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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

[차이밍량 특별전] “세계는 어떻게 균열되는가” - <하류> / 임대근 교수 시네토크 [차이밍량 특별전] “세계는 어떻게 균열되는가”- 차이밍량 / 임대근 교수 시네토크 임대근(한국외대 교수) 오늘은 차이밍량 영화를 보며 내가 생각한 것들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할까 한다. 차이밍량 감독의 영화를 많이 본 분도 있을 테고, 이번 기회에 처음 접한 분도 있을 것이다. 경험에 따라 다르겠지만 차이밍량의 영화를 대하는 입장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지 않나 싶다.첫 번째는 차이밍량 영화를 ‘대만 영화’로 간주하는 것이다. 당연히 차이밍량은 대만에서 영화를 만들었지만, 이때 말하는 ‘대만 영화’는 학계에서 이야기하는 ‘내셔널 시네마’의 관점으로 보는 입장이다. 두 번째는 좀 더 보편적인 시선으로, 즉 인간의 문제를 다룬 영화로 보는 것이다. 차이밍량의 영화가 20세기 말을 살아간 현대 도시인의 문제에.. 더보기
‘낮은 목소리’ 3부작이 지닌 현재적 의미에 대해서 ‘낮은 목소리’ 3부작이 지닌 현재적 의미에 대해서 “를 배급하고 상영하는 과정에서 가장 슬펐던 일은, 사람들이 이미 다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변영주 감독은 2007년 DVD 출시를 앞두고 조영각 프로듀서와 나눈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위안부에 대해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제대로’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3부작은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이 무엇이고, 왜 아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되는가를 말하는 다큐멘터리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건 단순히 ‘전쟁 당시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학대를 당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그보다는 현재 할머니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할머니들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알게 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 더보기
[동시대 영화 특별전 상영작 리뷰] 삶을 대하는 영화의 방식 - <그런날 사이에 어떤날> [동시대 영화 특별전 상영작 리뷰] 삶을 대하는 영화의 방식- 매튜 포터필드의 극장 스크린과 미술관의 갤러리를 오가며 활동 중인 매튜 포터필드 감독의 2013년 작품 은 가출, 별거, 실연, 원치 않은 임신 등의 소재를 재료 삼아 만든 영화이다. 주인공인 십대 소녀 타린은 영국의 집에서 가출한 뒤 프랑스에서 만난 남자 친구와 원치 않는 임신을 한다. 하지만 남자 친구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결국 타린은 충동적으로 미국의 이모네 집으로 떠난다. 그런데 마침 이모는 이모부와 별거 중이었고, 이런 애매한 상황 속에서 타린은 하루하루 시간을 보낸다. 그녀는 사촌인 애비와 함께 놀거나 싸우고, 이모와 이모부의 집을 번갈아 방문한다. 또한 새로운 남자 친구를 잠깐 사귀었다가 다시 헤어지기도 한다. 누구 하나 죽.. 더보기
[동시대 영화 특별전 리뷰] <크림슨 피크>가 성취한 야심 [동시대 영화 특별전 상영작 리뷰] 가 성취한 야심- 길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의 표제로 등장한 ‘크림슨 피크’는 영화의 중반이 되어서야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저택의 이름이다. 이 저택은 웅장하고 압도적인 이미지로 관객의 눈을 끈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거의 ‘폐가’라 불러도 좋을 만큼 방치된 채 계속해서 무너져 내리며 불길한 기운을 뿜어낸다. 오프닝에 귀신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영화의 앞부분은 주인공인 이디스가 어딘가 수상쩍고 불길한 기운을 가진 남자 토마스를 만나 피워내는 로맨스였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서 크림슨 피크가 화면에 등장한 이후, 영화의 후반부는 말하자면 일종의 ‘모험담’에 가깝다. 구석구석마다 비밀의 사연과 미스테리, 광기를 품고 있는 저택 안에서 이디스는 연달아 이상하고 공포스러.. 더보기
