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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기이하나 매혹적인 도착자들의 세계 그린 존 워터스의 <디바인 대소동> 존 워터스의 ‘쓰레기의 제왕’. 23세에 만든 첫 극영화로 인해 영화가 아직 개봉도 되기 전에 음란죄로 체포되기도 했으며, 자신의 작품이 아무런 사회적 가치도 되살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 볼티모어 출신의 괴짜 감독 존 워터스를 일컫는 말들이다. 그는 70년대에 괴팍한 농담과 괴이한 상상력으로 저예산 영화들을 만들어내면서 대표적인 컬트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1974)은 그의 대표작으로 전작 (1972)의 속편이자 (1977)과 함께 소위 ‘쓰레기 3부작’을 이룬다. 크리스마스 아침, 던 데븐포트는 부모님께 하이힐을 선물 받지 못하자 분노해서 충동적으로 가출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던 데븐포트는 존 워터스의 페르소나로 잘 알려진 거구의 드랙퀸 디바인이 연기했으며, 그녀는 첫 .. 더보기
'68년 5월의 잃어버린 아이들, 장 으스타슈의 <엄마와 창녀> 클래식 음악과 실존주의 철학을 신봉하는 인텔리인 알렉상드르는 직업도 없이 애인인 마리에게 빌붙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느날 그는 옛 애인인 질베르트를 찾아가 청혼하지만 거절당하고,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베로니카와 사랑에 빠진다. 마리와 베로니카는 각자를 질투하고 알렉상드르는 두 여자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63년 첫 영화를 만든 후 10년만에 처음으로 만든 장편극영화에서 으스타슈가 다루고 있는 것은 68혁명 이후 프랑스를 점령한 절망적인 분위기다. 장 피에르 레오가 연기하는 알렉상드르는 이 시대의 완벽한 페르소나다. 그는 자신을 양육해주는 엄마(마리)에게 의존한 채, 때로 갑작스러운 각성이라도 한 듯 옛사랑(질베르트)을 되찾으려 하지만 이미 때가 늦었고 부도덕하게도 이 희미한 옛사랑의 대역으로 창녀.. 더보기
물질성과 정신성의 조화, 그리고 사랑과 믿음의 회복 칼 드레이어의 (1955)는 카이 뭉크의 희극을 칼 드레이어가 각색하고 연출한 영화다. 드레이어의 세계와 뭉크의 세계는 분명 닮은 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뭉크와 드레이어는 항상 사랑을 찬미한다. 그들에게 신성한 사랑과 세속적(육체적) 사랑은 다르지 않다. 드레이어는 “카이 뭉크에게 있어 훌륭한 것은 신이 이 두 가지 형태의 사랑을 분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가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생각을 드러내듯 에서 아버지가 미켈에게 “잉거는 이제 천국에 있으니 놓아주라”라고 말하자, 미켈은 “자신은 잉거의 육체도 사랑했다”고 대답한다. 이와 같은 사랑에의 인식을 억압하는 것은 결국 종교이다. 영화의 배경인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덴마크의 기독교는 두 종파로 분리되어 있었다고 한다. 우선 영화에.. 더보기
인간과 자연 사이의 살벌한 전투 [영화읽기] 존 부어맨의 영국 출신의 존 부어맨은 18살에 신문에 영화평을 쓰는 평론가로 시작해 예고편 편집기사, BBC 다큐멘터리 감독을 거쳐 1965년에 첫 연출작 으로 데뷔했다. 그 후 1967년경 친구 리 마빈의 소개로 할리우드에 진출, 출세작 를 찍는다. 이후로도 계속 부어맨은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작업했는데, 성공과 실패를 오르내리는 필모그래피를 보여주었다. 1970년 할리우드 제작사와의 갈등으로 영국으로 돌아와 만든 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타면서 비평적 성공을 얻었으나 동시에 대중적으로는 실패를 맛보게 된다. 그 후 2년 뒤 만들어진 은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품이 되었으며 미국신화를 해체한 최고작으로 평가되었다. (1972)은 미국 시인이자 소설가인 제임스 디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작.. 더보기
