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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서부 신화를 흥미롭게 변주한 존 포드의 <아파치 요새> 존 포드의 (1948)는 서부영화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하는 영화이다. 서부영화는 기본적으로 충돌과 대립의 영화로 동부와 서부, 문명과 야만, 질서와 무질서, 그리고 선과 악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충돌의 장이다. 이러한 구도를 확립한 존 포드의 를 보자. 문제를 가진 공동체가 있고 공동체 바깥에서 서부의 사나이가 홀연히 등장한다. 둘은 충돌을 일으키지만, 결국 주인공의 탁월한 무력과 정의감으로 문제는 해결되고 다시 서부로 떠난다. 이후의 모든 서부영화는 이 서사를 다양하게 변주한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는 이 공식을 흥미롭게 변주한 영화 중 한 편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서부영화 속의 명백한 이항적 요소의 대립을 불확실한 것으로 바꿔 놓는다. 단순히 기존의 판단을 바꾸는.. 더보기
“나의 출신은 시네마테크다” 김지운 감독이 추천한 파솔리니의 시네토크 이번 시네마테크 친구들 영화제에 김지운 감독은 무려 열편의 영화를 추천했다 하는데 최종적인 선택작은 예수의 생애를 다룬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의 이 상영되었다. 지난 1월 31일 오후 그의 선택작인 상영 후 진행된 시네토크에서 김지운 감독은 설마 이 뽑힐 줄은 몰랐다며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냐고 엄살(?)을 떨었지만 일단 마이크를 손에 쥐자 막힘없이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었다. 백수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프랑스까지 날아가 을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김지운 감독이 생각하는 시네마테크의 의미까지 거침없는 이야기가 오갔던 그 시간을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이번 시네마테크 친구들 영화제에 김지운 감독은 열 편의 영화를 추천했었다. 나중에 그 영화들만 따.. 더보기
가족의 의미, 삶의 원형을 탐구한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이야기>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 오즈 야스지로는 가장 일본적인 감독이자 소시민극이라 불리는 독특한 미학적 스타일로 이후 수많은 영화에 영향을 미친 감독이다. 또한 그는 현대사회 속 가족의 의미와 해체에 대해 가장 깊이 천착하고 생각했던 감독으로 거의 모든 영화에서 일관되게 가족을 다룬다. (1953)는 그러한 오즈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잘 알려진 명실상부한 오즈의 대표작으로 내러티브나 스타일 모든 측면에서 그의 전략이 고스란히 농축된 작품이다. 스토리라인은 이보다 더 단순한 이야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단조롭다. 영화는 시골에 사는 노부부가 오랜만에 자식들과 손자를 보기 위해 동경에 온 여정을 그린다. 하지만 사는 게 바쁜 자식들은 그들의 방문을 귀찮아하며 다소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오히려 전쟁 중에 남편.. 더보기
이상주의와 숭고한 무법자의 원형적 충돌을 그린 존 포드의 <분노의 포도> 빈곤과 엑소더스 '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는 새롭게 시네마테크에서 구매한 존 포드의 영화 6편과 작년 '할리우드 고전 컬렉션'으로 이미 구매했던 를 포함 9편의 존 포드 영화가 상영된다. 이 중 는 와 비교해 볼만한 작품으로 빈곤으로 고향을 떠나는 해체되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실적이면서 시적인 정취가 느껴지는 그렉 톨랜드의 촬영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존 스타인벡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것으로도 유명하다.(편집자) 서부극의 거장인 존 포드가 퓰리처상을 받은 존 스타인벡(1902 ~ 1968)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은 사회적 문제보다는 빈곤 때문에 유랑을 떠나야 했던 조드 가족의 운명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작품의 무대는 1930년대, 미국의 오클라호마의 ‘사풍 지대’라 불리.. 더보기
“여러분들 핑계 대고 같이 보고 싶은 영화” 안성기의 선택, 밀로스 포먼의 시네토크 1월 30일 오후 3시,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에게 짧은 경고(?)가 주어졌다. “혹시 90분이나 100분으로 알고 오신 분들께 미리 말씀드리면, 이 영화는 세 시간짜리 영화입니다.” 하지만 새롭게 디렉터스컷으로 관객과 만난 는 시계를 확인할 틈도 없이, 하품할 여지도 주지 않고 그대로 달렸다. 따라 웃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모차르트의 기이한 웃음소리와 음흉함, 어두운 열정으로 차 있는 살리에르의 표정은 그들이 이 영화를 사로잡고 있다고 자신하는 듯 했다. 관객과의 대화까지 끝나니 이미 해는 떨어진지 오래. 친구는 관객을 핑계 삼아, 관객은 친구를 핑계 삼아, 서로 말보다는 영화로 마음을 나눴던 그 시간을 담았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오늘 보여드린.. 더보기
“이상한 마력이 있는 영화이다” 오승욱 감독이 추천한 시네토크 오승욱 감독의 추천작 상영 후 시네토크가 진행되었던 지난 1월 29일, 시네마테크를 지키기 위한 관객 스스로의 후원운동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오승욱 감독은 시네마테크의 이름이 아닌, 지금까지 이어져온 어떤 정신과 친구가 되었다 생각한다며, 관객들 스스로 그 정신을 지켜가기 위해 움직여가는 모습에 감사와 지지를 보냈다. 시네마테크, 그리고 오승욱 감독이 전하는 이상하고 매혹적인 영화 에 대해 나눈 관객과의 대화 일부를 옮겨본다. 오승욱(영화감독): 영화에 대해서 얘기하기 이전에 시네마테크의 이 상황에 대해 오승욱 개인으로서 한마디 하고 싶다. 공모제를 한다는 것이, 지금의 상황에서 더 좋게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진정 모르겠다. 문제의 본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시네.. 더보기
멜로드라마 장르의 전복, 더글라스 서크의 <바람에 사라지다> 더글라스 서크를 그저 ‘감상적인 멜로드라마 감독’으로 여기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카이에 뒤 시네마와 6,70년대 비평가들에 의해, 그리고 그의 영화를 재전유한 파스빈더에 의해 재발견된 작가로서, 그의 영화는 할리우드 시스템의 엄격함을 넘어서는 개인적 스타일, 장르를 우회하여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양식 등으로 높이 평가된다. 특히 (1956)는 서크 특유의 미장센과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그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틀을 적극 빌려오지만, 시각적 과잉과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선으로 멜로드라마 장르가 갖는 순응적 구조를 전복한다. 멜로드라마는 갈등과 문제를 내부로 가져 오면서, 인물들이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소외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에서 석유재벌인 해들리가를 중심으로 한 네 남녀의 전치된.. 더보기
"시네필,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이제는 행동이다" [특별기고] 시네필의 선택: 정성일 평론가의 추천의 변 첫 번째 (상황). 2008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내건 슬로건은 ‘영년(zero year)’이었다. 그건 마치 내게 하는 말 같았다. 제로라는 무효의 선언.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 로셀리니가 영화 제목에 쓴 말. 그런 다음 고다르가 받아서 21세기에 반복했던 제목. 하지만 내게 그 의미는 다른 것이었다. 말 그대로 진공상태. 단지 길을 잃었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나는 텅 빈 상태였었고, 거의 매일같이 술을 마시는 것처럼 영화를 보았다. 너무 많이 보아서 어제 본 영화와 오늘 본 영화가 잘 구별되지 않았다. 종종 중간부터 보기도 하였고, 때로는 보다가 지쳐서 자기도 하였다. 나는 2008년 친구영화제에 슬픈 마음을 안고 마츠모토 토시오의 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