다.
정식: 솔직하지 않은 느낌이 나는 영화가 제일 싫다. 주제를 포장하기 위한 형식적인 가식들로 채워졌거나 '상을 타기 위해 만들어내는 장면이구나' 하는 것이 느껴지는 영화가 가장 싫은 영화다. 우리만의 편견일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같은 의견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영화가 왜 가식인가' 하는 의견을 나눌 때 몇몇 사람들과는 의견이 너무나도 잘 일치한다.
정범식: 영화도 사람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인간관계에서도 진심과 가식이 느껴지지 않나. 이건 영화니까 하고 다른 잣대를 갖고 보시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 사람들 만나는 것, 뭔가를 접하는 것과 다른 게 없다.

관객:
<기담>에서 배우와의 작업를 위해 준비하셨던 게 있으신지 또 실제 작업하면서 ‘다음엔 이렇게 하겠다’는 교훈을 얻으셨는지 궁금하다.
정범식: 생각보다 영화 찍기 전에 연기 연습들을 많이 안 한다. 대중 영화라면 앉아서 몇 번 리딩하는 정도?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 같은 연기가 그냥 나오지는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두 달 동안 캐릭터 만들고 말투 만들고 몸짓 만드는 분들도 있지만 전체적 환경이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작업실을 구해서 씬 연습을 많이 했다. 동선을 다 긋고 동선에 따른 자세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콘티를 짰다. 배우들 중에서도 연극작업에서부터 연기를 전통적으로 공부한 분들은 '이런 것에 목말라했었는데 너무 좋다'고 했고 그냥 편하게 그날그날 하는 배우는 '왜 이렇게 해야 하지' 하는 당혹감을 표현하더라. <기담>의 연기에 대해 한 평론가 분이 말투가 어눌하다고 했는데 그건 사실 그렇게 만들어놓고 간 거였다. 시대색으로. 물론 자의식이 강한 배우는 이런 연습을 반기지 않을 수도 있어서 사람마다 잘 조절해야 할 것 같다.
정식: 무엇을 준비했는지 안 보여주고 있다가 즉석에서 딱 보여줬을 때 모두에게 찬사 받을 수 있는 순간이 있지 않나. 현장에서 그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을 선호하는 배우가 있다. 그런데 <기담>에서는 어느 한 순간 재치를 보여주는 연기가 거의 없다. 웃겨야 한다거나 기막힌 동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영화 프레임 안에 가둬놓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연습이 꼭 필요했다.


정범식: 그리고 배우가 이전에 있었던 모습을 씻어내지 않은 상태에서 똑같이 반복하는 게 싫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얘기하고 그 안에 들어올 수 있는지를 먼저 물었다. 이런 저런 훈련을 제안하기도 하고, 의견을 듣고 변형시키기도 하고. 촬영 준비를 하고 콘티를 짜는 와중에도 어떤 훈련을 했으면 좋겠는지 얘기한다. 그게 되는 분들이 있고 ‘왜 날 가둬두느냐’ 하는 분도 있다. 그런 걸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주로 만난다. 봤던 걸 또 보는 건 관객의 입장에서 재미없지 않나.

(정리: 최용혁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관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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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벌써 여섯 번째를 맞았습니다. 2006년에 서울아트시네마의 안정적인 공간 마련과 재원확보를 위해 영화감독, 배우가 참여한 것이 벌써 6회에 접어든 것입니다. 아울러 서울아트시네마의 개관 또한 9년째를 맞았습니다. 매년 1월에 친구들과 영화로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는 행사가 친구들 영화제입니다.

올해는 친구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물음은 '당신에게 영화의 즐거움이 무엇인가'입니다. 지난해에 시네마테크는 물론이고 영화인들 상당수가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2011년에는 그런 시간을 넘겨 영화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영화의 향락을 낙원에서 누려보자는 취지입니다. 영화의 즐거움을 함께 하자는 것은 우리들의 욕망의 실현이 아니라 반대로 영화가 허락한 모든 것들을 누리자는 것입니다. 영화가 제공하는 즐거움은 다양합니다. 오래된 영화를 상영하는 기억의 극장을 찾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익명의 친구들과 감성적 교제를 나누는 일이나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의 거대한 스크린에서 빛을 만나는 즐거움, 그리고 본 영화들을 두고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거나 글을 쓰는 비평적 욕구도 있습니다. 낯선 세계를 만나는 즐거움은 영화를 만들고자하는 욕망으로 진전되기도 합니다. 시네마테크는 이런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장소입니다.