[동시대 영화 특별전 상영작 리뷰] 암울한 결말, 강렬한 비극성 <온 더 잡> [동시대 영화 특별전 상영작 리뷰] 암울한 결말, 강렬한 비극성- 에릭 마티의 장르는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 탄탄한 세계관을 제공해주지만 이를 잘못 사용하면 지루한 패턴을 반복하는 폐쇄적인 세계를 만드는 데 그칠 수도 있다. 필리핀의 에릭 마티 감독이 연출한 (2013)은 누아르 장르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영화다. 폭력에 익숙한 남성 주인공들은 폭력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비극적인 결말로 향하고, 세상은 이들에게 안식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을 얽맨 질서에 어떻게든 저항하려 하지만 결국 운명이라 불러도 좋을 더 큰 세상의 질서에 무참히 휩쓸려나간다. 이때 발생하는 비극적인 정서는 강렬하지만 익숙한 것이기도 하다. 장르의 흐름 안에서 주인공 탕과 다니엘이 어떤 사건을 어떤 방법.. 더보기
[나루세 미키오 특별전] 조금 다른, 나루세 미키오의 '가족 영화' [나루세 미키오 특별전] 조금 다른, 나루세 미키오의 ‘가족 영화’ 나루세 미키오 成瀨巳喜男는 1930년 로 데뷔하여, 1967년 으로 감독 경력을 마칠 때까지 도합 89편의 적지 않은 영화를 찍었다. 1971년, 도쿄필름센터에서 첫 번째 회고전이 열리긴 했으나 별다른 주목을 얻지는 못했다. 이런 냉담한 반응에 대해 오디 복 Audie Bock은 몇 가지 이유를 내놓고 있는데, 우선 1969년에 세상을 떠난 이 감독의 전성기가 30년대 전반과 50년대 후반 두 시기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50년대 후반 이후 점차 사람들의 관심사로부터 멀어져 갔고, 대부분의 영화평론가들이 남성이었기에 그의 영화에서 그려지는 ‘여성적 시점’에 별다른 호감을 보이지 않았으며, 나루세 미키오 자신이 감독으로서의 자의식을 표명하는 .. 더보기
[2015 베니스 인 서울] 아슬아슬한 줄타기 - 알베르토 카빌리아의 <풀밭 위의 양> [2015 베니스 인 서울] 아슬아슬한 줄타기- 알베르토 카빌리아의 (알베르토 카빌리아)의 복잡한 내용을 억지로나마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어린 레오나르도는 같은 반 친구였던 유대인 아이와의 만남 이후 열혈 반유대주의자로 성장한다. 그는 예수의 죽음을 비롯해 모든 사회 문제의 배후에 유대인이 있다고 믿기 시작하고, 결국 유대인의 존재를 부정하기에 이른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레오나르도는 진지하다. 그는 성경까지 고쳐버리고(유대인-프리 버전), 유대인이 연관된 은행(즉 거의 모든 은행)과 거래를 끊는다. 여기에 그쳤다면 레오나르도는 단순한 괴짜로 남았겠지만 그는 천재적인 수완과 타고난 운으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유대인을 괴롭히는 내용의 만화로 컬트적인 인기를 끌거나 유대인이 먹을 .. 더보기
[2015 베니스 인 서울] 삶이 나아질 거란 희망을 버려 - 클라우디오 칼리가리의 <그렇게 살지 마라> [2015 베니스 인 서울] 삶이 나아질 거란 희망을 버려- 클라우디오 칼리가리의 “나쁜 짓을 하지 마라 Don’t Be Bad”, 물론 당연히 동의할 수 있는 상식적인 말이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일까? 클라우디오 칼리가리(1948-2015) 감독의 유작인 는 관객을 향해 이렇게 묻는 영화다. 1995년, 서로를 형제라고 부르는 비토리오와 세자레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둘도 없는 친구이다. 둘은 현재 마땅한 직업 없이 주로 마약과 관련된 범죄로 돈을 벌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삶은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비토리오는 에이즈에 걸린 어린 조카 때문에 큰 금액의 병원비를 계속 벌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비토리오는 더 큰 범죄에 손을 대며 ‘한 방’을 노리고, 반면 세자레는 새로 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