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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신이 내린 축복같은 소박한 사랑의 기적 [리뷰] 에릭 로메르의 의 주인공 펠리시는 미용사다. 그녀는 ‘미’를 다루는 게 자신의 직업이고, 그래서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펠리시는 세 명의 남자와 만나고, 그 세 명 중 누구를 선택할지 고민한다. 선택의 기준은 미적 취향에 의거한다. 펠리시는 먼저 동년배의 친구 로익과 자신이 일하는 미장원의 사장 맥상스를 두고 고민한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로익은 지적이고 부드러운 남자이지만 펠리시는 그에게 위축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펠리시의 미적 기준은 지혜와 강인함이다. 로익을 마음에 들어 하는 홀어머니는 남자의 아름다움이 지적 능력에 있다고 말하지만, 펠리시는 경험에서 오는 지혜를 갖고 있고 육체적으로 강하고 아름다운 남자를 좋아한다. 영화의 한 장면, 느베르에서 펠리시는 맥상스와 거리의 고고학 박.. 더보기
“혼자만 보긴 너무 아까운 영화다” [시네토크] 류승완 감독 선택작 마리오 바바의 지난 23일, 이번 영화제 첫 매진사례를 기록한 류승완 감독의 추천작 마리오 바바의 의 상영 후, 언제나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는 류승완 감독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영화의 빠르고 에너지 넘치는 질주 후에 이어진 시네토크 시간, 장내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 담백하고 유쾌했던 현장을 전한다. 주성철(씨네21 기자): 마리오 바바의 (1974)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함께 볼 수 있어 좋았다. 이 영화를 추천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류승완(영화감독): 사실 마리오 바바의 영화를 많이 접해보거나 크게 관심을 둔 편은 아니었다. 2005년에 가 나왔을 때 어떤 교수님이 내게 "당신은 마라오 바바의 의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난 원래 내.. 더보기
“전통을 벗어난 이상하게 비틀린 느낌이 좋다” [시네토크] 최동훈 감독이 추천한 하워드 혹스의 지난 22일 오후, 하워드 혹스의 (1959)를 상영한 후 이 영화를 추천한 최동훈 감독과 관객이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의 감칠맛 나는 대사와 위트 넘치는 연기를 보면서 관객들은 '영화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서부극에 대한 장르의 즐거움부터 이 영화를 선택한 최동훈 감독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가 화기애애하게 오간 그 현장을 여기에 담았다. 허남웅(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서부극의 어떤 점이 감독님을 매료시켰는지? 최동훈(영화감독): 를 만들 때 기존 도박 영화를 닮기 싫었고 어차피 대결의 영화니까 서부영화를 굉장히 많이 봤다. 내 생각에도 는 서부 영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항상 "너는 왜 그런 영화만 만드냐. 나.. 더보기
“폭력에 대한 분노감, 증오가 꽤 매혹적이다” [시네토크] 이명세 감독이 추천한 샘 페킨파의 지난 21일 두 번째 시네토크로 이명세 감독과 함께 그의 추천작 샘 페킨파의 (1972)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영화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락적 요소들과 장르적 쾌감으로 충만한 영화였던 만큼 즐겁고 고양된 분위기가 시네토크까지 내내 이어졌다. 이 영화의 어떤 장면과 요소들이 우리를 흥분케 하는지 그 ‘즐거움을 나누며’ 웃음 터뜨리던 유쾌한 시간을 전한다. 허남웅(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고등학교 때 를 보셨다고 들었다. 이명세(영화감독): 아니다. 고등학교 때 봤던 샘 페킨파의 영화는 더스틴 호프만이 나오는 이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대사 중에 “하나님이 그 왕국을 만든 이래 폭력이 멈춘 적이 없었다”라는 구.. 더보기
"감독에게 영화현장이란 무엇인가" [시네클럽] 이명세 감독에게 듣는 영화의 현장 '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는 영화 상영 외에도 다채로운 행사들이 많다. 그 중 가장 관심도가 높은 행사는 영화 연출을 꿈꾸는 이들이 현역 감독과 만나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네클럽' 행사다. 지난 21일에는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이명세 감독이 "감독에게 영화 현장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허물없이 관객들을 대하는 이명세 감독 덕에 두 시간 동안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매우 진지한 이야기들이 오갔던 그 현장을 전한다. 이명세(영화감독): 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장소이자 너무 싫어하는 장소가 바로 영화 현장이다. 자기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의 절반만 나와도 성공이다. 예컨대 어떤 장소를 섭외해서 촬영한다고 치자.. 더보기
"보는 재미를 위해 기가 막힌 재미라도 주고 싶었다" [시네토크] 이두용 감독의 ‘영화의 즐거움을 나누다’를 테마로 한 ‘2011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시작되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시네마테크의 친구들과 관객들이 영화를 함께 보고 그 영화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즐길 수 있는, 시네토크 시간이 다수 마련되어 있다.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지난 1월 20일 저녁 7시, 이두용 감독의 (1974) 상영 후에 진행된 시네토크에서는 연출자인 이두용 감독이 자리하여 관객들에게 이 영화의 즐거움과 영화를 만들던 당시의 여러 추억담을 들려주었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장내에서 폭소도 많았고, 주옥같은 대사들도 많이 나왔다. 중간에 소리가 없는 부분도 많았는데 아마 예전 것이라 그런 것 같다. 복원한 영화를 다시 보신 감회를 듣고 싶다.. 더보기
영웅들의 우정이 꽃피는 세계 - 하워드 혹스의 <리오 브라보> (1959)는 전작의 참담한 흥행 실패로 미국을 떠나 유럽에서 생활하던 하워드 혹스가 4년여 만에 할리우드로 돌아와 만든 영화다. 고국에 돌아온 그는 미국 사회에서 TV 드라마가 대중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것에 큰 인상을 받았고, 그 가장 큰 요인을 스타들이 만들어내는 매혹적인 캐릭터에서 찾았다고 한다. 그는 에 이러한 요소를 도입한다. 영화의 스토리와 공간을 매우 단순하게 구성하고, 그 속에서 다채로운 특징을 지닌 캐릭터들이 개성을 자유롭게 발휘하며 활보하도록 한 것. 마을을 거의 홀로 지키는 보안관 챈스(존 웨인), 전직 부보안관이었으나 사랑의 실패로 받은 상처로 인해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고 지금은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듀드(딘 마틴), 젊은이의 활기와 냉정함을 동시에 갖춘 총.. 더보기
피와 총탄이 난무하는 미친 사랑의 도주극 - 샘 페킨파의 <겟어웨이> 폭력, 혹은 남성 집단에 대한 치열하고 묵직한 탐구를 이어가며 ‘폭력의 피카소’라고 불리던 샘 페킨파의 필모그래피에서 70년대 중반 무렵은 가장 저평가되는 시기이다. 초기 페킨파 영화들에 비해 다소 평범하거나 실망스러운 대중영화의 외양을 지닌 영화들이 줄지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페킨파의 하락세의 시작점으로 지목되는 작품이 (1972)다. 아서 펜의 (1967) 이후에 등장한 수많은 도주극들과 일견 큰 차이가 없는 평범한 내러티브를 가진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는 페킨파의 영화적 스타일과 세계관이 대단히 과감하고 첨예한 방식으로 드러나 있는 영화이다. 무장 강도혐의로 10년형을 살고 있는 닥 맥코이(스티브 맥퀸)는 가석방이 좌절되자 아내 캐롤(앨리 맥그로우)을 통해 유력한 지인 배넌(벤 존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