'2011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는 열일곱 명의 친구들이 참여합니다. 예년보다 적은 예산이지만 반대로 전례 없이 가장 풍성하고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친구들의 선택작들과 관객들의 선택,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는 특별히 해외와 국내의 시네마테크 두 기관을 친구로 초대합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지난 해 서울아트시네마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대표인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명의로 재정지원 확대와 독립성의 확보, 안정적인 전용관이 필요하다는 서한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카르트 블랑슈'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역사와 함께 했던 12편의 프랑스 영화가 소개됩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복원하고 발굴한 장 르누아르, 사샤 기트리, 막스 오퓔스의 영화와 시네마테크에서 꿈을 키웠던 고다르, 그리고 누벨바그 이후의 장 으스타슈, 필립 가렐 등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프로그램 디렉터인 장 프랑수아 로제가 2월에 서울 아트시네마를 방문해 시네마테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아울러 영상자료원이 새롭게 복원한 한국영화 네 편이 상영됩니다.

특별전에서 상영하는 마태오 가로네의 영화는 지난해부터 서울아트시네마가 활발하게 진행한 우리 시대의 작가를 소개하는 행사의 일환입니다. 특별히 그의 대표작인 <고모라>를 포함해 세 편은 이탈리아 문화원의 협조로 국내 판권을 구매해 특별전 상영 이후에 시네마테크를 포함한 예술영화관에서 상영할 계획입니다. 지난 해 타계한 에릭 로메르를 기념하는 '오마주: 에릭 로메르'에서는 6편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에릭 로메르는 시네마테크가 사랑하고 시네마테크를 사랑한 감독입니다. 2001년에 그를 기리는 '에릭 로메르 회고전'을 처음 기획해 시네마테크에서 개최한 바 있는데, 당시 에릭 로메르는 '멀리 있는 친구들에게 저의 모든 작품에 대한 당신들의 오마주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내 모든 감사와 따뜻한 우정의 표현을 받아주시길'이란 서한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로메르에게 따뜻한 우정의 표현을 보낼 차례입니다.


영화가 허락한 즐거움은 영화를 보는 것만이 아니라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도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세 분의 영화감독이 참여했지만, 2011년에는 이명세 감독부터 윤성호 감독에 이르는 현역의 감독 여섯 분이 참여해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젊은이들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네클럽' 행사가 열리게 됩니다. 지난 10년의 한국영화를 되돌아보는 행사도 있습니다. 장현수 감독의 <라이방>과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2001년도에 개봉했던 영화들입니다. 이 두 편의 영화는 '와라나고'라는 한국의 예술영화 제작과 배급, 예술영화 상영공간에 대한 논의를 촉진하게 만든 영화들이기도 합니다. 그 시간이 이미 10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10년간 한국영화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살펴보는 기회입니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시네마테크를 후원하기 위한 영화제입니다. 알다시피 시네마테크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지난 해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시네마테크 전용관의 건립과  공간 확보, 재정 마련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시네마테크에 대한 공적 지원이 50% 삭감되면서 임대료를 낼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이 생겼지만, 영화인들과 배우들의 후원 광고 덕분에 힘든 상황을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삭감된 예산을 복원하려는 노력도 있었습니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의 대표인 박찬욱 감독이 직접 국회를 방문해 시네마테크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에는 당장 급한 시네마테크의 안정화 노력 외에도 전용관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의 마련과 예산 확보에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전용관을 마련하는데 서울시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2월에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관계자와의 좌담과 포럼을 시작으로, 3월에는 시네마테크 정책과 관련한 심포지엄이 열리고, 시네마테크의 해외 친구로 외국 영화인들의 초대 행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내년은 서울아트시네마의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에 올 한해 십 주년을 맞는 준비들이 있을 것입니다.

