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여인의 도시>


<여인의 도시>(1980)는 섹스에 대한 한 남자의 판타지 혹은 여성에 대한 펠리니적 동화라고 할 수 있으며, 펠리니 작품 중 가장 에로틱하고 모험적인 작품에 속한다.

영화는 기차가 터널로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초로의 바람둥이 스나포라즈(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는 기차여행 도중 아름다운 여인의 매혹에 빠지고, 기차가 멈추자 그녀를 쫓아가다 우연히 페미니스트들의 집회 장소에 도착한다. 처음에 그는 이 여인천하가 자신이 꿈꾸던 낙원이라고 생각하지만 곧 주변의 다양한 여성들에 대해 놀라움과 공포, 위협을 느끼고 도망쳐 나온다. 하지만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그 다음 그가 도착한 곳은 1만 명의 여인을 정복했다는 여성혐오자의 성.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으로 유머러스하게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초현실주의의 외상을 썼지만 펠리니 자신이 꾼 꿈처럼 보인다. 펠리니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작품에 계속 나타나는 성적인 공포와 욕망을 색다르고 본능적인 리듬과 상징적인 힘으로 표현한 꿈을 통해 숨김없이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인물은 나이든 쾌락주의자를 연기하는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그는 살아있는 호기심 조각처럼 보이며, 펠리니는 그를 별 노력 없이 세트에 세우고 여성의 미궁 속에 빠뜨리면서 그 과정에서 그의 여성에 대한 공포심을 허문다. 마르첼로를 통해 표현되는 일시적인 문화적 충격은 마치 굳혀진 단색의 마초적 섹스가 기교를 부리는 난폭한 페미니즘과 만나고 있는 듯하다.

또한 <여인의 도시>는 ‘인간은 오직 육체적인 조형물’이라는 강요된 믿음을 지나치게 과장해서 표현하고 있으며, 그런 면에서 지극히 유물론적이다. 영화 속에는 환상적이고 유쾌한 풍자의 순간도 즐비하다. 그렇게 영화는 판타지를 통해 부패되고 타락한 세상을 비꼬아 나타냄과 동시에 색욕과 놀라운 정력을 보여준다. 섹슈얼리티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카사노바>와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


이 영화는 애초에 잉마르 베리만과 함께 구상하고 공동 작업할 생각이었다고 하는데, 그 염원은 실현되지 못했다. 영화 개봉 당시 펠리니는 이 영화가 여성들에 대한 경의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했지만 페미니스트 진영의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은 정신분석에 깊이 경도되어 꿈과 환상, 기표와 상징을 더 전면에 내세운 노년의 펠리니를 보게 된다. 펠리니는 실제로 영화 시작과 끝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기차의 터널처럼 색욕적인 판타지의 터널로 관객을 이끌고 있다. 그가 인도하는 세계가 암흑인지 밝은 세상인지는 관객이 판단할 몫이다. (신선자)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