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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으스타슈와 멜빌의 영화들을 아트시네마에서 쭉 보고 싶다” 원정 나온 관객 김지현, 박예하 양을 만나다 지난 일요일 대전아트시네마의 열혈관객이자 서울아트시네마와는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는 김지현 씨가 오랜만에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걸음에 극장으로 달려갔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가 아닌 후원금을 내기 위해 극장에 들렸다는 지현 씨는 친구 박예하 양과 함께 서울아트시네마 로비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수줍은 많은 두 친구로부터 현재 진행 중인 영화제, 그리고 최근 시네마테크를 둘러싼 문제들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강민영(웹데일리팀):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연중 가장 큰 행사기도 하다. 지현 씨의 경우 개막에 맞춰 서울에 올라왔던 것으로 아는데, 두 분 모두 이번 친구들 영화제에서 영화.. 더보기
시공간의 혼란, 사악한 시선에 의해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영화읽기] 니콜라스 뢰그의 의 초반부에 이런 문제가 나온다. 지구가 둥글면 왜 얼은 호수는 평평한 것인가(If the world is round, why is a frozen lake flat)? 영화 초반부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호수는 미국의 온타리오 호수인데, 어떤 책에 따르면 이 호수는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3도쯤 구부러져 있다고 한다. 얼은 호수가 평평해 보이더라도 그게 진짜 평평한 것은 아니라는 거다. 보이는 그대로인 것은 없다(Nothing is what it seems). 이 문제는 대부분 물과 가까운 곳에서 전개되는 의 공간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 문제의 답이 곧 이 영화의 주제라는 것이다. 보이는 그대로인 것이 없다면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진실.. 더보기
“긴 기다림이 있어야만 이 결말이 믿어질 수 있구나” 홍상수 감독의 선택, 칼 드레이어의 시네토크 2월 6일 토요일 오후, 홍상수 감독의 선택작 의 상영 이후 허문영 평론가의 진행 하에 관객과의 대화가 펼쳐졌다. 느린 트래킹으로 시작한 영화는 보는 이를 유혹하기 위해 현란한 재주를 부리는 영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기적의 순간에 가닿기 위해서는 긴 기다림이 필요했다. 하지만 영화가 마지막에 다다르기도 전에 이미 우리 모두는 잉거의 부활을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20년 만에 를 다시 보게 되어 너무 좋았다는 홍상수 감독의 애틋한 목소리에서도 마지막 순간의 떨림이 그대로 이어졌다. 허문영 평론가 역시 과도한 설명을 아끼려는 모습이었던 그 현장을 전한다. 허문영(시네마테크부산 원장, 영화평론가): 이 영화를 보신 많은 분들도 그렇게 느끼시겠지만, 다시 .. 더보기
영화를 만들어가는 우리, 시네마테크와 관객 프롤로그 이제 다가올 그 ‘말도 안 되는 시네마테크 공모제’ 때문에 극장 안팎이 떠들썩하다. 어떤 분들은 후원회원을 모집하기 위해 극장 로비에서 그 추운 날씨에 자리를 지키며 회원들을 기다리고, 어떤 분들은 온라인을 통해 시네마테크의 문제를 알리면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작년 이맘때쯤부터 본격적으로 시네마테크에 출입하게 된 나는, 1999년 문화학교 서울 시절부터 이곳을 사랑하고 아꼈던 분들에 비하면 이제 갓 부화한 병아리 수준의 관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쓰고자 결심하게 된 이유는, 내가 지난 1년 동안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얻은 것들을 나누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시네마테크를 접하기 전 나에게 영화는, 그냥 친구들을 만나서 밥.. 더보기
상상의 시네마테크? 상상한다는 것은 질문하는 것이다. “만약 00을 한다면…?” “00이 되면 어떨까?” “왜 이렇게 하면 안 되지?”와 같이 세상에 부재하는 것들에 대한 질문은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창조한다. 하나의 작은 질문조차도 관성적인 세계를 두드려 깨워내기 때문이다. 그 세계는 질문을 품지 않고 살아온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질문들을 잃고 살아 왔던가? 사회를 억압하는 힘과 당연한 듯 요구된 부당한 ‘당연함’속에서 우리는 가능한 수많은 질문들을 습관처럼 삭제했다. ‘대학 진학’을 ‘대학 진학?’으로, ‘취업’을 ‘취업?’으로 바꿔보자. 정언명령처럼 주어진 단어에 물음표 하나만 붙여도 달아난 가능성들의 꼬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잃어버린 질문들, ‘현실감각’과 ‘경제력’이라는 .. 더보기
"시네필,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이제는 행동이다" [특별기고] 시네필의 선택: 정성일 평론가의 추천의 변 첫 번째 (상황). 2008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내건 슬로건은 ‘영년(zero year)’이었다. 그건 마치 내게 하는 말 같았다. 제로라는 무효의 선언.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 로셀리니가 영화 제목에 쓴 말. 그런 다음 고다르가 받아서 21세기에 반복했던 제목. 하지만 내게 그 의미는 다른 것이었다. 말 그대로 진공상태. 단지 길을 잃었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나는 텅 빈 상태였었고, 거의 매일같이 술을 마시는 것처럼 영화를 보았다. 너무 많이 보아서 어제 본 영화와 오늘 본 영화가 잘 구별되지 않았다. 종종 중간부터 보기도 하였고, 때로는 보다가 지쳐서 자기도 하였다. 나는 2008년 친구영화제에 슬픈 마음을 안고 마츠모토 토시오의 를.. 더보기
아이의 영화, 도피하지 않고 그 안에서 견뎌내는 것 시네마테크의 선택, 찰스 로튼의 시네토크 1월 26일 저녁,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시네마테크의 선택작인 찰스 로튼의 이 시네마테크의 필름 라이브러리로 직접 구매한 뉴 프린트로 선을 보였고, 이어 김성욱 프로그래머와 관객과의 대화가 마련되었다.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영화의 마지막에 아이들이 자기가 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것처럼, 시네마테크 역시 있는 것 가운데서 조금 포장해 놓은 선물처럼 시네마테크의 선택이라고 내놓았다. 어찌 보면 민망할 수도 있다. 뭐, 저런 게 선택이야 싶지만 크고 대단한 것만이 선물이 아니라 있는 것 중에서 마음으로 전달하는 것이 릴리언 기시의 말대로 최고의 선물일 수 있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 시네마테크의 상황을 느낄 수 있는, 비장한 심.. 더보기
[씨네21] 10년의 한국 시네마테크, 아직 풀어야할 숙제들 서울아트시네마는 2005년, 아트선재센터(왼쪽)로부터 임대 재계약 불허 통보를 받고 지금의 낙원상가 건물(오른쪽)로 이전했다. 1990년대 이래로 ‘새로운 영화보기’를 내세운 서울의 문화학교 서울, 서울시네마테크, 하이퍼텍나다, 일주아트하우스, 전주의 온고을 영화터, 광주의 영화로 세상보기, 청주의 씨네 오딧세이, 제주의 씨네 아일랜드 등 전국의 젊은 영화 애호가들이 주축이 된 시네클럽이 성장해 지금의 시네마테크가 됐다. 이미 한국의 시네마테크들은 서울을 포함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고, 1999년 부산은 처음으로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설립해 시네마테크가 상영관과 교육시설을 갖춘 모습을 지닐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전까지 시네마테크는 상상의 영역이었다. 오랜 논의를 거친 끝에 2002년 전국적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