올 해의 개막작은 에릭 로메르의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 가지 모험>입니다. 누벨바그의 동료였던 프랑수아 트뤼포, 자크 리베트, 장 뤽 고다르가 초기 시절에 만든 단편 영화의 느낌으로 되돌아가 만든 작품입니다. 대표작인 <녹색 광선>을 만들고 불현듯 로메르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이 영화를 즉흥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첫 에피소드에는 '블루아워'라는 동이 크기 전의 1분간의 정적의 시간에 대해 말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밤새들이 잠들기 전, 낮 새들이 깨어나기 전의 정적이 시간은 영화 속 소녀의 말을 빌자면 마치 배심원들이 심의에 들어간 후 '사느냐 죽느냐'의 판결을 기다리는 시간처럼 고요함과 불안이 함께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 시간은 농부들이 '누가 뭐래도 내일은 새로운 날이 될 거야'라던가 '무슨 수를 써도 내일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하는 그런 시간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시네마테크가 그런 블루아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고요함과 정적의 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내일이 오고, 내일이 오는 것을 누구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내일 우리는 영화가 허락한 모든 것을 함께 누릴 것입니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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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영화를 선정해 상영하고, 상영 후 영화에 대한 강좌와 함께 관객들과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과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인 ‘시네클럽’ 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모든 영화인들의 안타까움 속에 세상을 떠난 프랑스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에릭 로메르의 유작 <로맨스>를 상영하고, ‘에릭 로메르를 말한다’라는 제목으로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래머가 열띤 강연을 펼쳤다. 로메르의 유작을 통해 그의 작품이 남긴 의미와 가치를 관객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었던 소중한 자리였다. 그 일부를 여기에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로메르가 타계한 다음에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에릭 로메르의 밤'이라는 회고전을 했어요. 저희도 로메르 회고전을 열고 싶었는데, 한국에 수입된 영화가 <여름 이야기>하고 방금 보신 <로맨스>라는 영화하고 두 편밖에 없어서 회고전 개최가 쉽지 않은 사정이죠. 로메르 회고전은 아트선재 시절에 개관 프로그램으로 했던 적이 있었고, 국제 영화제 때문에 로장주 필름에서 배급담당을 하시던 분이 한국에 오시면서 또 한 번 연 적이 있었어요.

 

로메르는 대단한 절약의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박을 터트린 적은 없지만 적은 비용으로 만들어서 손해를 결코 보지 않는 방식의 작가예요. 촬영 당시에도 절대 두 번 이상 촬영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로메르는 ‘영화는 거절의 예술’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a라는 선택을 하느냐 b라는 선택을 하느냐의 문제에서 a를 선택했을 때 b를 버리게 되는 것을 말하는 거죠. a를 선택했을 때 b를 동시에 선택할 수 없으니까 여벌로 찍는 장면이 없다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영화를 거절의 예술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사람의 영화는 끊임없는 반복과 변주로 이루어져 있어요. 모든 영화를 통틀어 연애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연애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작가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하나의 스타일을 일관되게 자신의 전 작품에 담아냈어요. 모든 예술가들은 자신의 일관된 주제와 테마를 반복해서 보여주지만 매 작품마다 변주를 해서 보여 주는데 로메르도 이런 맥락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로메르 영화에 대해서 거의 언급이 안 되는 것 중 정말로 중요한 것은 공간에 관한 문제 같아요. 로메르는 ‘영화는 시간의 예술이 아니고 공간의 예술’이라고 말한 적도 있죠. 70년대에 로메르가 찍은 텔레비전용 다큐멘터리가 있는데, 건축에 관한 다큐멘터리에요. 그건 공간과 장소에 대한 관심의 결과물인데, <내 친구의 남자친구>, <녹색광선>, <비행사의 아내> 같은 작품은 실제로 70년대 다큐를 찍었던 곳에서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일산 신도시처럼 공간 자체가 한정되어 있고 사람들이 밀집되어져 있으면 그곳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거죠. 우연히 만나고 우연성을 빙자해서 만나기도 하는 사건들이 전개가 되는 곳, 그런 공간성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일종의 거대한 아쿠아리움 같은 공간인거죠.

 

로메르는 우연성과 즉흥성을 즐겼던 감독이에요. 영화의 전체적인 구조가 터무니없는 우연성을 내포하고 있죠. 예를 들어, <파리의 랑데부>은 우연을 가장한 부조리한 놀이들을 벌이는 영화입니다. 우연히 만나고 우연히 내가 거기에 있고 하는 식의, 즉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놀이나 게임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것들이 로메르 영화를 특징짓는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로메르의 영화는 주제적인 측면에서 독특한 부분이 있죠. <로맨스>에 그런 게 집대성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데요, 몸과 영혼과 관련된 부분이 전체적인 테마, 자연에 대한 사랑, 인간에 대한 문제, 남녀의 사랑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 한 사람의 몸이 사라진 이후에 그 사람이 여전히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것, 불멸성 등. 이런 것들이 영화 전체에 있는 테마예요. 그리고 이것들의 최종적 국면으로서 은총적 세계는 로메르가 평생을 걸쳐서 자기 영화를 통해서 담아냈던 부분이죠.

 

아이러니하게도 로메르의 명성이나 위상에 비해서 그의 영화가 가진 풍부함이 많이 담론화되어 있지 않아요. 인터뷰나 서적 등도 별로 없고요. 익숙하게 잘 알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하지만 풍부하게 언급되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정말 미스터리이기도 합니다. 돌아가신 이후이긴 하지만 그가 만든 다큐멘터리까지 확실히 다 모아놓고 전부 다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좀 더 다양하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다양한 지점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이후에도 또 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최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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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