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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무라 야스조

전쟁은 인간을 어떻게 억압했는가 [영화읽기] 마스무라 야스조의 에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 중에 하나는 영화가 사진들(정지 화면)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부상당한 군인들 혹은 널 부러진 시체들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제공하고, 전쟁의 분위기는 총소리와 대포소리로 청각화 한다. 일종의 역사적 상흔의 재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가 전쟁의 부당함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전쟁이라는 사건의 시작과 끝에 대해 파헤치기 보다는, 참전자들의 참혹한 모습, 즉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다시 말해 전쟁이라는 사회적 문제의 모순적인 거대 구조를 폭로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미시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전쟁이 인간을 억압하는 지를 드러낸다. 또한 영화는 내레이션으로 진행되어 한 인물의 주관적인 회상과 입장.. 더보기
개인의 좌절 통해 국가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영화 [영화읽기] 마스무라 야스조의 방탕하게 살아가던 왕년의 천재 육상선수가 자신의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반항적이며 재능 있는 한 여공을 스프린터로 키워내 올림픽에 출전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그녀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데는 한 가지 장애물이 있다. 이 짤막한 시놉시스만 보면 짐작하기가 쉽지 않지만 는 정말 괴악한 영화다. 이 영화의 뼈대는 스포츠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인데 숨은 재능을 가진 소녀가 세상으로부터 배척받는 명 코치를 만나고 정상에 서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는 것인데, 영화 중반에 스포츠 영화의 틀을 깨는 양성인간이라는 소재가 등장하며, 양성인간의 성별을 바꾸기 위한 섹스 행각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런 괴이한 소재와 전개는 영화의 주제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는 스포츠물이라는 장르 안에.. 더보기
날 것 그대로의 삶의 욕망을 긍정하는 영화 [영화읽기] 마스무라 야스조의 전당포집 딸 오츠야는 혼처가 정해지자 종업원 신스케와 사랑의 도피를 떠난다. 신스케와 살겠다는 일념으로 그녀는 부모도 재물도 안정된 미래도 버린다. 신분상의 차이로 이루어지기 힘든 두 사람의 사랑이 멜로드라마의 공식을 환기시키지만 은 그러한 관객의 기대를 일찍부터 배신한다. 일본의 멜로드라마는 예정된 파국에 순응하는 개인의 비극을 죽음의 미화를 통해 해결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사내들의 계략에 빠져 연인을 잃고 유곽의 기녀로 전락한 순간, 그러니까 멜로드라마의 히로인들이 비껴갈 수 없는 숙명을 받아들이고 삶을 체념하는 그 순간, 도리어 오츠야는 남자들을 희롱하며 그들의 돈을 쥐어짜는 요부로 다시 태어난다. 멜로드라마의 세계에서 출발한 영화는 어느새 팜므파탈이 지배하는 느.. 더보기
감정과 스타일의 정동의 변증법을 구축한 모더니스트, 마스무라 야스조 시대를 앞서간 모더니스트라 불리는 마스무라 야스조의 영화세계는 일본영화사에서 어떤 분기점을 이룬다. 미조구치 겐지, 오즈 야스지로가 일본적인 정신성을 대표하는 예의바름, 절제의 미덕과 그 안에 담긴 내적 슬픔을 우아하게 표상했다면, 마스무라 야스조는 생동하는 삶의 원초적인 충동과 욕망을 파격적으로 표출, 또 다른 일본성을 드러낸다. 이는 오시마 나기사, 이마무라 쇼헤이 등 일본 뉴웨이브 계열의 감독들에게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 마스무라가 바라본 60년대의 일본은 치유될 길이 없을 정도로 병든 사회였고, 그의 영화에는 그러한 비관적 세계관이 담겨있다. 사회가 병들었고, 사람들의 감정이 병들었으며, 욕망은 뒤틀려있다. 그의 영화에서 전쟁과 관련된 시기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욕망은 다른 욕망이나 공동체에 의해 .. 더보기
일본 뉴웨이브의 선구자, 마스무라 야스조 회고전 열려 서울 유일의 민간 비영리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3월 9일부터 24일까지 시대를 앞서간 모더니스트라 불리는 일본의 위대한 영화감독 마스무라 야스조(1924~1986)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회고전을 개최한다. 마스무라 야스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영화계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으며, 일본 뉴웨이브의 전조로 평가받는 인물로, 인간의 마성을 극한까지 탐구한 위대한 시네아스트다. 그는 1959년 으로 데뷔한 후 1982년까지 모두 57편의 작품을 남겼고, 전통적인 일본이 아닌 내면에 감춰진 일본성을 감각적이고 독특한 스타일로 표현하고 사회 비판적린 내용의 영화를 주로 만들었다. 그의 예술성은 오랜 세월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다가, 1990년대 말 비로소 발견되어 재평가되었다. 이번 회고전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