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루이 푀이야드의 <뱀파이어> - 프랑스 범죄 영화의 고전을 만나다 는 1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시기에 제작된 무성영화로, 프랑스 무성영화의 중요한 시네아스트 중 하나인 루이 푀이야드를 거장의 반열에 올린 결정적인 작품이다. 1915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총 400분이 넘는 상영시간에 10개의 서로 다른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리즈물이다. 장르를 넘나들며 많은 작품들을 만들어냈던 루이 푀이야드는 당시 유행했던 연속극 형식의 영화들을 제작하는데 특출한 재능을 보였고, 그가 연출한 영화들 중 상당수는 이후 만들어진 범죄영화들의 기반이 되었다. 푀이야드의 (1914)와 (1915), 그리고 (1916) 세 영화는 범죄물의 매커니즘을 이해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이며, 이 중 는 19세기 프랑스 문학의 전통을 계승하며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영화다. 는 ‘흡혈귀들’이라는.. 더보기
“으스타슈와 멜빌의 영화들을 아트시네마에서 쭉 보고 싶다” 원정 나온 관객 김지현, 박예하 양을 만나다 지난 일요일 대전아트시네마의 열혈관객이자 서울아트시네마와는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는 김지현 씨가 오랜만에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걸음에 극장으로 달려갔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가 아닌 후원금을 내기 위해 극장에 들렸다는 지현 씨는 친구 박예하 양과 함께 서울아트시네마 로비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수줍은 많은 두 친구로부터 현재 진행 중인 영화제, 그리고 최근 시네마테크를 둘러싼 문제들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강민영(웹데일리팀):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연중 가장 큰 행사기도 하다. 지현 씨의 경우 개막에 맞춰 서울에 올라왔던 것으로 아는데, 두 분 모두 이번 친구들 영화제에서 영화.. 더보기
시공간의 혼란, 사악한 시선에 의해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영화읽기] 니콜라스 뢰그의 의 초반부에 이런 문제가 나온다. 지구가 둥글면 왜 얼은 호수는 평평한 것인가(If the world is round, why is a frozen lake flat)? 영화 초반부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호수는 미국의 온타리오 호수인데, 어떤 책에 따르면 이 호수는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3도쯤 구부러져 있다고 한다. 얼은 호수가 평평해 보이더라도 그게 진짜 평평한 것은 아니라는 거다. 보이는 그대로인 것은 없다(Nothing is what it seems). 이 문제는 대부분 물과 가까운 곳에서 전개되는 의 공간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 문제의 답이 곧 이 영화의 주제라는 것이다. 보이는 그대로인 것이 없다면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진실.. 더보기
“모든 가치관이나 생각을 뒤집는 면에 이상한 쾌감이 있다” 이재용, 전계수 감독이 함께한 존 워터스의 시네토크 2월 7일 일요일 오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컬트 영화, 존 워터스의 이 상영된 후 이 영화를 추천한 이재용, 전계수 감독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얼마나 많은 즐거움과 혐오감이, 환호와 야유가 교차했을지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영화를 처음 보신 분들은 뜨악한 반응도 있을 것 같고, 웃어야 할지 야유를 보내야 할지 주저하시는 것 같다. 워낙 특이한 영화”라는 말로 시작된 시네토크에서 이 영화를 추천한 이재용, 전계수 감독은 무엇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이 제일 궁금하다고 했다. 많은 이야기들과 다양한 생각들이 오간, 영화만큼이나 예측할 수 없던 흥미로운 시간의 이야기를 옮겨본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이재용 감독과 전계수.. 더보기
“긴 기다림이 있어야만 이 결말이 믿어질 수 있구나” 홍상수 감독의 선택, 칼 드레이어의 시네토크 2월 6일 토요일 오후, 홍상수 감독의 선택작 의 상영 이후 허문영 평론가의 진행 하에 관객과의 대화가 펼쳐졌다. 느린 트래킹으로 시작한 영화는 보는 이를 유혹하기 위해 현란한 재주를 부리는 영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기적의 순간에 가닿기 위해서는 긴 기다림이 필요했다. 하지만 영화가 마지막에 다다르기도 전에 이미 우리 모두는 잉거의 부활을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20년 만에 를 다시 보게 되어 너무 좋았다는 홍상수 감독의 애틋한 목소리에서도 마지막 순간의 떨림이 그대로 이어졌다. 허문영 평론가 역시 과도한 설명을 아끼려는 모습이었던 그 현장을 전한다. 허문영(시네마테크부산 원장, 영화평론가): 이 영화를 보신 많은 분들도 그렇게 느끼시겠지만, 다시 .. 더보기
찰스 로튼의 <사냥꾼의 밤> - 마성에 맞서 삶을 지킬 수 있는가 걸작이 당대에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일은 예사이다. 찰스 로튼의 에 가해진 박해는 이런 생각을 확증으로 굳혀준다. 피카레스크 소설과 잔혹동화, 심리 스릴러가 두서없이 섞인 이 영화는 발표 당시 평론가들의 이해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되었다. 박스오피스에서의 실패와 가차없는 혹평으로 인해 로튼은 이후 다시 연출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훔친 돈을 노획하기 위해 고아가 된 남매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연쇄살인마 선교사의 이야기를 다룬 데이비스 그럽의 1953년 소설을 각색하면서 찰스 로튼은 작가 제임스 에이지가 작업한 대본을 계속해서 고쳤다. 초기 미국의 시골 풍물이 물씬 풍기는 영화를 원했던 로튼은 그 방면의 대가였던 그리피스의 무성영화들을 참조했다. 그리피스의 위대한 아이콘이었던 릴리안 기쉬가.. 더보기
필름으로 보기까지 27년의 세월이 걸린 영화 봉준호 감독의 선택작 존 부어맨의 시네토크 2월 5일 서울아트시네마 마지막 회는 봉준호 감독이 선택한 존 부어맨의 이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상영되었고, 이어서 봉준호 감독과의 흥미로운 시네토크가 진행되었다. 약간의 주석과 함께 존 부어맨 감독을 대신하여 영화의 각 장면들과 배우 그리고 흥미진진한 촬영 뒷이야기까지 전달해준 봉준호 감독의 걸출한 입담으로 시종일관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어진 시네토크는 의 여운을 더 남기게 했다. 선수보호 차원(?)에서 끝내야 하는 것이 너무 아쉬웠던 한 시간 반 동안의 뜨거웠던 봉 감독과의 대화의 시간을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지난 개막식 때 한 기자가 봉준호 감독에게 왜 이 영화를 추천했냐고 물었는데, 들러리 갔다가 봉변당한 느낌을 받을 영화라고 .. 더보기
왕가위의 <열혈남아> - 암울한 홍콩의 미래를 이야기하다 (1988)는 왕가위 감독의 첫 번째 영화다. 홍콩 느와르가 인기 절정을 누리던 80년대는 한편의 히트작에 관한 속편과 아류작들이 대량으로 제작되어 영화감독과 스태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 많은 시나리오 작가들이 감독으로 데뷔했는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왕가위도 시나리오 작가에서 감독으로 나섰다. 당시 왕가위는 흑사회를 소재로 한 ‘홍콩 느와르’ 장르를 정착시킨 등광영 밑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고 있었는데, 친구인 유진위가 왕가위를 추천하게 되면서 등광영의 지원, 제작으로 연출하게 되었다 한다. 는 줄거리 상으로는 80년대 홍콩영화의 주류장르였던 홍콩 느와르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왕가위는 느와르 혹은 갱스터 장르의 정석적인 틀만을 유지하고 있다. 구룡의 어두운 뒷골목을 방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