불안한 현재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세기말적 풍경, 마이크 리 <네이키드> 마이크 리는 영국사회의 보수화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견지하면서 밑바닥 삶의 불안함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특히 정해진 각본 없이 배우들과 협업하는 즉흥 연출과 더불어 영국민의 변두리 삶과 생활 태도에 근거한 자기반영적 유머에서 나오는 풍자적 연출은 그만의 장기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는 전작까지 이어지던 블랙 유머가 완전히 휘발됐다는 점에서 마이크 리의 가장 어두운 작품이라 할만하다. 그런 조짐은 이미 오프닝에서 선언적으로 제시된다. 주인공 조니(데이비드 두윌스)가 어두운 골목길에서 강간에 가까운 섹스를 마친 후 도망치듯 고향 맨체스터를 떠나는 것. 곧이어 카메라는 런던으로 향하는 운전석의 조니에게로 옮겨가지만 그의 시선에서 한없이 이어지는 메마른 도로 풍경은 목적지도 없고 희망도 없.. 더보기
마법과도 같은 컬트 스릴러의 전형, 니콜라스 뢰그의 <쳐다보지 마라> 니콜라스 뢰그는 영화계에서 이단아나 다름없는 감독이다. 그의 장편 데뷔작 는 관객과 평단에게 엄청난 악평을 받았으며, 이후 발표한 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뢰그의 영화는 내러티브의 시간차를 뒤집는 방식을 자주 사용한다는 점에서 일부 지지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장면과 장면 사이에 과거 혹은 미래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집어넣는 독특한 방식의 편집법이 그의 영화를 늘 새롭게 느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뢰그의 기법은 흔히 볼 수 없던 것으로, 시간을 자연스레 역행해가며 이야기를 쌓아간다. 뢰그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인 는 1973년에 제작된 백스터 부부와 그들의 아이에 관한 이야기다. 의 줄리 크리스티와 도널드 서덜랜드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와 의 모토가 되었던 영국 추리작가 다프네 .. 더보기
“모든 평범한 자들이여, 너희들의 죄를 사하노라” [영화읽기] 밀로스 포먼의 밀로스 포먼의 (1984)는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전기 영화 가운데 가장 성공한 작품이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죽음에 당시 궁정 음악가였던 살리에리가 관여했다는 가정을 토대로 한 피터 셰퍼의 원작에 바탕을 둔 이 영화는 198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무려 8개 부문을 휩쓸었고 비평적으로나 흥행적으로 대 성공을 거뒀다. 체코 출신의 포먼은 작품에 대중적인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논쟁적 인물이나 소재를 즐겨 끌어들인 바 있고, 예술과 개인의 문제, 사회적 억압과 자유에 대한 갈등을 중심 테마로 다루는 데 에서도 그러한 포먼의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살리에리 역을 맡은 F. 머레이 에이브람스를 비롯한 연기자들의 명연.. 더보기
불안감에 배회하는 유령 잭슨을 주목한다! [영화읽기] 조셉 로지의 조셉 로지가 다수의 정치적인 영화를 만들었고 미국에서 추방되었을 정도로 정치적인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분명히 은 트로츠키를 신화화하여 그렸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영화는 객관적이고 담담한 시선으로 이 사건을 그려내려고 한 듯하다. 또한 무엇보다도 암살자가 느끼는 불안감과 공포를 그리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실제 시간은 그렇지 않더라도, 영화를 보는 내내 그렇게 느껴진다). 심지어 영화의 엔딩은 암살자의 클로즈업으로 끝난다. 영웅적인 죽음을 그리지 않았다는 것은 적어도 엔딩 쇼트를 통해 알 수 있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들의 대부분이 엔딩에 후일담과 추가 사실들을 텍스트로 삽입한다는 것을 떠올려 봤을 때, 이런 식의 엔딩은 다소 당황스럽다. 영화를 보면서 .. 더보기