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영화의 본질에 대한 추적 [리뷰] 마테오 가로네의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가 애매한 과 달리 는 명백한 다큐멘터리다. 원제는 , 즉 ‘웨딩 사진가 오레스테 피폴로’인데 영화는 웨딩 사진 촬영으로 나폴리의 유명인사가 된 피폴로의 작업을 따라간다. 나폴리에서 결혼을 결심한 남녀들이 피폴로를 찾는 이유는 촬영 능력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신랑, 신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다. “신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신조는 부모세대에서 자식세대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변함없이 피폴로가 명성을 유지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한편으로 마테오 가로네가 최우선으로 삼는 영화적 철학이기도 하다. 가로네가 굳이 결혼 사진가를 주인공 삼아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극중 피폴로가 웨딩 사진을.. 더보기
“차갑게 식은 마음에 뜨거운 감동을 받고 싶었다” [시네토크] 정가형제가 추천한 존 G.아빌드슨의 지난 26일 저녁, 의 상영이 끝나고 이 영화를 추천한 형제 영화감독 정가형제(정범식, 정식)와 함께한 시네토크가 있었다. 유쾌한 웃음과 순수한 감동이 감돌던 상영 때의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진 시간이었다. 오랜 추억과 재회한 이들의 기쁨과 새로운 영화를 만난 이들의 가벼운 흥분이 교차하던 그 현장을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는 두 분이 같이 추천하신 것인지? 정범식(영화감독): 작년 친구들 영화제 때 일정이 맞지 않아서 참여하지 못했는데, 그때부터 동생이랑 ‘ 보고 싶지 않냐’고 얘기 하다가 추천하게 되었다. 김성욱: 왜 갑자기 이 영화를 떠올리게 되셨나? 정범식: 잘 모르겠다. 가 76년 작이니까 우리도 개봉 당시에 극장에서 보지.. 더보기
"불가능한 현실을 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기적" [시네토크] 영화평론가 정성일 감독이 추천한 에릭 로메르의 ‘2011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어느덧 2주차에 접어들었다. 지난 25일은 에릭 로메르의 영화 세 편을 상영했던, 일명 '로메르 데이'였다. 마지막 회 가 상영 후에는 이 영화를 추천했던 정성일 영화평론가 겸 감독과 함께하는 시네토크도 이어졌다. 정성일 감독은 로메르의 영화세계 전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매우 긴 시간동안 열성적이고 유쾌하게 들려주었다. 객석을 가득 매운 관객들은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 끝까지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정성일(영화감독/영화평론가): 올해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6년째 개근이다. 올해에도 백지수표가 도착해서 매우 기뻤고 어떤 영화를 써 넣을까 생각했다. 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세 편 중 .. 더보기
아메리칸 드림의 노스탤지어 - 실베스터 스탤론의 <록키> 는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딛을 때부터 시작된 아주 오래된 믿음인 아메리칸 드림을 해체하고 재정립하는 영화다. 이태리에서 온 이민자 후손 록키 발보아는 하루하루를 4회전 복서로 살아간다. 그것만으로 돈벌이가 되지 않자 건달 노릇까지 하면서 구차하게 돈을 번다. 그러던 어느날 헤비급 세계 챔피언 아폴로 크리드에게 도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1976년에 만들어진 는 제작과정부터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을 보여준다. 명제작자 어윈 윈클러에게 의 시나리오가 눈에 띄기 전까지 스탤론은 33번의 흥미 없는 시나리오를 쓴 가난한 이민자 중 한 사람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베스터 스탤론은 의 감독, 작가 그리고 배우를 모두 소화해 내며 일약 스타가 된다. 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간극. 즉, 노스탤지어를 구체화한다... 더보기
사라진 미래가 빚어낸 이탈리아 영화의 현재 - 마테오 가로네의 <고모라> 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비장하고 장엄한 일대기를 그려온 갱스터 무비의 전통을 거스른다. 형식과 내용 양면에서 는 안티 갱 영화에 가깝다. 소수의 갱스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나폴리 범죄조직 카모라의 강력하고 광범위한 사슬아래 놓인 인물들의 선택을 교차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독립되어 보이는 플롯이 결국 하나로 모이는 타란티노식 서사마저 거부한 나열의 내러티브는 상당히 불친절해 보인다. 그러나 감독은 비전문 배우의 기용과 일상적인 세팅 같은 네오리얼리즘의 전통, 확고한 문제의식을 갖고 집필된 르포르타주 원작에 힘입어 손쓸 새 없이 부식되어가는 나폴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전 방위적으로 조명한다. 나아가 평범한 나폴리 주민과 세계 곳곳의 사람들까지 범죄에 연루시키는 카모라의 광범.. 더보기
고집센 아가씨가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 - 에릭 로메르의 <아름다운 결혼> 에릭 로메르는 여러 영화에 걸쳐 한 배우를 찍곤 했다. 재미있는 점은 각각의 영화들에서 그 인물들의 성격이 일관되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 배우가 자신의 성격과 맥락에서 조금씩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베아트리스 로망은 바로 그 대표적인 여배우이다. 그녀는 10대 때부터 그의 영화에 출연해 (1982)에서는 주인공 사빈느 역할을 맡았다. 로메르의 의뭉스러운 인물들 사이에서 가장 솔직하고 충동적인 이 아가씨는 자신감이 넘치고 자기의견에 굽힘이 없다. 오죽하면 (1986)에서는 불쌍한 마리 리비에르를 몰아붙이다가 울리기까지 한다. (그러고는 사과도 하지 않는다!) 툭하면 싸우기 일쑤인 그녀는, 그러나 감정의 기복이 죄다 드러나서, 귀엽다. 은 이 저돌적이며 총명하고 귀여운 여성이 결혼을 .. 더보기
뜻밖의 영화가 들려주는 유쾌한 우연의 노래 [리뷰] 에릭 로메르의 더보기
믿음에 대한 용기를 건네는 소박한 기적 - [리뷰] 에릭 로메르의 <겨울 이야기> 17세기의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파스칼의 내기’라고 불리는 흥미로운 논증을 제시한다. 신을 믿을 경우, 신이 없으면 아무런 이득도 없지만 신이 있으면 천국에 간다. 그러나 신을 믿지 않을 경우 신이 없으면 아무런 이득도 없고 신이 있으면 지옥에 간다. 그러므로 신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면 신을 믿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에릭 로메르는 이를 사랑에 적용한다. 파스칼의 내기에 대한 로메르식의 해석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