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비텔로니>

<비텔로니>(1953)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세 번째 장편영화이자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 수상작으로 처음으로 국제적으로 배급되어 펠리니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시골마을의 일상을 보여주는 네오리얼리즘적인 경향과 펠리니 고유의 개성이 담긴 환상적인 축제의 순간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영화의 도입부는 마을의 ‘미스 사이렌’ 선발대회를 보여준다. 마을의 미스 사이렌으로 뽑힌 순진한 소녀 산드라와 못 말리는 바람둥이 청년 파우스토는 얼떨결에 결혼에 골인하고 신혼여행을 떠난다. 이러한 과정들은 마치 하나의 축제처럼 떠들썩하게 정신없이 지나간다. 축제의 순간을 표현하는 대규모 군중 장면은 <아마코드>, <로마>를 비롯한 이후 펠리니 영화에서 더욱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펠리니의 반자전적인 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는 평범한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라 해도 될 만한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 우수에 찬 목소리의 내레이션은 자신의 청춘에 대해 회상한다. 이탈리아의 시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다섯 명의 청년이 있다. 각자가 강한 개성과 꿈을 가지고 있지만, 백수건달처럼 빈둥거리면서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는 미성숙한 청춘들이다. 더할 나위 없이 한심하지만, 그래도 미워하기 힘든 이유는 그들이 순수해보이기 때문이다. 중심적 인물인 파우스토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와서도 좀처럼 정착하지 못한다. 그는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바람기 때문에 겨우 얻은 일자리도 잃고, 아내 산드라에게 계속해서 상처를 준다. 그렇지만 그는 언제까지나 아이처럼 남아있을 수는 없다. 그 자신이 아빠가 되었기에, 이제 성숙한 어른이 되어야 하고 가족을 부양할 만한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한편 가장 진지하고 생각이 많아 보이는 청년 모랄도는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 채,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정착한 자와 떠나는 자. 그들이 성숙한 어른이 될지, 영원히 아이처럼 남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청년들의 삶을 바라보는 펠리니의 시선에는 청춘의 순수함에 대한 애상감이 담겨있다. 이러한 평범하며 순수한 인간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것이야말로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진정한 힘이었다. <비텔로니>는 펠리니 사후 10주년인 2003년에 국제적으로 재개봉되기도 했다. 이 때 얻었던 열렬한 반응들은 이와 같은 순수한 감성이 담긴 영화들이 현대의 관객들에게도 여전히 와 닿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박영석)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