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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2012 베니스 인 서울

[리뷰] 프란체스카 코멘치니의 <특별한 하루>

희망을 찾기 힘든 두 명의 청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성장을 하고 밖을 나선 지나는 오늘 ‘중요한 분’과 약속이 있다. 그를 데리러 온 이는 고급 승용차의 운전기사 마르코. 그러나 ‘중요한 분’과의 약속은 자꾸 미뤄지고, 시내 곳곳을 다니며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둘은 점차 가까워진다. 고급 승용차와 레스토랑의 비싼 식사, 그리고 ‘시간’이 주어진 이 ‘특별한 하루’ 동안, 두 사람은 일탈을 마음껏 누리며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배우로서의 재능을 믿지 못해 불안을 겪고, 아르바이트를 하려 해도 예쁜 외모 때문에 오히려 봉변을 겪는 지나. 그리고 변변한 직업 없이 지내다가 어머니의 주선으로 겨우 자가용 회사에 운전기사로 취직해 출근 첫 날을 맞은 마르코. 둘은 자신의 고민과 불안을 털어놓으며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청춘의 불안과 진통을 통과하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그들이 겪는 불안의 모양새는 같지 않다. 이들이 그 앞에서 취하는 행동도 다르다. 배우로서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은 지나만의 것이 아니라 지나만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가족 모두의 욕망이기도 하다. 지나는 자신의 욕망이 곧 가족의 기대로 자신의 어깨에 짐 지워져 있는 현실을 거부할 수 없다. ‘중요한 분’과의 약속이라는 것이 결국 ‘성 접대’라는 사실이 예고될 때, 그리고 이 만남이 지나의 어머니에 의해 적극적으로 준비된 것이라는 사실이 다시 상기될 때, 지나를 태운 차는 ‘그분’과의 약속장소에 이미 근접해 있다. 지나는 공황발작을 일으키지만 그곳에서 도망치지 못한다. 우리는 그녀가 마르코를 물리치고 약속장소에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쉽사리 연민을 보낼 수도, 그렇다고 비난할 수도 없게 된다. 마르코 역시 그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지나를 제지하거나 구해낼 수 없다. 그저 그녀가 들어간 방 밖을 초조하게 서서 기다리다가 그녀를 차로 집까지 데려다 줄 수 있을 뿐이다.

결국 이들의 자유가 하루의 일탈로 끝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이 더없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희망의 젊음이 아니라 절망과 좌절, 패배가 자명한 젊음과 청춘, 그리고 이를 담는 영화…. 지금 세계 곳곳의 ‘청춘영화’의 공통점인 듯하다.

 

글/ 김숙현(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