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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Review

피와 총탄이 난무하는 미친 사랑의 도주극 - 샘 페킨파의 <겟어웨이> 폭력, 혹은 남성 집단에 대한 치열하고 묵직한 탐구를 이어가며 ‘폭력의 피카소’라고 불리던 샘 페킨파의 필모그래피에서 70년대 중반 무렵은 가장 저평가되는 시기이다. 초기 페킨파 영화들에 비해 다소 평범하거나 실망스러운 대중영화의 외양을 지닌 영화들이 줄지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페킨파의 하락세의 시작점으로 지목되는 작품이 (1972)다. 아서 펜의 (1967) 이후에 등장한 수많은 도주극들과 일견 큰 차이가 없는 평범한 내러티브를 가진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는 페킨파의 영화적 스타일과 세계관이 대단히 과감하고 첨예한 방식으로 드러나 있는 영화이다. 무장 강도혐의로 10년형을 살고 있는 닥 맥코이(스티브 맥퀸)는 가석방이 좌절되자 아내 캐롤(앨리 맥그로우)을 통해 유력한 지인 배넌(벤 존슨).. 더보기
전쟁의 잔혹함과 인간 심연의 고통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 에 관해 논한다는 것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말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한 개인의 경험과 그 센세이션 중심에 있는 감흥을 있는 그대로 아무도 모르는 사람에게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영화의 중심인물인 커츠 대령이 한말이기도 하고 을 본 사람들의 대부분의 반응이다. 프란시스 F. 코폴라가 3천만 달러가 넘는 거금을 들여 만든 이 영화는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 Heart of Darkness’을 바탕으로 상황을 베트남전으로 각색해 만들어 졌다. 영화는 캄보디아 밀림으로 잠적해 미쳤다는 소문이 도는 미스터리한 인물 커츠 대령(말론 블란도)을 찾아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은 윌라드 대위(마틴 쉰)의 여정과 전쟁의 광기어린 현장을 묘사한다.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코폴라 감독은 영화가 베트남전에.. 더보기
우연, 선택, 그리고 기만 - 에릭 로메르의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에릭 로메르의 '도덕이야기' 시리즈는 공통의 내용과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섯 편으로 이뤄진 시리즈는 모두 콩트의 형식이며, 시점은 1인칭이다. 주인공에게는 사랑하는, 혹은 사랑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부재하는 동안 다른 사람이 생기면서, 주인공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쳐한다. 그의 선택은 언제나 원래 사랑하려던 사람이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선택의 과정에서 그 인물이 지닌 내적 심리의 문제다. 로메르는 도덕이야기의 인물들을 '모럴리스트'라 칭하면서, 그들을 "행위 이전에, 스스로의 감정을 분석하려는" 성향을 가진 인물들이라고 말한다. '도덕이야기'의 세 번째 작품인 (1969)의 주인공 장 루이(장 루이 트랭티냥)는 가톨릭과 수학적 확률을 믿는 엔지니어다. 그는 .. 더보기
고통과 고독의 외설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1972)는 그 명성과 제목, 널리 알려진 주제곡 선율로 제법 낭만적인 사랑영화로 오해 받을 만하다. 배우들의 면면과 비토리오 스트라로의 콘트라스트 짙은 유려한 화면도 이에 한 몫 한다. 그러나 이 근사한 외피 속에 펼쳐지는 관계들은 조금도 낭만적이지 않다. 인물들은 거의 결핍에 의해서 움직이며 번지수를 잘못 찾아 자꾸 엇갈린다. 개봉당시 외설 논란을 일으키며 유명해진 정사장면들은 둘의 결합이라기보다 충돌에 가깝다. 카메라는 멀리서 이를 차갑게 바라보거나, 고통의 표정에 다가갈 뿐이다. 사랑의 밀어 대신 욕설과 사회시스템을 부정하는 말들이 튀어나온다. 제일 다정한 언어는 그르렁대는 동물소리. 이 영화에서 가장 낭만적이라 할 만한 것은 사랑은 커녕 차라리 죽음과 고독일 것이다. 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